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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을 가장 안전하게 만나는 방법 - 김영하가 읽은 몇 권의 책들

독서, 사라져서는 안될 인간의 본능 엄친아와 재벌을 책 속에서 만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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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도 한 권의 식상한 책이 되지 않으려면, 항상 유리한 입장만큼 불리한 입장에서도 서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자신과는 다른 입장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오랜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전수되는 그 비결은 ‘은밀한 책 읽기’에 있다.


돌이켜보면, 필자가 강연에 참석한 계기는 ‘소설가가 다른 소설을 번역한다는 것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것과는 어떻게 다른 의미를 가질까’라는 호기심이었다. 특히, 한국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소설가 김영하라면 말이다. 최근, 그는 문학동네의 세계 문화 전집 시리즈 중 하나인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여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촌철살인의 대가였다. 김영하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핵심을 찔렀다. ‘책을 언제부터, 왜 읽기 시작했을까?’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질문에서 이야기는 출발했다.

예전에 최재천 선생님과 동물 행동학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어요.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크게 다른 점을 들자면, 바로 ‘강의 행동’이라고 해요. 책 읽기 역시 마찬가지이죠. 원래, 독서는 문자를 아는 소수가 접하여 다수에게 소리 내서 책을 읽어주는 강의에서 비롯되었으니까요. 즉 독서는 그 전까지는 ‘듣는 것’이었어요. 독서란 이렇게 힘든 것이지요. 인간은 동물과 달리 딱딱한 의자에 앉아 ‘쾌감을 지연하는 행동’을 일부러 한다는 점, 신기하지 않나요?”

그는 인간만이 유일무이하게 쾌감을 지연시키면서까지 ‘문명적인 행동’을 한다고 말했다. 책 한 권을 읽기 위해 시작과 끝을 이겨내야 하는 독서 역시 대표적인 문명적인 행동이다. 최근에 김영하는 독서라는 사회적인 행동이 점점 변화하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책은 조용히 읽는 것이다’라는 사회 합의가 생겼습니다. 조용히 읽는 다는 것은 은밀하지만, 쉽게 사라져버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죠. 조용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은 참 많잖아요.”

그렇다면 그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는 두 가지 매력을 꼽았다.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는 안전한 만남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바로 그것이다. 책을 읽는 과정을 책을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도 되돌아봤다. 종합해보면, 그가 말하는 좋은 책이란, 독자에게 가장 안전한 거리에서 낯선 인물을 만나게 해주며, 삶 속에서 지금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는 책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낯선 것을 가장 안전하게 만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실제 일상에서 부유하고 완벽에 가까워 보이는 엄친아 같은 개츠비는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동시에 위험하고 낯선 인물이죠. 우리는 삶 속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기쁘고 슬픈 상황을 맞이하게 되거든요.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따르죠. 하지만 책을 통해서는 낯설고 어려운 것을 접하더라도 그런 허무와 환멸을 겪지 않도록 해줍니다.”

“두 번째로, 한 권의 책은 시작이 있고 끝이 존재합니다. 즉 이야기는 언젠가는 끝을 맺는다는 점에서, 독자는 탄생과 죽음을 계속 경험하게 되죠. 그래서 저는 독서는 ‘작은 죽음’을 경험하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이런 작은 죽음을 경험할 때, 우리는 우리의 삶도 이들처럼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사실을 환기하고, 지금의 삶이 중요하고 풍요롭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지요.

어떻게 보면 책을 쓰는 사람은 처음부터 그런 즐거움을 가질 수도 있어요. 작가는 어떤 플롯과 장치를 통해 독자들에게 이 인물을 제시할 것인가 고민하게 되죠. 여기서 작가들이 쓰는 ‘우회’는 책 읽기가 주는 즐거움인데요. 단 두 줄로도 정리할 이야기를 몇 권씩 풀어내는 ‘우회’는 다른 장르와 달리 납득이 목적이 아니라 쾌락을 지연시키는 것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장치죠.

분명한 것은, 한 번 소설을 통해 등장한 인물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돈키호테가 나타난 이후로 많은 소설들에서는 돈키호테 같이 현실과 이상의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우리 생활에서도 반영이 되고요. 우리는 실제로 어떤 인물을 만날 때, 돈키호테형 인물이든 마담 보바리 같은 인물이든, 이들을 만나도 크게 놀라지 않습니다.”



김영하는 마지막으로 이용기 선생의 『수목장』에 있는 문장을 언급했다.

“『수목장』에 보면, 책이 인간이고 인간이 책이에요. 한 인간이 죽으면 책이 된다는 내용이 나오죠. 저 역시 우리의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고 생각해요. 나이 드신 분들을 가끔 만나면, 결국 목표를 위해 달성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그렇지만 나름 꽤 괜찮은 인생이였어’라고 끝 맺는 이야기를 들어요. 대부분 우리의 인생은 추구의 플롯을 가지겠지만, 뻔하지 않은 책이 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뻔하지 않은 책이 되려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 읽기’는 사라져서는 안 됩니다.”

『위대한 개츠비』의 가장 첫 페이지에는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이런 문장이 등장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의 인생도 한 권의 식상한 책이 되지 않으려면, 항상 유리한 입장만큼 불리한 입장에서도 서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자신과는 다른 입장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오랜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전수되는 그 비결은 ‘은밀한 책 읽기’에 있다.




안전하게 새로운 인간형을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고전 소설

[ 위대한 개츠비 ]
[ 돈키호테 ]
[ 마담 보바리 ]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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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남수정(채사모3기)

좋은 책, 좋은 음악, 좋은 사람
그 모든 것에 흐믈흐믈 녹지 않고 언제나 말랑말랑해질수 있는
꽤 괜찮은 젤리가 되고싶다는 "꿈"
그 꿈이 오늘도 제게 좋은 이야기를 쏙 담을 수 있는 힘을 주네요.
@espoir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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