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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전직 영국 첩보원이 쓴 소설, 엄청난 인기 -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모든 스파이 소설의 정점 영국사회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존 르 카레의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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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시대를 전후해서는 스파이를 리얼하게 다루는 작품들이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이런 장르 작품들은 첩보활동, 혹은 스파이 활동이라도 번역되는 에스피오나지라고 칭해졌다.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는 이런 현실적인 스파이 물의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보통 스파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소설에서 영화까지 가장 롱런하는 시리즈가 된 007이나, 첩보 액션물의 모범이 된 미션 임파서블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007의 작가 이언 플레밍이 직접 말했듯이 이런 종류의 스파이물은 사실 스파이를 다룬다기 보다는 스파이를 주인공으로 삼는 모험물에 가깝다. 냉전 시대가 끝나면서 전쟁이 위협이 줄어들고, 현대에 들어와 해킹이 정보전의 일반적인 양상으로 떠오르면서 스파이라는 단어에서는 현실성이 자연스럽게 사라져 갔다. 하지만 냉전 시대를 전후해서는 스파이를 리얼하게 다루는 작품들이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이런 장르 작품들은 첩보활동, 혹은 스파이 활동이라도 번역되는 에스피오나지라고 칭해졌다.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이런 현실적인 스파이 물의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영국 정보부에 속해 있으며 베를린에서의 첩보 활동을 총괄하고 있는 리머스는, 문트라는 동독 정보부의 인물이 베를린의 스파이들을 숙청하면서 궤멸적인 타격을 입는다.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일종의 불명예 퇴직을 당하고, 이전까지 적이었던 동독 정보부에 포섭되어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정보를 건네준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이중 작전으로, 그의 퇴직부터 동독 정보부에의 포섭까지가 일종의 교묘한 계획이었다. 리머스의 진짜 목표는 동독 정보부에서 확고한 위치를 가지고 영국 정보부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는 문트를 제거하는 것. 이를 위해 그는 동독에 가짜로 포섭되어, 그들에게 문트가 스파이라고 의심할만한 정보를 흘린다. 동독 정보부는 문트를 의심하면서도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 리머스를 점점 더 독일 안으로 불러들인다.

280 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이 소설은, 묘사와 배경 등의 자질구레한 설명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주인공 리머스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매우 빠르게 전개한다. 독자들은 이 빠른 사건 전개를 처음부터 끝까지 리머스의 시점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그러므로 리머스가 알 수 없는 사실들은 독자들도 사건을 따라가면서 추리해나갈 수밖에 없다. 물론 대부분의 스파이 소설이 그렇듯이 이 작품에서의 리머스의 ‘공작’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는다. 리머스가 이 이중공작에 대해서 알고 있는 부분은 이 공작의 전체가 아니며, 그 안에 또 다른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다. 이런 불완전한 정보와 빠른 시간 전개는 이 책을 추리물, 일반적인 스파이 소설로서도 매우 높은 수준에 끌어다 놓는다.

르 카레의 많은 소설들이 그렇듯이 그는 스파이를 냉정하면서도 비참한 인물로 그려낸다. 결과가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스파이의 세계에서 그들은 모든 수단을 사용하도록 강요 받는다. 문제는 그것이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동독과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영국 모두에게 동일하다는 점이다. 리머스가 동독 정보부인 피들러에게 취조 당하는 장면에서 이는 똑똑히 드러나는데, 결국 그들은 봉사하는 사상이 다를 뿐이지 거울을 보고 마주하는 것만큼이나 똑같다. 다른 것은 오른쪽과 왼쪽 정도일 뿐이다. 그들은 똑같이 서로를 의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희생하며, 공작의 결과를 위해서 모든 인간성과 가치를 포기한다. 작가가 항상 말하듯이, 그들은 거짓말쟁이에 협잡꾼에 사기꾼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비참하기 짝이 없는데, 사실 그들 또한 정보전의 ‘결과’를 위해서 얼마든지 희생될 수 있는 장기말이기 때문이다. 스파이들은 결국 각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행하고 있는 모든 잔인한 활동의 가장 아랫단에 속해 있으며, 그들 또한 도구로서 쓰임 당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 작품이 문학성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는 이유는 역시 마지막에도 인간성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차갑고 냉철한 스파이였던 리머스는 동독으로 떠나기 전 잠시간의 시간 동안 만났던 애인인 리즈에게서 새로운 인간애에 눈뜨게 된다. 냉철한 스파이 활동을 계속하는 동안에도 그는 리즈가 알려준 그 인간적인 애정을 계속해서 상기해 낸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그는 리즈와 함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오게 되는데, 국가라는 거대한 톱니바퀴를 피해할 수 없으면서도 그들이 주장하는 인간애에는 정말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르 카레는 이렇게 부조리한 세계를 고발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재미있게도, 존 르 카레는 이언 플레밍처럼 정말 영국 외무부에 근무했다. 본 대사관의 서기관, 함부르크의 정치 영사를 거쳐 MI6(현 SIS)의 요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007의 MI6 맞다.) 이 소설에서처럼 베를린에 파견되어 영국 스파이로 일했는데, 이 소설이 이렇게 현실적인 것도 그의 경험에 기인한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그의 3번째 소설인데, 이 소설을 출간했을 때 그는 아직도 영국 외무부에 있었으며, 이 소설이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면서 직장을 그만두었다. 영국 외무부에서 일하는 사람은 실명으로 책을 낼 수 없었는데, 따라서 존 르 카레는 그의 필명이다. 냉전 시대가 끝나고도 국제 정세와 스파이를 다루는 소설들을 계속해서 써 내고 있다.

하나만 더. 2012년에 개봉하고 개리 올드만,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퍼비치가 주연과 출연을 맡은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또한 르 카레의 소설이 원작이다. 개리 올드만이 분했던 인물 스마일리가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에도 잠시 나오는데, 그 비중이 높지는 않다. 사실 르 카레를 말할 때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는 스마일리인데, 스마일리가 주인공을 나오는 소설 중 한국에 번역된 소설은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밖에 없다. 『스마일리의 사람들』을 모 출판사에서 낼 예정이라고는 하는데 자비를 베푸셔서 빨리 좀 나와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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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존 르카레 저/김석희 역 | 열린책들
동서 냉전 상황이 극에 달한 1960년대의 독일 베를린, 영국 정보부 요원 리머스는 자신이 책임지던 독일 첩보망을 동독 정보부의 실권자, 문트라는 인물에게 파괴당한다. 〈관리관〉은 리머스에게 이 기회를 역으로 이용해 문트를 제거하는 기회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리머스는 정보부에서 나와 생활고에 시달리며 피폐해진 모습을 가장해 적의 스파이가 자신에게 접근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그사이 리즈라는 영국 공산당원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어느 날 자신에게 접근해 온 소련의 스파이에게, 리머스는 돈을 받고 정보를 제공하는 척하며 그들을 교란시킬 조작된 이야기를 흘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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