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과 방임의 중간점을 못 찾겠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대부분 겪고 있는 딜레마일 것이다. 우리 인생의 많은 문제들이 그러하듯이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인가’ 하는 문제에도 정답은 없는 까닭이다.
다른 애들은 이러저러한 것도 한다던데 내가 못해주는 것은 아닐까, 불안과 자책이 엄습해 온다. 그렇다고 이것도 저것도 해 주자니 너무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또 다른 불안감과 자책감이 찾아온다.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극성과 방임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애를 쓴다.
아이 교육에 단 하나의 정답은 없지만, 역설적으로 오답 또한 없다는 것이 정답이 아닐는지. 나와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이라면 모두가 정답이다. 내 아이에 대해 부모인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교육에 있어서 전문가는 아니다. 그래서 수많은 책들과 경험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는 열한 살 하은이를 키워낸 ‘지극히 평범한’ 엄마의 육아경험을 담아낸 책이다. 평범한 엄마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육아 이야기, 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책을 펼쳐들고 읽는 아이, 열한 살의 나이에
『해리포터』와
『나니아 연대기』를 영어 원서로 읽는 아이로 하은이를 키워낸 저자의 경험담은 이미 그의 블로그를 통해 소개된바 있다. 많은 엄마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며 블로그 스타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 이야기들을 한 데 모아 책으로 엮었다. 아직도 고된 육아 속에서 정답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대한민국의 ‘맘’들을 위해.
이제 우리에게 ‘육아 참고서’가 하나 더 늘었다. 그만큼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마음껏 맛보시고 입맛 따라 고르시면 되겠다.
책 육아,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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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책육아’란 아이 교육의 90% 이상을 책 즉, 독서만으로 이끌어가면서 나머지 부분을 학습이 가해지지 않은 순수한 놀이로 채워가는 것을 말한다. 영ㆍ유아시절에는 다른 어떠한 것도 보내거나 부르지 않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와중에 아이의 인성과 지성과 감성을 책으로 다져가는 거다. (p. 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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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선미가 선택한 육아 방식은 ‘책육아’다. 빈 벽만 있으면 책장을 들여놓을 만큼 언제든 책을 뽑아들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무조건 많이 읽어주었다. 첫 돌이 지났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생후 18개월부터는 전집을 사서 들여놓았다. 30개월부터 6개월 동안 한글을 떼고, 이후 48개월까지 근 1년 동안은 새로운 책으로 읽기 독립을 시켰다.
그렇게 모은 책이 6,000여 권에 이른다. 대부분은 할인매장을 통해서 구매하거나 중고서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한 것들이다. 굳이 비싼 책을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비싼 책을 사서 들여놓게 되면 그만큼 효과를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엄마들이 아이를 닦달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책을 구매한 이후에는 읽도록 강요하는 것 보다는 적당히 무심해지는 것이 더 낫다. 자연스럽게 책에 손을 뻗을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다.
영어 역시 ‘책육아’를 통한 교육이 이루어졌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엄마가 직접 책을 읽어주는 것 외에 학습 DVD를 틀어주었다. 아이들은 듣고 따라하는 과정 속에서 언어를 배우는데 한국말과 달리 영어는 일상생활 속에서 노출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저자의 경험상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 데 있어서 CD보다는 DVD가 더 효과적이었다.
물론 아이가 처음부터 한결같이 영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은이 역시 30개월 무렵에는 영어책을 읽어주는 것에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생후 30개월 정도의 아이들은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이제 막 한국말에 재미를 느끼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아이가 듣기를 원치 않을 때에는 과감히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인품, 사회성, 지성과 감성의 조화 - 책 육아의 결과물
“사랑한다, 고맙다, 예쁘다 말해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떻게 하루 종일 그 이야기만 해요. 그런데 책은 아무 말 안 해도 줄줄줄 읽어주면 되잖아요. 책이 매개체가 되어서 대화가 되고 긴밀한 애착이 되고, 관계가 형성되는 거에요. 그 힘으로 아이가 다섯 살에 처음 어린이집에 갔을 때도 누구보다 생활 잘하고, 관계들도 잘 맺었던 것 같아요.”‘난 책 읽히기가 제일 쉬웠다’고 말하는 저자는 ‘책육아’의 결과물로 인품, 사회성, 지성과 감성의 조화, 이상의 세 가지를 꼽았다. 예의와 도덕, 배려와 친절, 너그러움 등 사회성과 인성적인 부분은 책을 통해 아이가 저절로 배웠다. 책 읽는 시간 외에 따로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아이에게 스며들었던 것이다.
특히 지성이 첫 번째가 아님을 강조했다. 책으로 사교육 하려는 생각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요즘 다른 집 아이들은 다 사서 읽는 책이라고 해서, 당신의 아이도 읽히지 않는다면 뒤쳐질지 모른다는 ‘협박성 다분한’ 홍보에 떠밀려서, 책을 들여놓고 선생님의 방문까지 받아가며 읽힌다면 사교육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이 사교육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책육아’의 가장 큰 강점은 생각의 체력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책육아’의 첫 번째 목표가 지적 성장이 아니듯,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높은 성적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 읽기를 통해 생각의 기초 체력이 탄탄하게 다져진 아이들은 언제든 내재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하은이는 하루 종일 책만 읽나요?
