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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 더 외로운 짓은 세상에 없다” - 『비즈니스』 박범신

당신은 자본주의 한 가운데서 순정을 유지하는 꿈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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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도달하진 않았으나, 나는 그것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실은 멈출 수가 없다. 내가 달려가는 것이 아니다.

아직 도달하진 않았으나, 나는 그것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실은 멈출 수가 없다. 내가 달려가는 것이 아니다.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내일은, 죽음에 가까워지는 하루임을 알만한 무렵. 그래, 마흔이다. ‘인생을 재부팅하기에 아주 이르지는 않지만, 완전히 늦지도 않은’ 무렵이기도 한. 세상은, 그 무렵을 ‘늦었다’는 말로 흔히 규정한다. 드물게 아닌 경우, 세상은 호들갑을 떤다. 웬일이니, 파리똥. 지금의 자본주의는 점점 더 그런 경향이 강해진다.

‘오늘 밤이 지나고 나면 마흔이 되는’ 그 여자 ‘칼라’에게, 나는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물론 그녀는 이미 깨달았을 것이다. 이젠 진짜 꿈, 또 다른 사랑을 찾을 수 있으니까. 자본주의, 비즈니스가 아닌 것도 있으니까. 그러니, ‘새 종이에 새로 판 도장을 찍’을 수도 있다. “지금…… 참 좋아……”라고 혼잣소리를 한 그 여자. 『비즈니스』(박범신 지음|자음과모음 펴냄)의 칼라였다.

“마흔까지가 ‘인생의 본문’이라고 한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정말로 ‘인생의 본문’이 다 끝났다는 기분이 들었다. 홀가분하거나 하진 않았다.”(p.227) 그것이 공고한 체제에 저항하다 꺾인 사람의 한계라고 간주하진 않았다. 삶은 계속 지속될 것이고, 또 다른 본문을 써 내려갈 것이니까.

박범신 작가의 문학적 출사표도 그 같은 생각에 한몫했다. 그는 현재 우리 문학의 위치를 이렇게 인식했다. “자본주의적 폭력이 인간성을 이토록 유린하고 있는데도 우리 문학이 그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비즈니스』는 박범신 문학의 새로운 변곡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앞으로 내 소설은 피 튀기는 삶의 현장으로 내려갈 것이다.” 이 소설은, ‘자식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파는 어머니들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라는 자학적인 상상‘이 낳은 결과물이다.


설날 연휴가 끝난 지난 7일 저녁, 서울 홍대부근의 상상마당. ‘향긋한 북살롱’이 펼쳐졌고, 박범신 작가가 초대돼 독자들과 만났다. 소설 『비즈니스』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소설가 박범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말도안돼’라는 젊은 작가 밴드를 하고 있는 박상 작가의 사회와 연주도 함께 펼쳐진 이날 행사. 현장을 가득 메운 독자들과 박범신 작가의 만남은, ‘비즈니스’가 아닌 ‘순정’으로 가득했다.

마이크를 잡은 청년 작가, 박 작가의 인사말. “말이 청년 작가지 돋보기 없으면 한 페이지도 못 넘긴다. 그래도 오늘 이렇게 볼 수 있어서 기쁘다. 나는 38년 동안 작가노릇을 했다. 평생 작가로 살아왔는데, 돌이켜보면 작가로 살아서 좋은 것 2가지 있었다.”

38년을 작가로 살면서 좋은 것 2가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작가를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희망이자, 나침반이 될 수도 있을 터. 첫째는, 자유롭게 살았다! “지난 반세기 한국의 역사에서, 남자들은 자유롭게 살기 힘든 시기였다. 그런 시기, 나는 어떤 사회적 구조나 이데올로기에 강퍅하게 억압당하지 않고 단독자로 자유롭게 산 것 같다. 작가가 아니었음 누리기 힘든 행복이었지 않나 싶다.”

