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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은 커피의 맛은 무엇일까?” - 『커피 교과서』 호리구치 토시히데

일본의 커피 장인에게 듣는 ‘진짜 커피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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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와 예술의 전당이 주최한 이날 작가와의 만남, 강연자로 나선 호리구치 대표에 대한 간략한 소개. (주)커피공방 호리구치의 대표이사와 호리구치커피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또 일본 스페셜티 커피협회 이사, 일본커피문화학회 이사 등을 역임하고 있다. 책 번역과 통역을 맡은 윤선혜 역자에 의하면, 이번 책은 2년 전 일본에서 출간됐으며 커피 중급자용이다.

#1. 좋은 커피란 무엇일까? 전 세계 70억 명에겐 70억 개의 좋은 커피가 있겠지만, 커피 만드는 남자로서 커피 만들기 또한 요리로 생각하는 나는, 좋은 커피는 원재료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에 집중하는 이유다. 아무리 조리를 잘 한다손,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을 순 없다. 좋은 생두를 잘 볶고 그 원두에서 커피를 잘 뽑아야 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 회원이자, ‘큐그레이더(Q-graderㆍ커피감별사) 인스트럭터’인 마네 알베스도 말했다. “아무리 훌륭한 솜씨로 볶고 갈아도 원두의 질이 떨어지면 훌륭한 커피는 만들어지지 않지요.” 아울러 한 가지 커피를 여러 번 마시고, 다른 종류의 커피를 마시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커피를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2. 스타벅스(Starbucks). ‘커피’하면 떠오르는 대명사이자 아이콘. 독일의 저명한 암행탐사기자 귄터 발라프가 독일의 스타벅스(의 이면)를 취재, 『언더커버 리포트』에 담았다. 여기엔 서로를 ‘파트너’라고 부른다는 스타벅스가 직원을 어떻게 대하고 착취하는지가 나왔다. 이 책에 의하면, 스타벅스는 직원들을 ‘로봇’으로, 커피숍을 ‘공장’으로 만든다. 직원들의 감정노동은 스타벅스의 고려사항이 아니다. (자세한 것은 책에 잘 나와 있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회사의 이익과 사회적 양심이 조화된 기업을 바란다”고 말했다. 귄터의 취재는 그것이 ‘새빨간 거짓’임을 폭로한다. 슐츠는 노동조합을 적대시하며 정기적으로 각 지점에서 활동 중인 조합원을 해고한다. 세계 산업 노동자 동맹(IWW)은 스타벅스 앞에서 시위를 펼친다. ‘나는 스타벅스를 증오한다(www.ihatestarbucks.com)’를 만든 직원은 의료보험 가입 의무를 피하기 위해 의무기준 시간에서 15분이 모자란 노동계약서를 맺는 스타벅스의 ‘꼼수’도 폭로한다.

스타벅스, 공정무역을 통해 사회적 기여를 한다고 줄기차게 홍보하지만 이 또한 생색내기다.
2008년 공정무역인증 커피를 위한 5퍼센트 가운데 매출의 0.02퍼센트를 커피 농민에게 줬다. 귄터는 “말 그대로 커피콩 만 한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이를 통해 얻은 홍보 가치는 훨씬 높았음에도 말이다. 아울러, ‘나는 스타벅스를 증오한다(www.ihatestarbucks.com)’에는 “이 기업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지구상에 번지고 있다”고 적혀 있는데, 이 바이러스로 인해 커피전문점 문화에 속한 오래된 혹은 개인 커피하우스가 피해를 입고 있음도 꼬집는다.


일본 커피시장의 흐름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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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경, 한국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커피를 향한 열정과 꿈을 노동으로 착취하는, 지난해 주휴수당 미지급 등 임금체불을 일삼으면서도 외형 경쟁에만 몰두하는 한국의 거대 커피 프랜차이즈를 보면 말이다. 지난 3월30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커피 교과서』의 저자, 호리구치 토시히데 대표, 위의 내용과 비슷한 맥락에서 좋은 커피(맛)과 스타벅스를 비롯해 커피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예스24와 예술의 전당이 주최한 이날 작가와의 만남, 강연자로 나선 호리구치 대표에 대한 간략한 소개. (주)커피공방 호리구치의 대표이사와 호리구치커피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또 일본 스페셜티 커피협회 이사, 일본커피문화학회 이사 등을 역임하고 있다. 책 번역과 통역을 맡은 윤선혜 역자에 의하면, 이번 책은 2년 전 일본에서 출간됐으며 커피 중급자용이다.

