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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존감이 높으면 아이의 행동에 민감하지 않아요 - 서천석 박사 인터뷰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이 말하는 ‘부모도 행복해지는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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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묻는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서천석의 대답은 두 가지다. 첫째는 부모가 좋은 사람이어야 하고 둘째는 아이가 부모를 좋아해야 한다는 것. 좋은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성숙해야 하고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당연한 이치는 있다. 부모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하다는 것. 부모의 자존감이 높으면 아이의 자존감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 MBC 라디오 <서천석의 마음연구소>를 진행하며 최근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를 펴낸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은 “부모들이 육아에 대한 압박감을 심하게 느끼면서 좀처럼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왜 부모들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아이들이 부합하기만을 바랄까. 부모가 행복해지는 육아,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의 모습은 없을까. 서천석은 답했다. “아이 키우는 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에요. 아이라는 존재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죠. 공감육아를 시작해보면 해답이 보일 겁니다.”

서천석은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던 중 어른들이 앓는 마음의 병의 근원이 어린 시절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들의 마음을 돌보는 의사가 됐다. 서울신경정신과 원장이자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인 서천석은 2010년 말부터 트위터(@suhcs)에 육아에 대한 짧은 단상을 올리기 시작했고, 많은 트위터리안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는 트위터의 글들과 새로 쓴 에세이를 묶은 책이다.




부모들의 착각, 가면부터 버려라

“그래도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부모와 아이들은 행복한 거죠. 고치려는 의지가 있는 거니까요. 병원에 오는 부모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어요. 엄마가 보는 아이와 진짜 아이는 실제로 차이가 있다는 점이죠. 부모가 자기 마음속의 아이를 보고 자신이 기대하는 아이상에 빠져 있으면, 진짜 아이를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도 마찬가지에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면 부모한테 다가가지 않아요. 점점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죠. 부모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아이에게 다가가니, 아이도 이해하기 어렵고요. 서로 가면을 쓰고 서로를 속이고 강요하며 사는 게 우리들의 모습이에요.”

부모가 자녀에게 갖고 있는 가장 큰 착각은 스스로가 아이에 대한 욕심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1970년대에 성장한 지금의 부모들은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들은 늘 자신이 성장한 때와 비교하며 ‘왜 이 정도도 못할까’라고 생각한다. 요즘 20대가 겪는 문제를 부모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과도하게 요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자녀들은 실제로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어요. 부모들은 말해요. 단지 바라는 건, 평범하게 자라서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교에 들어가서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하는 것, 그것뿐이라고. 그런데 요즘 세상에서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아이도 인정해주면 마음을 열어요

MBC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 가?>가 인기다. 부모들은 TV 속 아빠들을 보며 좋은 아빠의 모습이 무엇인지 탐색한다. 아이랑 어떻게 잘 놀아주나, 대화하는 기술들을 엿보며 배우고자 한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의 저자 서천석은 <아빠! 어디 가?>를 다른 시각으로 본다. 아빠들의 육아 방식을 기술이 아닌 ‘태도’로 본다.

“<아빠! 어디 가?>는 사람이 어떤 사람과 장시간을 보내게 됐을 때, 얼마나 상대를 신경 쓰게 되느냐를 보여줘서 좋아요. 원래 아이들한테 크게 관심이 없었던 아빠들이 아이들과 1박2일 여행을 떠나면서 점점 변하게 되잖아요. 그게 꼭 TV 프로그램이라서 만은 아닌 것 같아요. 누군가와 깊게 관계를 맺으면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가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내 의견을 물어봐 주는 아빠의 모습이 고마워서, 아이들은 아빠를 편하게 생각하고 또 아빠를 이해하려고 하죠. 7살 어린 아이들도 자신이 이해 받았다고 생각하면 부모를 이해할 줄 알아요. 부모가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를 배려하게 되는 거죠.”

