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소주보다 맛있는 책, 통으로 보자

시리즈 통째로 사서 1권부터 읽자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망설이는 당신, 고전에 대한 해설서 시리즈를 통째로 사서 1권부터 읽어 나가는 방법도 나쁘지 않을 법하다.

올해는 술보다 책을 가까이 하리

매년 1월이 되면 많은 사람이 신년 계획을 세운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2011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직장인 평균 독서량은 한 달 평균 1.2권, 음주량은 소주를 기준으로 했을 때 3.3병이었다. 신년계획을 세울 때 아마 대부분은 3.3권의 책을 읽고 1.2병의 소주를 마셔야겠다고 다짐했을 테다. 따라서 이 설문 결과는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례라고 할 만하다. 실제로 독서는 재테크, 운동, 다이어트, 외국어 공부 등과 함께 올해 꼭 해야 할 일 목록에 자루 오르는 단골 소재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독서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100권, 50권 등 목표한 독서량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일은 신정이나 구정에 항상 했던 신년의례였다. 좀 더 계획적인 사람은 1년 단위뿐만 아니라 월 단위로 목표량을 정하더라. 하지만 처음 몇 달 동안 목표량을 잘 채우던 사람도 벽에 부딪히고 만다. 읽은 책의 권수만 늘리는 데 집중하다 정신 차리면 ‘이제 어떤 책을 읽지? 내가 지금까지 어떤 책을 읽었던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독서가 평소 습관으로 자리 잡은 사람이 아닌 이상, 이러한 허무감에서 쉽게 헤어나오기란 어렵다. 허무감은 패배주의와 결합하여, ‘책보다 TV’ 혹은 ‘책보다 술’ 더 심하게는 ‘책보다 경마장’이라는 원래의 생활로 이어진다. 요즘처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하고, 정보량이 많을 때는 독서량보다는 독서 질이 중요한데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책을 선택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를 때, 가장 간단한 답은 ‘고전’이다. ‘고전은 고리타분한 책’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편견을 버리자. 물론 모든 편견은 그 편견이 형성되는 데 이바지하는 요인이 있기 마련이다. 일부 고전은 학업과 밥벌이에 바쁜 일반 사람이 읽기에는 너무 어렵다.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과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무협 만화책 읽듯 술술 넘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느냐 말이다.

고전이나 사상가를 해설한 해설서가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망설이는 당신, 고전에 대한 해설서 시리즈를 통째로 사서 1권부터 읽어 나가는 방법도 나쁘지 않을 법하다. 시리즈 하나를 통으로 사는 돈이 절대 적지 않기에, 돈 아까워서라도 읽게 된다. (과연 그럴까?)

한 세트의 해설서, 수백 권의 고전 안 부럽다

Routledge Critical Thinkers 시리즈



⇒LP 루틀리지 시리즈 전체 보기

영어권에서 인문서 출판으로 유명한 루틀리지 출판사의 'Routledge Critical Thinkers' 시리즈를 번역했다. 주로 19세기 이후의 사상가를 조명한다. 연대기 순으로 봤을 때, 멀리는 프리드리히 니체에서부터 현재 생존해 있는 주디스 버틀러, 가야트리 스피박, 슬라보예 지젝 등을 다뤘다.

일반 독자를 겨낭했음에도 분량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 방대하여 대학 도서관에서만 환영 받는 책이 있는데, 다행히도 이 시리즈는 그렇지 않다. 대개 300쪽이 안 되는 분량이며, 간결한 문체로 자칫 난해할 수 있는 사상을 풀어냈다. 한국에도 익숙한 미셸 푸코, 롤랑 바르트, 자크 데리다 등 유명 저자의 평생 연구 업적을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이 시리즈가 가진 최대 장점이다. 문학 이론이 강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살림 e시대의 절대 사상



⇒ 살림 e시대의 절대 사상 시리즈 전체 보기

루틀리지 시리즈가 최근의 사상 조류를 조명한 외국 학자의 글로 이뤄졌다면, 살림 e시대의 절대 사상 시리즈는 국내 학자가 필진으로 참여하여 동서고금의 고전을 폭넓게 조명했다. 서구 문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성서』는 물론, 동아시아 문명을 2,500년 동안 이끌어 온 『논어』, 『맹자』도 포함됐다. 심지어 구한말 조선 민중을 사로잡았던 예언서인 『정감록』도 소개한다. 루틀리지 시리즈보다 다소 옛날 고전을 다룬 듯하지만, 폴 리쾨르나 조르즈 바타이유 등 20세기 학자의 사상도 읽을 수 있다.

국내 학자가 쓴 해설서이기에 현재 한국이라는 맥락에서 고전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해설서는 보통 해당 사상가나 고전에 대한 참고 도서를 소개하기 마련인데, 이 부분에서도 국내 사정에 맞게 관련 자료를 친절하게 알려 준다. 이 시리즈 역시 루틀리지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일반 독자도 읽을 수 있게 분량 면에서 짧고 내용 면에서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해설자 없이 저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저자와 독자 간 거리는 가까울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독자에게 해설서는 다소 불충분해 보인다. 번역의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아무리 대학에서 전문적인 훈련을 거친 사람이라도, 고전을 해설하는 학자가 독자에게 항상 올바른 해석만 제공해 준다는 보장은 없다. 때때로 해설서는, 해당 고전이나 사상가에게 접근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이때문에 가능하면 저자가 쓴 책을 해설서 없이 직접 읽고 싶어하는 사람이 생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번역의 문제가 존재한다.)

⇒ 한길사 ‘한길 그레이트 북스 시리즈’ 전체 보기
⇒ 민음사 ‘현대 사상의 모험 시리즈’ 전체 보기
⇒ 까치 ‘까치 글방 시리즈’ 전체 보기



마음 같아서는 여기에 등장한 모든 시리즈를 사고 싶다. 그것도 현금 박치기로. 사는 것도 사는 것이지만, 이 책을 언제 다 읽느냐고? 물론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필자는 이 시리즈 중, 하나의 시리즈만 통으로 사 볼 요량이다. 매년 하나의 시리즈를 사면 언젠가는 다 살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책은 언제나 계속 나오기 마련이니, 시리즈를 다 산 뒤에도 사 모으고 싶은 책은 언제나 넘치리라. 계획대로 실행하면, 샀던 책은 읽지 않더라도 서재 장식용으로 딱이고 - 문제는 서재라고 부를 만한 공간이 없다는 점 - 다 읽으면 어디를 가더라도 무식하다 소리는 안 듣게 해 줄 보물이 될 것 같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2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

스피박 넘기

스티븐 모튼 저/이운경 역13,500원(10% + 5%)

스피박은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포스트식민 이론가이다. 인도에서 태어나 캘커타 대학에서 영문학과 벵골문학을 전공한 후 현재 콜롬비아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그녀는 식민주의 유산에 도전하기 위해 문학과 비평이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로 유명하다. 『스피박 넘기』는 해체 전략, 서발턴 개념, 제3세계 여성과 서..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