아무래도 대부분의 엄마들은 하은이를 통해 ‘책육아’의 효과를 짐작할 것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 많은 책들을 ‘기꺼이’ 보길래 열한 살 어린아이가 영어원서를 읽게 된 걸까, 부러워할 것이다. 우리 아이도 더 분발해야 하는 것 아닐까, 조바심이 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단언코 ‘생각하는 것만큼 하은이가 오랜 시간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신나게 놀다가도 풀썩 주저앉아 책을 읽기는 하지만 하루 종일 책만 읽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더더구나 그것은 하루 20분 내외씩 꾸준히 책을 읽어온 결과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책을 잘 읽는 아이는 없으니 아이가 오랫동안 책을 붙들고 있지 않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어린 나이일 때는 더욱 그렇다. 두 발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세 발 자전거부터 시작해 네 발 자전거를 타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니겠냐는 이야기다.
“옆 집 아이들은 다 너무 잘하는데 내 아이만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죠? 아니에요. 내 아이는 그냥 그런 그릇이에요. 그런 씨앗이고. 모든 아이들은 다 다른 씨앗으로 태어나잖아요. 다 다르게 태어나는데 모든 엄마들이 똑같이 키우려고 해요. 내 아이에게 맞는 엄마만의 육아관을 잡으셔야 해요.”하은이가 서너 살 되었을 무렵부터 자신의 아이는 영재도 아니고 천재도 아님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재 자체를 사랑해주려면 다른 아이와의 비교나 학습의 단계, 주위 엄마들의 얘기들에 대해서 완전히 분리되어야 한다고 했다.
읽어야 할 책도, 가야 할 학원도 많은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이에만 열중해 있는 아이를 보는 엄마의 마음은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역시도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은이 역시 한 가지 놀이에 오랜 시간 빠져 있다가 책을 읽고, 또 다시 다른 놀이에 빠져 몇 시간을 보내다가 책 읽기를 반복한다고 했다.
“보통의 엄마들은 하나에 빠져들면 다른 것도 해야 한다고, 문화센터에 가야하고 선생님 오실 때 됐다고 몰입을 끊어 버려요. 그런데 제가 하은이를 가만히 두었더니 몰입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더라구요. 이런 것이 안철수가 말하는 ‘T자형 인재’에요. 깊은 몰입을 하는 두뇌 활동, 감성 활동, 사회 활동이죠. 몰입을 깊이 해 본 아이들이 나중에 관계나 학업, 문제 해결에도 스스로 깊이 파고 들어가요.”‘엄마처럼은 살지 마라’ 와 ‘엄마처럼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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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실 까꿍이들에겐 별 관심이 없다. 그 엄마들의 행복과 안정이 나의 온 화두가. 그녀들이 바로 서면 그 자식들은 잘못되라고 해도 잘 클 수밖에 없다. 좋은 엄마란 그저 ‘좋은 사람’이다. (p. 2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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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믿는 저자는 삶의 중심이 자신이 되어야 함을 잊지 않길 당부했다. 나라는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 돌봐야 할 사람들은 누구일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았더니 ‘아이와 남편, 시댁, 여자로서의 나’라는 대답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도 내 삶의 일부분일 뿐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저자는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에 담긴 저자의 육아방식에 대해, 조금은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을 저자의 메시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행복한 아이로 기르기 위해선 먼저 행복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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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 ‘엄마처럼은 살지 마라’는 울 엄마의 그 말이 미치도록 싫었었는데 내가 하은이를 그렇게 키우고 있었다. 하은이 6세 때 삶의 많은 부분을 내려놓고 큰 깨달음을 얻으면서 애 책이 아닌 내 책을 미친 듯이 사 엄마의 독서에 빠져들었다. 내가 바뀌기로 하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했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지났다. (중략) 며칠 전 집 근처 새로 생긴 샛강다리를 산책하며 녀석에게 속삭였다. ‘엄마처럼만 살으렴. 엄마 더 멋져질게. 사랑해, 하은아!’ (p. 266~2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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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 김선미 저 | 무한
아무것도 안 가르쳐 준채 낳게만 해놓고 방패도 없이 맨몸으로 총알받이 하느라 엄마들 가슴 속 심장이 너덜거린다. 낳자마자 사기당한 느낌, 사교육 시장에 삥 뜯기는 느낌. 그런데 안 그러면 내 새끼만 낙오될 것 같아서 울면서 지갑을 연다. ‘행복한 육아? 웃기고 있다. 행복할 겨를이 있어야 행복할 거 아냐!’라고 외치는 하은맘이 일냈다. 보면 한숨 나오고 욕 나오고 찢어버리고 싶은 육아서 말고, 위로만 하다 끝나는 육아서 말고 가장 현실적인 육아서가 나왔다. ‘언니한테 독설 한방 맞자!’ 정도를 향한 지랄 맞지만 발랄한 외침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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