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아프다고? 마흔아홉은 몸이 더 아프다 -『곧, 어른의 시간이 시작된다』 백영옥
어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나를 알기’ 인생엔 두 가지 후회가 있는데, 하나는 했던 일에 대한 후회 또 하나는…
“인생에서 뭔가 시도하면 되게 많이 실패한다. 시도하기 때문이다. 시도조차 안하면 실패도 안 하겠지. 20~30대에 실패해야 나중에 오답을 고칠 수 있다. 실패는 훌륭한 인간으로 갈 수 있는 사다리 같다. 실패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자기에게 기회를 주는 게 좋다.”
그러니까, 어른. 지금, 어른은 하나의 화두야. 어른도 아이도 아닌, 어른아이(어른이)가 넘쳐나는 시대이기에. 누군가는 어른이 되길 거부하고, 누군가는 어른이 되고 싶어도 되지 못하지. 분명한 건, 나이 든다고 어른이 되진 않아. 물론, “군대 갔다 오면 어른이 된다”거나 “결혼하면 어른이 된다”는 말 따위, 새빨간 거짓이고. 어른은 그런 고개를 통해 오질 않아. 어른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것도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기 위함일 테지.
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 조로증에 걸린 열일곱 소녀, 아름이를 통해서도 ‘어른이 된다는 것’을 엿볼 수 있어. 아름이가 장 씨 할아버지에게 묻지. 사람은 언제 어른이 돼요? 주민등록증이 나올 때예요, 군대에 다녀온 뒤예요, 결혼한 다음이에요? 할아버지는 말하지. 애를 낳은 다음이지.
할아버지의 정의(?)에 의한다면, 아름이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물론 그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 보여. 아름이는 어른을 고민하는 소녀야. 이렇게 묻거든. “열일곱은 부모가 되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서른넷은 자식을 잃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아름이는 어른스러워. 죽음을 받아들이고, 지금 현재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열일곱. 그런 아름이가 어른이 아니라고 말할 자신, 없어. 이 책, “나이는 몸으로만 먹는 게 아니니까”라는 말로, 가장 보통의 어른에 대한 통념을 뒤집자고 나서기도 해.
하긴 남자들, 어른이 되긴 쉽진 않아. <신사의 품격>, 김도진(장동건)은 마지막에 읊조리지. “소년은 철들지 않는다. 다만 나이 들 뿐이다.” 사내들의 영원한 아킬레스건인 어머니(엄마)에 대한 반성문이자 사모곡 같은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도 보자고. ‘때때로’ 등장하는 아버지는 어설픈 몰염치에 가까운 한량이고, 화자인 나(마사야)도 놈팽이로 살다가 차츰 변하지. 그리곤 이렇게 말해. “남자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비로소 한 몫의 인간이 되는 거야.”(p.368)
모든 남자의 가슴엔 소년이 있는 법인가 봐. <19곰 테드>에서 테드는 직설화법으로 말하지. “남자는 곰인형과 같이 있는 한 어른이 될 수 없어.” 덩치는 어른이 됐지만, 행동과 정서는 소년에서 멈춘 어른이의 성장기. 글쎄, 어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작별을 다뤘지만, 글쎄, 영화를 보고서도 난 의문 지속. 소년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당연히 ‘부모=어른’이 아니야. ‘결혼한다고 어른이 되는’ 건 과거의 이야기야. 사랑한다면서, 널 위한 것이라면서 아이를 지옥(?)으로 내모는 많은 대한민국 부모들, 어른일 수 없어. 『대한민국 부모』는 이렇게 말해. “어른이라면 아이가 기댈 수 있어야 한다. 기대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아야 하고, 기대라고 억지로 잡아당기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난다.”(p.55)
오랜만이죠? 석 달, 두 달?
당시, 오기사 책(『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이 나왔었다. 영옥, 영욱, 두 사람 이름이 비슷해서, 내 에세이가 나오면 함께 북콘서트를 하자고 했다.
이번 책에 대해 소개해 달라.
에세이를 전에 한 권 냈었다.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그런데 그 책, 발음하기가 어렵다. 특히 남자들은 더. (웃음) 내가 왜 그리 제목을 지었는지 생각했다. 사실 나는 오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소설가 되기 이전의 내 얘기를 한 최초의 산문이었다. 이번 책은 어렸을 적부터 삼십대 후반의 내 인생을 점검하면서 겪은, 특히 실패와 관련한 이야기다. 오답에 대한 이야기고. 어떻게 수정하고 고쳐가려고 쓰는 안간힘의 흔적? 그런 산문이다.
실패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건, 성공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은데 동의하나?
