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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복지, 이제는 다른 방식이 필요합니다” - 『조국, 대한민국에 고하다』②

‘매력 있는 진보’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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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한민국에 고하다』는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보내는 서울법대 조국 교수의 정의, 공정, 합리, 성찰 이야기’다. 『성찰하는 진보』 『보노보 찬가』에 이은 세 번 째 사회비평집으로, 2009년과 2010년 언론 매체에 발표했던 시론을 정리하여 구성한 책이다.



『조국, 대한민국에 고하다』는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보내는 서울법대 조국 교수의 정의, 공정, 합리, 성찰 이야기’다. 『성찰하는 진보』 『보노보 찬가』에 이은 세 번 째 사회비평집으로, 2009년과 2010년 언론 매체에 발표했던 시론을 정리하여 구성한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생각을 밝히는 직업윤리’(p.9)에 걸맞게, 사회 현안에 직설적 어법으로 문제를 제시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노동하는 보통 사람이 당당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사회에 대한 꿈”이자 “자본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국가행정의 민주화를 이루려는 꿈”을 그려냈다.

이 책에 대해, 책이 다루고 있는 현 시점의 문제들에 대해 조국 교수에게 물었다.


청년세대의 고통, 각자의 스펙 쌓기로 해결되지 않아


요즘에 저희 세대를 보면, 놀이 정치라는 말이 실감이 됩니다. 조국 교수님도 트위터로 사람을 모집하거나, 북콘서트 등의 활동으로 놀이 정치를 실천하고 계신데요. 단순히 놀이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놀이와 정치적 활동이 어떻게 이어져야 할까요?

“제가 대학교수로서 굳이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를 일도 없고, 트위터로 어울릴 필요도 없죠. 이런 활동은 정치나 진보라는 무거운 화두에서 엄숙주의를 걷어내자는 겁니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이런 주제들을 경쾌하고 유쾌하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문제를 삶 속에서 가깝게 느끼고, 자신의 생각을 갖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것이 모여 진보의 가치가 실현된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는 일들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교수님께선 누구보다 20대와 가까이 생활하고 계실 텐데요. 20대 세대 논쟁도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입니다. 가까이서 겪는 20대, 어떻게 보십니까?

“20대~30대가 원자화 되어 있고, 개인주의화 되었다고 비판을 많이 합니다. 그건 개인 탓만은 아니고, 사회 구조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청년들이 각자의 스펙을 높이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엔 문제가 너무 커져버렸다는 거죠. 현재 한국청년들은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각자 스펙만 쌓게 되면, 소수는 계속 승자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수는 그렇지 못할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제도를 바꿔야만 해결할 수 있는데, 혼자서는 바꿀 수 없으니까 연대가 필요한 겁니다. 저도 나름대로 20대~30대에게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진보진영은 젊은 세대를 움직이는 일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교수님이 보기에 20대를 어떻게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20대는 저와 같은 40대보다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하다고 봅니다. 이건 나쁜 의미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매우 중요하고, 자신의 개성, 자신의 취향의 문제를 매우 중시한다는 거죠. 자신의 고유함, 개성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일에 매우 화를 내는 것 같아요. 20대가 제일 싫어하는 문화가 뭘까, 좋아하는 문화가 뭘까 보자면, 20대의 표현으로 ‘쿨함’을 좋아하고 ‘후짐’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진보/보수를 떠나 20대가 갖고 있는 문화적 세련됨이 있는 거죠. 20대가 갖고 있는 유쾌함은 그들의 최고의 장점입니다. 그 유쾌함을 살려가며, 자신의 개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게 20대가 살길입니다. 개성중심, 자유중심, 경쾌함, 유쾌함 등의 20대 고유한 속성을 정치권과 사회운동권이 포착해야 합니다.”


사회를 지배하는 거짓 프레임을 깨라


진보집권을 위해서는 매력적인 구호을 선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첫 번째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뉴타운 공약, 두 번째 6.2 지방선거 때 진보진영의 무상급식이 민심을 흔든 구호였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선거에는 어떤 구호가 시급하다고 보십니까?