둘째는, 고이지 않고 부패하지 않았다. 작가로 산 덕분이라고 했다. “방부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정체되면 부패하는데, 나는 아직 현역작가라 이끼가 낄 새가 없고, 스스로 예민한 감수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생각하면 38년 작가 인생이 한 번의 연애처럼 지나갔다. 매 순간 생생하게 살았다. 연애처럼 생생한 것은 없으니까. (웃음)”

그는 요즘, 이런 작가 인생에 크게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지난 1993년 절필을 선언하면서 3년 동안 오두막에서 홀로 살던 시절, 유명해지고 돈을 더 벌겠다는 생각을 극복했다. 그렇기에 글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청년 작가들도 1년에 장편 하나 쓰기 힘든데, 1년에 장편 두 편을 쓰고, 지금도 장편 하나를 더 연재하고 있다. 몸이 망가지고 있다. 이 집중을 멈춰야 살지 않겠느냐, 일을 멈출 수 있으면 좋겠다는 고민도 하고 있지만, 쉽진 않다. 뭔가에 몰두하지 않으면 권태와 외로움을 이겨낼 수 없다는 두려움이 있다. 태생적으로 권태, 고독감에 죽거나 쓰면서 죽거나 둘 중 하나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만족감이 더 큰, 쓰면서 죽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운이 좋아서 아주 뛰어나고 예쁜 여자와 연애할 수 없다면, 계속 써야 하지 않겠나. (웃음)”


현장에 있는 독자들과, 온라인을 통해 받은 질문 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범신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은 어떤 것인가.

“사랑? 나는 사랑에 있어 허무주의자다. 바꿔 말하면, 평생을 꿈꾸는 것이 영원한 사랑이다. 요래 살아봤지만 영원한 사랑은 본 적도, 한 적도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 해체되는 것이 사랑이더라. 아마 영원한 것은 사랑의 열망이 아닐까. 파트너와 나의 사랑이 영원히 별처럼 떠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조건에 놓이더라도 사랑의 열망은 계속 뜨겁게 나타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나는 지금 66살인데, 사랑의 열망이라는 점에서 여러분보다 내공이 더 쌓여 있거나 그렇진 않다. 물론 뜨거운 열망이 가슴속에 불타고 있지. 바구니에 담긴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것이 힘들겠지만, 포기하지 말고 계속 꿈꾸길 바란다.”

알고 보면, 진실로 두려운 것은 사랑밖에 없었다. 주리에게도 진짜 함정은 사랑이었고, 내 젊은 날 역시 그러했다. 사랑만이 ‘비즈니스’가 아닌 유일한 것이었으므로, 언제나 위태로운 추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았다.… 사랑으로 우리는 어떻게 멸망할 것인가. 연애 시절의 남편이 일러준 괴테의 시 중 한 구절이었다. (p.141)

작가 지망생이다. 작가가 되려고 하거나 작가가 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소설은 다른 장르보다 양이 길다. 원고지 1000~2000매 채운다는 건, 나침반이랄까, 그런 게 없으면 불가능하다. 프로 작가도 소설을 쓰다가 길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놀라운 나침반이나 지도가 없으면 길을 잃는다. 나도 그런 실수를 한다.

젊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노동에 가까운 소설, 길을 잃을 수밖에 없는 소설, 지금 얼마나 열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거다. 플로베르는 ‘재능이란 참다운 인내’라고 했다. 얼마나 갈구하는가가 기본인 것 같다. 정말 작가가 되고 싶다면 소설이라는 작자와 운명적인 만남을 하지 않으면 먼 길을 가기 어렵다. 결국 빠질 수밖에 없는 거다. 이것이 아니면 안 되는 인생으로. 그것만 있다면 나머지는 큰 문제가 아닐 거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정답이 없다. 상처받기 예민한 상태로 자신을 두는 거다. 상처를 부풀려서 먹고 사는 것이 작가다. 쿨 하다, 그러면 소설이 안 된다. 사는 건 쿨 해도 작가는 쿨 해선 안 된다. 편협하고 예민하고 이상한 사람이 돼야 한다. 그런 게 받쳐준다면 문장은 저절로 떠오를 것이다. 테크닉도 별로 없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문장은 절실한 순간에 나온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내 마음이 정말 절실하다면 테크닉을 뛰어넘는 좋은 문장이 나올 수 있다.”


궁금하다. 비즈니스 표지 속 여성은 누구냐?