예전에 예스24 문학캠프를 갔었다. 주제가 청춘콘서트였다. 기자단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김연수, 박주현, 나 이렇게 작가 세 명이 함께 했다.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은가를 물었다. 세 명 모두 아니라고 했다. 이십대는 어쩔 수 없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기인 것 같다. 내가 말하고 싶은 어른은 어떤 과정인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되어가는 것이 아니고 어른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어른이 완결되는 형태는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성숙해나가고자 하는 힘이랄까?
작가의 청춘은 어땠나?
안 좋았다. 힘들었다. 100번 이상 신춘문예 떨어진 것 같은데, 기분 나빠서 안 센다. (웃음) 꿈이어서 포기 안 했던 것 같다. 꿈과 목표의 다른 점에 대해 늘 말한다. 한국 사람들, 단어착종 현상이 심하다. '다르다'와 '틀리다'를 같이 쓴다. 다르다를 틀리다고 쓰는 경우가 많다. 자유와 여유가 다른데, 착각해서 쓰는 사람, 목표와 꿈도 혼동해서 쓰는 사람도 많다. 꿈은 뭔가 가슴에서 간절하게 끓어오르는 힘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꿈과 현실 사이에서 뭘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하는데, 중요한 건 절실함인 것 같다. 기자 선후배들이 꿈도 이루고 나보고 부럽다고 하는데, 그럼 그들에게 딱 한 마디 한다. 그러면 사표 써. (웃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나는 선택을 했다. 원하는 삶으로. 퇴근하고 오면 피곤한데도 꾸벅꾸벅 졸면서 썼다. 오타가 나오는데도 매일 쓴다. 절실함의 문제다. 서른셋에 등단했는데, 작가가 못됐어도 나는 꾸벅꾸벅 졸면서 쓰고 있었을 것 같다. 어쨌든 멈추진 않았을 것 같다. 13년을 그래서 할 수 있었고, 얻어진 것들이 있었다.
인생에서 뭔가 시도하면 되게 많이 실패한다. 시도하기 때문이다. 시도조차 안하면 실패도 안 하겠지. 20~30대에 실패해야 나중에 오답을 고칠 수 있다. 실패는 훌륭한 인간으로 갈 수 있는 사다리 같다. 실패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자기에게 기회를 주는 게 좋다.
“꿈은 꼭 이뤄지는 것도 아니며 그것이 이루어졌다고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현실적으로 꿈은 단지 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꿈을 이루지 못할 땐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p.1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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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소설가였는데, 꿈을 이룬 건가? 또 다른 꿈이 있나?
꿈을 이뤘지. 소설을 오래 쓰고 싶다. 인생이 생각보다 길다. 내 나이 또래는 100살 가까이 산다는데, 인간 삶의 질에 대한 것은 유보하더라도, 60년을 더 살아야 하는 거지. 누군가는 미래의 최고 트렌드는 자살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다. 더블 라이프. 마흔쯤 되면 직업을 바꿔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실제 나는 직업이 많이 바뀌었다. 그게 작가로서는 참 좋은 것 같다.
소설가로 오래 살고 싶지만, 안 된다한들, 아님 말고, 라는 생각도 있다. 나는 의지의 한국인, 이런 것이 싫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런 말도 믿지 않는다. 나는 진짜 운이 좋았던 거다. 야구한다고 누구나 이대호가 될 순 없다. 왜 사느냐고 물으면 답이 비슷하다. 행복하려고 산다. 행복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행복이 멀리서 오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행복은 투쟁해서 쟁취해야 하는 무엇이다. 나에 대해 잘 알아야, 내가 어떤 순간에 행복해하는지 알 수 있다. 내가 노래를 불렀을 대 행복한지, 정성스럽게 뭔가 쓸 때 행복한지 알아야 한다. 행복해지려면 나를 보는 힘이 있어야 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의 자식, 아들, 부인이나 남편, 누군가의 연인으로 산다.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닌 채로 사는 사람이 많더라.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질문하지 않고 답을 얻지 않아서 불행하다. 내 안에 존재하는 나를 바라봐야 한다. 그게 싫을 거다. 내가 지질하니까. 그럼에도 나에 대해 잘 알고, 스스로 뭘 하고 싶은지 온전히 질문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직장 리스트는 그때그때마다의 답이다. 나에 대해 질문에 대해 던지고 그에 대한 답. 어떤 것은 맞고, 어떤 것은 환멸을 느꼈고. 소설가는 약간 특별하지. 해보니 무척 좋다. 출퇴근도 않고, 아침에 늦잠을 자도 되고. (웃음)
“행복은 내가 의지를 가지고 ‘선택’해야 비로소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것이다. 그것은 삶과 치열하게 부딪혀 배워 나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행복의 시작이 비로소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힘이라고 믿어왔다. 미래의 꿈조차 부모가 대신 꿔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담한 일이다. 다른 사람에게 충고하느라, 다른 사람의 얘길 듣느라, 남의 눈치를 보느라, 우리는 우리 자신의 마음속 고통이나 말들을 얼마나 무시하며 산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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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가까워진 사람으로서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장통을 극복하는 방법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어른이라는 말도 그렇고, 청춘이라는 말도 그렇다. 내가 늙었다는 걸 절감하는 게, 길에서 젊은 친구들 보면 정말 꽃처럼 예쁘다. 예전에 들었는데, 김훈 선생은 행복해지려고 중고등학교 운동장에 간다더라. 학생들이 웃고 있는 걸 보면 행복해진다더라. 그땐 아니, 웬 변태? 이해 안 갔다. 그런데 지금 나도 그렇다.
