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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작가특집③] ‘부끄러울 수 밖에 없는’ 20대 작가, 환상으로 현실을 빚다 - 염승숙 『채플린 채플린』, 『노웨어맨』

염승숙 작가에게 환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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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숙 작가의 첫 단편집, 채플린, 채플린에는 ‘여봇씨요 사나이’가 등장한다. 불현듯 등 뒤에 다가와 여봇씨요 말을 걸고, 그 말에 뒤돌아보는 순간, 채플린으로 변해버리는 희귀한 사건이 전국적으로 일어난다.

염승숙 작가의 첫 단편집, 『채플린, 채플린』에는 ‘여봇씨요 사나이’가 등장한다. '여봇시요 사나이'는 불현듯 사람들의 등 뒤에 다가와 '여봇씨요' 말을 거는데, 그 말에 뒤돌아보는 순간, 그 사람은 채플린의 모양새로 변했다 사라진다. 단편 「채플린, 채플린」은 전국적으로 벌어진 이 희귀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염승숙 작가는 그 소설 속 ‘여봇씨요 사나이’를 닮았다.

그녀는 어떤 인연으로든 그녀의 소설집을 쥐어 든 독자에게 일단 ‘여봇씨요’하고 말을 건다. 이를테면 “쉿,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p. 141 『채플린, 채플린』) “놀라워라! 그러니까 지금, ‘손’이 떨어졌다는 얘기다.”(p.9, 「당신과 악수하는 오늘」)라는 도입부로 독자를 이야기 세계로 불러들인다.

독자는 채플린으로 변해버리지는 않지만, 꼼짝없이 책을 붙들고 있게 된다. 그녀는 입심 좋은 이야기꾼이다. 독자는 염승숙 작가가 만들어낸 이상한 나라에 빠진 엘리스가 되어, 당신의 꼬리뼈를 노리는 뱀꼬리 왕쥐를 만나고, 숫자 0으로 존재한 사내, 공룡의 뼈가 이빨로 돋았다는 진화된 사내와 마주치게 된다. 빗소리를 내며 몸을 빗금처럼 기울인 채 마비되는 전염병이 도는 세계, 하루에 한 시간씩 가로등이 되어달라는 편지가 도착하는 세계가 거기 있다.

손이 떨어져나가는 병에 걸려, 내일쯤 손이 떨어져나간다는 진단을 받고도 주인공은 곧 있을 취업 면접을 준비하는 일 외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당신과 악수하는 오늘」) 작가는 아주 낯선 상황을 설정해두고, 그 앞에서 보이는 인물들의 반응과 현상을 통해 이곳의 현실을 반추하게 만든다. 이러한 환상으로 빚어진 한편 한편의 소동극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여겨지지 않는 까닭이다.


82년생, 2005년 <현대문학>에 「뱀꼬리왕쥐」로 등단. 『채플린, 채플린』(2008)과 『노웨어맨』(2011) 두 권의 단편집을 낸 염승숙 작가가 청춘작가특집 세 번째 주인공이다.

"다만 저는 언제나 ‘존재’에 관한 의문을 가져왔고, 지금도 그것은 진행형이에요. 내가 누구인지, 나는 정말 실재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증명해 보일지, 내가 여기에 ‘있다’는 진실이란 결국 나만 알고 있는 거짓은 아닐지 하는 것들 말입니다.(…) 결국 세계의 실재를 증명해 보일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만이, 진실인 것입니다." (『불가능한 대화들』, 염승숙 대담 중, p.19)

염승숙 작가에게 환상이란, 증명할 수 없는 존재들을 위로하는 그녀 방식의 농담인 셈. 그녀가 보여주는 소박한 환상의 세계가 독특한 온기를 가지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손정수 문학평론가는 “염승숙의 소설에 등장하는, 존재감이 희미한 인물들이 갖는 환상은(…) 따뜻하고 낙관적”이라며, “거기에는 그들만의 절실함이, 솔직함과 소박함이 담겨 있다는 것”을 염두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사회빈민층의 문제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젊은 작가”라고 불리는 염승숙 작가의 작품은 “이문구, 양귀자, 윤흥길 등 선배 작가가 보여준 사물과 인생 사이의 친화성에 대한 문체적 감각을 떠올리게 한다”(심사평), “20대를 키워드 삼아 우리 사회를 알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깨달음을 주기 충분한 소설”(장동석 북칼럼리스트)등의 평을 받았다.

