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무척이나 편안한 스타일로 나타났다. 금발의 단발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흰 수염은 자연스럽게 정리했다. 검은색 와이셔츠를 입고 뿔테 선글라스를 낀, 꾸밈없는 모습의 브래드 피트였다.
브래드 피트 첫 내한, 자연스러운 스타일로 존재감 드러내
“브래드 피트 씨. 나와주세요.”
사회자의 외침과 동시에, 기자들은 하나같이 출입구를 향했다. 마치 에서 첫 사랑을 기다리는 것만큼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속 벤자민처럼 청년부터 노년의 얼굴을 갖고 있는 그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나타날까. 지난 15일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브래드 피트 내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는 무척이나 편안한 스타일로 나타났다. 금발의 단발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흰 수염은 자연스럽게 정리했다. 검은색 와이셔츠를 입고 뿔테 선글라스를 낀, 꾸밈없는 모습의 브래드 피트였다. 후광을 단 스타의 꽃미모를 기대했지만, 그 자리에는 중년 배우의 묵직한 존재감이 있었다.
브래드 피트의 한국 내한은 처음이다. <머니볼>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브래드 피트는, 최근 개봉한 테렌스 멜릭의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에도 주연으로 출연했다. “안녕하세요” 특유의 중후한 저음으로 인사를 한 그는 “졸리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야구 사랑이 뜨겁다는 얘기를 들었다. <머니볼>에는 야구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함께 즐겨줬으면 좋겠다.”
영화 속 ‘빌리 빈’처럼 자신만의 룰을 만들어가는 브래드피트
<머니볼>은 미국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팀에서 아메리칸 리그 신기록인 20승을 달성한 전설적인 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돈 없고 실력없는 구단이라는 오명을 던지고 싶어하는 단장 ‘빌리 빈’(브레드 피트)은 경제학을 전공한 ‘피터’를 영입해, 경기 데이터에만 의존해 파격적인 방식으로 선수들을 선발해나간다. 기존의 전통적 시스템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빌리 빈의 노력과 분투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브래드 피트는 “예산도, 규모도 작은 팀이 큰 팀과 경쟁하려면 같은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다.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을 발견해야 한다. 나 역시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라, 극한의 상황에서 ‘애슬레틱스’가 어떻게 경쟁하는지 매우 흥미로웠다. 이들이 야구계에 혁신을 일으켰다. 일부분의 변화일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이들을 통해 진정한 실패와 진정한 성공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있다.”
빌리 빈은 <머니 볼>이라는 이론을 적용, 전통만을 고집하는 야구계에서 자신만의 룰을 만들어낸다. 여느 때보다 캐릭터에 몰입했다는 브레드 피트. 그 역시 헐리우드 시스템에서 자기만의 기준으로 독보적인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한때의 꽃미남 스타로 저물지 않기 위해, 언제나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고, 좋은 감독과 좋은 영화를 찾아 작업해왔다. 이제는 스스로 제작자가 되어 역량 있는 감독을 발굴해 내고, 헐리우드 시스템에서 제작하기 어려운 영화를 골라 투자하고 있다.
“저에게는 스토리가 핵심입니다. 시대를 반영하고, 알릴 수 있는 티켓이 저에게 주어졌으니까요. 어떤 이야기를 누구와 작업할지 항상 고민합니다. 배우나 스텝들이 하나의 부품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맞물려, 다른 영화와 어떻게 차별화된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이번 작품으로 그는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한 속내도 밝혔다.
“한 영화를 제작할 때, 목표는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겁니다. 이 영화의 메시지가 10년, 20년 뒤에도 의미가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죠. 그 외의 것들은 그저 다른 하나의 즐거움에 불과해요. 오스카 시상식에서 내가 받아도 즐겁고, 친구들이 받아도 즐거울 겁니다. 모두 각자의 영화를 만들어서 시상식장에 모여, 서로 영화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기쁠 뿐이죠.”
지난 9월 23일 미국에서 개봉한 <머니볼>은 개봉 당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흥행 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한 명의 유명 배우, 재미있는 주제를 다룬 영화라면, 개봉주의 흥행은 가능하지만, 계속된 인기를 보장할 순 없다. 이 영화가 계속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영화의 의미가 관객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팀? “사실은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 팬”
브래드 피트는 이제 아름다운 미녀보다 아이들과 있는 모습이 더 자연스러운 중년의 배우가 되었다. 그는 “나이 드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젊음과 지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지혜를 택할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지혜가 더해지는 게 좋다. 특히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가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한 인터뷰를 통해 ‘50대 은퇴설’이 운운하긴 했지만, 향후에도 제작은 물론 브래드 피트라는 좋은 배우를 계속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항상 다양한 캐릭터에 흥미가 생긴다. 그 안에 신선함이 있다. 내가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흥미롭다. 촬영 후에는, 다시 나로 돌아올 수 있다는 기쁨이 있어, 연기를 하고 나면 배역에서 벗어나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가 실제로 가장 좋아하는 야구 팀은 어디일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유대감을 쌓은 건 사실이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팀은 올해 우승한 세인트 루이스 팀이다. 특히 월드시리즈 6차전 경기가 멋졌는데, 아무리 야구를 과학적으로 분석을 한다고 해도, 야구가 보여주는 마법적인 순간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야구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잘 보여주는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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