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철 “이 소설은 북한의 지도자가 읽어야 한다”
고승철의 『개마고원』기자간담회
언론인 출신의 소설가 고승철이 장편소설 『개마고원』을 발표했다. 소설은 한반도 분단의 역사와 비극이 현재진행형인 이야기임을 보여주며, 그 사슬을 끊어내고 통일 한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작가로서의 상상력과 사명감이 한 데 어우러져 탄생된 그 이야기는 막연한 꿈인 듯 보이다가도, 가슴 속에 작은 희망 하나를 품게 한다.
작품을 쓰게 된 동기는 문인으로서의 사명감
지난 7월 31일, 광화문에 위치한 프레스센터에서 소설 『개마고원』의 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작가 고승철은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심각하고 중대한 사태가 반복되는 한반도의 상황을 좌시할 수 없어, 현실적인 소재를 문학적 장치로 형상화하는 모험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지금의 급박한 상황이 미래에 끼칠 위험을 염려하는 ‘문인으로서의 사명감’이 이번 작품을 쓰게 된 동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개마고원』에 대해 “큰 주제로는 한반도 평화라고 했지만 미시적인 측면에서는 인간의 인연을 강조했다. 망원경으로 바라보면 한반도의 평화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인간끼리의 무수한 인연을 발견할 수 있다”라고 정의했다. 한반도 평화라는 씨줄과 인연이라는 날줄을 교차시켜 탄생시킨 이번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사람들 사이의 인연이 현실화되어 역사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그려냈다.
소설 『개마고원』에는 북한 내 강경파와 대립하며 핵 처리 문제를 고민하는 북한의 지도자가 등장한다. 그는 남한의 정상과 비공식적으로 은밀한 밀회를 즐기고,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을 극비 추진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주인공 장창덕은 남한의 성공한 기업인으로, 개마고원에서 만난 북한의 지도자를 향해 남북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통일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폐기하고 인권개선과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노벨평화상 수상도 요원한 일만은 아니라는 말도 덧붙인다. 장창덕은 “적의 적은 친구라는 사실… 아시지요?”라는 말로 북한 내 강경파에 함께 맞서자며 북한 지도자에게 협력을 제안한다.
이러한 이야기의 밑바탕에는 “통일의 대 전제는 북한 개혁 개방이다. 그것은 핵 포기를 전제로 하는 개혁 개방이다”라는 작가의 굳은 믿음이 깔려있다. 작가는 언론인 재직 시절 특파원 자격으로 파리에 머물면서 열 세 차례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한 핵 문제 회의를 취재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당시에 그는 북한 핵 문제에 대해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우리가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둔감한 면도 있고 과장된 면도 있지만, 이것은 국제 사회에서 아주 크고 심각한 이슈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정치학자나 관료에게만 위임할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도 문학적 상상력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작은 주춧돌을 놓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극의 무대에서 희망의 무대로 변신한 개마고원
이야기의 주 무대가 되는 개마고원은 6.25 전쟁 당시 치열했던 장진호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의 아버지인 장진호가 함께 참전했던 자신의 형을 잃은 공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같은 공간에서 그의 아들 장창덕은 북한의 지도자를 만나 한반도 평화를 논의한다. 비극적인 공간을 희망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의도에 대해 작가 고승철은 “장진호 전투는 6.25 전투 가운데서 가장 혹독한 전투였고 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그런 공간이 역설적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장소가 되어야 된다는 염원에서 개마고원을 제목으로 삼고 이야기의 주요 무대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소설 『개마고원』에는 소설가로서 고승철의 상상력과 사명감이 녹아있는 동시에, 언론인으로서의 경험과 시각이 담겨 있다. 그는 언론인 특유의 예리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북한 핵 문제의 해결 방법에 대해 제시하는가 하면, 자신이 취재했던 사람들을 모티프로 작중 인물들을 창조해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주인공인 장창덕이다. “기자 시절에 만났던, 이른바 밑바닥 인생을 살고 계신 분들의 삶을 되새기면서 작중 인물로 탄생시켰다. 특히 남대문 경찰서에 출입할 때 만났던 전설적인 소매치기의 삶은 장창덕이라는 인물로 새롭게 태어났다” 주인공 장창덕은 소년 시절 고향인 거제도를 떠나와 서울에서 소매치기와 서적외판원 등을 거쳐 성공한 기업인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의형제를 맺은 재벌 기업 회장 윤경복의 도움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과연 장창덕과 윤경복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그들의 꿈대로 남북 정상의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은 실현될 수 있을까. 작가는 “1973년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미국의 키신저 박사와 베트남의 정치지도자 레둑토가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니까 전혀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키신저와 레둑토, 두 사람은 베트남전쟁을 종식시키는 파리평화회담을 성사시킨 공적으로 공동수상자로 지명되었다. 현재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로 손꼽히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한다면,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이라는 작가의 바람은 실현될 지도 모를 일이다.
『개마고원』을 쓰는 동안 “사회과학적, 역사적 정보와 예술적 미학, 그리고 읽는 재미의 3 요소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게 소설의 가치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는 고승철 작가는 “이 소설은 북한의 지도자가 바로 읽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북한이 개혁 개방을 결심하는 데 촉발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개마고원』 안에 담아낸 것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자 그것을 실현시킬 해결의 실마리다. 작가 고승철의 작은 꿈이 많은 독자들의 희망으로 자라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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