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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377억원 짜리 그림의 주인공은 누구? - 렘브란트 <허리에 손을 얹은 한 남자의 초상화>

가장 어려웠던 고통의 해에 그려진 최고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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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는 인간을 사랑하며 자신의 영혼을 드러내는 일에 열중한 화가다. 이 천재의 거장다운 필치는 그림 속 인물의 한순간도 그냥 놓치지 않는다. 그는 우리 앞에 있는 사실적이면서도 깊이 있고 민감한 인물의 내면 세계, 곧 의심과 기쁨과 고통을 표현한다. 우리는 렘브란트가 그린 인물들을 친숙하게 알고 있다. 혹은 친숙하게 알고 있다고 느낀다. 그들은 마치 화가가 깊은 어둠 속에서 캐낸 존재들처럼 희미하게 떠오른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을 모아 놓은 미술관……. 이 가상의 미술관은 열정적인 미켈란젤로와 미셸 바스키아를 한자리에 앉게 하고, 엄격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도발적인 데미언 허스트를 서로 대화하게 하며, 세련되고 경쾌한 와토와 깊이 있는 로스코가 서로를 이해하게 해 줄 것이다. 이처럼 이상적인 컬렉션을 모두 모으려면 2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인내심과 세련된 안목, 막대한 재력도 필요할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100여 점의 작품들은 이 이상적인 컬렉션에 속하는 예술가의 작품들 중에서 최고 경매가에 따라 선택된 것들이다. 그러나 이 작품들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100점의 작품들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한 예술가에게서는 한두 점의 작품만 선택하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진짜 최고가의 작품 100위 안에는 피카소의 작품이 무려 17점이나 포함되어 있으며, 그 외에도 베이컨이 11점, 클림트가 7점, 모네, 모딜리아니, 반 고흐, 세잔, 워홀이 각각 5점이나 올라 있다. 100점의 작품들 가운데 이 8명의 예술가들의 작품 수만 60점이나 된다. 같은 화가의 작품을 몇 번씩 반복하는 것은 본래의 의도에 맞지 않을뿐더러, 명화 여행이 너무 단조로워질 위험이 있다. 이 책에 나온 작품들은 모두 경매에 나왔던 것들이고, 거의 대부분이 개인 컬렉션에 포함되었다.

‘최고의 가격’이라는 설명은 수많은 해석을 부추기고, 미술 시장이 투자가들의 손에서 놀아난다는 잘못된 이미지를 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않다. 여기에 등장하는 회화와 조각들은 모두 주요 컬렉션에서 뽑은 것들이고, 대부분 각 시대마다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들이다. 알다시피 각 시대는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저마다 달랐지만, 주요 컬렉션들은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고딕 미술부터 가장 현대적인 창작품까지, 어떤 시대의 것이든 걸작은 언제나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법이다.





허리에 손을 얹은 한 남자의 초상화 <PORTRAIT D’UN HOMME>
렘브란트 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1606~1669)

# 1658년, 캔버스에 유채, 107.4 x 87.1cm
# 경매일 : 2009년 12월 8일
# 경매가 : 33,274,995달러(한화 약 37,734,000,000원)

피카소의 시선처럼, 렘브란트의 시선 역시 우리를 매혹한다. 수많은 자화상을 통해 볼 수 있듯이 그는 세상을, 특히 인류를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샅샅이 훑어 내린다.

렘브란트는 인간을 사랑하며 자신의 영혼을 드러내는 일에 열중한 화가다. 이 천재의 거장다운 필치는 그림 속 인물의 한순간도 그냥 놓치지 않는다. 그는 우리 앞에 있는 사실적이면서도 깊이 있고 민감한 인물의 내면 세계, 곧 의심과 기쁨과 고통을 표현한다. 우리는 렘브란트가 그린 인물들을 친숙하게 알고 있다. 혹은 친숙하게 알고 있다고 느낀다. 그들은 마치 화가가 깊은 어둠 속에서 캐낸 존재들처럼 희미하게 떠오른다.

뛰어나게 표현된 초상화 속 인물은 이 그림을 렘브란트의 주요 작품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가 누구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의심이 깃든 강한 자존심과 자신감에 가득 찬 그의 포즈는 그를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인 것처럼 느끼게 한다.

이 초상화는 1658년에 그려진 것인데, 그 해는 화가가 파산 선고를 받아 집과 모든 수집품들을 압류당하거나 팔아넘겨야 했기에 몹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의 해였다. 이런 역경에도 불구하고 렘브란트는 그림에 대한 열정적인 추구를 그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양식을 발전시켜 원숙함에 이르렀다. 공간을 결정하는 매혹적인 빛, 절제된 색채의 다양한 농담의 변화, 거장다운 능숙한 필치는 말년의 티치아노를 연상시킨다.

이 걸작은 1930년에 경매장에 나와서 1만 8천500파운드(한화 약 3천300만 원)에 낙찰되었고, 1970년 이후로는 대중 앞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 이 책의 14~15쪽에 소개된 만테냐의 <고성소로 내려가는 그리스도>처럼 존슨 앤드 존슨Johnson & Johnson의 상속자인 바바라 피아스카 존슨이 경매에 내놓았다. 구매자는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재벌인 스티브 윈Steve Wynn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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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 피에르 코르네트 드 생 시르,아르노 코르네트 드 생 시르 공저/김주경 역 | 시공아트
이 책은 최근 20여 년 동안 세계적인 미술시장에서 최고의 몸값으로 팔린 100여점의 걸작 소개한다. 르네상스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데생부터 현대 미술계의 이단아 데미언 허스트의 황금 송아지까지, 500년 동안 명작들이 만들어 온 미술사와 그를 둘러싼 경매 전쟁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와 동시에, 세계 미술시장에서 경매인이자 수집가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저자들이 경매의 뒷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들려준다…

 





미술, 그림과 관련있는 책

[ 그림을 본다는 것 ]
[ 명작 스캔들 ]
[ 여자, 그림으로 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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