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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여자도 사랑하고 사랑 받을 수 있다

못생겨서 아름다울 ‘수’도 있다 미술관에서 만난 ‘얼큰이’가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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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전구가 반짝반짝 빛나는 실내에서 남녀가 춤을 춘다. 이렇게 말하면 대개는 이런 장면에서 으레 등장하기 마련인 늘씬하고 아름다운 여인과 등 쪽 라인이 예술적으로 떨어지는 멋쟁이 남자의 날렵한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하지만 이 그림에선 다르다…


페르난도 보테로, 〈춤추는 사람들〉, 2000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색전구가 반짝반짝 빛나는 실내에서 남녀가 춤을 춘다. 이렇게 말하면 대개는 이런 장면에서 으레 등장하기 마련인 늘씬하고 아름다운 여인과 등 쪽 라인이 예술적으로 떨어지는 멋쟁이 남자의 날렵한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하지만 이 그림에선 다르다. 남자는 2:8 가르마를 타고 머릿기름을 발라 제법 단정해 보이지만 미남은 아니다. 입에는 담배를 물고 춤에 몰두하느라 눈을 내리깐 채 온 신경을 무게중심을 옮기는 중인 발동작에 모으고 있는 그의 모습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매력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여자는 뒷모습이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우와, 저 종아리! 구두굽이 애처로울 지경이다. 하지만 그들이 춤추는 모습은 활기차고 유쾌하다. 그림에서 열정적인 라틴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 같지 않은가.


불이 켜지면 누구나 아름다워진다

보테로의 그림은 분명히 구상화이긴 한데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은 아니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냉소적이거나 비판적인 뉘앙스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남미 특유의 색감을 유지하면서 유쾌하고 즐겁다. 미술사에 나오는 유명한 작품의 인물들을 모두 뚱뚱하게 그림으로써 다 빈치의 〈모나리자〉도,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도 원작이 갖고 있는 권위와 아우라가 없어진다. 대신 그 자리에 조금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는 하지만 친근하고 밝고 즐거운 기운이 들어선다. 그의 그림이 유독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림 속 인물들이 나와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릴 때 내가 갖고 있던 유일한 콤플렉스는 외모에 관한 것이었다. 예쁜 언니와 동생 사이에서 나는 언제나 집을 방문한 손님들의 말문을 막는 존재였다. “아이고, 셋째 딸은 선도 안 보고 데려간다더니 이 집 셋째가 바로 그렇네요.” “어머나, 큰 딸은 단아하니 고전적으로 예쁘네요.” 그러고는 나를 본다. 무슨 말을 하긴 해야겠는데 마땅한 찬사를 찾아내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 보인다. “이 집 둘째는… 음… 참 씩씩하게 생겼네요.”

손님들은 내게 거의 언제나 ‘씩씩하다’는 단어를 썼다.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씩씩하다”는 말이 “예쁘지 않다”는 말의 다른 표현임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자의식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나는 그 말이 가슴에 콱 박혔다. 아팠다. 내게는 그 누구도 “예쁘다”는 말을 해 준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것을 극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아니, 어쩌면 그건 아직까지 극복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다만 성장하면서 자존감을 유지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개발했다거나, 나이가 들면서 다들 엇비슷하게 되어 버려 내 외모가 특별히 못나 보이지 않게 되었다거나, 사람들의 시선이 외모에만 집중되지 않게 하는 다른 전략들을 무의식적으로 터득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스스로 콤플렉스를 극복했다고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한동안 나를 무척 슬프게 했던 외모 콤플렉스는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사랑받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했으나 결국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거의 모든 영화나 드라마, 혹은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늘 아름다운 여인들 차지였지만 현실에서는 못생긴 여자들도 얼마든지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았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갑자기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안다. 얼굴색이 환해지고 근육이 긴장으로 팽팽해지면서 젊어진다. 표정은 꿈꾸듯 부드러워지고 마음은 한없이 너그러워진다.

보테로가 그린 그림 속 남녀도 그렇게 빛난다. 누군가 나에게 춤을 청하고 그 제안을 듣는 순간 내 안의 전구가 탁, 켜진다. 밝게 빛나는 상대의 얼굴은 한층 아름답게 보인다. 음악이 울리고 몸을 움직인다. 손에 들어가는 힘의 방향이 내 몸에 세밀하게 느껴지고 우리는 서로의 몸에 반응한다. 말하지 않아도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마음이 서로 통하니 다른 것은 부차적이 되거나 사소해진다. 내 안의 전구에 불이 들어왔으니 얼마나 마음이 따뜻해지겠는가. 우리는 누구나 그때의 그 노글노글한 기분을 안다.

