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려면 스펙만 가지고는 어림없어요” - 화려한 스펙으로 무장한 신입사원에 밀리지 않기 위해 직장인들도 새벽부터 영어, 컴퓨터 학원으로 향한다. 삶은 왜 이리 시험과 경쟁의 연속인지. 도대체 얼마나 스펙을 쌓아야 자신감 있는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것일까. 스펙에 목숨 거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박웅현이 조언한다.
졸업시즌이 다가오면서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불안감은 비단 취업준비생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화려한 스펙으로 무장한 신입사원에 밀리지 않기 위해 직장인들도 새벽부터 영어, 컴퓨터 학원으로 향한다. 삶은 왜 이리 시험과 경쟁의 연속인지. 도대체 얼마나 스펙을 쌓아야 자신감 있는 사회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것일까. 스펙에 목숨 거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박웅현이 조언한다.
광고계의 아이디어 뱅크
『책은 도끼다』 독자와의 만남에는 박웅현 작가와 함께 귀한 초대 손님 한 분이 함께했다. 박웅현 작가가 『책은 도끼다』의 헌사에 이름을 언급해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이원흥 씨다. 박웅현 작가와 이원흥 씨는 우리나라 광고계를 떠받치고 있는 양대 기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들은 광고계의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박웅현 작가는 현재 광고회사 ‘TBWA KOREA’의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직을 맡고 있고, 이원흥 씨는 광고회사 ‘컴온’의 상무직을 맡고 있다. 지금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업체의 관리직에 있는 이들이지만, 한때는 같은 광고회사의 사수와 부사수 관계였다. 그 인연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가 제일기획에 있을 때, 이 상무가 우리 팀의 신입사원으로 들어왔어요. 그런데 광고회사가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있더라고요. 이 상무의 다른 동기들은 전문용어를 줄줄 읊으면서 회의에 참여하는데, 이 상무는 아무것도 모르고 앉아있었어요. 완전히 처져 보였죠. 적응이나 잘할 수 있을는지 걱정이었어요. 그런데 6개월 후에 놀라운 변화가 생겼습니다.”(박웅현)
친구 따라서 얼떨결에 광고회사에 시험을 보았다는 이원흥 상무. 불문학을 전공한 그는 광고인이 되기 위해 전문서적을 파고든 다른 동기들과는 달랐다. 그가 내세울 수 있는 거라고는 딱 하나였다. 그건 바로 독서. 그는 대학 4년간 문학에 심취해서 다양한 인문학 서적을 탐독한 독서광이었다.
“완전 스펀지였어요. 놀랐습니다. 광고에서 중요한 건 ‘포비이론’이나 ‘러셀 콜리’가 아니었어요. 본질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느냐 하는 것이었죠. 그런 의미에서 이 상무는 아주 민감한 촉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박웅현)
이력서에 스펙으로 기록되지 못한 이원흥 상무의 독서력이 현장에서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 작가와 이 상무는 사수와 부사수이자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말이 통하는 상대를 만났다는 반가움이 무엇보다 컸다. 책 이야기를 한번 시작하면 날이 새는 줄을 몰랐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책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었다.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스승이 될 수 없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친구도 될 수 없다는 말이 있잖아요. 박 선배는 제게 그런 분이셨어요. 박 선배는 저에게 ‘아름다움은 발견하는 자의 것이다’란 말의 본뜻을 가르쳐주신 분이죠. 그리고 저도 모르고 있던 제 안에 숨겨진 아름다움까지도 찾아주신 분이에요. 박 선배는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촉수에서는 독보적인 분이지요.”(이원흥)
성공하고 싶으면 감동하라!
박웅현과 이원흥의 우정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전쟁터처럼 치열하다는 광고계에서 두 사람 모두 최고의 명성을 얻었다. 그런 명성에 걸맞게 이들이 만든 광고는 시대의 트렌트를 선도해왔다. 어떻게 20년 동안 기발한 광고들을 끊임없이 쏟아낼 수 있었던 걸까.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다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떠올려내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선 필요한 것들을 기억해 두어야지요. 그리고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거예요. 감동받은 것들은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가 필요할 때 나오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감동을 잘 받는 사람들이 일을 잘하지요.”(박웅현)
김화영 작가의 『바람을 담는 집』의 한 구절. 세잔이 정물화를 그리며 “한 알의 사과로 파리를 놀라게 하리라”라고 선언했던 것. 그리고 오르세 미술관에서 박 작가를 40분간 얼어붙게 만든 앙리루소의 그림 <꿈>. 박 작가는 이러한 것들에서 얻은 감동을 광고로 재탄생시켰다. 그렇다면 이 상무가 광고를 만드는 방식은 어떨까.
