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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구하다⑤] 최인훈 “한 생애로 부족하다. 무한히 부활하겠다”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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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는 소설가 최인훈.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화두를 소설, 희곡 에세이 등 다양한 문학 형식으로 끊임없이 실험한 예술가이자 사상가였다. 『바다의 편지』는 인간과 문명에 관한 최인훈 작가의 사유를 탐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지적 여행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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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6.25 전쟁이 끝난 지 채 6년도 지나지 않은 1960년대 나온 소설이었다. 소설을 쓸 때 최인훈 작가의 나이는 스물다섯. 전쟁 중 월남한 작가는 6.25에 대한 나름의 정리된 생각을 소설로 제출한 셈이다.

한국 문학의 지평을 새롭게 열었다는 평을 받은 장편소설 『광장』은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최대 수록 작품이 되었고, 작품을 분석한 논문만 해도 80편이 넘는다. 평론가 김훈은 최인훈 작가를 두고 “어렸을 때부터 책을 통해 추상적 사고라는 어려운 정신곡예를 배웠다”고 말했다. 그 정신 곡예가 스물다섯 살에 『광장』을 빚어냈고, 이후 여러 권의 소설, 희곡, 에세이로 완성되었다.

고려대 역사학과 오인영 교수는 그 중 최인훈의 사상적 측면에 주목했다. 산문집 『유토피아의 꿈』 『문학과 이데올로기』 『길에 관한 명상』에 실린 글 중 인류 문명에 관한, 지금 이 시대에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글들을 『바다의 편지』라는 한 권의 책으로 엮어 펴냈다.

그는 자신의 삶에 운명같이 제시된 화두를 두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온 작가였다. 『바다의 편지』는 어떤 철학과 사상의 해설서가 아니다. 최인훈이라는 한 작가가 삶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해 얻어낸 독자적인 사유의 기록이다.

최인훈 작가의 공식적인 마지막 단편소설이자 사고 실험으로서의 문학인 『바다의 편지』가 맨 마지막에 실려 있다. 그의 일관된 사유와 맥을 같이 하는 이 단편소설은 앞서 최인훈 작가의 사유 여행에 동참한 독자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몇 페이지짜리 산문도 쉬이 읽히는 글은 아니지만, 머리가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할 만큼 특별한 독서체험을 보장한다. 당신의 사유에 새로운 길을 내줄 문장이 수두룩하다. 덕양구 화정동 자택에서 최인훈 작가를 만났다. 사유의 힘, 그리고 단편 『바다의 편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생에 걸쳐 매달린 화두, 수행승과 다를 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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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작가는 “생각의 앞서서 존재하는 존재를 인간의 의식이라는 실험실 속에 옮겨서 관찰하는 것”을 사고(思考)라고 정의했다. “우리가 생각하지 않아도 달은 있고, 별도 있고, 지구도 있어요. 다만 우리가 관찰할 때 그것이 의식의 통제 안으로 들어오는 거죠.” 작가는 인간이 생명을 가진 다른 존재와 차별화되는 점이 바로 사고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추상적인 계획과 구체적인 행동. 추상적인 검토와 구체적인 탐험, 이 두 가지를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존재입니다.” 이제껏 써온 소설과 희곡, 산문들은 “내 생각으로 실험해본 구체적인 과학이고, 나의 과학이자 철학이자 예술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생에 걸친 사유의 여정을 수행에 비유했다. “종교 지도자들이 평생 화두를 붙들고 생명과의 대화를 이어나가는 걸 수행이라고 하잖아요. 나도 일찍이 나대로의 수행을 한 셈이지요. 내가 태어나고 살아온 시대의 특징이 나에게는 중요한 문제의식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나이 먹고 죽을 때까지 생사 결판을 하는 수행승처럼 살아온 거죠.

어떤 시점에 도달하니 최인훈의 생각의 윤곽이 다른 사람의 눈에도 보였는지 오인영 교수 같은 연구자가 생겼고, 이런 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여기서 뭔가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은 제 각각이면서 동시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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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살다가 6.25 전쟁 때 남한으로 넘어온 최인훈 작가는, 대한민국의 시민증만으로, 자신이 대한민국 시민이 되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 거기서부터 문제의식이 생겨났다. “학교에서 교양학습을 받았다고 해서, 교양적인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인간으로의 점수가 다 되었다고 생각되지도 않았습니다.