아이를 잘 보살피기 위해서는 기술을 배우려 하기보다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면서 꾸준히 좋은 관계를 맺어가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사람이 관계를 맺을 때 시간이 필요하듯, 결국 육아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천석 저자는 다른 인간관계에서 좋은 관계를 맺어가려는 태도를 아이에게 보이면 된다고 말한다. 결국 내가 투자한 시간이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아이하고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가 부모를 기분 나쁘게 했을 때 부모가 거기에 마음이 상해서 반응하지 않는 거예요. 좋지 않은 행동을 보이면 천천히 바꿔주면 된다고 생각하면 돼요. 간혹 아이가 갑자기 안 좋은 말을 쓰면 부모들은 대부분 ‘얘가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얘가 어떻게 나한테 대들 수가 있지?’하며 화를 내요. 아이가 커서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닌지, 부모로서의 내 권위가 손상됐다며 과하게 걱정하고 흥분하고 불안해해요. 아이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면 효과가 없어요. 부모의 불안이 없다면 화를 참는 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에요.”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기를 좋아하듯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생각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를 인정해주면 아이는 긴장이 풀리면서 마음을 연다. 그리고 마음을 열면 부모의 마음을 받아주려고 한다. 아직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자신감이 없는 아이는 부모의 돌봄이 싫은 것이 아니다. 다만, 부모가 자신의 인생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자존감을 만들면 육아가 풀린다

“부모들이 가장 약해질 때가 아이가 반항할 때에요. 부모들은 이럴 때 너무 쉽게 흔들려요. 자존심이 상하는 거죠. 하지만 이건 자존감이 낮기 때문에 드는 감정이에요. 자존감이 강하면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걱정하지 않아요. 자존감이 있으면 ‘난 이 문제를 잘 해결해나갈 자신감이 있다’고 생각하죠. 자녀들을 가장 잘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겠어요. 부모밖에 없어요. 부모 스스로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다’는 걸 믿어야 해요.”

자존감의 기초는 내가 괜찮은 사람이어야 높은 게 아니라, 내가 괜찮은 사람으로 향해 가는 모습이 있을 때 생긴다. 자존감이 강한 부모는 아이의 낯선 행동에도 당황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변화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자식은 인간관계 중에 가장 특별한 관계에요. 다른 사람들은 마음에 안 들면 관계를 끊을 수 있지만 부모와 자식은 아니잖아요. 다른 인간관계처럼 힘들다고 그만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데 집중하다 보면, 부모도 자신이 조금씩 성장하는 걸 느껴요. 힘들지 않으려면 성장할 수밖에 없는 거고요.”

워킹맘의 경우, 바쁜 일상 때문에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어 미안해하고 죄책감을 갖는다. 더욱 문제는 고민하고 걱정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걱정을 하는데 에너지를 많이 쓰다 보니, 정작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줄어든다.

“부모들이 객관적으로 힘든 순간들이 참 많아요. 애가 아프거나 부모가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물리적인 답이 나오기 힘들죠. 하지만 일상의 전체를 보면 그런 순간들이 계속되진 않거든요. 한 달로 따져보면 5일 정도 되겠죠. 그렇다면 나머지 25일을 어떻게 보내느냐, 이게 중요해요. 죄책감을 갖고 부담을 느끼느라 에너지를 소모하면 부모도 아이와 놀아줄 힘이 없어요. 할 수 있는 만큼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보내는 게 현명하죠. 아이 때문에 괴롭다는 부모한테 ‘아이랑 요즘 무엇을 했냐’고 물으면, 다들 아이를 걱정하는 일에만 시간을 썼대요. 부담감, 걱정을 느낄 시간에 즉각적으로 아이랑 함께 무엇을 하는 게 중요해요. 그러다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그 상황에 맞춰 대응하면 되는 거죠.”

간혹 아빠, 엄마의 교육관이 달라 아이들이 혼란스럽지 않을까,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있다. 서로의 의견이 타당하다며 극단적으로 싸움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서천석 저자는
“최소한의 타협선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최소한의 일관성을 가지고 그 안에서 다양성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아빠와 엄마 스타일이 꼭 같아야만 하는 건 아니에요. 실제로도 불가능하고요. 부모의 의견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고 실제로도 정답은 없어요. 맞벌이 부모의 경우, 반드시 아빠, 엄마, 아이가 꼭 함께 뭔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시는 게 좋아요. 엄마가 바쁠 때는 아빠가 놀아주고, 아빠가 바쁠 때면 엄마가 놀아주면 돼요. 그게 꼭 나쁘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셋이 꼭 함께한다는 로망은 빨리 버리고,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게 필요합니다.”