호리구치 대표는 22년 전, 1990년에 커피 일을 시작했다. 커피하우스와 가정용 원두를 공급하는 숍을 병행했다. 당시는 일본에서 커피가 쇠퇴할 무렵이었다. 1980년대 후반 16만개에 달했던 커피하우스는 거품경제의 붕괴와 함께 급격하게 줄었다. 지금은 8만개 정도란다.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렸던 1990년대, 일본에서 개인 커피하우스가 거의 생기지 않았다. 나는 컵(머그)으로 팔아서는 영속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가정에서 마실 수 있도록 콩을 함께 팔자고 생각했다. 아내와 함께 시작한 아주 작은 커피하우스였다. (웃음)”

그래서 로스팅(배전)을 함께 했다. 좀 더 맛있는 커피가 있지 않을까, 의문을 품고. 일본에서 유통되는 프리미엄 커피를 모두 사용해봤다. 그러나 그의 끓어오르는 열정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마음에 드는 생두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고심하며 10년을 보냈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일본의 커피문화가 다시 꿈틀댔다. 커피하우스를 대신해 ‘카페’라는 업태가 생겨났다. 당시 일본의 카페는 커피가 중심이 아닌 식사가 메인이었다. 커피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빈숍’이라는 로스팅 된 원두를 판매하는 형태로 전문화됐다.

그는 최근 한국의 커피시장은 자체적으로 로스팅을 하는 ‘로스터리 하우스’가 대세인데, 일본은 2000년대 들어 10여 년 동안 2500~3000개가 새로 들어섰단다. 현재 일본에는 4000개 이상의 원두 판매점포가 있다는 것. 가정용 커피원두를 중심으로, 보다 큰 규모의 점포는 도매로 납품하기도 한다.

“그런 흐름 안에서 2002년 호리구치 커피연구소를 열었다. 커피의 본질적인 맛이 어떤지 알고, 커피 재배부터 정제, 가공 과정을 거쳐 어떻게 맛이 변하는지 연구하기 위해 만들었다. 연구소를 시작할 무렵, 커피의 생산이력을 알 수 있는 커피가 거의 유통되지 않았다. 2001년, 단일 농장의 생두는 유통되지 않았다. 정보도 별로 없었다. 농장 사진 하나를 확보하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

물론 지금은 다르다. 인터넷만 뒤져도 농장, 생두 가공단계 등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만큼 어렵고 척박한 환경에서 호리구치 대표는 커피에 대한 연구를 계속 했다. 최근 10년 내 엄청난 발전과 정보가 유통된 셈이다. 일본은 2000년을 스페셜티 커피의 원년으로 삼는다. 이것은 커피에 있어서 혁명이었다고 표현한다. 커피가, ‘좋은 커피’와 ‘보통 커피’로 나뉜 것이다. 호리구치 대표는 좋은 커피 시장에 들어섰다.


열리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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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2000년 초반, 좋은 커피를 획득하는 건 쉽지 않았다. 호리구치 대표, 결단을 내렸다. 생산지로 직접 가자! 2000년 전반, 생산지를 계속 돌아다녔다. 무턱대고 갈 수는 없었다. 어떤 커피가 좋은지 알기 위해서는 재배방법, 품종, 정제방법 등을 알아야했다. 그래야만 좋은 커피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었다.

“맛을 보기 위해선 각 농장의 커피를 맛봐야 했다. 직접 돈을 주고 사오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한 농장의 커피를 수입하려면 한 컨테이너를 사야하는데, 60킬로그램 포대로 250백을 사야했다. 그때, 250백을 살 능력이면 어떤 농장이든 다 살 수 있었다. (웃음)”

그러나 혼자서 이걸 소비할 수 없었다. 컨설팅을 시작했다. 10년, 100개의 점포가 오픈하는 것을 도와줬다. 그러면서 100개 점포와 함께 소비할 수 있는 규모까지 키웠다. 동반 성장이었다. 파트너십. 그는 든든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생산되는 커피를 살 테니 계약하자고 생산지에 제안했다. 생산자와 함께 좋은 ‘윈-윈’. 좋은 커피, 일본에서 독점 판매를 하고 싶었다.

