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선배를 따라 클래식을 들은 게 어언 한 달, 그 동안 친구를 사귀듯 아는 이름이 생기고, 아는 노래가 생겼다. 한 달 전만 해도 베토벤, 모차르트는 아이슈타인이나 뉴튼과 다를 바 없는, 그냥 천재의 이름이었다. 그때는 그들의 이름만 감흥 없이 읽어버렸다면, 그들의 음악을 듣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난 지금은,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장면, 어떤 인상이 떠오른다. 조금은 친해진 기분이랄까. 독자들 역시 숨차지 않게 한 사람 한 사람 사귀며 따라 왔는지 모르겠다.
[클래식 가이드]가 스탭을 밟아가면서, 많은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응원이 빗발치는.......일은 그닥 없었고, 몇몇 분들이 개인적인 소감 및 의견을 전해 오셨더랬다. 그러니까, 일단 듣고 보는 건 좋은데, 개념 정리, 용어 정리는 하고 갔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다.
나처럼 ABC도 모른 채 굿모닝, 굿바이 회화부터 외워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abc부터 시작해 good의 의미와 용법을 익힌 후에 굿모닝, 입 떼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그리하여 준비했다. 클래식의 기본기를 짚어주는, 클래식 상담소! 무엇이든 물어보시라. 오늘은 클래식의 장르와 제목 읽는 법을 알아보자! (라고 쓰고 선배를 소환한다. “선배에!”)
그간 장르별 1위 음악, 들으셨습니다
그러니까 며칠 전, 마 선배와 이런 전화통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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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후배 : 선배, 다음주 미션 곡은 뭐에요? 마 선배 : 이번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했으니까, 다음 주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락 후배 : 아하, 피아노 연주 특집이구나. 마 선배 : 아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실내악 앨범 중 1위니까. 락 후배 :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이랑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랑 장르가 다르다는 말씀? 마 선배 : 음...... 지금 각 장르마다 선정된 1위곡을 듣고 있잖아. 라흐마니토프는 협주곡 중 1위 앨범이었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는 실내악 중 1위 앨범이야. 실내악이란 말이지, 블라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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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어진 선배의 강의, 마 선배에게 빙의해서, 클래식의 장르를 설명해본다. 빙의, 얍!
우리는 5주차 다섯 개의 음악을 접했다. 장르별로 가장 인기 있는 앨범을 선택해 들었는데, 그 순서와 장르는 아래와 같다.
그동안은 어떻게 이 음악에 접근하고, 아는 음악으로 사귈 수 있을까만 고민했다면, 이제 각각의 장르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클래식 용어들이 대부분 일본에서 한자어로 번역되어 넘어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장르를 구분하는 것 차체는 어렵지 않다. 기본적으로 "어떤 악기(들)로 연주했는가?"를 기준으로 장르를 구분한다.
장르 구분? “어떤 악기들로 연주했는가?”
클래식은 관현악, 협주곡, 실내악, 독주곡, 오페라, 고음악, 종교음악, 크로스오버 등으로 나눈다. YES24의 클래식 카테고리 역시 이에 맞춰 나눠져 있다.
관현악(Orchestral)은, 관악기와 현악기들이 모인 관현악단(Orchestra)이 연주하는 곡들로, 여러 악기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스케일이 큰 곡이다. 이 장르 중 대표적인 것이 교향곡인데, 그 종류도 많고, 인기도 많기 때문에 편의상 ‘관현악/교향곡’으로 표기하고 있다.
협력할 "협"과 연주할 "주"자로 구성된
협주곡(Concerto)은, 이름 그대로 협력하여 연주하는 곡을 뜻한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첼로 같은 독주 악기 하나와 관현악단(Orchestra)이 주거니 받거니 연주하는 곡을 말한다.
하지만, 실제 공연을 보면, 협력 보다는, ‘겨루다’라는 의미인 원어 ‘Concerto’ 쪽이 더 맞는듯하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독주악기 하나가 대규모 관현악단에 맞서 싸우는 느낌이랄까?
실내악(Chamber music)은 두 개 이상의 악기를 연주하는 곡을 말한다. 여기서 헷갈리기 시작하니, 비교해보자면, 바이올린, 비올라, 플루트, 호른 등 여러 파트의 복수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곡을 관현악, 한 개의 악기가 오케스트라와 겨루는 모양새라면 협주곡, 독주나 반주의 개념 없이 두 개 이상 (열 개 정도의) 악기가 협연하는 곡은 실내악이라고 한다.
그 인원수에 따라 2중주, 3중주, 4중주라고 부른다. 실내악은 일반 개념의 방보다는 조금 큰 홀규모의 실내에서 연주하는 곡이다. (내 어림짐작이 그렇게 틀리진 않았다!) 독주곡은 말 그대로 악기 하나로 연주하는 곡을 말하는데, 이 역시 실내악에 속하나, 편의상 따로 표기하고 있다.