서천석 멘토가 제안하는 5가지 육아 상식

 

훈육은 일관되게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행동을 싫어하는지를 확실히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매를 들거나 벌을 주는 게 아니라, 일관된 태도로 반응하는 것이 좋다. 아이도 좋은 사람이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에 부모가 싫어하는 행동을 굳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다만 부모의 기준이 너무 엄격할 때면 스스로 점검해봐야 한다. 아이가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모습을 싫어하면서 부모가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건 옳지 않다. 부모가 하는 행위는 아이에게도 허용해주는 것이 옳다.

육아서는 1분 정독하고 5분 생각하기

육아를 책으로 공부하는 부모들이 있다. 육아서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를 이해하고 부모와 아이와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지에 가장 집중해야 한다. 내 아이에 맞는 육아 방법은 부모가 가장 잘 안다. 아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게 좋다. 육아서를 1분 읽고 5분 정도 생각해보자. 육아서의 방침을 그대로 지키려는 게 아니라 아이에게 맞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

부모부터 성숙하자

많은 아이들은 부모의 말이 아닌 태도와 행동, 자신에 대한 반응, 정서와 표정에서 영향을 받는다. 아무리 말로 그럴듯하게 훈계해도 정작 부모의 태도가 훈계의 내용과 다르면 아이는 내용이 아닌 태도만을 배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다며 부모가 아이에게 짜증을 낼 경우, 아이가 배우는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닌 짜증이다. 자기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저절로 부모의 모습을 닮아 가는 것이 아이의 인격 형성 과정인데, 부모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일부러 부모의 반대편을 향해 눈길을 돌리고 몸을 움직인다. 반대로 아이가 부모를 좋아하는 경우, 특별히 부모가 노력하지 않더라도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조금씩 배우고 바뀌어 간다.

사랑을 표현해라

예전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감정을 표현하면 아이의 버릇이 나빠진다고 생각했지만 감정을 표현한다고 버릇이 나빠지는 건 아니다. 부모가 감정적이기에 버릇이 나빠지는 것이다. 원칙이 없고 감정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게 행동할 때 아이의 버릇은 나빠진다. 아이들은 모두 부모의 사랑을 잘 믿지 못한다. 아이들은 자기 존재의 가치를 믿을 만한 근거가 얼마 없기 때문에 많이 불안해하고 언젠가 부모가 자신에 대한 사랑을 그만둘까 싶어 두려워한다. 부모가 사랑을 표현하지 않으면 아이는 조르고 떼를 쓰고 엉뚱한 행동으로 부모를 지치게 한다. 동생과의 터울이 적어서 힘들어하는 아이, 타고난 약점 때문에 자신감이 없는 아이, 불안이 많은 아이라면 부모는 사랑의 표현을 더 늘려야 한다. 아이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사랑 받고 인정 받고 싶어하는 존재다.

부모와 아이의 경계를 인정하라

아이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들이 싸우고 있는 것은 자신의 두려움과 좌절감이다. 아이의 성공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그 뒤에는 자신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을 모성애, 부모의 한없는 사랑으로 묘사하지만 그 깊은 내면에는 아이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부모의 모습이 있다. 아이와 자신의 경계를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부모가 아이에게 개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지나칠 경우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가 부모 자신을 알고 내가 바라는 것과 현실의 아이를 나눠서 볼 수 있어야 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깊게 인색해야만 비로소 아이와 부모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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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서천석 저 | 창비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이 ‘완성된 부모는 없으며 부모 역시 아이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는 전제 아래 육아와 교육에 대한 다양한 단상을 나눈다. 진료실에서 많은 부모와 아이를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갈등과 위기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도 제시한다. 완벽한 부모, 준비된 부모라는 허상에 괴로워하는 부모들에게 아이를 위해 살지 말고, 아이와 함께 살자는 조언을 건넴으로써 부모와 아이가 ‘따로 또 함께’ 행복해지는 길을 모색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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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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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mji01@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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