“편집부 디자인 팀이 한 거다. 나도 (표지를 보고) 가장 먼저 궁금한 것이 그거였다. 누굴까. (웃음) 독자들이 표지를 보고 야하지 않을까 오해하는데, 별로 야한 것 없다. 표지엔 자본주의가 가진 달콤함, 안락함의 분위기가 있다. 약간 부식한 것 같은 안락함, 썩은 듯 달콤함이라고 할까? 소설의 지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서, (표지로) 좋다고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전문 사진가가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놓은 걸, (출판사에서) 사진을 산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아직 (모델을) 만나보질 못했다. (웃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뭔가? 글은 주로 어느 시간대에 쓰는지 알고 싶다.

“대표작은 작가가 원해서 되는 건 아니다. 독자의 평가에 의할 수도 있고. 작가에게 ‘당신이 쓴 작품 중에 애착이 가는 작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흔한 건데, 불쾌하고 언짢은 질문일 수도 있다. 마치 새끼들을 일렬종대로 세워 놓고 묻는 거지. 누가 마음에 드느냐. 이런 질문과 같다고 보는데, 그러나 질문이 왔으니. 나는 친절한 타입이다. (웃음)

경험상, 자전적인 것을 고백한 소설이 (작가에겐) 오래 마음에 남는 것 같다. 나의 10대를 고백한 책이 『더러운 책상』이다. 나의 장편소설 가운데 가장 안 팔린 책이기도 하다. 내 마음속에 가장 많이 남아 있고, 절필 뒤 내 자신이 누구인가 끝까지 물어본 것이 『흰 소가 끄는 수레』라는 작품이다. 두 작품에 마음이 아직도 닿아 있는 것 같고. 최근에 쓴 것 중엔 『비즈니스』보다 『은교』가 더 재밌지 않나 싶다. 사랑에 대한 현재진행형의 나의 욕망을 다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은교』다.

집필하는 시간은 옛날에는 100% 밤이었다. 평생 오전 10시 전에 일어난 일이 없었는데, 요즘은 돋보기를 써서 그런지, 밤을 새기가 불편하고 머리 아프다. 그래서 낮에 작업을 많이 한다. 밤이 깊으면 OCN이나 드라마를 보고. (웃음)”



다음 집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절필 뒤) 96년부터 다시 시작했는데, 장편을 십여 편 썼다. 돌이켜 보면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 존재론, 삶의 유한성 등이 기반을 이루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시기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가득했다. 유한한 존재로서 시간의 광대무변한 지점을 통과하면서 살고 있는 내가 어떤 존재고, 그 시간을 이겨나가는 존재인가에 빠져 있었다. 그 시간대가 중년을 넘길 시점이라 그런 질문이 실존적이고 절실했다.

그러나 소설은 세상을 등지고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저잣거리의 희로애락을 보지 않으면 작가로 살 수 없다. 십몇 년 동안 내가 누구인가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이젠 다시 세상의 저잣거리 한가운데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느낀다. 『비즈니스』는 15년 동안의 내 문학에서 방향을 트는 소설이다. 이것으로 나는 당분간 현실 속으로 더 가까이 가려고 한다.

현재 한 일간지 사이트에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를 쓰고 있는데,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충격적인 방법으로 묘사하고 있다. 폭력, 살인을 모티브로 다루고 있다. 한 사내에게 말굽이 생기는 이야기다. 손바닥으로 치면, 누구든지 두개골이 내려앉는 무서운 사람이지. 그런 괴물을 만들어낸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봤다. 당분간 현실 비판적인 그렇지만, 너무 말초적이지 않은 소설의 길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런 식의 현실 비판적 이야기는 오늘날의 우리 ‘문학판’에서도 거의 실종 상태에 놓여 있다. 현재진행형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삶의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문학판’에서 오히려 유기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래도 좋은가. 우리네 삶을 몰강스럽게 옥죄는 전 세계적 ‘자본의 폭력성’에 대해, 문학은 여전히, 그리고 끈질기게 발언해야 한다고 믿는다. (p.242, 작가의 말 중에서)


참 반듯하고 안티가 없는 것 같은데, 스캔들도 생기고 그랬으면 좋겠다.