소설을 발표하고 예술가가 되어도, 이런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우리가 별을 직접 보지 않고도, 찬란한 성좌가 하늘에 있다는 걸 확신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 별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하늘에 있습니까, 내 머릿속에 있습니까? 마음에 있습니까? 그렇게 물으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그 속의 나라는 개인의 문제에 그는 골몰했다.

결국 그가 내린 답은 “모든 것은 각각이면서 하나”라는 것이었다. “각각 나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각각이 없이 똘똘 뭉친 하나도 아닙니다. 모든 것은 나뉘어 있으면서 동시에 합쳐져 있는 셈이지요. 그랬을 때 비로소 구체적인 존재가 됩니다. 마치 나에게 구체적인 삶과 추상적인 생각이 나뉘어 있지 않은 것처럼요. ‘존재는 어디에 있느냐? 존재는 존재에 있습니다.’ 이러면 불친절한 대답이죠. 이런 불친절한 대답을 해석하려고 하면서 학문이 발전하고, 생각이 분화됩니다.”


사유란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화두를 납득하는 과정이다. 최인훈 작가는 납득할 수 있는 사유의 힘을 설명하면서 이런 일화를 들려주었다.

“예전에 일본이 통치할 때, 우리는 서로 일본 이름으로 부르고, 일본 교과서로 수업했어요. 그런데 하루아침에 그들이 쫓겨났죠. 선생님은 다시 우리를 원래 이름으로 부르고, 일본 교과서를 버렸어요. 그때 선생님 기분이 어땠을까요? 우리는 선생님이 그냥 ‘그게 아니었다’니까 그게 아닌 줄 알고 말았지요. ‘선생님, 어제와 오늘하고 왜 그렇게 말씀이 다르시죠? 양심이 있으십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어요.

그때의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시키는 대로 행동했지만, 뭔가 알고서 움직였던 건 아니었어요. 육체, 혓바닥, 손은 움직였으나 인간의 통합적인 정신으로 납득한 건 아니었죠.”
어떤 문제를 납득하고 이해해야만 움직일 수 있는 때가 되었을 때, 그는 비로소 사유하기 시작했다.


평생 이끌렸던 화두, 피난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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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작가가 청년 시절, 납득할 수 없는 문제는 바로 전쟁이었다. “내가 그때 살아있었음에도, 전쟁의 모습을 납득할 수 없었어요. 몇 년 후에 비로소 생각을 통해서 납득하게 되었죠. 그건 인간의 의미에서 다시 전쟁을 겪은 셈이고, 평생 그 화두를 놓지 못했다는 것은 평생 머릿속에서 전쟁과 피난을 계속해 온 겁니다. 결국 인간의 살아간다는 것은 피난 다니는 것이 아닌가? 위험한 곳에서 안전한 곳으로 움직이는 게 아닌가? 그 피난이라는 화두는 저에게 철학적인 이름이 되었어요.”

전쟁, 피난의 화두는 비단 6.25 세대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 상에, 그리고 한국이라는 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대를 나누고 생각하면, 전쟁을 체감하는 정도가 다르겠지요. 하지만 전쟁이 터지면, 20대는 열외입니까? 포탄이, 20대들은 비켜. 우리가 유감 있는 건 주로, 30, 40대다. 전라도 애는 저쪽, 경상도 애는 저쪽으로 가! 할까요?(웃음)

“분명 거기에도 교통정리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이쪽으로 가면 폭격이 덜할 겁니다. 저쪽으로 피하면 살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 역시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복잡한 생각을 풀기 위해 소설을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고, 그러다 보니 선배들과는 또 다른 지점이 생겨났습니다. 소설가가 뭐 이런 철학자 흉내를 낼 필요 있느냐는 말은 오히려 촌스럽지. 철학자가 타고났습니까? 사람이면 다 생각하게끔 생긴 거지. 우리가 모자 대신 머리를 쓰고 다니는 건 아니잖습니까.”



