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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갈로 승부한다, 지저스 박은태

노래 끝나고 박수를 받는 게 나을까? 극이 끝나고 박수를 받는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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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저스가 좋아요. 모든 사건 전개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 고뇌하는 모습, 인물에 대한 매력이 굉장히 크거든요.? 지금은 그래서 이 역에 빠져있어요. 하면 할수록 내공이 필요한 역이거든요. 저는 그래서 나중에도 유다 역보다는 지저스를 하고 싶어요.”





띄엄띄엄 이지만 최종적으로 종교라는 게 있는 기자도 신에 관한 연극이나 영화, 뮤지컬은 좀 무거워서 부담스럽다. 설마 기자의 생각과 비슷했기 때문이었을까? 전 세계에서 수시로 공연되는 <수퍼스타>가 그간 한국 뮤지컬 무대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신앙을 가진 분들한텐 굉장히 무거운 주제거든요. 제가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볼 때도 꺼이꺼이 울었거든요. 하지만 세계적으로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는 작품은 이유가 있어요.”

종교적으로 논하진 말자는 얘기다. 과거엔 <수퍼스타>도 한국 종교계 눈치를 좀 살폈을 진 모르나 이젠 담담하게 준비했다.

“예수가 죽어요. 그러면 끝이에요. 그 나머지에 대한 생각은 관객의 몫이죠. 그동안에는 선입견이 있었을지 몰라요. 작품에 대한 완성도만 높이면 많은 분들이 와주지 않을까요? 저는 이 작품의 힘을 믿어요. 무대 장치가 화려하지도, 스타 아이돌 배우가 나오지도, 많은 특수 효과가 있지도 않지만 배우의 기갈로 작품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지저스라는 잘 알려진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인물이 보이게 될 거예요.”

후련한 박은태의 한 마디에 기자의 본질적 부담감마저 덜었다.





신적인 존재를 인간으로 표현해야 하는 일과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가장 어렵다고 뽑은 곡을 부르는 일, 록이라는 장르까지. 뮤지컬계 스타 박은태로서도 다분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부담...너무 많죠. 제가 했던 다른 배역도 인물을 탐구하는데 있어서 물론 어렵긴 했지만 예수님을 인물로, 인간으로 접근해본 적이 없어요. 결론은 작품은 작품으로 보자. 인간으로 봤을 때 지저스가 영웅이었던 것 같아요. 브로드웨이나 영국에서는 너무 인간적인 모습을 강조해서 예수로서의 멋이 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동양적인 영웅의 이미지를 살렸죠. 생존 당시의 예수님은 인간이셨으니까요.”

특히 저음과 고음을 넘나들며 3옥타브 G코드까지 올라가는 ‘겟세마네’역시 큰 부담, 하루에 한 번 부른다는 게 결코 농담만은 아니었다.

“주인공으로서 노래하는 마디 수를 계산하면 다른 역에 비해 1/3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예수라는 인물이 노래하는 시간이 굉장히 짧아요. 그래서 더 어렵죠. 이 작품 안에서 예수는 굉장히 표현이 절제되어 있어요. 그래서 인간적인 고뇌를 보여줄 수 있는 곡이 바로 ‘겟세마네’거든요. 노래도 어렵지만 이 노래 한 곡으로 모든 걸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요. 음악적 표현도 굉장히 어렵고요. 보통 뮤지컬 노래 중에 5분이 넘어가는 게 없는데 이 곡은 5분 30초 정도 돼요. 스태미너를 굉장히 요구하는 노래죠. 한 곡 자체가 굉장한 도전이에요.”

윤도현과 김신의, 샤우팅 넘치는 두 로커의 출연만으로도 <수퍼스타>가 얼마나 ‘록’적인지 알 수 있다. 지금도 평생 노래 공부를 할 생각으로 매주 한 번씩 성악 레슨을 받고 있는 그에게 록은 단연 부담이다.

“제가 <수퍼스타>에서 록에 대한 부담이 제일 커요. 베이스가 성악이니까요. 로커 분들이 노래할 때 그래서 참 부럽죠. 록뮤지컬에 내가 방해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요.”

하지만 정통 로커와 대비되는 부드러운 그만의 ‘기갈 있는’ 카리스마로 무장한 바, 기자는 이미 기대 중.




뮤지컬 배우 박은태의 이력 중 눈에 띈 건 강변가요제 출신이라는 점. 지금은 한 무대를 공유하는 ‘윤도현 형님’을 그 때 처음 만났다.

