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정 “일부러 요리를 망쳐야 하나? 고민하기도…”
[그들은 어떻게 웹툰작가가 됐을까 ②] 요리 웹툰작가 『역전! 야매요리』 한 편으로 스타작가 반열에 오르다
1991년 출생,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요리블로그를 열더니 덜컥 웹툰작가가 됐다. 웹툰 연재를 제의 받고서, 너무 기분이 좋아 거실에서 방방 뛰었다는 정다정 작가. 알고 보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인터넷 유머 사이트에 들어가서 낄낄대고 놀았던 과거가 있단다.
웹툰작가 데뷔는 어떻게 하게 되었으며, 준비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작년 9월, 블로그에서 요리 사진으로 된 게시글을 연재하던 중, 네이버 웹툰 팀으로부터 연재 제의를 받고 3개월 후 연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웹툰작가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웹툰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시작한 일은 아니라서요. 특별한 준비를 한 건 없었습니다. 연재 제의를 받았을 당시, 저는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한 후 국내 대학 국제학부를 목표로 입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공부에 지쳐 요리 블로그를 개설했고, 여타 요리 블로그와는 달리 더럽고 정신 없고 맛없어 보이는(?) 충격적인 요리 과정이 많은 분들께 친근하게 다가갔던 것 같아요. 그러다 생각지도 못하게 네이버 웹툰 측으로부터 연재 제의를 받고 불안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제의 메일을 받았던 날은 너무 기뻐서 거실에서 방방 뛰었던 기억이 나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인 것 같습니다.
평소 웹툰을 즐겨 보는 편이었나요?
주변 사람들이 보는 만큼 봤던 것 같습니다. 다만, 주호민 작가님의 『신과 함께』나 네온비&캐러멜 작가님의 『다이어터』, 조석 작가님의 『마음의 소리』 등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웹툰 작가로 데뷔하고 난 지금은 만화를 좀 더 관심 있게 챙겨보게 되었어요. 단순하게 독자로서 즐기며 읽었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만화 컷이라든지 연출을 꼼꼼히 살펴가며 읽는 것 같습니다. 바빠서 많이 읽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소득은 어떤가요?
좋습니다. ^^
좋은 웹툰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에는 <세일러문>이나 <웨딩피치>, <천사소녀 네티>같은 미소녀 변신물을 정말 많이 봤는데요. 따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유치원 같은 반 친구들에게 세일러문 캐릭터들을 그려줄 정도였죠. 저에게 그림을 받으려는 아이들의 줄이 너무 길어서, 선생님이 수업에 방해된다고 혼내실 정도였어요. 돈 받고 그려줄 걸 그랬나 봐요.(농담) 요리는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어요. 요리를 시작하며 블로그를 개설한 것이 작년 가을이었으니까요. 대신 어렸을 때부터 먹을 것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죠. 그게 요리로 이어진 것 같아요. 좋은 웹툰을 그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부분이라고 한다면, 제 만화의 장르가 개그만화이기 때문에 항상 독자들의 반응을 염두에 두고 작업해야 하는 것이 사실인데요. 하지만 저는 그보다, ‘내가 이 일을 즐기며 하고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남들의 기준에 맞추기만 하다가는 쉽게 지쳐 버리는 것 같아요.
연재 초반에는 ‘맛없고 더럽고 정신 없는’ 야매요리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키친 사이트 외에는 아무것도 참고하지 않고 요리했습니다만, 그러다 보니 ‘일부러 요리를 망쳐야 하나’ 같은 부담감이 생기더라고요. 요리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도, 그게 연재에 반영되면 재미가 반감될 테니 여러모로 고민이 많았죠. 그래서 연재 중반부터는 요리책을 많이 샀던 것 같아요. 집에 있는 요리책이 20권 정도는 됩니다. 하지만 요리책을 많이 산 덕분에 요리 실력이 늘었다기보다는, 매 화 어떤 요리를 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데 도움을 받은 것 같습니다.
어떤 웹툰이 성공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성공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요. 단행본으로도 판매가 꾸준한 웹툰들을 본다면, 기존에 웹에 공개된 연재물과는 차별화된 내용이 담긴 책들이 인기를 끄는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 말이죠. 사실 그런 것과는 별개로 작가를 좋아해서 책을 사주시는 분들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연재하고 있는 웹툰 이외의 다른 아이템을 기획 중인가요?
여행 웹툰을 그려보면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마감 일정이 바빠 자주 못 나가는 게 아쉽지만, 꼭 배낭을 매고 다른 곳에서 묵어야만 여행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읽을 책 한두 권과 휴대폰, 스케치북 정도만 들고 동네 물 좋은 카페를 수색(?)하러 다니는 겁니다. 매일 집에서만 작업하는 것보다 가끔 바깥 바람도 쐬면서 하면 좋지 않나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행을 주제로 웹툰을 기획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부엌에서 한큐에 끝나는 요리에 비해 준비할 것도 많고 돈도 많이 들겠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라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 안타깝네요.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야매요리처럼 사진과 스토리로 웃음을 줄 수 있는 재밌는 여행 웹툰?! 여기까지만 말씀 드릴게요.
웹툰 시장의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요?
망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저의 작은 소망입니다. 늘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웹툰작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한 마디를 한다면
보는 이들마다 취향이 다르듯이, 어느 한 웹툰이 인기를 끌거나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기까지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들에겐 깔끔하고 예쁜 그림체가, 어떤 이들에겐 아이디어 넘치는 스토리라인이 매력으로 다가가는 것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디어’를 중요한 요인으로 꼽습니다. 독자들이 한 편을 보고 다음 편은 어떤 내용일지 기대하며 기다리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감히 말씀 드리자면 모든 아이디어는 일상의 세밀한 관찰에서 나오지 않나 싶어요. 때문에 저는 늘 필기할 것을 들고 다니며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자리에서 적어내곤 한답니다. 웹툰 작가를 꿈꾸는 예비 작가님들, 힘내세요! 작업을 열심히 하려면 먹을 걸 잘 먹고 다녀야 해요! 야매요리 드실래요? 파이팅!!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부족한 것 많은 작품이지만, 한 회 한 회 연재할수록 여러분과 웃음 이상의 따뜻한 무언가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에 늘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역전! 야매요리』 항상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드려요.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따뜻한 겨울 나세요.
<정다정> 글,그림9,9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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