염승숙 작가는 동국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현재 동대학 국문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일상을 여행하며 자기만의 이야기보따리를 꾸준히 불려나가고 있는 염승숙 작가를 홍대의 한적한 카페에서 만났다.

“좀더 부끄럽지 않은 소설을 써내기 위해” 매일 새로운 용기를 내고 있는 이 젊은 작가의 상상력의 기원을 캐보고 싶었다. 그녀는 종종 쑥스러워했지만, 또박또박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여느 작가들과 달리 예민하지 않고 둔하다”며 웃었지만, 주위 변화에 민감하고, 자주 딴생각에 빠지고,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으로 똘똘 뭉친, 천상 작가였다.


환상을 쫓는 비루한 현실, 위트 있게 그리고파


내비게이션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모른 채로는 목적지를 설정할 수조차 없고, 하물며 방향을 바꾸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죠. 고로 내가 위치한 ‘현재’를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내비게이션 이용자가 유념해야 할 가장 바람직한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어디에 있는가를 아는 것, 자신이 위치한 그 명확한 지점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스스로 해내야만 하는 인생 최대의 과제가 아닐까요?(p.171. 『노웨어맨』 「라이게이션을 장착하라」)



올해 초 『노웨어맨』 이 출간되었습니다. 염승숙다운 판타지는 여전하지만, 취직, 개인파산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어서인지, 현실로 한발 껑충 들어온 느낌이에요.

첫 책은 한편의 소동극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쓸 때도 사건이 팡 터지면, 인물들이 과연 어떻게 움직일까,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시켜 나갈까 재미를 느끼면서 썼어요. 단편소설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이기 전에는, 나도 내 책을 가졌으면 하는 유아적인 욕심이 있었는데 막상 첫 책을 마주했을 때는 당황스럽고 부끄러웠어요.

게다가 환상성과 우화적인 이야기로만 소개되다 보니까 저로서는 혼란스러웠어요. 현실도피적인 환상이라기보다는, 환상을 쫓으면서 살아가는 비루한 현실을 위트 있게 그려내고 싶었거든요. 이번 책은 환상이 사라지고 현실로 넘어왔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채플린, 채플린』에서 갖고 있던 문제의식은 여전히 『노웨어맨』에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 이번 작품을 쓰실 때는 어떠셨나요? 『채플린, 채플린』을 쓰고 나서 받은 독후감들이 어떤 식으로든 이번 소설집에 영향을 주었을 텐데요.

왜 이렇게 어두운 이야기만 하게 됐지?(웃음) 난 굉장히 웃긴 소설을 쓰고 싶은데, 어두침침한 소설이 나왔지? 차분해지긴 차분해졌는데 우울해졌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두 번째 책을 내고 나니, 그런 고민이 생기긴 했어요. 지금은 첫 장편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그런 부분에 조율을 잘 해보려고요.

20대 얘기를 하지 않아도, 20대라는 나이로 쓴 소설들은 그 세대를 다룰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작가님에게 20대 풍경은 어떻게 다가왔나요?

등단을 20대 초반을 했고, 두 권의 소설을 다 20대에 썼으니, 그때 제가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게 담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20대에는 불안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불안한 게 사실 당연한데, 그 당연함을 의아하게 느끼잖아요. 20대의 시작 중 가장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은 대학 입학이잖아요. 그게 나의 사회적 위치를 말해주는 것이고요.

누구나 동일 선상에서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그런 것들로 내면에 불안과 우울함이 가득 차는 것 같아요. 불안 뒤에 더 큰 불안이 있으니 갈팡질팡하고, 결과물은 손에 잡지도 못하고요. 저는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이야기하는 방식은 그것을 가장한다는 평을 많이 들었거든요. ‘아, 힘들어’ 얘기하는 게 아니라 ‘아, 난 괜찮은데? 안 힘든데?’하면서 힘든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고요. 그건 제 평소 태도와 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런 불안 속에서 환상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채플린, 채플린』에서는 위로와 위무의 성격이 강했어요. 가끔은 제가 써놓고도 불만스러운 점이 있었는데, 단순히 독자에게 생의 긍정을 심어주고, 잘될 거야. 위로를 심어주는 게 소설의 윤리일까? 내가 착한척을 하는 건 아닐까? 고민이 많았어요. 어쩌면 불안한 저 자신에게 ‘아직은 괜찮아. 아직은 울지마’ 얘기해주고 싶은 것이었는지도 몰라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생각한 현실이 그만큼 밝고 환한 곳만은 아니라는 걸 체감했고, 더 많은 걸 겪고 나니 괜찮지 만은 않다는 생각이 두 번째 소설집에 들어간 것 같아요. 이번 소설집에서는 좀더 큰 불안을 본 것 같아요. 좀더 큰 불안이란, 내가 뭔가 하고 싶고, 되고 싶은 욕망을 봤을 때 겪게 되거든요. 인생이 끝날 때까지 그 욕망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는 그 공포감!


