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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선 술 먹고 운동 안 해도 배 안 나와요” -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공지영

21세기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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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소설과 에세이가 출간되면 신간소식보다 베스트셀러 순위 진입 소식이 먼저 들려왔다. 작가가 평생 베스트셀러 한 권 내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인데...

공지영의 소설과 에세이가 출간되면 신간소식보다 베스트셀러 순위 진입 소식이 먼저 들려왔다. 작가가 평생 베스트셀러 한 권 내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인데, 공지영의 책들은 마치 자리라도 예약해둔 듯, 출간된 족족 베스트셀러 행이었다.

『고등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인간에 대한 예의』(1994),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2005년), 『즐거운 나의 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2008년) 등 한 해에 두 권 이상을 나란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린 일도 ‘종종’ 있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에서 베스트셀러 기록에 대해 논하자면, 공지영을 빼놓을 수 없다. 독자들은 그녀의 책을, 어느 때에도 외면하지 않았다. 올 겨울에 발간된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도 마찬가지다. 발간되자마자 초판 8만부가 금세 나갔고, 12월 중순부터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공지영은 작가 자신이 많은 이야기를 지닌 사람이다. 베스트셀러 기록은 물론이고, 그녀 자신이 품고 있는 여러 가지 사적인 이야기들이 기사화되기 일쑤였고, 그것이 종종 그녀의 작품보다 먼저 독자들 앞에 서기도 했다. 그만큼 그녀의 소설이 그녀의 굴곡 많은 삶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권 경험이 녹아 든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가정사를 드러낸 『즐거운 나의 집』, 신앙을 갖게 된 후 삶을 성찰하며 쓴 『수도원 기행』 예민한 사회 문제를 폭로하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가니』가 그랬다.

“여자로서 겪을 수 있는 온갖 나쁜 일을 극복하고” 독자들의 멘토로 나서 쓴 에세이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와 인터뷰집 『괜찮다, 다 괜찮다』까지 세간에 어떤 평을 받았든, 모든 글들은 소설가 공지영의 일면 그대로를 보여주었고, 독자들은 이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녀, 올해에는 부지런히 지리산에 들락거렸다. 바로 ‘버들치 시인’과 ‘낙장불입 시인’ 때문이다. 그들의 삶을 엿보며 행복한 삶에 대한 질문과 예시를 담은 책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1년간 작가가 경향신문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다. 도시에서 사는 우리들보다 조금 덜 가진 사람들이 훨씬 여유롭고 행복하게 삶을 누리는 이야기를 훈훈하게, 때론 박장대소할만한 에피소드로 담아냈다.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기 싫어(p.331)” 도시를 떠나 지리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누가 와도 어울리는(p.268)” 그곳에서 사람들은, “잃어버리고 헤매는 길도 길(p.33)”이라는 것을 발견해가며 욕심 없이 미움 없이 살아간다. 우리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살기 때문일까? 그들이 그저 우스개로 던지는 한마디조차 명언처럼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책을 덮으면, 절로 “어떤 것이 행복한 삶인가” 묻게 되는 책. 지금의 삶의 방식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혹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솔깃한 행복의 비법이 담겨있다. 그들처럼 도시를 떠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굳이 지리산까지 나서지 않고도 행복해질 수 있단다. 당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큰 맘 먹을 각오가 되어 있다면, 아래 공지영과 행복에 대해 나눈 이야기들은 오롯이 당신을 위한 것이다.


“이 책은 팩션 정도 되는 거예요”


책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작가님이 느끼기에는 어떠세요?

“이제껏 제 책 읽으면서 행복했다는 반응이 거의 없었거든요. 처음으로 ‘참 행복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가장 좋았던 얘기는 ‘2/3는 낄낄거리면서 봤고, 1/3은 울먹울먹했다’란 말. 딱 내가 원한대로에요(웃음).”

책 속에 주연으로 출연하시는 두 시인님들, 행복학교 식구들은 책을 보고 뭐라고 하셨나요?

“사실 좀 걱정했어요. 사람들이 ‘이렇게 그들의 사생활을 드러내도 괜찮냐’고 하는데, 그들은 의외로 거리낌이 없더라고요. 오히려 ‘야, 이거 나다.’하면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웃음) 아주 예민한 몇 분만 제외하고, 대부분 ‘그러면 어떻고, 이러면 어때’ 하는 반응이에요. 다행이고요. 고맙고요.”

연재하면서 곤혹스런 일도 겪었다고 하셨어요.