다양함 속에서 풍요로움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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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작가는 지금과 같이 온갖 다양한 것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사는 지금의 시대가 예전보다 나아진 증거라고 본다. “다양함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더 풍요롭고 너그러운 삶을 살 수 있어요. 꽃도 무궁화 한 송이, 애국가 한 곡, 신분증 하나인 사람이 인간의 누릴 걸 누리며 산다고 보기는 어렵잖아요. 이제는 어느 나라와도 다 가까워진 거지. 제일 물리적으로 가까운 휴전선 이쪽저쪽만 가깝지 않은 거지.”

과연 지금의 시대를 다양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트위터, 페이스북 SNS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은 여러 가지 목소리를 내놓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획일화되었거나 비슷비슷한 목소리이기도 하다. 최인훈 작가는 “삶에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활에 반응하다 보니 그런 거죠. 아프리카에 생긴 식물, 동물들, 중동이나 북극이나 다 자기 사는 곳의 생태에 따라서 생물의 종이 적응하게 되어 있어요. 한두 해 동안이 아니라 수천 년에 걸쳐 적응하느라 그렇게 된 거죠.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옛날보다 지금의 우리는 못하지 않느냐’는 위기의 멘토를 하는 사유가들이 많이 있지만, 그분들의 말은 강조 어법이에요. 자연에 멀어졌다느니 존재에서 소외됐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나아졌어요. 옛날 사람들은 굉장히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지식보다는 종교적인 지혜, 이치로 생각했고, 요즘의 초등학생들이 아는 걸 모르기도 했을 거예요.

물론 그 사람들은 그때를 살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개인적인 능력으로 아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바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요. 당시 위대한 사람들은 앞사람의 위대함을 승계받았기 때문에 위대해진 거지, 뉴턴이나 다윈이 순간에 돋아난 건 아니잖아요. 우리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맥락에서 청년들에게 해줄 말씀을 부탁하자,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할 수 없는 걸 그 친구들이 하고 있고, 그 친구들이 못하는 걸 내가 하고 있는 거니까. 악수합시다,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을 따름이에요.”


현실을 끌어안은 환상, 『바다의 편지』 는 부활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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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최인훈 작가에게 중요한 화두는 “평화”다. “지금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최대 화두라고 생각합니다.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어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후세 사람들에게 질책과 원망을 받을 겁니다. 평화는 전쟁의 반대말이면서, 우리의 꿈과 희망과 웰빙까지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는 말이에요.”

난민의 삶에서 어떻게 평화를 만들어 낼 것인가? 6.25, 4.19 등을 거치며 지금보다 훨씬 폭력적이고 위압적이었던 계절을 작가는 어떻게 납득하고 극복했을까? 사유만으로 뛰어넘기 어려운 시스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나갔는지 궁금했다. 최인훈 작가는 “환상”에 그 답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환상은, 기존에 말하는 판타지, 현실과의 대척으로서의 환상이 아니다.


- 환상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모든 사람들이 다 그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사람들은 자기는 그 속에서 빠지려고 하는 것뿐이다.
- 그렇게 해서 제일 염치없고 탐욕한 자만이 남는다. 환상은 그의 소유가 된다.
- 환상을 공유하는 것, 그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담그지 말 것인가.
- 환상 없는 곳에는 행동도 없다.
- 대부분의 경우 환상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환상을 유지할 능력이 없는 것이다.
- 현실적인 것은 환상적이고, 환상적인 것은 현실적이다. (p.318)



“환상은 환상 아닌 것보다 못하다느니, 현실과 대칭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다 끌어안겠다고 하는 의지입니다. 『바다의 편지』는 백골이 어머니에게 쓰고 있는 편지에요. 백골이니까 ‘나는 끝났다’ ‘안녕’이라는 말이 아니라, 무한한 광년, 무한한 시간이 지나면 나와 똑같은 나가 이 우주에 존재하게 될 거라고 말하고 있어요. 어떻게 발생할까요? 우리는 조금 있으면, 작년처럼 다시 비가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올 걸 알잖아요? 무한한 시간 다음에는 내가 또 있을 거다. 그때는 내 앞에 있는 당신도 또 있을 거다. 또 한쪽에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을 거라는 거죠.”

