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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총각 결혼보다 더 어려운 막걸리!” - 성석제 작가와의 취중토크 『칼과 황홀』: 해학으로 우려낸 곡주에 취하다

술은 편을 가르지 않는다. 좋은 일에도 슬픈 일에도 함께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나누지 않는다. 또한, 술은 인생의 압축판이니 마시다 보면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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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편을 가르지 않는다. 좋은 일에도 슬픈 일에도 함께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나누지 않는다. 또한, 술은 인생의 압축판이니 마시다 보면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술은 신의가 있는 친구가 아니니 너무 믿어서는 곤란하다.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가 금세 후회와 낙심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술은 편을 가르지 않는다. 좋은 일에도 슬픈 일에도 함께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나누지 않는다. 또한, 술은 인생의 압축판이니 마시다 보면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술은 신의가 있는 친구가 아니니 너무 믿어서는 곤란하다.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가 금세 후회와 낙심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칼과 황홀』



이 시대의 이야기꾼. 해학과 풍자로 삶을 담아내는 성석제 작가와의 만남이 마포에 있는 막걸릿집에서 있었다. 막걸리는 성석제 작가가 직접 제안한 술이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올 수 있다는 이번 행사에 당첨된 10명의 독자가 모두 모이자, 막걸리에 돼지수육 그리고 파전이 차례로 나왔다. 그리고 가장 좋은 안주 하나가 남았다. 모두 성석제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기대하며 의자를 바짝 끌어당겼다.

“주량은 막걸리를 기준으로 2리터짜리 두 주전자 정도 돼요. 도수가 낮은 술을 좋아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건 막걸리와 맥주입니다.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술이기도 하죠.”



“막걸리가 되는 것은 처녀와 총각이 만나서
결혼하기보다 어렵습니다”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12도짜리 원주와 6도짜리 일반 막걸리가 있었는데 우리는 원주로 시작했다. 한두 잔 술이 들어가자 금세 분위기기 무르익었다. 성석제 작가는 막걸리에 대한 추억부터 풀어놓았다.


성석제 작가는 경상북도 상주에서 나고 자랐다. 성석제 작가의 할머니는 농번기의 일꾼들에게 주기 위해서 막걸리를 빚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맛본 막걸리 덕에 성석제 작가는 대학 시절부터 주선(酒仙)들 사이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할머니께서 막걸리를 잘 담그셨어요. 저는 열 살 정도부터 할머니가 막걸리 담그시는 걸 도와드렸죠. 그래서 막걸리 제조 과정을 꿰뚫고 있어요. 막걸리는 제조 과정이 원만하게 이뤄지는 술이 아니에요. 막걸리가 되는 것은 처녀와 총각이 만나서 결혼하기보다 어렵습니다. 제조 과정 중에 상하는 경우도 많고, 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메틸알코올이 나오기도 합니다. 메틸알코올은 숙취와 장염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안 좋은 성분이죠. 메틸알코올을 중화시키는 데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오래 묵히는 겁니다. 묵히면 효모가 작용해서 메틸알코올의 해로운 성분을 없애주거든요. 하지만 막걸리를 오래 묵힐 수는 없으니 동네에서 정평이 난 맛이 좋은 막걸리를 얻어 와서 숙성시킬 때 함께 넣습니다. 좋은 술에 담겨 있는 효모는 마치 종갓집의 불씨처럼 계속해서 내려오는 거지요.”

성석제 작가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인후염으로 고생한 후에 담배를 끊었다 한다. 대신 종종 마시는 술이 삶의 위로가 되었다. 성석제 작가의 단편소설 <술 마시는 인간>에서는 술을 마시고 의식이 흐려지는 과정을 ‘해방’이라 표현했다.

“술과 문학은 둘 다 사람의 마음을 뜨게 하죠. 어려운 말로는 고양시킨다고도 하고요. 사람을 반쯤 죽이기도 하지만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현실로부터 해방시키는 열쇠가 되죠.”



“한 끼 식사가 예술 이상의 감동을 주기도 하죠”

술은 가성(假性) 죽음이다. 술은 꿈의 유사품이다. 고금의 재사(才士) 대부분이 술과 친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칼과 황홀』 p.272)



성석제 작가를 이 시대의 이야기꾼이라 한다. 그의 책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익숙하지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활기찬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삶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건 우울함이 아니라, 유머라는 것을 그의 소설은 보여준다.

