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여자’에게 이 책이 인기있는 이유 – E L 제임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어른 여자’들이 킥킥거리며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제대로 된 오락거리가 과연 있었던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잔 적도 없고 내 침대에서 섹스한 적도 없고 찰리 탱고에 여자를 태운 적도 없고 어머니에게 여자를 소개한 적도 없지. 너 나를 대체 어떻게 한 거야?”(책 속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잔 적도 없고 내 침대에서 섹스한 적도 없고
찰리 탱고에 여자를 태운 적도 없고 어머니에게 여자를 소개한 적도 없지.
너 나를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책 속에서)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바라는 것? 별 거 없다. 그 남자가 나에게 홀딱 빠져서 나를 매일 매일 보고 싶어하는 것.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것. 그것만 되면 그 남자가 아직 별볼일 없어도 봐줄 수 있다. 여기에 욕심을 부리자면, 그 남자가 굉장히 잘생겼고, 돈이 많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으며, 똑똑하기까지 하는 것! 물론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을 알기 때문에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가 나처럼 평범한 여자에게 홀딱 반해 어쩔 줄 모른다는 이야기는 드라마, 영화, 소설의 실패하기 어려운 단골 소재다.
하지만 남자와의 경험이 있는 ‘어른 여자’. 나를 좋아하는 남자가 단순히 함께 밥 먹고, 가벼운 키스만 하는 것에 만족해할까? 자고로 ‘사랑’이라는 가치가 지향하는 바는 남과 여의 완전한 결합. 이 완전한 결합이 정신적인 것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어른 여자’는 안다. ‘어른 여자’들에게는 텔레비전 공중파의 드라마는 너무 밋밋하고, 19세 이상 관람가 영화는 사실 남자를 겨냥한 영화가 더 많아, 살짝 부담스럽다. ‘어른 여자’들이 킥킥거리며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제대로 된 오락거리가 과연 있었던가.
2012년 4월 출간된 후 석 달 간 총 3천만 부 이상이 판매되어,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관심을 받고 있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성인 여자들이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 대부분의 어른 여자들이면 가지고 있을 만한 환상을 충족시켜준다는 것.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여자 주인공 아나스타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여자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성인용 소설이 과연 몇 편이이나 있었던가?) 당연히 소설에서 공들이며 묘사되는 부분은 우리의 남자 주인공 그레이의 완벽한 외모와 그의 대사 그리고 아나스타샤를 만지며 핥는 행위에 아나스타샤가 느끼는 쾌락의 환희.
그러나 이 모든 장면들이 충분히 상식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인 아나스타샤의 시선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음탕하게 비추어질 수 있는 둘이 사랑하는 장면에는 유머와 격조가 있으며, 그 이유로 그것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미덕이라 하겠다.
남자주인공 그레이와 가장 닮았다고 여겨지는 남자 이미지
“아나스타샤.” 그가 속삭였다.
“나를 어떻게 한 거야?”
“나도 똑 같은 말을 하고 싶어요.” 나도 속삭였다.
어찌보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인기는 매우 상징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남성의 시각으로 여자들이 성적 대상화되어 소비되는 시대에서 여성의 시각으로 남자들이 성적 대상화되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 그리고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은 싫으면서도 대접받고 사랑받고 싶은, 알건 아는 ‘어른 여자’들을 위한 오락 거리가 진정으로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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