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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전 여성들의 동성애를 노래하다 - <콩칠팔 새삼륙> 신의정, 최미소, 조휘

동성애는 모오단한 사랑? 자유 의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두 소녀의 극단적이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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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4월, 영등포역에서 기차선로에 뛰어든 두 여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은 ‘동성애’라는 코드 안에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유 의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두 소녀의 극단적이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사랑을 그린다. 발음도 어려운 콩칠팔 새삼륙은 ‘남의 일에 이러쿵저러쿵 지껄이는 모양’을 뜻하는 옛 말. 이런 말도 낯설 것 같은 2, 30대 젊은 주인공들은 80년 전 경성식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1930년대 초 경성, 그러니까 80여 년 전으로 돌아간다.
일제 강점기였지만 당시 유교적 관습에 숨죽였던 여성들이 자아를 찾아가기 시작했고, 서양 문물의 급격한 유입으로 한복과 양장이 공존했고, 여성들의 복장이 짧아졌고, 여자가 남자 앞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경성의 트렌드를 주도한 건 모더니스트.
‘모오단한’ 그 남자, 그 여자에게 자유로운 연애는 달콤함 속에 숨겨진 치명적인 독이었다.
1931년 4월, 영등포역에서 기차선로에 뛰어든 두 여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은 ‘동성애’라는 코드 안에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자유 의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두 소녀의 극단적이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사랑을 그린다.

발음도 어려운 콩칠팔 새삼륙은 ‘남의 일에 이러쿵저러쿵 지껄이는 모양’을 뜻하는 옛 말.
이런 말도 낯설 것 같은 2, 30대 젊은 주인공들은 80년 전 경성식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조휘: 저는 이 작품에서 류 씨라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촉망받는 의사이고 지식인입니다. 저라면 진심으로, 직접적으로 얘기해서 여자의 마음을 얻었을 텐데, 당시에는 허례허식이 많고 표현방식이 달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사랑을 얻지 못하죠. 일제 억압 속에서 자신의 뜻을 펴고 싶어도 펴지 못하는 당시 지식인들의 행동이나 말투도 반영된 것 같아요.

신의정: 저는 용주라는 역을 맡고 있고요. 용주는 부유하고 똑똑한데 당시 관습대로, 꼬마신랑과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죠. 그런 것은 좀 못마땅했어요.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은 신의정으로서는 처음에 있었지만 역할에 몰입해서 극 안에 들어가 보니까 아무렇지 않았어요.

최미소: 옥임이는 그 시대의 선택받은 사람이죠. 먹고 살기 힘든 시대임에도 많이 가진 역할이라 오히려 현대인들이 겪는 우울증을 그 시대에 겪었다고 생각해요. 먹고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닌 거죠. 아무도 이해 못 하지만 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용주한테 유일하게 이해를 받잖아요. 옥임이라는 아이는 실제로 방에 틀어박혀서 혼자 소설만 읽었대요. 사교적이지 못했나 봐요. 그런데 왜 죽음을 선택하게 됐을까 생각해보면 결국 순수함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측은했어요.

고등학교 동기 옥임과 용주는 극 중 스킨십이 잦다. 배우 의정과 미소, 두 사람은 이 작품 훨씬 이전부터 무척 친한 언니, 동생이었다는데 불편하지 않았을까?

신의정: 처음엔 대사 한 마디도 거북했어요. 감정이 안 잡히더라고요. 그런데 각자 자신이 맡은 역할을 어떻게 더 잘 할까,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이제는 어떻게 하면 애정을 표현할까, 어떻게 더 예쁘게 만질까 뭐 이런 생각을 해요.

최미소: 오그라드는 감정표현하면서 좀 힘들었죠. 그래서 웃기더라고요. 그게 문제였죠. 지금은 하도 연습해서 이젠 괜찮아요

몰입이다. 프로는 그렇다. 아, 그래도 기자는 좀…
배우 의정의 남자친구는 여자와의 키스신이라 오히려 다행이라 했다고.



“동성애가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우리가 사랑을 하트 모양으로만 표현을 하는데 사랑이 꼭 하트여야 하나요? 세모, 네모, 동그란 모양도 있을 수 있고, 두 사람이 그걸 만들어가는 게 사랑이죠. 그래서 동성애도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모양의 사랑이란 겁니다. 그런 것을 80년 전에도 얘기했는데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잖아요. 그런데는 이유가 있단 말이죠.”

말도 참 잘한다. 창작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할을 꿰차며 실력 발휘 중인 배우 조 휘는 <콩칠팔 새삼륙>에서 모오단한 척하지만, 보수적이고 출세를 바라는 평범한 남성이다. 그런데 극 중 류 씨는 나왔다 하면 온통 웃음바다, 이유가 있다.

기자: 조 휘씨, 원래 느끼하세요?