“다른 일본 회사에는 팔지 말라고 했다. 다만 미국 회사에는 팔아도 괜찮다고 했다. (웃음) 그래서 지금 일본에서 수입하는 단일 농장의 스페셜티 커피 종류는 호리구치 공방과 100개 (파트너십)점포에서 소비한다. 미국은 스타벅스가 수입하고. 그런 형태로 과테말라, 콜롬비아, 브라질 등의 농장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농장주들과는 그들이 일본에 오거나 우리가 농장을 방문하고, SCAA엑스포 등을 통해 교류를 잇고 있다. 그렇게 최고 레벨의 생두를 확보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만큼 훌륭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커피 만드는 나는, 조금 안다. 이런 자부심,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산지와 현장을 안다면 대자연과 농부의 수고와 노력이 묻은 커피 앞에서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고마워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마당에 더 좋은 커피를 획득하기 위한 노력은 좀 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부심은 그래서 당연하다. 호리구치 대표, 생산국 안에서도 가장 좋은 커피를 생산하는 농장의 커피를 확보하고자 노력한다고 전한다.

아직 우리나라,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일본만큼 열리진 않았다. 이제 막 그쪽에 눈을 돌려 시작을 꾀하는 단계랄까. 그것은 보통의 커머셜 커피시장의 확대와 함께 이뤄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커피시장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단계별이 아닌 동시다발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커피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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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구치 대표, 묻는다. “제일 좋은 커피의 맛은 무엇일까?” 어렵고도 쉽다. 그의 견해를 들어보자. 첫 번째, 이상한 맛이 나지 않는다. 그는 이것이 매우 중요한 지점이라고 언급한다. 세계에 유통되는 수많은 커피, 이상한 맛이 난다. 그래서 이상한 맛과 좋은 맛을 구분할 것을 주문한다. 이것은 미각의 훈련을 통해서 가능하다. 많은 커피를 접하고 만나야 한다.

“어떤 것이 좋은 맛인지 알려준 사람이 별로 없었다. 가르친 사람이 별로 없으니 배운 사람도 별로 없다. (웃음) 좋은 와인은 역사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로 그것을 말한다. 유감스럽게도 커피는 최고 맛있는 커피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커피도 ‘떼루아’(주. 포도, 커피 등이 자라는 데 영향을 주는 지리, 기후, 자연환경, 재배법 등을 포괄한 단어)를 반영한다. 보통의 (커머셜한) 커피는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 수 없다. 좋은 커피는 반드시 특색이 있다.”

그가 말하는 특색은 이런 것이다. 첫 번째, 산미. 좋은 커피엔 농익은 과일의 산미가 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는 거듭 확인해 준다. 커피도 과일이다! 고도가 높은 열대 혹은 아열대 지역에서 나는 커피는 큰 일교차에 의해 과육이 수축완화하면서 뛰어난 산미를 만든다. 이것을 제대로 로스팅 하면 단맛을 끌어낼 수 있다. 과일의 새콤함이 단맛을 끌어내듯, 커피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어서 바디감(질감). 혀에서 느껴지는 감촉으로 맛의 복잡함 혹은 다채로움이다. 호리구치 대표는 산미와 바디감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 쉽게 표현하자면, 초콜릿 같은 바디와 과일 같은 산미. 그는 그것이 보통 커피에는 없고 좋은 커피에만 있다고 부연한다.

“예를 들어 이르가체프의 좋은 산미는 케냐의 나이에리에서도 느낀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커피, 수마트라 린톤 지역에서의 재래종에서도 이런 훌륭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전 세계엔 아직도 더 훌륭한 커피가 존재한다. 우리는 이런 훌륭한 커피를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그는 로스팅도 강조한다. 애초 좋지 않은 커피를 로스팅을 통해 좋게 만들 수 없다. 그러나 좋은 커피를 로스팅을 잘못해서 망칠 수는 있다. 좋은 커피에는 필수적으로 좋은 로스팅이 따라야 한다.

“좋은 커피는 생산지만으로는 구분할 수 없고, 로스팅으로도 맛이 달라진다. 커피 맛은 매우 다양하다. 다양한 로스팅 단계를 토해 표현하는 맛이 다 다르다. 좋은 커피는 어떤 로스팅 포인트에도 다 대응해서 좋은 맛을 낸다.”