“딸이 한총련이었다. 센 여자였지. 요즘은 삼십이 돼서 직장 다니고 있는데, 하루는 딸과 술을 마셨다. 딸에게 ‘아빠는, 안티가 없어’ 그랬더니, 딸이 그러더라. 적극적 지지자도 없다는 뜻이라고. 가슴이 아팠다. 스캔들 없이 산 것은 조심해서가 아니다. 가까운 사람들이 상처받을까 평생 두려웠다. 소심한 쪼다라는 뜻이지. (웃음)

안티를 견딜 만큼 강직하지 않아서 그랬던 거지.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하는 것, 노력해도 안 될 수 있다. 소설 속에선 나는 독재자다. 맘대로 할 수 있다. 소설은 작가의 독재를 독자의 가슴속에 옮기려는 것이다. 완벽하게 만들어서 독자의 가슴에 넣으려고 하는 거지.

그러나 삶은 혼자가 아니다. 이웃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나의 약점이다. 온정주의라고나 할까. 가깝게 지낸 이웃들이 나 때문에 받을 상처가 없길 바라는 배려 같은 거랄까. 요즘엔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 인간적 배려와 예의를 비겁하다고 질타할 수는 없다고 본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나도 타락했을 지도 모르잖아. (웃음)

나도 타락의 욕망을 품고 산다. 히말라야도 몇 차례 오르고, 눈 쌓인 오지를 혼자 거닌 적도 있다. 나로선 그게 타락이지. 수백만 독자와 연재하다가 갑자기 끊어버린 것도 타락이고, 고통스러웠다. 내 마지막 꿈은 순례자가 되는 거다. 와이프는 못될 거란다. 내가 예쁜 여자를 좋아해서. 히말라야 순례하다 보면, 예쁜 여자가 많다. (웃음) 모든 책임과 배려, 온정주의를 훌쩍 뛰어넘는 타락의 기회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작가를 꿈꾸는 여고생이다. 사랑하면 감성이 홍시처럼 부풀어 오른다. 헌데 작가는 외로워야 된다는데, 사랑할 때 글이 잘 써졌나, 외로울 때 잘 써졌나, 궁금하다.

“사랑하는 것보다 더 외로운 짓이 없다. 니체는 사랑은 평화보다 투쟁에 가깝다고 했다.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특히 젊은 날엔 완전히 갖고 싶은 거다. 완전히 가질 수 있는 인간은 하나도 없잖나. 우리는 단 한순간도 완전히 가질 수 없다. 불가능한 꿈을 꾸고 있다. 젊은 날, 연애하면 글 못 쓰지. 난 요즘 젊은이들이 연애할 때도 성적이 안 떨어지는 거 보면 놀랍다. 내 젊은 날에는 연애하면 학점은 엉망이 되고, 부모에겐 불효자식이 되고, 친구들에게 싸가지 없다고 버림받았다. 제대로 일상생활을 못 했다. 모든 게 엉망진창 되는 게 연애다.

내 젊은 날은 그랬다. 보통명사가 아니라 고유명사가 되는 것, 한 여자가 세계에서 유일해 지는 것, 그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현실에선 실패와 데미지를 받는다. 소설은 버림받으면 잘 써진다. 지금 연애하고 있다면 글 쓰려고 애 쓸 필요 없다. 그런데 그 연애가 유지 안 될 가능성이 크다. (웃음)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거다. 나는 그 질문이 잘못 됐다고 본다. 소설을 쓰는 것은 연애만큼 후유증이 온다. 늙어서 노회해서 그런 거다. 연애는 뜨겁지만, 굉장히 고독감을 준다. 연애하는 것이 외롭다고 느끼지 않았다면 아직 제대로 연애를 못한 거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이어, 박범신 작가의 숨겨진 노래 실력이 발휘되는 시간. 박 작가는 SBS의 음악 토크 프로그램인 <김정은의 초콜릿>에도 나갈 뻔 했다. 허나, 결국 출연하지 않았는데, 한창 말이 오갈 때, 준비했던 노래를 불렀다. 고 백설희씨가 노래했던,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독자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한 퀴즈 시간이 있었고, 박 작가가 자작곡인 「썩는다」를 부르며, 한창 시간이 고조됐다.