“12년 시점에서 최고의 큰 화두가 무엇이 될 것인가 보자면,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노동, 복지, 평화의 문제입니다. 청년들에게는 청년실업이고, 일반인들에게는 비정규직 문제가 큽니다. 저는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바꾼다, 이건 힘들 거라고 봅니다. 여기서 핵심적인 문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입니다. 비정규직이 존속된다 하더라도, 동일한 양과 질의 노동을 한다면 동일한 대가를 받아야 해요. OECD에서도 비정규직이 유지되지만, 동일한 노동을 하고 동일한 임금을 받기 때문에 불만이 적습니다.

평화의 문제를 보자면, 북한은 언제든지 국지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걸 전제로 대북전략을 짜야 합니다. 외교에서 핵심은, 악마와도 대화하라, 타협하고 협상하라 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북한을 악마시하고 아예 발을 빼버렸죠. 그 순간 스스로 고립되고, 북한 문제는 중국이 처리해버리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겁니다.

핫라인도 끊어지고, 협상테이블도 깨져서 북한이 국지전을 벌인다고 해도 남쪽으로서는 중국과 미국을 거치지 않고는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전 정부에도 서해교전 등등 전쟁이 있었지만, 밑으로는 항상 핫라인이 존재했습니다. 지금은 북한 문제를 이데올로기적으로만 접근해, 어떻게 평화를 안착할 것인지의 문제가 빠져있습니다. 진보진영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방향을 제시할 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삶을 지배하는 많은 프레임이 있는데요. 정치인이 아닌 대중의 입장에서, 여타 거짓 프레임에 속지 않고 제대로 판단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개발 도상국 시기에 우리 사회를 눌렀던 패러다임이 있습니다. 성장이 무조건 되야 한다. 성장이 되야 그 다음에 노동자, 약자에게 나눠주고 복지 하는 게 아니냐는 게 강력한 패러다임이었고, 지금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걸 일단 깨야 한다고 봅니다. 개인들이 노력해서 성장을 하고, 부의 규모가 커지면 잘살게 될 거라는 게 환상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예전보다 우리의 부의 규모는 커졌어요. 개인이나 나라나 갖고 있는 돈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불안하고, 불행합니다. 이 불안은 각 개인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도적으로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각성이 필요합니다. 그 각성에 기초해서 여러 가지 활동이 제도를 바꿔나가는 거죠.

‘자신의 꿈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지금의 고통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이런 문제를 갖고 사적 영역, 개인의 밀실에서 한 걸음 나가야 합니다. 공적 영역, 광장으로 나와야 합니다. 그게 세상에 대한 관심입니다.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정치참여를 하든 환경보호 운동을 하든 상관 없습니다. 사적인 영역에 매몰되지 말고 공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광장으로 한걸음 내딛는 것, 거기서 변화가 시작된다고 봅니다.”



‘매력있는 진보’ 그 매력에 관하여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대선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게 뭐냐”는 질문에 “좌파도 저렇게 멋있을 수 있구나. 진보도 저렇게 세련될 수 있구나’ 그런 이미지를 얻는 게 목표”라고 답한 바 있다. (『진보의 재탄생』중) 진보 정치인에게 대중이 매력을 느끼고, 인간적으로 감정 이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조국 교수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단어가 ‘매력 있는 진보’라는 점은, 이런 맥락에서 의미심장하다.

강풀은 『진보집권플랜』에 이런 추천사를 남겼다. “짜증나, 조국교수님. 키도 크고, 잘 생겼는데, 생각도 깊어.” 이에 공감하는 이들 많았을 터. 물론 그저 외적인 매력이 전부가 아니다. 이념을 떠난 소신발언, 여타 비슷한 이야기를 꺼내는 교수, 정치인에게서 느낄 수 없는 문화적 감수성,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응, 인터넷 공간 혹은 강연현장에서 보여주는 열린 자세 등이 세대를 떠나 많은 이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에 정계는 끊임없이 러브 콜을 보내고, 보수 진영에서는 그를 경계하며, 폴리페셔 논쟁을 들먹이고, 강남좌파, 캐비어좌파라고 비아냥대고 있다. 하지만 조국 교수는 언론과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해가면서도 교수로서 끊임없이 논문, 강의 활동을 해왔다. 좀체 빈틈이 없는 사람, 이 사람이 궁금했다.