“윤도현 형님은 기억 못하시지만 2001년에 뵌 적이 있어요. 강변가요제 담당 PD가 ‘윤도현의 2시의 데이트’의 PD였어요. 그래서 2시의 데이트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화장실에서 윤도현 형님을 만난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그렇게 노래를 잘 하세요?’ 그랬더니 ‘어어, 열심히 해.’ 하셨거든요.”

13년 만의 만남, 것도 한 무대 위에서 그 날의 우상을 만날 줄이야. 그래서 박은태는 지금 울컥한다.

“후배들에게 꼭 얘기하고 싶었어요.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요.”

가수로서는 아니지만 한 길을 걸어온 그가 이룬 작은 꿈이기도.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그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독기를 가르쳐준 기획사 연습생 시절, 8년간의 성악 공부, 튀는 끼는 없지만 남보다 더한 연습으로 배역을 따내기까지. 지금까지 운칠기삼이었다며 공을 운으로 돌렸지만 그가 감내하며 기다려온 시간을 운으로 따지기엔 값어치가 너무 커 보인다.






흥미로운 캐릭터나 극의 전개상 주목받는 건 아무래도 유다 역, 박은태는 처음, 유다 역이 욕심나지는 않았을까?

“팬들도 그렇게 말해요. 유다 역을 했으면 어땠을까. 그건 아마 이 작품에서 유다가 더 부각되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곡의 수에서도 차이가 나기도 하고요. 유다가 더 보여주는 게 많죠. 그런데 저는 유다는 못할 것 같아요. 유다역이야말로 록을 잘 하는 사람이 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상 씨나 신의 형님, 도현 형님이 록을 진짜 잘 하는구나 더 느껴지기도 하고요. 아무나 못하는 역이에요.”

늘 연습과 공부로 준비된 배우 박은태, 그렇다면 록을 공부해 다음을 노려보는 건 어떨까?

“저는 지저스가 좋아요. 모든 사건 전개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 고뇌하는 모습, 인물에 대한 매력이 굉장히 크거든요. 지금은 그래서 이 역에 빠져있어요. 하면 할수록 내공이 필요한 역이거든요. 저는 그래서 나중에도 유다 역보다는 지저스를 하고 싶어요.”

박은태는 그래서 뮤지컬이 끝나고 난 뒤 가장 큰 박수보다는 ‘겟세마네’ 한 곡이 끝난 뒤 쏟아지는 한 순간의 뜨거운 박수에 모든 것을 걸기로 한다.




불과 4년 새 뮤지컬 신인상과 조연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주연 자리를 꿰찬 박은태, 이번 작품으로도 나름 바라는 게 있단다.

“물론 이 작품이 주연상감이긴 해요. 누가 하더라도 그 해의 가장 훌륭한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욕심은 아닌데 사실 주연상 후보에는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훌륭했다는 표현이잖아요. 작품이 좋았다는 의미로 말이죠. 그리고 앙상블상으로도 후보에는 꼭 올라갔으면 좋겠고요.”

지난해 결혼도 했겠다, 뮤지컬 배우가 꿈꾸는 상도 벌써 받았겠다, 주연 자리까지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그. 지금이 황금기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제 성악 선생님이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남자 배우는 마흔 살에 정점을 찍을 거라고요. 아직 저의 정점은 안 왔죠.”

아직 7년이나 남아있다. 그동안 얼마나 스펙터클한 일들이 일어날지. 사실 결혼과 함께 사그라졌던 팬심에 서운도 했지만 지금 다시 사심 없이 늘어나는 팬들의 관심에 그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하게 된다.

“특히 지방에 가면 몇 분 안 계셔도 지금 보러 와주신 분들을 위해 정말 최선을 다 해요. 더 잘해요, 미친 듯이. 이번에도 잘 되면 지방으로 꼭 갈 겁니다.”


3, 4년 전 어느 인터뷰, 그는 5년 안에 댄스 뮤지컬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벌써 그게 불과 한 두해밖에 남질 않았다는 사실,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신경 쓰고 있습니다.” 기다려보자. 목소리나 연기가 아닌 파워 웨이브로 무장한 그가 나타날 날을.


슈퍼스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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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예진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어떻게하면 인디밴드들과 친해질까 궁리하던 중 만난 < 이예진의 Stage Sto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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