조휘: 당시 말투를 살린 거죠. 연출 의도예요. 보시는 분들도 느끼하다고도 하지만 귀엽게 봐주세요.




웃음의 포인트가 가장 많은 조휘, 예상은 하고 연기할까?

“꼬마 난봉꾼 역할을 하는데 웃음이 잘 안 터지더라고요. 변신을 좀 더 해야 하나 생각했죠. 또 그렇게까지 웃을 줄 몰랐는데 박장대소하며 웃는 장면에서는 당황했어요.”

기자다. 박장대소의 주범.

“그런 것 또한 소극장 뮤지컬의 묘미죠.”

<콩칠팔 새삼륙>의 주요 스탭은 모두 여자다. 연출, 작곡가, 음악 감독, 그리고 두 여주인공까지. 말이 많아 시끄러워 가끔은 남자 배우들이 조용히 가서 여자 배우들 방문을 쓱 닫아 버리지만 그 이상은 없다. 조휘의 고충이 짐작된다.



신의정: 더블이나 트리플 캐스팅은 다음 날 쉰다는 것에 대해 느슨해지는 면이 있어요. 그래서 원캐스팅은 목 관리를 더 쫀쫀하게 만들어주고 ‘내 배역’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반복에서 오는 매너리즘도 있을 수 있지만 하면 할수록 관객과의 소통이 변화하는 걸 느껴요. 그래서 더 목숨 걸고 하죠.

최미소: 부담은 커요. 창작 뮤지컬에, 초연에, 원캐스팅이라 애정도 그만큼 커요. 나의 용주, 나의 류라는 생각이 있어서 더 안정적이죠. 커피, 술, 노는 건 다 끊었죠. 전 아직 좀 어려서 흥분하면 조절이 안돼서 목 눈치를 보게 돼요.

조휘: 사실 원캐스팅 시스템이 기사화되는 것 자체가 넌센스예요. 원캐스팅이 정상이죠. 스타 마케팅이나 아이돌의 뮤지컬 유입 등에서 비롯된 기형적인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 한국 뮤지컬의 현주소인데 원캐스팅이 정상이죠.
연극은 약속이라는 말이 있듯이 소극장에서 하는 작은 뮤지컬 안에도 수백 가지 약속이 있는데 이 역할을 또 다른 사람들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또 한 사람과의 수백 가지 약속이 생기는 거죠. 배우들끼리의 호흡 면에서도 원캐스팅이 적합하죠.


8월 초까지 원캐스팅, 이 멤버 그대로 간단 얘기다. 그래서 컨디션 조절은 필수다. 컨디션 조절의 고수는 단연 조휘. 제보가 속속 이어졌다.

최 배우: 징그럽게 관리해요.

신 배우: 몸에 좋다는 건 다 챙겨먹어요. 구석에서 주섬주섬 소중하게 떠먹고 있어서 보면 홍삼, 도라지청, 배즙은 항상 먹어요. 목도 똘똘 말고 다녀요. 평소 말소리가 잘 안 들려요. 속삭여요. 놀 때 깜짝 놀랐어요. 작품 안 할 때 술을 마시더라고요. 처음 봤죠.




세 배우 대부분 대규모 무대에 선 경험들이 많다. 정반대의 무대, 충무아트홀의 소극장 블루는 좀 덜 떨릴까?

조휘: 전 더 떨려요. 미묘한 얼굴의 떨림, 근육의 컨트롤도 다 신경을 써야 해요. 관객한테 다 보이니까요. 아까 팬을 잠깐 만났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홍 박사님 눈이 빨간 것까지 다 보인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소극장이 더 어렵고 항상 긴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의정: 배우들은 소극장 무대를 정말 좋아해요. 대극장은 함성으로만 알 수 있지만 소극장에서는 느낌만으로도 다 와요. 기운으로. 관객도 아마 배우의 컨디션까지 다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짜릿하고 떨리죠.

프리뷰 이틀째, 반응은 뜨겁다.
뮤지컬의 음악은 라이브여야 진짜 뮤지컬.
소극장이지만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사운드가 매력이다.
세 배우 모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작 뮤지컬이 고통스러운 작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만한 의미가 있고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미소: 전 매일 울었어요. 창작 뮤지컬 작업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의미가 커요. 처음인 게 많거든요. 주인공도 처음이고, 소극장도 처음이고요. 이 작품이 한 번 올리고 없어질 작품은 절대 아니거든요. 음악과 내용이 조화로워서 많은 사람들이 듣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제 인생에 있어서 꼽을 수 있을 만큼 사랑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무대 위에서 콩칠팔 새삼륙하는 ‘남들’이 매우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뭔가에 대해 콩칠팔 새삼륙 중인 분들보단 적다 싶다. 무대 위 그들이 얘기하고 싶은 건 혹시 이거?


남 신경 그만 쓰고 “너나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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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예진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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