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탭업>이 돌아왔다. 벌써 네 번째다. 2006년, 채닝 테이텀을 스타덤에 올렸던 1편 이후 벌써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시리즈를 거듭하는 동안 미국에서의 흥행은 주춤했지만, 세계적으로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춤사위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매번 다른 주인공을 내세웠지만, 내용적으론 크게 변화가 없었던 반면, 이번 <스탭업4-레볼루션>은 지금까지의 <스탭업> 시리즈와는 궤적을 달리한다. 단순히 1:1의 구도가 아닌, 집단과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탭업4>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개개인의 장기가 아니다. THE MOB이라는 팀으로 구성된 댄서들이 길거리, 사무실, 레스토랑 등에서 집단 퍼포먼스를 펼친다. 익스트림 스포츠와 결합된 꽉 짜여진 구조와 완벽한 연출로 인해 절로 어깨가 들썩여 질 정도다. 실제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동안 옆 자리에 앉은 전혀 모르는 한 관객은 계속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두들기며 연신 흥에 겨워했다. 집단이 움직이다 보니, 춤의 규모는 전작들을 능가하는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카메라가 보여주는 마이애미의 확 트인 풍광이 영화가 잘 녹아 드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의 매력은 단순히 춤을 보여주기 위한 몸짓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춤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들은 춤을 통해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사라지는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한다. 춤에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그리고 현재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YOUTUBE를 끌어들여 현실감을 부여하기도 한다. 꽤나 영리한 발상이다.
춤이 있는 곳에 빠져서는 안될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음악이다. <스탭업>의 사운드트랙은 매 회를 거듭하며 더욱 훌륭한 뮤지션들을 참여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스탭업4> 역시 이런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제니퍼 로페즈를 비롯해 저스틴 비버, 플로 라이다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 총 13곡이 수록된 이번 OST는 영화를 떼어 놓고 들어도 귀에 쏙쏙 들어올 만큼 훌륭한 컴필레이션 음반이다. 영화를 보고나면 분명 음반이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고, 영화를 보기 전에 음악을 숙지한다면 영화를 훨씬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영상과 음악의 환상적인 조화가 이 영화의 큰 강점이기 때문이다.
1편에서 채닝 테이텀이 있었다면, 이번 4편에는 라이언 구즈먼의 얼굴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1987년생인 라이언 구즈먼은 놀랍게도
<스탭업4> 이전의 경력이 전무한 신인 배우다. 심지어 이 영화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몸치에 가까울 정도로 춤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2009년 캘빈클라인 전속모델로 활동한 것이 그에 관해 알려진 유일한 경력이다. 하루 4시간이라는 수면시간을 지켜가며 혹독한 댄스 훈련을 받았던 라이언 구즈먼은 영화에서 프로 춤꾼으로 조금도 손색 없는 모습을 선보인다. 훤칠한 체격조건과 서글서글한 웃음이 <스탭업> 1편의 채닝 테이텀을 꼭 닮은 느낌이다.
반면 여주인공인 캐서린 맥코믹은 ‘유 캔 댄스’를 통해 연예계에 발을 들인 진짜 댄서다. 다양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 여주인공을 표현하는 것은 표정이나 연기가 아닌 그녀의 춤이다. 춤의 변화를 통해 갈등과 고통 그리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같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영화 속 화학작용은 지금껏 거쳐온 다른 시리즈의 커플들 이상으로 매력적이다.
전편의 <스탭업>들이 그랬듯이 이번
<스탭업4>에도 전작에 출연했던 춤꾼들이 등장해 찾아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스탭업2>, <스탭업 3D>에 출연했던 이들 중에 누가 등장하는 지를 맞추는 것도 이번
<스탭업4>를 즐기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오씨>, <캘리포니케이션>의 피터 갤러거를 스크린에서 오랜만에 만났다는 점이 매우 반갑게 느껴졌다. 한때 청춘스타로 이름을 날린 피터 갤러거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 <열정의 무대>, <아메리칸 뷰티>, <헌티드 힐> 등에 출연한 중견 배우다.
이야기는 매우 단순하다. 댄스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까. 호텔 개발 업자의 딸인 여자주인공과 THE MOB의 리더이자 호텔에서 웨이터 일을 하고 있는 남자 주인공이 신분의 차를 뛰어 넘어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다. 물론 두 사람이 엮이는 데는 주변의 방해도 있고, 고난도 있다. 하지만, 매우 쉽게, 춤이라는 공통 분모를 통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풀려나간다. 이야기만 본다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스탭업> 시리즈가 아니던가. 역대 시리즈 가운데 네티즌 평점이 가장 높은 이유는 이야기의 익숙함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이야기를 보완해 줄 수 있는 그 이상의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신인 배우와 신인 감독이 만들어낸 새로운 시리즈 <스탭업>은 그렇게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현재 상영작들 가운데서도 매우 높은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젊은 관객들에게 높은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분명은 제목은 여전히 <스탭업>이지만, 완전히 다른 춤과 콘셉트로 전편을 즐겼던 이들에게 혹은 새로운 댄스영화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이만큼 좋은 선물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습하고 눅눅한 늦여름의 열기를 날려버린 단 하나의 오락영화로 당당히
<스탭업4-레볼루션>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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