오페라(Opera)는 클래식버전의 뮤지컬을 떠올리면 된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뮤지컬이 오페라의 대중버전인 셈이다. 지난 번 <피가로의 결혼> 때도 언급했지만, 오페라와 뮤지컬의 큰 차이라면, 오페라 가수들은 절대 춤을 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음악은 바흐이전의 옛날 작곡가들의 음악이나, 예전 악기를 복각하여 그 시대의 연주법을 살려 연주한 곡인데, 이를 ‘원전연주’ 혹은 ‘정격연주’라고도 부른다. 종교음악은 종교적인 색체를 띄고 있는 미사곡, 수난곡, 칸타타 등을 말한다.
크로스오버는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다시피 퓨전에 속하는 곡들이다. 클래식 연주자가 연주한 대중음악이나, 대중가수가 클래식을 연주한 곡이 이 장르에 속한다. 장르가 애매할 때에 보통 이 장르로 분류하기도 한다.
클래식의 긴 곡 제목, 이렇게 읽어요
[클래식 가이드]에서 소개한 앨범 중, 둘째 주에 이야기한
<라흐마니노프&차이코프스키>(리히터)앨범이 이달에는 가장 인기였다.
영어로 가득한 이 앨범 제목, 어떻게 읽을 것인가?“선배, 그러니까 이게 뭐냐면. 모차르트. D.I.V.E.R.T.I.M.N.T.O.K.V.287이라고 쓰여 있는데 말이죠. 그러니까 한 남자 귀족랑 두 숙녀가 잔디밭에 있는 앨범 커버인데....... 대체 이 제목은 어떻게 읽는 거예요?”제목이 어렵다, 곡이 길다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은 나뿐이 아닌 모양이다. 클래식이 어렵게 느껴지게 만드는 주범이다.
“곡이 길다고 하지만, 다행히 클래식은 악장으로 나눠진 틈이 있잖아. 악장 없이 이어져 있는 60분짜리 클래식을 상상해봐.”(뜨아!) 더불어 클래식 제목을 읽어내는 명쾌한 방법! 선배에게 전수받은 내용 그대로 전달한다.
클래식 곡은 원래 제목이 없다. ‘운명’ ‘합창’ ‘월광’ 같은 별칭은 거의 후대 사람들이 붙인 것이다. 당시에도 음악을 분류하고, 구분해서 찾아 들어야 했겠지? 그래서 구분하는 나름의 방법을 만들었다. 기본원리는 간단하다.
집 주소를 떠올려보면 된다. 예전에는 한 동네에 몇 가구 되지 않아 ‘할매집’ ‘복순이집’이라고 불러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도시가 커지고 집들이 많아지면서 주소 체계가 생겨났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15번지’
→ 이건,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15번째 번지의 집을 의미한다.
클래식 곡의 제목들도 이런 형식으로 붙여진다.
‘베토벤 교향곡 5번 c단조 2악장’
→ 베토벤이 작곡한 교향곡 중 5번째 곡이다.
9번 교향곡이라면? 물론 9번째로 작곡한 곡을 뜻한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20번 2악장’
→ 응용문제 되시겠다. 모차르트가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중 20번째 곡이다.
그럼 여기에서 다시 질문, 악장이란 무엇인가? 악장은 집 안에 나눠져 있는 방을 떠올리면 된다. 원룸처럼 방 한 칸으로 된 집이 있고, 방을 여러 개 가진 집도 있다. 이렇듯 클래식 음악에도 악장 구분이 따로 없는 곡이 있는가 하면, 3악장, 4악장으로 구성된 곡이 있다. (보통 교향곡은 4악장, 소나타는 3악장으로 구성된다. 아파트로 치면, 각각 40평, 30평대 집이랄까.)
곡을 쉽게 분류하고 찾을 수 있게 만든 작품번호그럼 op. BWV. K...... 제목에 붙어 다니는 이 영어는 뭘까?
위에 언급한 대로 제목을 붙여도 곡이 많다보니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후에 클래식 연구가들은 작곡가들의 작품에 차례로 번호를 쭉 붙였는데, 이를 작품번호라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op(opus, 작품)라고 붙이지만, 연구한 사람들에 따라 특별한 기호를 갖고 있는 작곡가들도 있다. BWV = 바흐, K(KV) = 모차르트, HWV= 헨델 등등. YES24를 찾아가려면, 서울시 → 영등포구 → 여의도동 → 15-15번지, 주소 순서대로 찾아가면 된다.
어떤 곡을 찾을 때, 위에서 설명한 대로 베토벤이 몇 번째로 작곡한, 어떤 형식의 곡을 순서대로 찾으면 되지만, 이 정보를 축약한 작품 번호 덕분에 더 빨리 곡을 찾고 분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은 아는 곡이 몇 곡 되지 않아, 찾는 데 어려울 일이 없지만, 클래식 떠먹이기 여정이 끝난 후를 상상하며 미리 알아두도록 하자. 자, 이제 다시 음악을 듣자. 혹시 또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로든 메일로든 질문 주시라. 선배에게 자알, 전달할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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