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국 팔도를 여행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여행은 두 배로 즐거워진다. 특히 간단하고, 부담 없이 그 지역의 별미 국수를 먹을 수 있다면? 1석 2조, 환상적인 여행이다. 이 여행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국수의 대동여지도를 따라가면 된다. 바로 이 책이 정답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미영 기자는 잔치국수, 칼국수, 냉면 등 서울에서 흔히 맛보던 국수의 맛에 취해 전국 팔도를 돌았다.
동치미를 넣은 시원한 메밀국수.
겨울하면 생각나는 음식은 호빵? 실향민들이 떠올리는 음식은 다르다. 긴 겨울밤, 이북사람들은 메밀국수에 동치미를 부어 먹었다. 양념장에 비비고 육수를 부어먹는 강원도 춘천식과 다르다. 새척지근하고 시원한 맛에 즐기는 겨울밤 야식은 맛있게 익은 동치미국물만 있으면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인제를 더 지나 고성으로 올라가면 이북 방식 그대로 동치미를 넣은 메밀국수를 파는 ‘백촌막국수’가 있다. 이북이 고향인 시아버지의 손맛을 배운 며느리가 25년 전통을 지키고 있는 집이다. 고성은 한국전쟁 이전에 38선 이북 지역으로, 전쟁 후에는 피난민들이 내려와 정착했던 곳이다. 남한의 최북단에 가까운 지역임에도 동치미막국수를 맛보려는 이들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는다.
백촌막국수의 맛은 기본반찬부터 느낄 수 있다. 국숫집 반찬은 김치가 전부인데 이집엔 특별한 반찬이 나온다. 명태무침이다. 언뜻 젓갈처럼 보이는 명태무침은 매콤하면서 단맛이 난다. 수분을 살려 적당히 말린 명태는 식감도 부드럽다. 한번 맛을 보면 젓가락질이 멈추지 않는다. 입에 착 붙는다. 메밀국수가 나오길 기다리는 지루함이 없을 정도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며느리는 “명태무침은 원래 편육에만 따라 나오던 것인데 손님들이 좋아해 반찬으로 내놓게 됐다”고 했다. 서비스 음식이니 그릇을 싹 비워도 다시 채워주진 않는다.
백촌막국수의 메밀국수는 100% 메밀로만 면을 뽑는다. 이런 면을 식당에선 ‘순메밀’이라 부른다. 순메밀은 전분이나 다른 곡물가루를 섞은 면과 달리 끈기가 없다. 툭툭 잘 끊기고 시간이 지나면 쉽게 불어터진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사진 찍고 수다 떨 시간이 없다. 동치미국물을 말아 후다닥 먹어야 한다. 별맛 없는 듯해도 음미하면 구수한 맛이 느껴진다.
얼음 동동 뜬 시원한 동치미 국물은 양푼에 따로 넉넉히 담아 내놓는다. 같은 강원도라도 춘천 막국수가 닭 육수를 섞어 쓰는 것과 달리 이곳에선 순순한 동치미 국물만 쓴다. 면과 동치미 육수를 따로 내놓는 건 입맛에 따라 국물을 여러 번 나눠 즐기라는 주인장의 배려다. 국물엔 들기름, 식초, 설탕, 다진 양념, 겨자를 취향껏 넣어 먹으면 된다.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나만의 세 단계 시식법을 추천한다. 동치미 국물 자체가 맛있는 집이니 가능한 방법이다. 첫 번째, 추가양념 없이 시원하게 순수 동치미 국물만을 마신다. 사이다를 넣은 듯 새콤달콤하고 톡 쏘는 국물이 입안에서 뱃속으로 미끄러지며 더위를 싹 식힌다. 두 번째, 들기름과 식초만 넣어 먹는다. 면 위에 올린 김가루, 깨와 함께 고소함을 즐길 수 있다. 세 번째, 겨자와 다진 양념을 넣어 먹는다. 알싸한 맛이 혀를 톡톡 건드린다. 물 대신 간장에 갖은 재료를 넣어 만든 다진 양념이 제 몫을 하는 순간이다. 신기한 건 이렇게 삼단계를 나눠 마신 양념된 국물이 여전히 개운하단 점이다. 그릇을 비우고 물을 안 마셔도 입안이 텁텁하지 않다. 주인은 “면과 함께 그릇에 담는 동치미 무와 국물용 동치미를 따로 만드는 게 비법”이라고 했다.
국물 맛에 반해 동치미를 사가겠다는 사람도 많지만 팔지 않는다. 발효식품인 동치미의 맛이 쉽게 변하기 때문이다.
“동치미는 온도가 중요해요. 하루만 지나도 막걸리 쉰내가 나요. 그래서 가게에서도 그날그날 쓸 만큼만 꺼내 사용하죠.” 여름과 겨울 동치미 맛이 달라 국수맛도 계절 따라 차이가 생긴다. “동치미막국수가 원래 겨울 음식이었듯 동치미는 여름에 담근 것보다 겨울에 담근 것이 맛이 훨씬 좋아요.” 여름보다 겨울에 와야 더 맛있는 국수를 먹을 수 있단 얘기다.
백촌막국수는 메밀국수와 찰떡궁합인 편육도 잘 삶는다. 적당한 두께의 비계가 잡냄새 없이 쫄깃하다. 백김치, 새우젓 찍은 편육, 명태무침을 쌓아 삼합 스타일로 한입에 넣으면 입에서 오물거리는 동안 행복함이 밀려온다. 말을 아끼며 질문에 답해주던 주인은 “유명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취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언론사 취재 요청이 와도 응하지 않는단다. “기계가 아닌 손반죽한 면을 쓰는데 찾아오는 사람이 많으면 그 양을 감당할 수 없어서”가 이유였다. 음식 외 다른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게 변하지 않은 옛 맛을 이어가는 비결인 듯했다.
“다큐멘터리 「누들로드」가 세계전도였다면,
『대한민국 누들로드』는 국수의 대동여지도다.” -이욱정 KBS스페셜 「누들로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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