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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작가특집④] 권리 인터뷰 긴 연애와 원나잇스탠드에서 고르라면 긴 연애

권 리 『암보스 문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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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의미로) “뭐 이런 작가가 다 있나?”라는 말을 듣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선악과 신의 문제를 다룬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2011년 YES24가 주관한 네티즌 추천 한국의 대표작가 투표에서 한국의 젊은 작가 군의 평균 연령은 43.6세였다. 이제는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더는 젊지만은 않은 작가들이 여전히 젊은 작가로 일컬어지는 현상에 의문을 품으며 채널예스는 ‘청춘작가특집’을 기획했다. 청춘작가 특집의 주인공은 2000년대 등단하여 지금은 20대 후반이거나 30대 초반인 한국 작가다. 『청춘 사용 설명서』의 전석순, 『악어떼가 나왔다』의 안보윤, 『채플린, 채플린, 채플린』의 염승숙에 이어 이번이 4번째이자 마지막 차례.

청춘작가 특집
⇒ 1부 『청춘 사용 설명서』의 전석순 편 보러 가기
⇒ 2부 『악어떼가 나왔다』의 안보윤 편 보러 가기
⇒ 3부 『채플린, 채플린』의 염승숙 보러 가기

4번째 주인공은 권 리 작가다. 그녀는 2004년 『싸이코가 뜬다』로 제9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왼손잡이 미스터리』, 『눈 오는 아프리카』 등 장편소설 2편을 냈고 2011년 『암보스 문도스』라는, 단순히 소설/에세이/인문 등과 같은 범주로 분류하기 모호한 책을 썼다. 기본적으로 여행 에세이지만, 그 안에는 철학, 미학, 문학 등 온갖 텍스트가 녹아 있다. 그녀의 말을 빌려서 이 책을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이 책이 서점과 도서관 직원들을 혼란스럽게 했으면 좋겠다. 여행기에 놓아야 할지, 철학에 놓아야 할지, 예술 일반에 놓아야 할지, 아니면 문학과 취미 사이 애매한 선반에 애매하게 놓아두어야 할지. (권 리, 『암보스 문도스』, 소담, 2011, 263쪽)

이러한 설명은 비단 『암보스 문도스』에만 해당하지는 않는다. 그녀가 쓴 다른 장편소설도 마찬가지다. 첫 작품이었던 『싸이코가 뜬다』를 읽은 독자는 ‘응, 이게 뭐지?’라는 반응을 보였고 2번째 장편이었던 『왼손잡이 미스터리』 역시 비슷했다. 권 리는 기승전결이라는 전통적인 서사기법에 얽매이지 않았다. 참고문헌과 주석까지 동원한 그녀의 문체는 ‘이것은 소설인가, 논문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졌다. 좋다, 싫다는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긴 했지만 그녀의 작품이 파격적이었다는 점에는 많은 사람이 동의했다.

형식도 형식이지만 내용 면에서도 권 리 작가가 쓴 글은 문제작이었다. 『싸이코가 뜬다』는 20대 자살 문제를 다뤘다. 『왼손잡이 미스터리』는 새터민의 인권과 좌우 이데올로기를 이야기한다. 절대 가볍지만은 않은 소재다. 그렇지만 권 리 작가는 21세기 젊은 작가답게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경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곳곳에 등장하는 비속어와 욕설, 유머는 권 리만의 문체를 지탱하는 한 축이다. 또다른 한 축이라 한다면 난해함이다. 비속어와 욕설과 어울리지 않을 법한 고매한 사상이 소설 곳곳에 등장한다. 가령 조르주 바타이유, 장 보드리야르 등 이름만 외우기도 벅찬 사상가의 삶과 사유가 작품 전반에 녹아 있다.

독특한 작가 권리. 그녀를 만났다.

* 본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예술과 여행을 빼면 저의 10대, 20대의 삶을 생각할 수 없겠네요.
글쓰기 외 즐기는 취미는 외국어 공부입니다.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터라.




2011년은 출시된 지 32년만에 품절녀로 거듭난 해

안녕하세요, 그간 잘 지내셨나요. 『암보스 문도스』를 2011년에 냈습니다. 요즘 근황과 함께 작가님에게 2011년은 어떤 해였는지 알고 싶습니다.

권 리 : 내년 출간을 목표로 단편 소설 집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 장편 몇 가지를 동시에 구상 중입니다. 제게 2011년은, 출시된 지 32년만에 품절녀가 된 기념할만한 해입니다.

등단하셨을 때는 20대였습니다. 지금은 30대입니다. 20대의 권 리 그리고 30대에 들어선 권 리. 그때와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달라지지 않은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권 리 : 우선 달라진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누가 ‘아줌마!’하면 뒤를 돌아보게 된다는 점,
2) 20대에는 화가 많이 났지만, 지금은 별로 화가 나지 않는다는 점.
3) 예전에는 손에 집히는 대로 책을 읽었지만 요새는 좋아하는 책과 작가를 골라 반복해서 읽게 된다는 점. 특히 이미 죽은 작가를 선호하게 된다는 점.

