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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탑(Lab Top) 오케스트라, 컴퓨터 밴드?! 특별한 음악축제 <소나르 페스티벌>

가우디만큼 색다른 음악축제 바르셀로나 소나르(Sonar)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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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르(sonar)’는 스페인어로 ‘듣다’라는 뜻인데요. ‘Advanced Music and New Media Art’라는 타이틀답게 소나르에서는 보다 진보적인 음악과 사운드에 더해진 다채로운 미디어 아트 작업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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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대한 편견

산티아고, 축구, 와인, 소음, 시에스타. 개인적으로 ‘스페인’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단어입니다. 지중해를 끼고 있는 천예의 자연환경과 맛 좋은 해산물, 저렴한 와인 덕분에 많은 관광객들이 스페인을 찾지만, 해마다 음악 축제를 찾아 유럽을 방문하는 저에게는 유독 멀게 느껴지는 곳이 바로 스페인이었습니다. 심지어 유럽 내에서 스페인 사람들은 좀 게으르고, 목소리 톤이 높아 시끄럽고, 파티를 좋아하는 민족으로 통하는데요. 한 통계에서는 가장 소음도가 높은 도시로 마드리드가 꼽히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제 취향’은 아니었던 것이죠. 스페인의 수도를 제가 찾아갈 바르셀로나로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바르셀로나는 수도인 마드리드보다 더 인기 있는 도시인데요. 우리나라에서 직항 편은 없지만, 유럽 내에서는 국제공항이 있는 대다수 지역에서 바르셀로나 행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페인 저가항공인 ‘뷰엘링(Vuelling)'을 이용할 확률이 높은데요. 저는 뷰엘링을 타면서 스페인에 대한 제 편견의 정확성을 조금 확인하게 됐습니다.

당시 노르웨이 베르겐 공항에서 뷰엘링에 탑승했는데요. 탑승 후 50미터 정도 움직이던 비행기는 갑자기 멈춰서 30분을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승무원들의 대답은 ‘나도 모르겠다.’. 이후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은 무려 5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는데요. 재밌는 것은 함께 기다리던 승무원들이 정말 끊임없이 얘기를 하더란 말입니다. 다시 탑승이 시작됐고, 승무원들은 마치 이제 출근한 사람들처럼 기운에 넘칩니다. 비행기 안에는 여느 저가 항공사와 달리 음악이 흘러나오고, 승무원들은 승객들의 캐리어도 번쩍 들어 선반에 올려줍니다. 배가 고팠던 저는 샌드위치를 주문했는데요. 베르겐으로 오는 길에 이미 샌드위치가 떨어졌다며, 스페인산 소시지를 먹으라고 개그우먼 같은 동작으로 엄지를 치켜세웁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그 모습이 어찌나 활기찬지 불평도 못하겠더군요. 그리고 그녀들은 다시 승객들과 열띤 대화를 시작합니다. 유럽 내에서 수많은 저가항공기를 타봤지만, 이토록 활기차고 끊임없이 얘기를 나누는 승무원들은 본 적이 없습니다. 자정이 넘어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한 저는 계획에 없던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해야 했지만, 그 승무원들의 모습이 생각나 가벼운 미소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스페인의 열정, 대책 없는 낙천적임, 소음이 아닐까 하고요(웃음).

 

소나르(Sonar)? 소나르(Sonar)!


 

그렇게 찾은 소나르 페스티벌. ‘소나르 2013’이 지난 6월 13일부터 사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습니다. '소나르(sonar)’는 스페인어로 ‘듣다’라는 뜻인데요. ‘Advanced Music and New Media Art’라는 타이틀답게 소나르에서는 보다 진보적인 음악과 사운드에 더해진 다채로운 미디어 아트 작업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소나르는 이미 유럽에서는 ‘핫’한 음악축제인데요. 특히 각종 미디어에 자연스레 노출돼 있는 젊은 층에게 대중적이면서도 심도 있는 접근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랩탑(Lab Top) 오케스트라나 컴퓨터 밴드 등 이름만 들어도 감이 오지 않나요? 소나르는 사흘 동안 밤낮으로 축제 사이트가 나뉘어 진행되는데요. 데이터임의 경우 소나르 빌리지와 소나르 돔, 소나르 홀, 소나르 콤플렉스에서 주요 무대를 만나볼 수 있고, 나이트 타임의 경우 소나르 클럽과 소나르 펍, 소나르 랩, 소나르 카에서 음악 이상의 화끈한 라이브를 즐길 수 있습니다.