그는 중미의 커피를 비교하면서 설명한다. 과테말라 안티구아와 코스타리카 따라주. 두 커피 모두 산미와 바디가 있는 한편 과테말라 안티구아는 화사한데 반해, 코스타리카 따라주는 강한 맛을 낸다고 말했다. 그 차이는 안티구아는 재래종, 따라주는 카투라라는 교배종이기 때문. 엘살바도르는 같은 재래종임에도 생산지의 표고가 낮아 산미가 약하다. 이에 따라 로스팅도 달리 해야 한다.

“안티구아와 따라주는 표고가 높아서 강배전을 하나, 표고가 낮은 엘살바도르는 강배전을 견디지 못한다. 중미는 그래서 산미로 구분해야 한다. 생산지, 배전에 따라 커피맛이 달라지는데, 어느 것이 맞는지 찾는 것도 중요하다.”


호리구치 커피는 왜 특별해 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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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구치 대표가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는 커피의 기호성이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것이 커피라는 것. 물 다음으로 음용이 많이 되는 커피는 기호나 취향이 중요한 포인트.

“한국은 약배전이 트렌드인 듯하나 시간이 흐르면 강배전으로 가게 돼 있다. 중배전에서 더 강하게 하면 더 맛있다고 느껴진다. 시티 다음 프렌치로 흘러갈 것이다. 취향이 강한 음료다보니 맛에 익숙해지면 강한 맛을 선호하게 된다.”

이어 ‘블렌딩(Blending)’에 대한 언급도 빠질 수 없다. 블렌딩은 많은 경우, 커피하우스의 얼굴이다. 즉, 한 점포의 대표선수라는 얘기다. 좋은 향미를 위해 원하는 각각의 커피의 맛을 뽑아내 섞는 과정은 그만큼 감각이 필요하고 센스가 요구된다. 데이터도 갖춰야 한다. 그는 20여 년 블렌딩을 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많이 시도하면서 자기 것을 찾았다.

“커피는 로스팅 후 그 순간부터 맛이 변화한다. 그 변화를 즐길 수도 있다. 12년 전 커피 테이스팅 책을 냈는데, 커피는 와인과 같다고 했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웃음) 지금은 와인처럼 커피도 테이스팅을 한다. 커피를 공부하면 초콜릿의 미래도 볼 수 있다.”

그는 생두에도 꽤나 신경을 쓴다. 당연한 일이다. 재료의 상태가 나빠지면 요리는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산지에서 커피를 운송할 때, 대부분은 드라이 컨테이너를 썼던 시절에도 냉장 컨테이너를 고집했다. 그때도 머리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했다. 그만큼 대중적이지 않았고, 생소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생산할 때는 맛있었는데, 일본에 오니 맛이 변해있음을 발견했다. 운송과정에서 생두의 열화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열화가 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냉장 컨테이너가 해답이다. 공부하면서 알아낸 장인 정신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커피는 과일이다. 그래서 신선도, 중요하다. 생두도 마찬가지. 그는 산미와 바디의 조화가 잘 이뤄지면 생두상태에서 1년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물론 그 보관도 최적의 조건에서. 산미와 바디가 약한 커피는 생두상태에서 1년을 견디지 못한다.

“커피를 하는 사람이라면, 생두의 열화 된 맛을 구분해 낼 줄 알아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소비자가 커피를 이해하고 알아야 좋은 커피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COE(Cup of exellenceㆍ비영리 국제 커피 기구로, 최고의 커피대회이자 옥션 프로그램)’에서 입상한 생두도 오래된 묵은 콩은 맛이 없다. 그러니 구분해야 하고, 커핑(커피맛을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인도 커핑을 하면 좋다. 미각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커피를 많이 마시는 거다. 좋은 않은 커피를 마시면 목에서 받지 않는다. (웃음)”

이날 그가 제공한 커피는 (과테말라 안티구아) 산타 카탈리나를 메인으로 한 블렌딩이었다. 스타벅스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그는 살짝 비밀이라고 속삭인다. “요즘 스타벅스, 좋은 것을 사용하지 않는다. (웃음)” 케냐, 콜롬비아, 파나마 등을 블렌딩했다. 그는 호리구치 커피의 특징을 언급한다.