고대에 ‘이명박라운지’가 있는데, 거기서 『스타일』을 썼다. 우연히. (웃음) 거기서 학생들이 토론하는 걸 보면 보기에 좋은데, 난 토익 만점이 아냐, 이런 걸로 고민하더라. 그 나잇대, 참 힘들다. 자신이 꽃처럼 예쁜 것도 모르고. 청춘이라고 아프다는 말, 하고 싶지 않다. 서른아홉도 아프다. 마흔 아홉인 선배는 몸이 더 아프다더라. (웃음)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인생엔 두 가지 후회가 있는데, 하나는 했던 일에 대한 후회. 또 하나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 두 후회 중 전자는 자기합리화를 한다더라. 성장통으로 작용했거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는 등으로. 후자는 죽는 순간까지 남는다더라. 오답을 수정하는 계기도 될 수 없고, 성장통도 될 수 없다. 우리는 늘 실패할까봐 두려운데, 첫째 후회를 선택하는 게 낫다. 인생, 길다. 젊은 나이에 자신에게 기회를 줘도 좋지 않을까! 추락하면 죽을 것 같은데, 청춘의 시기엔 안 죽는다. 뼈 하나 부러지는 정도? (웃음) 회복력, 면역력도 다르다. 실패를 할 수 있는 나이라는 것도 모른다. 그렇게 좋을 때, 열심히 실패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말해준다.
백 작가에게 어른이란?
보이지 않는 것이, 어떤 것의 이면이 보이고 보여지는 나이. 숫자는 아니다. 성숙함의 정도인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보이게 되고, 어른이라는 것, 어쩔 수 없이 되어지는 것 같다. 되고 싶어 되는 게 아니고. 사건 등에 맞닥뜨리면 그걸 돌파하면서 자신과 대면하고 강해져야 한다고 느끼는 것. 강하다는 건, 바람이 불 때 부러지지 않고 흔들리는 것이다. 그런 유연함이 강해지는 힘 같다.
결혼하면 책임감이 강해지나?
결혼은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의 며느리, 아내 등 타이틀이 붙는다. 그것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또 결혼인데, 아이를 낳거나 양육한 적이 없어서 온전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결혼하지 않은 삶과는 다르다. 책임감 외에도. 연애할 때는, 나 너 우리의 정체성을 만드는데, 결혼은 좀 더 복잡한 의미의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보면 된다. 시월드 등 층층시하에서 복합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 고도의 균형감을 필요로 한다. 그래도 해 봐라. 괜찮다. 나는 결혼하는 것을 권유한다.
했다가 아차하면?
멋지게 실패하면 될 것 같다. 요즘 이혼한 분도 많고, 이혼이 인생을 살면서 큰 실패중의 하나인데, 절대 이혼하면 안 되고, 이런 건 아니다.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해보자는 주의라서 결혼하고 벌어진 일은 본인이 책임져야 하겠지. (웃음)
마흔을 앞두고(웃음) 실패로 인한 깨달음을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자신, 없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터무니없이 약해지고 바람이 불면 대책 없이 흔들린다. 어떤 순간에 맞닥뜨리면 공중분해 돼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민망할 때도 많고. 근본적인 게 바뀌는 것 같진 않다. 어떤 상황에서 예전에는 회피하고 도피했다면 지금은 생각이라는 걸 해보자고 하는 수준? 이 책은 내 20~30대 실패의 연대기에 대한 이야기다. 대단한 교훈은 없다. 한 방송사에서 어른에 대해 취재한다고 나에게 왔던데, 어른도 아닌지라 굉장히 민망하더라. 사람은 누구나 예쁜 구석이 있다. 그걸 모른다면 스스로에 대한 애정도 없이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다는 거잖나. 자기 삶을 가꾸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그런 것에 대해 너무 무지하고 모른다. 방법을 모른다.