“박 선배께서 하신 말씀과 같아요. 광고는 아이디어가 필수니까요. 무엇인가에 감동하면 내 삶에 의미가 있다고 받아들여지고, 그 순간이 자연스레 저장됩니다. 그러다 일의 문맥과 닿는 부분이 생기면 자연스레 그때의 감동이 떠오르는 거죠.”(이원흥)
책으로 얼어붙은 감성을 깨라!
감동받고 싶으면 얼어붙어 있는 감성을 깨야 한다. 그 감성에 도끼질을 해주는 것이 바로 독서다. 박 작가는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독서법을 소개한 책이 『책은 도끼다』다.
“책을 내기 전까지 많은 강독회를 거쳤어요. 경기창조학교의 수강생들, 광고계의 후배들, 그리고 제 딸과 책을 강독해가며 『책은 도끼다』라는 책의 필요성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박웅현)
박 작가는 그렇게 탄생한 『책은 도끼다』의 출판용 원고를 이 상무에게 처음으로 공개한다. 이 상무는 『책은 도끼다』의 원고를 읽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원고를 받아보고 무척 놀랐어요. 저도 원고에 나온 책 대부분을 읽었고, 도리어 제가 박 선배에게 소개해준 책도 있었어요. 그런데 박 선배의 원고를 읽어보니, ‘나는 뭘 읽었나’ 싶은 자괴감에 빠질 정도로 꼼꼼하게 집어내셨더군요. 책보다 중요한 건 책을 보는 눈인 거 같아요. 그래서 그 눈을 안내하는 책으로써 『책은 도끼다』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이원흥)
최고의 광고를 만드는 도끼가 되어준 책
“좋은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보는 눈이 없다”란 말은 박 작가와 이 상무가 좋아하는 말이다. 좋은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만들어준 책들이 『책은 도끼다』에만 25권이나 소개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꼭 읽어야할 책들이 있을까. 더불어 이 상무의 추천도서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라는 책을 추천해요.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는『책은 도끼다』처럼 책을 안내하는 책이에요. 대중의 눈높이에서 좋은 책은 무엇인지 그리고 책 안에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가 잘 설명되어 있어요. 그리고 2009년에 퓰리처상을 받은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책도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네요. 어느 한 작은 마을의 일상을 통해 인생과 삶의 비밀을 찾아내는 책이에요.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래도록 묵직한 여운이 남는답니다.”(이원흥)
박 작가는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에 다소 난색을 보인다. 책이란 개인적인 맥락에 비춰서 읽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서울대 추천도서 100선이 독서의 모범답안이 될 수 없듯이 『노자』나 『오디세이』를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책과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박 작가는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던 책들을 조심스레 소개한다.
“제가 『책은 도끼다』에 소개한 책들은 제가 30대 이후에 읽은 책들이 많아요. 그 책들은 제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올라 있는 책들이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 의식의 아래에 깔려있는 훌륭한 책도 많더군요.”(박웅현)
그리고 박 작가에게 무의식적으로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책으로는 ‘레마르크’의 『개선문』 과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말한다.