박 작가의 맺음말. 자본주의 비판 소설, 『비즈니스』을 썼다는 것. “자본주의 거부한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 자본주의 세계관은 뿌리칠 수가 없다. 우리는 비즈니스도 잘 해야 한다. 사랑도 결혼도 비즈니스가 됐다면, 그것에도 성공해야 하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자본주의의 종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부리면서 살자는 뜻이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일찍이 ‘돈은 최선의 종이요, 최악의 주인이다’라고 말했다. (p.70)

자본주의를 부리며 살자? 즉, 자본주의를 삶을 위해 활용하고, 세상 속으로 더 적극적으로 걸어가 자본주의를 종처럼 부리는 주체가 되자는 뜻이란다. “그런 길이 있지 않겠나. 세계가 우리에게 가리키는 방향만 따라서 사는 건 낭비다. 똑바로 정신 차리지 않으면 다리가 찢어지면서 살 수밖에 없다. 위험한 시기다. 내가 젊을 때보다 지금은 훨씬 더 불운하고 위험한 세상이다. 풍요로운 분위기에 팔려 내 삶이 아닌, 세계가 가리키는 방향, 소비 중심의 세계가 가리키는 방향만 향해서 인생을 탕진할 순 없다.”

이제 세상의 주인은 ‘자본’이고, 삶의 유일한 전략은 ‘비즈니스’다. 사랑과 결혼조차 일종의 ‘비즈니스’에 불과했다. 자본의 압제는 그 경계마저 불분명하니, 화염병을 들고 나간다고 해도 던질 데가 없었다. (p.53~54)


그는 『비즈니스』에 앞서 『촐라체』, 『고산자』, 『은교』 등 ‘갈망의 삼부작’을 냈다. 그것은 표면적으론 욕망이었지만, 그 이면은 꿈이고 그리움이었다. 욕망을 넘어서는 것에 대한 꿈이자 그리움. 자본주의 혹은 세상이 원하는 것이 아닌 진짜 사람의 큰 꿈. 그것은 영원히 사는 일, 살아생전 사랑의 완성을 보는 일, 완전히 행복해지고 행복이 유지되는 일, 혹은 살아생전 신성을 회복하는 일.

“순정을 자본주의 욕망 한가운데서 유지하는 것, 더 나아가 영원히 사는 데 대한 꿈을 포기 않는 것이 참다운 꿈이다. 인간 너머의 더 큰 것에 대한 꿈을 잃으면 안 된다. 삶의 유한성을 너무 일찍 받아들이면 안 된다. 과외비를 벌기위해 몸을 파는 건, 내가 죽더라도 자식이 영원히 살길 바라는 꿈이 있기 때문인 거지. 이룰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더 큰 것에 대한 그리움과 맞장 뜨지 않으면 인간의 삶은 품격을 가질 수 없다.”

예컨대 우리는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는 방법을 잊고, 사랑의 완성?라는 꿈을 버리고, 삶의 더 큰 비전인 내면으로 가는 길을 상실한다. 남는 것은 불모지와 같은 ‘도시의 황야(荒野)’에서 느끼는 고독과 갈망뿐이다. 나는 이것을 ‘자본주의적 슬픔’이라고 부른다. (p.239, 작가의 말 중에서)

그는 요즘 타오르고 있다고 했다. 훨훨. 아마 더 큰 꿈, 그리움의 요동 때문이리라. 그는 찬스를 바라고 기다리고 있다. “이를 테면 멋지게 늙어갈 수 있는 찬스, 또 신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순간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름 모를 들꽃을 보고 눈물이 핑 도는 건, 젊을 때 가지지 못한 감정이다. 그건 늙어서 가능한 것이다. 자본주의 안에서 주체를 갖고 본원적인 것에 대한 꿈을 잃지 말자. 그것이 우리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이날, 묻고 있었다.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꿈 말고, 당신이 진짜 품고 있는 꿈은 무엇인가. 대박 같은 건 우리의 꿈이 아니다. 그건 우리를 자신의 병풍으로 만들기 위한 화폐의 주술이다. 대박나세요? 조까라 마이싱. ‘더 빠르고’, ‘더 크고’, ‘더 넓은’ 것이 아닌, ‘더 나은’ 것을 꿈꾸는 것.

보다 넓은 집, 보다 빠른 자동차, 보다 큰 텔레비전 등이 놓인 그곳은, 생텍쥐베리의 표현대로 한다면 ‘재화(財貨)의 감옥’일 뿐이다. (p.239,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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