변하지 않은 점은 여전히 마이페이스에 고집쟁이라는 점입니다.






올해 출간한, 『암보스 문도스』를 읽으면서 여행 도중 일정에 차질이 생겨 동생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동생 결혼식 날짜를 미리 알고도 자신의 여행 일정에 전념하는 모습에서 자유를 추구하는 작가, 권 리의 면모를 확인했습니다. 가족, 결혼이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귀국한 뒤 그와 관련한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권 리 : 제가 결혼식에 가지 못한다고 하자, 동생이 전화기에 대고 “언니랑 의절할 거야!”라고 소리를 지른 뒤 벽에 전화기를 내동댕이치고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뒤늦게 귀국한 제 얼굴에 삼지창 자국을 6열 종대로 내놓더니, 복수라도 하듯이 교통 사고를 핑계 삼아 제 결혼식에 불참함으로써 신부 측 식사 대금 지불에 차질을 빚게 한 점 등의 참사는 다행히 없었습니다.

“못 가서 미안.” 했더니 “괜찮아, 언니는 원래 그런 인간이잖아.”라고 다정히 말해줬습니다.



긴 연애와 원나잇스탠드에서 고르라면 긴 연애!

지금까지 장편 소설 3권과 분류하기 모호한 책 1권(『암보스 문도스』)를 쓰셨습니다. 단편집 한 권 정도는 내실 만 한데요. 장편을 좀 더 선호하시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방민호 교수(서울대 국문과, 문학평론가)는 권 리가 한국 문단에서 덜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가 단편을 많이 안 썼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단편보다 장편에 애착이 가는 이유가 있을까요.

권 리 : 기본적인 이유는 ‘문단’으로부터 단편 청탁을 많이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장편이 긴 연애라면, 단편은 원나잇스탠드랄까요. 저는 이래봬도 지고지순한 사랑을 추구하는 편이라, 하나에 꽂히면 끝까지 가는 성격입니다. 그런데 단편을 쓰고 나면 언제나 뒤를 덜 닦은 느낌이 들더군요. 특히 마감기한을 지켜 내야 하는 계간지 단편은 더욱 그렇구요. 단편은 특성상 격(格)이 중요하고 기승전결이랄까, 까다로운 요구사항들이 많아요. 신호등도 안 지키는 판에 그런 것을 일일이 다 지키다가는 세월이 다 갈 것 같았습니다.


『싸이코가 뜬다』로 등단하셨습니다. 그때 반응은 호불호를 떠나서, ‘와! 새롭다!’였습니다. 『왼손잡이 미스터리』를 냈을 때도 반응은 ‘역시 권리. 신선하다, 하지만 어렵다’였습니다. 그에 비해 『눈 오는 아프리카』는 전통적인 서사에 충실한 성장소설로 신선함은 덜하다는 평가였는데요. 이러한 반응에 동의하시는지요.

권 리 : 어느 정도는 동감합니다. 예감한 부분도 있고요. 개인적으로 전통적인 서사에 충실한 성장소설로 독자에게 신선함을 주지 못하는 작가는 지구 최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 문체 중에 특이한 점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가 바로 대학에서 전공과목을 듣지 않고는 들어본 적이 없을 듯한 전문 사상가(보드리야르, 바타이유 등)가 등장한다는 점인데요. 평소에 독서량이 얼마나 되나요? 좋아하는 분야, 사상가, 작가를 알려 주세요.

권 리 : 독서습관이 식사습관과 비슷합니다. 특히 폭식과 편식을 하는 편인데,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나 책을 여러 번 읽습니다. 위시리스트에 넣어두고 싶은 작가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장 주네이고,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싶은 작가는 도스토옙스키와 니체입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모방할 수 없는 낙천성과 장 주네의 탐미주의적인 문체와 범죄적 속성, 도스토옙스키의 집요함을 좋아합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경우, ‘대심문관’같은 장광설도 좋지만, ‘파 한 뿌리’가 왠지 순수한 느낌이 들어 좋습니다. 니체의 글은 실어증적 언어의 아수라장으로서 가장 본받고 싶은 문체입니다.

이러한 문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도 있을 법합니다. 유명 사상가의 언어를 소설에 녹여냄으로써 작가님의 의도하는 바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권 리 : 『싸이코가 뜬다』의 경우는 일부러 인용구를 쏟아 부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텍스트를 거부하게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밖의 소설은 크게 의도했다기는 보다는 아직 제 목소리, 제 사상, 제 언어가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인용부분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나중에 하나라도 발견되면 메일 부탁합니다.