“『개선문』은 주인공인 ‘라비크’의 사는 모습이 참 좋았어요. 큰 욕심 없고 작은 불의에 굴복하지 않으며 자기가 할 일을 해나가면서 식당 종업원에게 팁도 줄줄 아는 남자였죠. 그 책을 읽고 제 꿈이 팁 주는 남자가 됐어요(웃음). 그 이상의 욕심은 없고요. 『그리스인 조르바』는 대학교 1학년 때 읽었는데, 자유라는 테마가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젊은 날의 저한테 큰 영향을 미쳤죠. 끝으로 『죄와 벌』은 삶의 지표를 정해주고 사고의 흐름을 정리해주는데 굉장한 영향을 준 책이에요.”(박웅현)
무엇을 공부할 것인가?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광고인이 되었지만, 박웅현 작가가 처음부터 광고인이 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박 작가는 신방과를 졸업하고 신문사나 방송사에 취업하고자 했다. 하지만 연이어 취업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저희 때는 언론고시라고 해서 신문?방송사에 들어가는 게 최고의 인기였어요.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하는 4천 명 중에 절반이 언론고시를 준비하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그 언론고시를 준비하기 위해서 보는 책이 동아상식백과였어요. 다들 똑같은 책을 펼쳐놓고는 열 줄로 정리해놓은 내용을 달달 외우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토플시험을 준비했죠.”(박웅현)
언론사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시험문제가 그곳에서 출제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 작가는 그런 공부에 회의와 좌절감을 느낀다. 그는 상식백과사전 대신 소설책 『안나 카레니나』를 택한다.
“다들 절 한심하게 봤어요. 친구들이 뭐하는 거냐고 핀잔을 주었죠. 그리고 저도 솔직히 한 3년간은 후회했어요. 하지만 그 이후엔 후회가 없어요. 취업해서 서른 살까지만 사실 분이면 스펙만 쌓으세요. 그럼 문제없어요. 하지만 문제는 서른 살 이후에요. 그 이후에는 스펙가지고 안 돼요. 대기업에 취업해도 답이 안 나와요. 본질적인 자신만의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 본질적인 무엇을 찾기 위해서 우선 셰익스피어나 구운몽부터 읽으세요. 그럼 나중에 힘이 생겨나요.”(박웅현)
박 작가는 스펙 쌓기에 치우쳐있는 청년들에게 인문학적인 소양을 함께 겸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인생의 폭을 너무 빨리 좁히지 말라고 한다. 인생은 뜻대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인문학적인 체력을 겸비하는 것이다.
“저도 제가 광고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인생에는 씨줄과 날줄이 있어요. 씨줄이 ‘나의 의지’라면, 날줄은 ‘운’이나 ‘시대의 흐름’ 같은 거예요. 헌데 날줄이 제대로 들어와 주지 않을 때가 많지요. 그럴 때 인생에 대해서 불평만 하며 시간을 소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떠한 경우라도 자신의 기회를 잡아내는 사람이 있어요. 그 차이가 바로 인문학적인 체력의 차이에요. 자신이 광고를 하든, 연기를 하든, 장사를 하든 간에 공통적인 분모가 되는 것은 독서고 인문학적인 체력이에요.”(박웅현)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워라!
‘알랭 드 보통’은 “책에 나왔던 장소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곳을 책에 나왔던 장소처럼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처럼 박 작가도 책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보는 힘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취업시즌을 맞아 고민하고 방황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한다.
“자신에게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면, 그 순간에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는 거예요. 자신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생각하고 외로워하지 마세요. 때로는 외롭고 힘든 순간이 있어서 행복할 때가 더욱 값진 거잖아요. 그러고 나서 행복한 순간이 찾아오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세요.”(박웅현)
박 작가와 함께 자리를 빛내준 이원흥 상무도 청년들에게 살아오면서 얻은 깨달음을 전한다. 그는 자신만의 우선순위를 정해보라고 조언한다.
“타인의 기준을 따르지 말고 자신의 우선순위를 만들어보라고 하고 싶어요. 남들이 모두 상식백과를 본다거나 취업률이 어떻다는 것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삶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생각해서 얻은 결론이 토플이고 상식백과면 당연히 토플 공부하고 상식백과 외워야지요. 그런데 반대로 남들 따라서 토플 공부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안나 카레니나』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옳지 못한 삶의 태도지요. 어떤 삶에 보장이 있겠어요? 또 어떤 삶에 불안이 없겠어요? 그런 추상적인 것들에 겁내서 쉽게 판단하지 마시고 오늘의 우선순위에 집중해서 살아가다 보면 매 순간 행복할 수 있을 거예요.”(이원흥)
제일기획에서 광고 일을 시작해 현재 TBWA KOREA 조직문화연구소를 맡고 있다. 오감을 깨우는 문장을 기록해두며 일상의 순간을 주목한다. 좋은 동료들과 인문학적인 감수성과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많은 광고를 만들었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생활의 중심’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혁신을 혁신하다’ 등 한 시대의 생각을 담아낸 카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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