규범주의? 강남좌파? 냉소 아닌 비판, 얼마든지 수용한다


조국 교수님, 콤플렉스는 무엇입니까?

“친구들은 저보고 규범주의자라고 말합니다. 제 전공하고 있는 학문이 법학, 규범학이죠. 어떻게 되야 한다. 어떤 제도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에 능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것만으로 바뀌지 않거든요.

세상을 모범생 기준에서 바라보려고 한다거나, 모범생 역할을 계속 해야만 한다는 모범생 콤플렉스, 또 세상에 관여하려고 하는 슈퍼맨 콤플렉스 같은 게 있겠죠. 그걸 인정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쓰려고 하죠. 학자나 교수로서 그런 콤플렉스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슈퍼맨이 아니기 때문에 생긴 콤플렉스니까요. 결국 또 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콤플렉스로 인한 한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콤플렉스들은 다른 의미로 이성 중심주의, 계몽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나왔다는 스펙 자체가 그러하니까요. 제가 하는 학문이 매우 딱딱한 학문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법과 제도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잘 모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시를 많이 보려고 하고, 인용도 합니다. 규범주의에 빠지지 않는 사람들, 감성이 발달한 사람들과 자주 만나서 교류하솷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교수님을 두고 강남 좌파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이러한 조건 때문에 비판을 받아오셨을 텐데, 이 점이 갈등 되지는 않으셨나요?

“그런 비난을 받으면 약간 씁쓸한 느낌이 있죠. 일종의 야유니까요. 좋은 대학 나와서 강남 살면서 멋있는 말은 다하냐는 건데,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물적 기반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진보적 얘기,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기대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두 가지를 다 받아들입니다.”

사람들은 교수님에게 양가감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매력적이고 멋있지만, 한편으로는 교수님은 다 갖춘 입장이라는 말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20대에게 스펙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셨지만, 교수님은 이미 모든 스펙을 갖추지 않았느냐는 식이죠.

“당연하죠. 그런 불만 있을 수 있고요. 받아들입니다. 제 얘기에 대해서 ‘당신은 이미 다 갖췄다. 다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멋진 얘기 하는 거냐’ 그런 비판 얼마든지 가능하고, 그 비판에 기초해서 ‘당신 말을 못 믿겠다’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제기하는 분들은, 앞으로의 제 행보를 보시면 될 겁니다.

이제까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저의 말이 통했던 것은, 말 때문이 아닙니다. 과거에 오랜 활동들이 최근에 부각된 것뿐이고, 그 속에서의 일관된 행동 때문인 거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분명히 한계는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지적 하면, 제가 고치면 되겠죠.

제가 안타까운 건 이런 문제를 냉소적으로 접근하는 경우입니다. 제가 화두를 던졌을 때, 사람들이 거기에 나름대로 반응을 하고 있잖습니까? 제가 던지는 모범답안이라는 것에 대해, ‘난 안해’라고 할 거냐. 그 얘길 한 사람이 강남좌파니까 ‘난 싫어’라고 할거냐는 거죠. 이런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문제를 생각해보고, 문제 제기자인 나에 대해서도 비판을 하는 것이 옳습니다. 이런 식으로 20~30대를 끌어들이려고 하는 거죠. 와라, 와서 나에 대해서도 비판을 해야 한다. 저에 대한 비판조차 하지 않고 냉소로 대응하면서, 밀실에만 갇혀있는 경우가 가장 걱정되는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매력 있는 진보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 알려주세요.

“정말 매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그런 역할모델이 된다면 기쁜 일이죠.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계속 하려고 합니다. 저는 학자이자 지식인입니다. 법학자로서 제가 법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계속 잘해야 합니다. 지식인의 핵심은 사회 참여입니다. 한국 사회의 문제는 무엇이고, 해결방식은 무엇인지 외면하는 지식인은 존재가치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 노력을 할 거고요. 그렇게 계속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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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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