한국 근현대소설, 이렇게 읽어보세요


대학원에서 근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있어요.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근현대 문학으로 넘어간 까닭이 있나요?

다른 시기의 문학작품을 공부해보고 싶어서 선택했는데, 정말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정말 신기한 게 식민지 시기나, 근현대 시기의 냆설을 읽다 보면, 뫼비우스 띠처럼 겹칠 때가 있어요. 그 당시에 김남천, 이상, 박태원, 이효석이 쓰던 글의 감각과 모던함이 날카롭거든요. 다른 시공간의 이야기인데도 지금의 이야기인 것처럼 착각을 일으킬 때도 있고요.

이전부터 한국 소설을 많이 읽어왔다고 했어요. 그런데 염승숙 작가의 첫 소설은 이전의 한국 소설과는 또 다른 세계잖아요. 어떤 요소들이 등단작 「뱀꼬리 왕쥐」같은 소설을 탄생시켰다고 생각하나요?

어렸을 때부터 집에 현대단편선집 한 권이 있었는데 읽고 또 읽었어요. 그때 즐겨 했던 놀이가 소설의 뒷이야기를 상상하는 것이었어요. ‘아,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B사감 정말 이렇게 혼자 울어? 동백꽃 점순이 이 못된 것! 동백꽃이 정말 노란색일까?’ 이런 상상을 했어요. 한국 문학이 정말 재미있었고, 정말 작가 별로 개성이 뚜렷해서 한 작가 한 작가가 소중했어요.

손창섭, 이범선, 오정희, 최인호, 김소진 등등. 베껴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좋은 문장도 많았고요. 대학 와서도 제일 즐겨 했던 글쓰기가 이런 거였어요. ‘오늘은 오정희처럼 써보자. 오늘은 전상국처럼 써보자’(웃음) 어느 순간 「뱀꼬리 왕쥐」가 나왔는지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최인호나 김소진의 단편 등 이전의 소설에도 환상성은 정말 많아요. 기법이 환상적이고 특이할 수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전 작가들이 했던 얘기 아닌가 늘 생각하고 있어요.

프로와 아마추어에 관한 이야기 「프로24」라는 소설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그게 궁금해서 쓴 건데, 아직 답을 잘 모르겠어요. 이 세계는 모두에게 프로페셔널을 요구하는데, 아마추어가 아마추어인걸 들키면, 밀려나는 사회잖아요. 분명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고 늘 서툴기만 하는데도 늘 프로인척 센 척 해야 하는 게 너무 서글프더라고요.

프로는, 일단 늘 남의 시선을 의식하잖아요. 그걸 티 내지 않으면서 의식하는 게 프로잖아요. 저는 프로와 아마추어가 큰 차이가 있다기 보다, 그 중간에 피로감이 있는 것 같아요. 누가 어떻게 소화해내느냐의 차이겠죠.

작가이자 한국 소설 애독자인 염승숙 작가님. 독자들에게 한국 소설을 읽는 나만의 방법을 제시해주세요.

재미있는 소설을 발견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이든 읽기 시작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한국 소설은 재미없어, 지루해.’ 이런 얘기를 들을 때 슬프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어요. ‘교과서에 동백꽃만 있어서 그래. 오발탄만 있어서 그래.’(웃음) 그 소설이 재미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교과서로 접한 한국작품은 너무 한정적이라는 거죠.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 많아요. 몇 개의 스타작가 작품만 읽고 한국소설은 이렇구나 평가, 단정 내리지 말고 좀 더 다양한 작품들 찾아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요즘의 작품들은, 동시대 작가들이 지금을 함께 살면서 어떤 이야기를 상상하고 지어내는지, 이런 관점과 관심으로 읽어보시면 좋을 거예요.


