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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낸 <송포유>, 그 논란에 대한 단상

<송포유> 그 진정한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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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는데 손톱만 보는 우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분명히 시청자들도 제작진들이 학교폭력을 미화시키거나 문제아들을 영웅화하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학교폭력이란 소재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으로 성장이라는 포맷을 사용한 것도 오해를 하게 만든 원인이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학교폭력을 음지의 영역이 아니라 양지의 영역으로 끌고 나왔다는 점이다.


추석이 끝난 연휴, SBS에서 방송된 한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 때문에 인터넷이 발칵 뒤집혔다. 문제 고등학생들이 백일간의 연습을 통해 합창을 선보인다는 포맷의 이 프로그램은 학교폭력을 미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해명을 했지만 이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출연한 학생들 역시 악플에 시달려야만 했다.

문제는 문제아들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필터링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시사프로그램에서 비행청소년들을 보여주는 방식 그대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것이다. 예능의 특성상 무거운 이야기일지라도 결코 무겁게만 다룰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한 자막이나 음악 등의 특수 효과들이 결국 학교폭력을 미화시켰다는 비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프로그램의 전개 방식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이었던 것도 한몫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뉴스에서 사건보도로 접하는 것과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진의 인터뷰로 접하는 것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점을 간과한 것이다. 친구를 폭행해 전치 8주의 상해를 입히거나 땅에 묻어버렸다 등의 발언은 어쩌면 흔한 뉴스의 소재일 수는 있지만 그 장본인의 얼굴을 직접 방송을 통해서 본다는 것에 시청자들은 거부감을 느꼈다.

하지만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는데 손톱만 보는 우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분명히 시청자들도 제작진들이 학교폭력을 미화시키거나 문제아들을 영웅화하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학교폭력이란 소재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으로 성장이라는 포맷을 사용한 것도 오해를 하게 만든 원인이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학교폭력을 음지의 영역이 아니라 양지의 영역으로 끌고 나왔다는 점이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9월 29일 뉴스에서만 해도 중학생 소녀를 고등학생 소년들이 집단으로 성폭행하고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친구들과 돌려 보았다는 내용과 중학생 소녀가 학교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두려움에 탯줄을 자른 가위로 그 아기를 찔렀다는 것이 보도되었다. 사실 구체적인 영상이 뒷받침되지 않았을 뿐이지 너무나 자극적이고 심각한 일이다. <송포유>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그러면 당신은 과연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서 무슨 일을 했는가? 물론 피해자들은 학교도 가지 못하고 마음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았는데 가해자들이 일말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방송에 나왔다고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분노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방송이기에 그런 가해자들은 절대 나오지 못하게 하면 되는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음지에서 벌어지고 있을 학교폭력으로 인한 가해자와 피해자들의 상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송포유>의 의미는 문제아들이 100일간의 연습을 한 뒤에 합창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한 행동들과 인터뷰가 방송된다면 결코 사회가 환영해주지 않을 것이란 것을 말이다. 그리고 이미 그런 것은 주변 시선을 통해 매일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된다. 그래서 제2의, 제3의 피해자들을 만들어내는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송포유>의 각각 내용을 분석해 보자.


1부에서 문제아들의 충격적인 현재 상태와 생활상이 그려지고 2부에서는 합창단으로 뽑혔지만 쉽지 않은 연습 과정에서의 갈등 그리고 3부에서는 그런 그들이 100일간의 합창 연습을 통해서 변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물론 합창 한 번에 아이들이 180도 달라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방송은 항상 시청자의 허를 찔러야 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 전개나 장면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도입부에 문제아들을 소개하는 방식이 너무 선정적이고 자극적이었다. 그리고 보통의 예능 프로그램은 출연진들을 보면서 시청자는 몰입하고 공감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다르다. 문제아들의 모습을 통해서 공감이 아닌 괴리감을 느끼고 이는 시청자를 불편하게 한다. 그리고 합창이라는 목적을 이루기까지 보인 그들의 모습 또한 힘들어하고 반항하는 장면들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3부에서는 조금이나마 그들의 변화된 모습이 엿보였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모습, 쉽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느끼고 개선하려는 노력들이 보였다.

‘유쾌한 반란’, ‘기적 프로젝트’ 등의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과장된 표현들이 마치 학교폭력을 미화시키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그리고 문제아와 합창이라는 포맷이 잘 조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아이들의 얼굴을 보았다. 물론 피해자들에게는 또 다른 상처가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음지에서 비행을 일삼던 아이들을 양지로 이끌어낸 제작진들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인터뷰조차 쉽지 않았을 아이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좋지만은 않은 반응들로 더 힘들 것이다. 문제아를 전면에 내세워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은 계속 논란이 될 수는 있지만 이 조차 학교폭력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해서 곪은 상처를 터뜨려 낫게 하기 위한 고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랜만에 듣는 꾸미지 않은 아이들의 노래는 새로웠다. 부디 그 노래가 시청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움직이고 그로 인해서 그들의 마음 또한 움직여질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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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창순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내딛은 신입기자. 한 후배는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은 젤리 같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공연과 영화, 전시회를 보고 누리꾼들과 소통하는 지식소매상. 내가 쓴 글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대신 그래도 세상은 움직이고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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