“중요한 건 불행해지지 않는 쪽이 아니라, 결국 행복해지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위대한 작가 뒤엔 그를 발견해 내는 훌륭한 독자가, 역사에 남을 홈런왕 뒤엔 그를 향해 환호하는 행복한 관중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아야 한다. 야구를 못하는 아이에게 진짜로 노력하면 잘할 수 있어, 라고 말하기보단 넌 노래를 정말 잘하잖아, 라고 말해 주면 되는 것이다. 삶의 균형은 그런 식으로 조금씩 맞추어진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더 가까이 있는 것처럼, 삶의 행복이나 진실도 우리가 생각하는 먼 곳에 있는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비록 우리가 1할 2푼 5리의 승률로 살아간다 하더라도.”(pp.318~3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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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상황?공간에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었나?
원고가 안 풀리면 인천공항에 갔다. 떠나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시키면서 실제로 떠날 때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서.(웃음) 공항버스를 타서 비행승무원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스카프 깃을 통해 바람 냄새를 맡는 것도 같고. 공항 2층에는 탑승동이 보이는 카페가 있는데, 비행기 활주로도 보인다. 비행기를 바라보면서 원고를 쓰고,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나에 대해 생각하고. 탑승동 사람들을 보면 내가 상상하는 모든 그림이 있더라. 전광판에서 문자들이 무수히 바뀌는 걸 보니 내 생각이 점검되면서 정리되는 지점도 있고. 그런 것을 통해 뭔가 떠나보내는 느낌이 있어서 정리할 게 있으면 공항에 가라고 친구들에게 말한다.
어릴 땐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지금은 꿈을 찾는 게 어렵다고 호소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런 친구들에게 꿈을 찾을 수 있도록 조언을 해준다면?
최근 꿈꾸고 사는 사람이 많은 서점에 가라는 방송사 캠페인에 출연했다. 그 부분만큼은 스스로 찾되, 책을 읽는 게 도움이 될 거다. 영화를 봐도 좋고. 인생에서 답을 구하는 방법 중에 고민하고 질문을 던져서 근사치의 답이라고 내놓은 게 영화, 책, 그림, 음악이다. 그런 것을 통해 자신 안에 갇혀 있던 감정들을 열어주는 게 좋다. 그런 것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체험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 꼭 그런 시도를 해보는 게 좋겠다.
꿈이었던 소설가가 됐지만, 해보니 별로라는 생각도 든 적이 있을 것 같다. 뭐가 별로였나?
소설가가 돼서 생각보다 별로인 건, 너무 불안정하다. 여자대학에 강연을 가면, 어떤 남자를 만나야하는 지 질문을 많이 받는다. 세 가지를 보라고 하면서, 우스갯소리로 마지막에 꼭 고정수입이 있는 남자를 만나라고 말한다. (웃음) 많고 적음이 아니다. 작가는 고정수입이 안 생기더라.
그래서 나는 정말 많은 칼럼을 쓴다. 이 책도 칼럼을 엮어서 나온 거다. 작가들이 단편소설 한편을 쓰면 80만원을 받는다. 그 단편, 3개월을 쓴 것이다. 제일 많이 받아봐야 120만원이다. 한국에서 제일 많이 받는 작가가 1년에 다섯 편정도 싣는데, 600만원, 즉 월 50만원이다. 많은 작가들이 시간 강사도 하고, 문화센터에서 강의도 하는 이유다.
나 역시 다양한 칼럼을 많이 쓴다. 처음엔 자괴감을 느꼈으나 생각을 고쳐먹었다. 소설은 없는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라 긴장감이 어마어마하다. 나도 지병이 있다. 터널증후군은 기본이고. 그런데 소설을 쓸 때 생기는 그런 긴장감이 에세이나 산문을 쓰면서 풀리더라. 소설가가 되면서 가장 실망했던 것은 수입 부분이다. 전업소설가로 살기는 불가능하다고 느껴서 이런 칼럼이나 에세이도 쓰겠다는 타협이 있었다. 태도를 바꾸니 즐거워지더라.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제2의 여자 셰익스피어가 나올 수 있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은 ‘고정적인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라고 말했었다. 놀랍게도 울프는 고정수입의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명기해 놓으며(500파운드!) 바로 그 ‘돈’으로 자기만의 방을 지키라고 강조하고 있다.”(p.2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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