“우리 커피의 특징 중 하나는 프렌치 로스팅이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면 타게 되는데, 커피를 시작할 때 가장 하고 싶은 게, 프렌치 로스팅을 하면서 탄맛이 안 나게 하는 것이었다. 프렌치 로스팅을 하면서 탄맛이 나지 않는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어서 커피를 했다. 산미와 바디가 조화를 이루는 생두가 프렌치 로스팅을 견딘다. 산미와 바디가 약하면 프렌치 로스팅을 견디지 못하고 탄다. 그래서 배전기도 튜닝을 했다. (웃음) 나만의 맛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자부한다.”


호리구치에게 커피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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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스페셜 티 커피 맛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추출법은 무엇인가?

답변

크게 3가지다. 종이 드립, 프렌치 프레스, 에스프레소. 같은 커피를 사용했을 때, 바디감이 다르다. 에스프레소가 가장 바디감이 강하다. 드립은 커피 지방분을 흡수한다. 커피에는 유지방분이 10% 들어있다. 커피를 갈면 가루가 되는데, 생두를 갈면 액체가 돼서 나온다. 각 추출방법에는 장단점이 있다. 드립은 액체가 깨끗하나 바디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테크닉이 필요하다. 치우는 건 간단하다. 프렌치 프레스로는 바디감이 드립보다 좀 더 표현되나 혼탁하다. 초등학생도 내릴 수 있지만 치우는 건 약간 귀찮다. 그래서 우리는 드립을 사용한다.

드립을 할 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디감을 어떻게 표현할지다. 융 드립은 유지방을 통과시킨다. 바디감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융 드립이 가장 훌륭한 맛의 커피를 내릴 수 있다. 다만 종이 드립의 2.5배 노력이 필요하다. 효율이 떨어지지. (웃음) 우리는 4개의 직영점이 있는데, 1군데서만 융 드립을 한다.

에스프레소는 유럽의 문화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북유럽 등에서 많이 마신다. 미국이나 일본은 에스프레소를 많이 마시진 않는다. 그런데 한국은 한꺼번에 들어와서 에스프레소와 드립을 함께 한다. (웃음)

중요한 것은 지금 하이로스팅이 두 번째 물결인데, 프렌치 프레스로는 하이로스팅이 적당할 수 있지만, 강배전은 프렌치 프레스로는 맞지 않다. 미국은 이제 드립을 시작했고, 약배전한 것으로는 바디감이 떨어진다. 다음 스텝은 좀 더 강하게 볶는 커피가 될 것이다. 드립은 ‘안티 스타벅스’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미국에서 확산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강배전을 찾으면서, 강배전에도 견딜 수 있는 높은 질의 커피를 찾을 것이다.

스타벅스는 너무 강배전을 한 게 잘못이다.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나, 나는 좀 더 섬세한 커피를 만들고 싶다. 개인 커피하우스가 그런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다.

질문

앞으로 커피시장,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답변

지금은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많지만, 앞으론 개성을 가진 개인 커피하우스가 많이 생기고 가정용 커피시장이 확대될 거다. 가정용 원두를 보급하기 위한 커피하우스도 많아질 걸로 본다. 일본에선 가정용 원두가 메인이 됐다. 머그나 종이컵으로 판매하는 시장이 아닌. 커피콩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난다. 개인이 커피하우스를 하려면 그런 커피생두나 원두를 다루는 커피하우스가 좋다. 현재는 도매용이 많겠지만, 5~10년 후 가정용이 앞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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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교과서 호리구치 토시히데 저/윤선해 역 | 벨라루나

한 잔의 커피를 마시기 전에 커피가 걸어온 길, 즉 품종, 재배, 정제, 선별 과정 등을 모르고는 커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아무리 좋은 원두가 준비되어도 로스팅, 분쇄, 추출 방법 등 여러 공정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없다. 이 책은 저자가 브라질, 하와이, 동티모르 등 커피 산지를 오가며 몸소 체험한 정보와 20년 커피 인생을 걸어오며 체득한 노하우를 모아 엮은 커피 가이드북으로, 단순히 ‘맛있다’ 또는 ‘맛없다’라는 애매하고도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을 넘어서 올바르게 커피를 이해하고, 만들고, 평가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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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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