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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추석 예능 추천

기나긴 추석 연휴, 뭘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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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추석이다. 한가위라니, 듣기만 해도 배가 불러오는 느낌이다. 심지어 올해는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끼어서 그야말로 황금 휴가. 다이어트 따위는 포기하고 마음껏 먹고 마실지니, 무릇 명절에는 그래도 된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 한다. 하루 종일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워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는 유일한 날이 바로 명절 아니던가.

누구나 다 명절 호사를 누리는 건 아니다. 이 땅의 모든 며느리들은 명절 내내 요리며 설거지로 등골이 휠 지경이다. 요즘 부쩍 늘어났다는 혼자 사는 사람들 또한 이 명절이 더없이 외로우리. 하지만 만인에게 공평한 즐길거리가 있으니 우리의 영원한 친구, 유쾌한 바보상자 텔레비전이 바로 그것이다. 배부른 남정네들도, 등골 휘는 여자들도, 쓸쓸한 나홀로족도 텔레비전 앞에서는 근심 걱정 다 덜어놓고 마음껏 웃을 수 있다.


명절 연휴 고스톱 치다가 가족끼리 마음 상하지 말고, 혼자서 텅 빈 거리를 청승맞게 배회하지 말고 모두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아 특집 예능 프로그램이나 즐겨보자. 황금 휴가 기간은 그야말로 예능 프로그램의 만찬장. 입에 맞는 프로그램을 보며 하하 웃고 나면 스트레스는 이미 저 만치 사라져 있으리.


18일부터 20일까지 각 날짜별로 볼 만한 예능 프로그램을 두 편씩 뽑아봤다. 물론 기준은 지극히 내 개인의 취향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재미없었다면 방송국에 항의하시길. 자, 그러면 기대하시라! 2013 추석 예능 프로그램 추천! 두둥.


18일(수요일)

 

나는 가수다 명곡 베스트 10(오후 5시 25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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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왔다네, 왔다네. <나는 가수다>가 돌아왔다네. 시청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던 전설의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가 추석을 맞이해 ‘명곡 베스트 10’이라는 이름을 걸고 다시 방송된다. 시청자들이 뽑은 명곡이라는데 응당 들어가 있어야 할 곡이 없다는 사실에 김이 빠지긴 하지만 그래도 출연자들의 면면이 놀랍다. 인순이, 박정현, 윤민수, 국카스텐, 박완규, 장혜진, YB, 김경호, 김범수 등 나가수로 이미 시청자들의 염통을 ‘쫄깃’하게 만들었던 가수들이 이미 출격 준비를 마쳤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방청 후기를 보면 눈물과 감동의 무대였다니 더욱 기대할 수밖에. 연휴의 시작을 알리는 수요일, 가족이 함께 모여 이른 저녁상 앞에서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다보면 한 마음이 되어 눈물을 흘리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멀티 캐릭터 쇼 멋진 녀석들(오후 11시 20분, SBS)


- 이 프로그램, 뭔가 수상하다. ‘멋진 녀석들’이라는 평범하고 무미건조한 제목 앞에 붙은 ‘멀티 캐릭터 쇼’가 왠지 심상치 않게 읽힌다. 김수로, 김민종, 임창정 등의 출연진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예능에 자주 출연했던 김수로야 그렇다 쳐도 의외로 허당인 김민종과 재기를 노리는 코믹 연기의 대가 임창정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보도 자료와 예고를 보면 출연진들이 다양한 분장을 해서 일종의 콩트를 선보이는 것 같은데, 이런 식의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확인해 보는 것도 또 한 가지 흥미요소이리라. 돌아다니는 프로그램 관련 이미지 중에는 울버린으로 분장한 김수로와 아이언맨으로 변한 김민종, 그리고 스파이더맨 수트를 입은 임창정의 모습도 있다. 각자의 이미지와 슈퍼 히어로들의 캐릭터가 썩 잘 어울렸다. 잘만 만들어졌다면, 야심한 밤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은 사람들은 멀쩡하게 생긴 세 남자의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연기를 보며 마음껏 웃을 수 있을 것이다.


19일(목요일)

 

리얼 스포츠 투혼(오후 6시 10분, KBS2)


- 우리는 한 번쯤 꿈꾼다. 최강의 남자들이 자신의 실력을 겨루는 ‘리얼’한 프로그램이 등장하기를. 물론 이종격투기가 존재하지만 울퉁불퉁한 근육에 돌주먹과 강철다리를 가진 그들은 평범한 우리와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 그런 점에서 <투혼>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핵꿀밤’으로 유명한 최홍만, 고교 시절 싸움 짱이었다는 윤형빈, 의리의 사나이 김보성, 연예계 대표 파이터 김창렬, 젊은 피 김동준, 전 국가 대표 축구 선수 유상철, 해병대 출신 이정, 힘 좋은 지상렬까지 그야말로 무림의 은둔 고수들이 다 모인 느낌이다. 자, 그렇다면 이들은 정말로 피가 튀고 뼈가 부러지는 처절한 싸움의 세계에 뛰어든 것일까? 싸움은 싸움이다. 닭싸움이라서 그렇지. 이 멀쩡한 남자들이 한쪽 발만으로 통통 튀며 ‘점핑, 점핑’을 할 모습을 생각하면 웃음부터 나온다. 하지만 닭싸움을 해 본 사람들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격한 스포츠인지. 근력은 물론이고 지구력, 민첩성, 그리고 순발력이 있어야만 진정한 외다리 파이터가 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기합을 내지르거나 한쪽 다리를 들썩들썩 움직일지도 모를 일이다. 누가 최고의 싸움닭인지, 가족과 함께 응원을 곁들이며 확인해 보자!