“웃음과 슬픔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 아닐까요. 실제 삶에선 슬픔이 훨씬 더 많죠. 그러나 문학에 슬픔이 지나치게 들어가면 과장되기 쉬워요. 해학이 비극을 더욱 비극답게 만들어 줍니다.”

성석제 작가의 소설은 술술 읽혀나간다. 최근에 그가 발표한 에세이들은 처음부터 읽지 않더라도 어느 부분이나 재미가 있다. 성석제 작가는 어떻게 글을 쓸까.

“글 쓰는 특별한 습관이 있지는 않아요. 다만, 원고가 주어지면 끝내기 전까지는 굉장히 긴장을 해요. 어떤 식으로든 빨리 끝을 내려고 하죠. 그래야 마음이 편해요. 안 그러면 계속 마음에 걸려 있어요. 그리고 가급적이면 쓸 수 있겠다 싶은 것만 쓰겠다고 해요. 언제까지 이렇게 호기를 부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제가 잘 쓸 수 있는 것들을 골라서 쓰다 보니 쉽게 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거 같네요.”

성석제 작가는 억지로 작품을 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특히 연재는 그에게 큰 부담을 준다는 것. 하지만 최근의 에세이와 내년에 발표될 장편소설은 모두 연재를 통해서 탈고한 작품이다. 이에 대해 성석제는 “저는 억지로 작품을 써야 잘 써지나 봐요” 하며 웃는다. 성석제 작가는 최근에 펴낸 에세이집 『칼과 황홀』에서 음식에 대한 그의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무슨 연유로 음식 이야기를 쓰게 된 걸까.

“때로는 한 끼의 식사가 음악을 듣거나 미술작품을 보는 것 이상의 감동을 주기도 하죠.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해요. 그리고 책에는 제가 기행한 맛집에 대한 정보도 수록되어 있어요. 행여 드셔 보시고 맛이 없더라도 제게 전화해서 욕하는 건 자제해 주세요(웃음).”



“해장에 가장 좋은 것은 시간입니다”

8명의 여성독자와 2명의 남성독자가 모인 자리. 막걸리 원주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탓인지, 분위기는 무르익어 이미 가족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성석제 작가님’에서 ‘성석제 오빠’로 넘어가는 분위기. “작가님 너무 미남이세요!”, “너무 동안이세요!” 칭찬 난발에 선물 공세까지. 이래저래 기분 좋아 건배! 『칼과 황홀』 출간을 기념하며 건배! 건강을 위해 건배!
성석제 작가도 술이 오르는지 술잔을 올리는 손의 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한 여성 독자가 성석제 작가의 손에 주목한다.

“손이 투박하죠. 어릴 때 농사를… 짓지는 않았고요(웃음). 그래도 농부의 후손이다 보니까 유전자가 이렇게 짤막하고 투박한 손을 만들었네요. 그런데 막걸리가 좀 센가요?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맥이 탁 풀리네요.”

이야기가 슬슬 바로 해장으로 넘어간다. 독자들의 해장 법도 가지가지. “치킨으로 해장해요!”, “난 피자로 하는데!”, “라면이 최고지요” 만만치 않은 yes24 독자들. 그렇다면 성석제 작가의 해장법은?

“해장 음식은 맵고 국물 있는 걸 좋아해요. 수박과 감도 해장에 좋다고 하더군요. 혹시 도라지로 해장해 보셨나요? 저는 해장에 도라지도 좋더라고요.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해장에 가장 좋은 것은 시간입니다.”

막걸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노동이나 운동으로 땀을 흘린 뒤에 마시는 생활의 술이다. 생활에 중독되는 일이 없듯 순전히 막걸리 때문에 중독이 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 막걸리는 생활이다. 생이다. ( 『칼과 황홀』 p.286)



성석제 작가는 주사가 있을까? 살아오면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은? 귀신과도 술 한 잔 나눈다는 주신(酒神) 이확재 어른의 정체는? 대학 시절 문학 공모에 불만이 생겨서 심사위원을 찾아갔다던데… 『칼과 황홀』에는 성석제 작가가 들려주는 군침 도는 세상만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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