누구나 그런 사랑을 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랑에 빠지기 힘들다고 느끼는 건 대체 무엇 때문일까? 박민규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사랑을 원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까닭은, 서로가 서로의 불 꺼진 모습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야.”



페르난도 보테로, 〈얼굴〉, 2006

미술관에서 만난 ‘얼큰이’가 반가운 이유

〈얼굴〉은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렸던 보테로 전시회에서 관객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그 이유가 재미있다. “어머나, 깜짝이야. 내 얼굴인 줄 알았어요.” 나도 놀랐다. 내 얼굴인 줄 알고. 우리가 흔히 놀리는 말로 하는 ‘얼큰이’가 캔버스 가득 당당하게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사진을 찍을 때는 그토록 얼굴이 작게 나오게 하려고 몸을 뒤로 빼고 카메라를 머리 위로 올려 턱 쪽이 갸름해 보이도록 각을 잡는 등 갖가지 방법을 다 취하면서, 캔버스에서 발견한 머리 큰 여자의 얼굴을 보고는 반갑고 기쁜 마음이 들었다는 거다.

나 또한 자타가 공인하는 ‘얼큰이’에 속하는데 살이 쪄서 얼굴이 커진 것도 있지만 타고난 뼈대 자체가 커서 아무리 살이 빠진다고 해도 얼굴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얼굴이 크다는 것이 과거에는 전혀 모욕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떠올리면 현대의 ‘작은 얼굴 선호 현상’은 뭔가 좀 억울한 측면이 있다. 우리 주변을 잠깐 둘러보기만 해도 얼굴이 작은 사람보다는 큰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그런데도 다수의 ‘얼큰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부끄러워하면서 가능하면 얼굴 크기를 줄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남자들은 “못생긴 건 참을 수 있어도 얼굴 큰 건 참을 수 없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그런 말을 듣는 여자들은 “못생긴 게 성질도 더럽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호탕하게 웃어넘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얼굴이 크면, 얼굴이 못생기면, 몸이 뚱뚱하면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에 괴로워하고 실제로도 연애를 잘 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큰 상황 속에서 열등감에 휩싸여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보테로가 그린 그림과 박민규의 소설은 커다란 위안이고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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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눈물을 닦다 조이한 저 | 추수밭
심리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미술평론가 조이한의 그림 심리 에세이. 고전 미술부터 현대 미술까지, 우리의 지치고 상처 난 마음을 다독여 주는 작품들을 담았다. 사랑, 결혼, 관계, 슬픔, 상처, 자살, 삶의 비극성, 외모 콤플렉스, 늙음과 죽음 등 우리 삶의 중요한 화두들을 그림을 통해 성찰한다. 모딜리아니의〈모자를 쓴 여인〉을 통해 우리는 결코 타인을 진정으로 알 수 없다는 관계의 진실을 이야기하고, 카라바조의〈나르시스〉와 마그리트의〈연인〉을 통해 자기애와 상상력이 사랑의 본질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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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이한

서울에서 태어나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노동자 문화운동연합에서 가수로 활동하다 1992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원래는 심리학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었으나 그림의 매력에 빠져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미술사와 젠더학을 공부했다. 현재 서강대 평생교육원, 인하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상상마당 등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미술사 강의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녀는 그림을 해석하려고만 하지 말고 그림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늘 말한다. 지독한 외로움을 오기로 버티던 유학 시절, 에곤 실레의 〈해바라기〉 앞에서 무너지듯 눈물을 흘렸다. 자신을 알 리 없는 오스트리아 화가가 100년 전에 그린 그림이었지만 마치 잘 아는 사람이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 준 것처럼 위안을 받았다. 이 책에서 그녀는 단지 그림 보는 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사랑 때문에 아픈 마음, 삶의 고달픔에 지친 마음, 절망 속에서 몸부림치는 마음을, 덮어놓고 괜찮다고 하는 위로가 아닌 삶에 대한 깊은 성찰로 다독인다.
지은 책으로는 《천천히 그림 읽기》(공저),《그림에 갇힌 남자》,《위험한 미술관》,《혼돈의 시대를 기록한 고야》,《베를린, 젊은 예술가들의 천국》,《뉴욕에서 예술 찾기》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이 그림은 왜 비쌀까》,《예술가란 무엇인가》(이상 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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