 

슈퍼맨이 돌아왔다(오후 8시 30분,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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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들은 모두 자신이 슈퍼맨인 줄 안다.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지.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산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이 무너지는 순간이 딱 세 번 있으니, 첫 번째가 군대에서의 첫날, 두 번째가 연인과의 이별, 마지막 세 번째가 아이를 혼자 돌 볼 때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이휘재, 추성훈, 장현성, 이현우가 아내 없이 48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보는 프로그램이다. 다섯 살짜리 애 아빠의 입장에서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어지럽고, 동공이 풀리며, 군대에서 얻은 발톱무좀이 재발하는 느낌이다. 엄마 없이 애를 보는 일은 진짜 슈퍼맨이라 해도 감당하기 어렵다. 이를 테면 슈퍼맨의 유일한 약점인 ‘크립토나이트’라고나 할까? 그래도 나는 볼 생각이다. 아빠들의 좌충우돌 육아 체험은 그 과정의 고생스러움이 뻔히 보이지만 마지막에 전해질 묵직한 감동 또한 짐작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아빠들은 아이를 돌보는데 서툴다. 하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일에는 몸을 사리지 않는다. 사실, 아빠들은 자신의 자녀 앞에서는 늙어죽을 때까지 슈퍼맨이 되기를 꿈꾼다. 빨간 망토와 바지 위에 입을 팬티는 없지만 넘치는 사랑을 가진 네 명의 아빠들이 크립토나이트와 함께 하는 48시간을 어떻게 이겨낼지 확인해 보는 것도 이번 명절의 즐거움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20일(금요일)

 

스타 페이스오프(오후 5시 20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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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이면 으레 찾아오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있다. 연예인들이 잔뜩 나와서 노래며 장기자랑을 하는 이른바 ‘쇼’인데, <스타 페이스오프>는 거기서 한 발짝 더 나갔다. 단순히 모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원곡 가수와 똑같이 분장을 한다는 것이 포인트. 요즘 한창 잘 나가는 아이돌부터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들, 그리고 개그맨들까지 모두 참여해 멋진 분장과 노래를 선보인다니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예능이 되지 싶다. 연휴 셋째 날인 금요일 오후 쯤 되면 노는 것도 서서히 지겨워 지고 매 끼니마다 명절 음식을 먹는 것도 물려갈 때. 가족들과 함께 나물 넣고 매운 고추장에 밥을 쓱쓱 비빈 다음 즐겁고 유쾌한 쇼를 즐기는 것도 연휴를 보내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원곡 가수들과 그들을 따라한 연예인들이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해 보는 것도 프로그램을 즐기는 또 한 가지 방법. 젊은이들은 비틀즈로 분한 엑소에 열광할 것이고, 어른들은 엑소를 통해 비틀즈의 향수를 느낄 수 있어 감회에 젖지 않을까?

 

아이돌 스타 육상 양궁 풋살 선수권(오후 5시 45분, MBC)


- 노래보다는 뛰고 땀 흘리는 모습에 열광한다면 <스타 페이스오프>와 비슷한 시간에 방송되는 <아이돌 스타 육상 양궁 풋살 선수권>을 시청하는 것도 좋을 선택일 듯.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아이돌 체육 대회는 종목 선택에 조금 더 심혈을 기울인 모양새다. 재미가 보장된 육상과 예상외의 긴장감을 선사하는 양궁, 단체 경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풋살까지 보는 재미가 쏠쏠한 종목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아이돌을 응원하기에는 이미 나이가 들어버렸지만 작년에도 나는 어김없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손에 땀을 쥔 채 응원을 해댔다. 꼭 인기 아이돌의 등장이 아니고라도 스포츠가 주는 건강한 재미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즐거움을 선사하리라.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중계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올해는 김제동과 전현무가 마이크를 잡았다니 더 기대가 크다. 촌철살인의 김제동과 순발력이 뛰어난 전현무가 그릴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명절 연휴에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매해 비슷비슷한 포맷을 가지고 있다. 여러 연령대의 연예인들이 총출동해 왁자지껄 떠들거나 노래, 씨름, 코미디 등을 겨루는데 평소라면 유치할 그런 프로그램도 명절에는 왠지 모르게 모두 용서가 된다. 게다가 올해는 제법 신선한 소재를 가진 파일럿 프로그램도 여럿 방송되니 예능 마니아인 나로서는 기대가 클 수밖에. 어린 시절에는 명절 전날이면 어김없이 신문을 펼쳐놓고 연휴 동안 방송되는 만화영화를 체크하며 혼자 즐거워했다. 나름 시간표도 철저하게 짜서 놓치는 프로그램 없이 다 챙겨봤다. 물론 그 중에는 재미없었던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그래도 어떠리. 명절이고, 연휴인데다가, 볼 만 한 프로그램은 넘쳐나는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추천 예능이 재미없었다면 방송국에 항의하시길. 나도 그럴 테니.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마음껏 웃으시길. 자고로 명절은 그런 날이니.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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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전건우

남편, 아빠, 백수, 소설가, 전업작가로 살아간다. 운동만 시작하면 뱃살이 빠지리라는 헛된 믿음을 품고 있다. 요즘 들어 세상은 살 만하다고 느끼고 있다. 소설을 써서 벼락부자가 되리라는 황당한 꿈을 꾼다.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3』,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4』에 단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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