작가님 소설은 때때로 블랙 코미디 같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욕이 인상적입니다. 그 욕이 권리만의 문체로 변해서 등장하는데요. 욕을 사용할 때 '낯설게 하기'를 염두에 두시는 듯합니다. 평소에도 비속어나 욕은 자주 구사하는 편인지요.

권 리 : 아니요. 소설은 욕망의 분출구일 뿐입니다. ‘살인자 역을 맡은 배우한테 평소에도 살인을 즐겨 하십니까?’와 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에 나오는 몇몇 단어는 작가님의 정치적, 역사적 견해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싸이코가 뜬다』의 다카키 마사오(창씨개명한 뒤 박정희 전대통령의 이름)입니다. 박정희라는 이름 대신 굳이 다키키 마사오를 고집했습니다. 2번째 장편인 『왼손잡이 미스터리』는 'Left'라는 비주류의 감성을 전면에 내세우셨는데요. 작가님은 페미니즘저널 「이프」의 객원기자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페미니즘과 좌파적인 사유가 작품에 베여 있는 듯한데요. 세 번째 장편인 『눈 오는 아프리카』에서는 이러한 비주류적 감성이 약간 약해졌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앞으로 낼 작품에서는 역사와 문학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말씀해 주십시오.

권 리 : 『눈 오는 아프리카』는 여행을 하면서 쓴 글이었기 때문에 좀 편안히 쓰고 싶었습니다. 좀 다른 것에 도전해보자는 생각도 있었고요. 결과적으로는 ‘내가 쓸 수 있는 것만을 다 써도 인생은 모자란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제가 비주류적 감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만, 앞으로는 사회, 정치적인 발언을 직접적으로 쏟아내기보다는 비유로 풀어낼 것 같습니다. 그편이 더 안전해서라기보다는 더 강력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어서요.


작가 권 리를 만든 원동력 : 예술과 여행

좌파, 페미니즘과 같은 정치적 견해 외에도 권 리의 문학세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게 있습니다. 예술, 여행이 그렇습니다. 『눈 오는 아프리카』는 미술에 관한 지식이 없다면 읽기 어려운 작품이었는데요.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도 작가님 작품에 자주 등장합니다. 『암보스 문도스』는 작가님 여행기였고요. 예술과 여행이 인간 권 리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신다면? 그리고 예술과 여행, 글쓰기 외에 작가님이 즐기는 취미가 있는지요.

권 리 : 어려서부터 미술을 좋아했고 여행은 돈을 모으기 시작하면서부터 좋아하게 됐습니다. 예술과 여행을 빼면 저의 10대, 20대의 삶을 생각할 수 없겠네요. 글쓰기 외 즐기는 취미는 외국어 공부입니다. 언제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터라.

명예도, 돈도 어느 것도 보상해주지 않는 소설가의 삶, 그럼에도 계속 글 쓰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요?

권 리 : 저도 속상합니다. 아무도 제가 보고 싶은 글을 써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씁니다.

자신의 직업을 (사물이든 추상어든) 상징하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권 리 : 내일이면 굴러 떨어질 돌을 묵묵히 산 위로 굴려 올리는 일.


넘버원(NO.1)보다는 온리원(Only.1)이 되고 싶다

2004년 「한겨레21」기사에서 작가 권 리는 언제나 변방에 남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변방이라 함은 대중적인 인기는 없지만 소수 독자에게 인기 있는 작가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고, 주류사회에 비판 의식을 가지는 지사적 문인이라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는데요. 어떤 의미로 말씀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독자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지 함께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 작품만은 꼭 쓰고 싶다는 게 있다면 알려 주세요.

권 리 : 넘버원(NO.1)보다는 온리원(Only.1)이 되고 싶다는 뜻입니다. 또한 어느 신문사로 등단했고, 어느 계간지에 어떤 소설을 썼고, 어느 출판사에서 어떤 소설을 낸 사람이기보다는 원하는 소설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뭐 이런 작가가 다 있나?”라는 말을 듣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선악과 신의 문제를 다룬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끝으로 채널예스 독자에게 한 말씀해 주십시오.

권 리 : 채널예스의 편집자들이 올린 검색 키워드에 현혹되지 마시고, 추천수 높은 댓글에 자기 생각을 끼워 맞추지 마시고, 그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몇 번이고 읽어주세요. 그런 작품을 만나기란 참으로 간단합니다. 만일 당신이 내일 이사를 가야 하는데 책을 딱 스무 권밖에 가져가지 못합니다. 한 권을 추가하는데 일억이 든다고 칩시다. 그럼 어떤 책을 가져가시겠습니까?

내일 이사를 가야 하는데 책을 딱 스무 권밖에 가져가지 못합니다.
한 권을 추가하는데 일억이 든다고 칩시다.
그럼 어떤 책을 가져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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