주인공은 곧 자신이 소멸하고, 몸이 바다가 되고, 공기가 되고, 빛이 되어 우주로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바다의 편지』는 결국 부활에 관한 이야기다. 윤회와는 또 다른 부활은 한국 문학에서 자주 다뤄지지 않은 주제다. 평생에 걸쳐 인류 문명을 사색해온 작가의 사고실험은 무한한 부활이 가능한 우주에까지 닿아있다.

“내 환상에 의하면 미래에 다시 태어날 너와 나는 지금의 너와 나를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지금의 것을 생생하게 소설을 읽듯, 잘 쓴 소설처럼 기억하되 그때의 우리는 아닐 겁니다. 다만 지금의 우리를 기억할 겁니다.”


나는 없어지겠지. 어쨌든 한번은. 그리고 머나먼 미래의 어느 날 나는 나이면서 이 우주가 그때까지 마련하고 있을 놀라운 기억 재생장치 -몇 천억 광년의 과거의 기억을 재생시키는 녹음 재생장치-를 갖추기도 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겠지. 그때 이 바다의 지금의 이 무섭고 슬픈 기어도 물론 재생되어 그때 내가 들을 수 있고 어머니도 들으실 수 있겠지. 그러나 이 무서운 이야기도 우주의 힘을 제압한 인류가 되어 있을 우리, 그때의 어머니와 나를 절망시킬 힘은 이미 가지지 못할 것이다. 우리 자신의 무서운 과거를 우리는 무서운 남의 이야기처럼 감상하고 난 다음에 그 슬픔이 다만 과거의 슬픔의 기록에 지나지 않음을 다짐하는 의식처럼 어머니와 나는 아주 질 좋은 차를 마실 것이다. 먼 먼 미래의 어느 날.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바다의 편지』중, p.524)



‘정숙’할 수 없는 시대, 우리는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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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강정마을에 구럼비 바위 폭파로 트위터와 인터넷이 뜨겁게 달궈진 날이기도 했다. 과연 우리는 똑똑해지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아름다운지, 무엇이 좋은 것인지 헤아릴 만큼 지혜로운 것일까? 최인훈 작가는 “폭탄이라니, 너무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도 생각해봅시다. 6.25 때에 국가에서 어떤 지점에 군사시설이 필요하니까 공사하겠다는 걸 누가 감히 막았어요? 지금 그렇게 하잖아요. 그만큼 우리의 국방력이 약해지고 안보의식이 희박해진 게 아니라, 진정한 안보의식에 눈을 떴기 때문에 이런 대치가 벌어지는 거죠. 그러니까 그 하위 안보도 해결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강제적인 소통이긴 하지만, 이런 티격태격하는 과정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공동체가 강해진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인에게 점령당하던 시절, 가장 기억나는 게 곳곳에 붙어 있던 ‘정숙’이라는 표어였어요. 조용히 해라. 교장실 교직원실, 교실에도 정숙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요즘은 정숙이 그렇게 강조되지 않는 것 같아. 정숙하라고 해도 어디선가 떠들고 있으니까. 어디선가 명령이 오면, 가만히 있는 것보다 와글와글한 게 낫다는 거예요.”


최인훈 작가는 다시 평화를, 희망을 이야기했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미래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희망을 『바다의 편지』 경우에는 무한 증폭한 거지. 부활까지 하겠다는 희망을 보인 거예요. 옛날 사람들은 백골이 되면, 공(空)으로 사라진다고 생각했지만 내 입장은 달라요. 한 생애로 부족하고 부활 하겠다. 무한한 미래에 부활하겠다. 무한한 부활하겠다. 몇 번이면 되겠나? 무한히 무한하겠다. 그런 욕심을 부려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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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편지 최인훈 저 | 삼인

최인훈은 ‘6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는 대표작 『광장』이 워낙 각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최인훈이 평생에 걸쳐 일궈온 문학적 성과 가운데 극히 일부만을 부각하는 수식어다. 최인훈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이면서 소설, 희곡, 비평에 걸쳐 거대한 사유의 산맥을 형성해온 독창적인 사상가이기도 하다. 고려대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 오인영 박사는 최인훈의 사유가 어떤 점에서 독창적인지를 소개하고자 이 책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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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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