“거기 나오는 등불이라는 여가수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꼭 나쁜 의미로 쓴 건 아니었는데, 그게 부도덕하게 느껴졌나 봐요. 실제 그 사람의 직업은 가수가 아니고, 등불이라는 이름도 그녀가 밝힌다는 성격에서 연상한 저의 창작품이에요.(웃음) 그 사람을 감추기 위해 캐릭터를 뻥튀기해서 만들어낸 건데, 본의 아니게 몇 분이 등불로 오해를 받아 울고 불고 하는 일이 있었대요.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팩션 정도 되는 거예요. 어떤 분은 일부러 다른 이름에 다른 직업으로 적었는데, 실제로 그런 분이 거기 있었던 거예요. 참……. 이 무당 끼는 어쩔 수 없구나.(웃음) 각색했다고 앞서 밝혔는데도, 사람들이 계속 찾아보나 봐요. 버들치 시인과 낙장불입 시인이 중간에서 저를 해명해주느라고 애먹었어요.”



산 사람들……. 생각해보니, 山사람들이기도 하고 산(生)사람들이기도 하더라고요.(웃음) 그분들이 도시 사람들과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얽매이는 게 적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일 거예요. 카페 ‘소풍’ 주인이 그런 얘길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조직의 일정. 교통 시간에 맞춰야 하는데 여기서는 내가 밥 먹고 싶을 때 밥 먹고, 여행가고 싶을 때 떠난다’고요.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거죠. 그건 결국 거의 모든 것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얘기거든요. 물론 그들이 얽매이는 것도 있어요. 술 이런 것(웃음) 권력, 학벌, 돈. 이 세가지 정도만 느슨하게 포기해도 완전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이 그곳에서 배운 가장 놀라운 발견이었어요.”

책 속에 나오는 지리산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엿보자니, 무척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맞아요. 맨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도 어느 정도 자연에 순응하는 삶이에요. 그래야 먹거리도 나오고 땔감도 나오니까. 리듬에 맞춰 사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그렇게 술 먹고 운동도 안 하는 데도 우리보다 건강하고 다들 또 날씬해요. 불가사의죠. 거기엔 배 나온 사람이 없어요.”

작가님과 시인들의 관계도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그들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제가 대학졸업하고 들어간 첫 직장이, 민족문학작가회였어요. 거기서 10만원 받으며 전화 받는 급사 일을 할 때, 낙장불입시인과 버들치시인은 거기서 10만원도 못 받고 일하고 있었어요. 그러니 벌써 인연이 20년도 넘었죠. 10년 정도 서로 살기 바빠 연락을 못했던 사이에, 그 사람들은 지리산에 내려갔어요. 거기 산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찾아갈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책 서두에 쓴 것처럼 처음 가보고 그 삶의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그 다음부터는 틈만 나면 갔죠.

그 사람들, 문을 잠그지 않아요. 주인이 없어도 거기서 기다리면 돼요. 차도 혼자 끓여먹고, 먹을 것도 찾아 먹으면 되요. 어느 날에는 버들치 시인이 돌아왔더니 냉장고가 싹 비워져 있더래요. 누가 와서 메모만 붙여두고 다 먹고 간 거예요. 속으로 참 너무하다. 여기 와서 뺏어먹고 가는 사람이 있네. 싶었는데, 그래도 괜찮더라고요. 버들치 시인이 이런 얘길 하면, 다른 분들이 또 먹을 것들을 갖고 찾아 와요. 참 이상한 동네죠.(웃음)”



“그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내가 엄청 질투한다는 걸 깨달았다”

지리산 최 도사의 집, 아기자기 잘 꾸며두었다 (사진: 이원규 시인)


돈에서 자유로운 삶. 많은 사람이 꿈꾸지만 쉽게 결심하기는 어려운 삶이에요. 자발적 가난의 삶, 혹은 자유로운 삶을 지켜보면서 작가님은 어땠나요?

“이번에 제가 모 방송에서 거기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하나 찍었어요. 변진섭씨와 같이 가면서 걱정을 했어요. 죄다 재래식 화장실이라 굉장히 불편하고, 매일 샤워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거든요. 너무 힘들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프로그램을 마치고 변진섭씨가 그러는 거예요. ‘솔직히 나는 부자들을 많이 알고 있다. 그들을 보면서 한번도 부럽다는 생각은 안했다. 그런데 지리산에서 1박 2일 동안 사람들 삶을 보면서 내가 엄청 질투한다는 걸 깨달았다.’고요. 오, 나랑 똑같구나! 싶었죠. 저도 무척 부러워요. 저 자신도 그렇게는 못하니까요. 그래도 가서 늘 얘기하죠. ‘싼 집 나오면 얘기해. 내가 애들 키워놓고 바로 갈게.’(웃음) 저도 갈 생각이 좀 있어요.”