올해 주요 라인업은 Kraftwerk(3D show), Pet Shop Boys, Skrillex, Paul Kalkbrenner, Ed Banger 10, Richie Hawtin presents ENTER., Jurassic 5, Two Door Cinema Club, 2manydjs, Major Lazer, Hot Natured, Laurent Garnier 등으로 소나르 20주년을 맞아 세계의 인기 디제이와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룩셈부르크 출신 피아니스트 프란체스코 트리스타노(Francesco Tristano)의 발견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지난 6월 국내에서도 공연을 펼친 그는 러시아 국립 오케스트라, 프랑스 릴 국립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할 정도로 정통 클래식에 능숙하지만, 고정된 틀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의지로 클럽 음악에서 일렉트로니카 등 미디어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연주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당일 엄숙했던 음악홀도 순식간에 클럽으로 바뀌었습니다. 관객들은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뜨거운 환호와 춤으로 트리스타노의 현란한 연주에 몸을 맡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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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현장을 둘러볼까요? 실외에서 뜨거운 햇살 아래 신나는 디제잉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물론 술이 빠지지는 않겠죠!), 보다 특별한 장비들이 필요한 실내 공연을 찾아 길게 줄지어 있는 사람들. 이곳 역시 여느 페스티벌 사이트 못지않게 뜨거운 열기로 가득합니다. 크지 않은 실외 스테이지에는 곳곳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누워 있는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운드와 미디어아트가 접목된 무대를 표방하는 만큼 이번 축제에는 24개 회사와 기획사, 스튜디오, 아카데미 등에서 혁신적인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축제장에는 무대 못지않게 많은 공간이 새로운 미디어 아트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습니다. 축제 참여자들은 함께 소리를 만들고 편집하고 재창조하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고, 유명 뮤지션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또 유트브와 트위터, 페이스북, 앱, 라디오 등 수많은 미디어 채널을 통해 그 어느 페스티벌보다 축제에 적극 참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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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낮잠을 자고 싶은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는 소나르 축제 외에도 여러분의 오감을 채워줄 즐길 거리가 다양합니다. 리세우(Liceu) 오페라하우스와 까딸루나 음악당(Palau de la Musica Catalana)에서는 오페라에서 클래식 연주회, 발레, 플라맹코, 스페니쉬 기타 연주회 등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공연 외에도 이들 공연장의 정교한 건축양식과 화려한 실내장식을 보는 것도 큰 재미입니다. 바르셀로나에 가면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뒤를 밟아 도시를 관광하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죠. 지금도 짓고 있고 아마 영원히 미완으로 남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이미 100여 년 전에 짓기 시작했지만 외관은 물론 미래의 성당 마냥 특별한 내부 디자인에 놀랍기만 합니다. 해골 모양의 발코니와 곡선의 미가 돋보이는 공동주택 카사 바트요(Casa Batllo)와 카사 밀라(Casa Mila),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휴식처 구엘(Guell)공원 역시 창조적인 멋이 돋보이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저에게 바르셀로나는 ‘낮잠을 자고 싶은 도시’로 남아 있습니다. 걸어서 30분이면 그림 같은 해변에 닿고, 햇살이 좋은 날은 해변이든 공원이든 어디에서든 드러누워 광합성을 즐길 수 있는 곳. 햇살이 뜨겁지만 도로보다 큰 인도와 그 인도를 뒤덮은 플라타너스, 그리고 수많은 벤치는 바르셀로나를 찾은 여행객들마저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하염없이 쉬게 만들죠. 정말 어디에서든 드러누워 낮잠을 자고 싶은 곳이에요.

기발한 음악축제 ‘소나르’ 덕분에 저는 이번 여름 바르셀로나의 뜨거운 열정과 나른한 여유를 만끽했습니다. 이미 내년 소나르 일정이 잡혔는데요. 2014년 2월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를 시작으로 4월에는 일본 도쿄, 5월에는 멕시코시티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물론 메인 행사는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데요. 이 기간에 바르셀로나를 찾는 분들은 꼭 한 번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앗, 저희 일행을 태운 페리가 흐바르섬에 도착할 모양입니다. 크로아티아에서는 뜨거운 여름, 어떤 음악 축제가 펼쳐질까요? 제가 곧 알려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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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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