작가, 같은 걸 보고도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


문학청년의 꿈을 키울 때 딱 등단을 하고, 작년에 결혼도 하셨죠. 어떻게 해야 할 일을 그렇게 제 때 해낼 수 있어요? 그 비결은 뭔가요?(웃음)

글쎄요. 무엇보다 제 성향 자체가 예민하지 않고 둔해서 그런 것 같아요.(웃음) 어떤 작가들은 예민하고 집밖에 나오지도 않고, 청탁을 받는 순간부터 고민에 빠진다고 하더라고요. 평가에 속상해하기도 하고요. 저는 단순해서 안 써지면 나가서 걸어 다니고, 잘 놀고, 닥치면 닥치는 대로 써요. 장소도 가리지 않고요. 힘들다고 해도 별로 내색도 안하고. 이런 것이 이유가 될까요? (웃음)

작가라는 직업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딴 생각. 걸어가다가 ‘왜 쟤가 서 있어?’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소설가 아닐까요? 자주 생각에 빠지고, 가만히 서 있어서 친구들에게 구박을 듣기도 해요. 뭘 하나 보고 생각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게다가 길치에 방향치거든요. 열심히 걸어 다니는데 그곳에서 빠져 나오질 못해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작가를 꿈꾸던 문학소녀라고 했는데, 작가라는 건 어떤 존재처럼 보였나요?

딴 세계 사람이요. 평소에 길을 가다가도 마주칠 수 없고, 천공의 성에 살 고 있을 것 같았어요.(웃음) 같은 걸 보고도,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잖아요. 보편적인 걸 보는데 창의적인 얘기를 하니까요. 처음에 등단해서 책 속에서 만나던 작가들을 직접 봤을 때,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이제는 그분들이 왜 그런 저를 보고 당혹스러워하셨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요.


작가란 자기 스타일을 가진 사람 같아요. 염승숙 작가님도 작가님만의 스타일이 있죠. 지금의 스타일을 갖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소설을 쓰는 일은 자신이 확립한 세계관을 이야기로 표출하는 작업이잖아요. 나 혼자 보고 마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읽혀지기 때문에, 조금 더 날카로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20대에는 작가라는 게 늘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직업인 것 같아요.

무릇 작가라면 경험이 많아야 하고, 많은 일을 겪고 감내해야 하는데, 겨우 20대인 내가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싶죠. 그저 이 소설을 읽고 누군가 공감하고 같이 사고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쓰고 있어요. 그래서 더 자주 주위를 둘러보게 되는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을 보게 되고, 물건 하나를 사도, 이건 어디서 오는 걸까 생각하고요. 진보와 퇴보, 빈부격차, 사건 사고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시대잖아요. 그래서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지? 자꾸만 생각하게 되요. 모든 걸 경험할 수 없으니, 신문이나 뉴스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요.

소설은 재능과 재주가 필요하다는 환상(!)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일보다 자기 확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기 스스로 힘을 내야 하는 직업인데, 평소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어떤 분들은 ‘내가 최고야, 내가 제일 잘 써’ 이런 최면과 확신이 있어야 끝까지 간다고도 하더라고요. 저는 생각해보면…… 부족함? 엄청난 부끄러움 때문에 계속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안돼. 아직은 아니야.’ 그런 마음으로요.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가요?

소설잹 쓰는 일이 매일매일 두려워서 감히 그런 생각을 못하겠어요. 내일 당장 어떤 소설을 발표하게 ?지도 잘 모르겠어요. 빵을 만들든, 철근을 다루든 10년을 하면 그 일에 능숙해질 것 같은데, 소설 쓰기는 늘 처음 하는 일 같고, 매 작품이 첫 작품 같아요. 부끄러움만 많은데 그럼에도 매일매일 해 나가는 게 어려운 과정인 것 같아요. 지금은 첫 장편을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이 생각뿐입니다.(웃음)

좋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되 결코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유롭고, 어떤 방식으로든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 틀림없으니까요. 어떻습니까. 모철수씨의 말처럼 잊거나 잃어버린 모든 것들은 달에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여러분도, 이야기를 시작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p.214, 『채플린, 채플린』 「채플린, 채플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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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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