이 시트콤 같은 일화들!(웃음) 산 사람들이 직접 전하는 지리산 삶의 이야기는 어떨까 싶었어요. 작가님은 그곳이 삶의 터전이 아니고, 옆에서 지켜보았으니 조금은 낭만적으로 보인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맞아요. 하루하루 사는 사람에게는 휴대폰 값조차 굉장히 각박한 문제일수 있죠. 너무 낭만적으로 그렸다는 얘기도 듣는데, 적어도 제가 거기서 만난 사람들의 삶은 비슷했어요. 흉보고 투덜거리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잘 만나지 않아요. 적어도 제 친구들은 거의 이 이야기의 바운더리 안에 살아요.

얼마나 걱정이 없는지 황당할 정도에요. 책에도 써놨지만, 최도사님한테 “추워지는데 나무집은 해놨어요?” 물어보니까, “너 이 화창한 가을에 왜 그런 얘길 하고 XX이야!”하신다니까요. (웃음) 그 말을 듣고 나서 제 삶이 굉장히 바뀌었어요. 그분이 정말 도사 끼가 있긴 있는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어느 순간, ‘어머 내일 어떡하지, 어떡하지’ 생각하다가도 ‘에이, 내일 되면 걱정해도 늦지 않아’ 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되돌아보니까, 걱정의 90퍼센트가 아직 오지 않았고, 올지 모르는 불확실한 것에 대한 걱정이었어요. 제가 평소 종교서적을 많이 읽기 때문에, 이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 오늘 이순간을 살아라. 밑줄 그으며 읽은 얘긴데, 최 도사가 외쳤던, ‘왜 벌써부터 걱정하고 XX이야!’ 란 말이 훨씬 저에게 와 닿았어요, 앞날을 준비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쓸데없는 건 버리고 살자는 얘기죠.”

단순히 환경이 바뀌는 문제만은 아닐 것 같아요. 지금 여기에서 낑낑거리며 사는 사람을 지리산에 데려다 둔다고 그런 삶을 살게 되진 않을 것 같아요. 주인이 되는 삶, 행복한 삶을 사는 데에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서울에서 전셋값 빼서 지리산에 집을 짓고, 나머지 돈으로 열심히 주식투자를 열심히 한 분이 계셨대요. 새벽부터 일어나 뉴욕 증시동향부터 살피고 열심히 하셨는데, 결국 실패하고 서울로 가셨다고 해요. 자연의 삶에 순응하고자 하는 커다란 각오가 없으면 실패하는 것 같아요. 저도 무의식적으로 거기서까지 시간 약속을 따지고 늦으면 화내고 하거든요. 거기 사람들은 전혀 그러지 않아요. 자연의 리듬, 내 몸과 마음의 리듬에 따라 살겠다고 하면 그 삶에 정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거기는 시계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아, 그러고 보니까 정말 벽에 시계 걸린 걸 보지 못했어요. 휴대폰으로 가끔씩 보고. TV 있는 집도 거의 없고요.”


“당신도 그들이 행복해 보였나요?”


지리산 라이프에 공감하지만 몸은 여기에 있는 도시인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변화시키면 좋을까요? 무조건 떠나는 것만이 답은 아닐 테니까요. 지금과는 다른 삶을 막 꿈꾸기 시작한 이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요?

“꼭 가라는 얘기는 아니었어요. 제발 획일적인 기준으로 사람들이 요구하는 학벌, 돈, 명예, 권력……. 이 줄에 서서, ‘나는 루저’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너무 속상했어요. 이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줄이 이렇게 저렇게 나 있는데, 꼭 그들이 정한 줄에 설 필요는 없거든요. 그 줄에 서면 우리 모두가 루저지만, 다른 줄에 서면 우리는 행복의 권력자가 될 수도 있어요. ‘여기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봐라. 딱 50만원 들고, 당신이 폐가를 잘 꾸려서 이렇게 살아갈 수도 있다. 이 삶도 꽤 행복하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그곳에 아이들도 있나요? 어떻게 자라나요?

“어린 아이들이 많은데요. 남원 쪽에 대안학교가 있어요. 이 책에 못 담은 게 되게 많아요. 거기 한 남학생에게, ‘너 몇 살이니?’ 물었더니 이번에 고등학교 졸업한대요. 그래서 수능 봤냐고 물었더니 ‘아니요. 전 농부가 될 거예요.’라고 하는 거예요. 제가 너무 부끄러웠어요. 저는 모든 열아홉이 대학에 가서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자격시험 보는 걸 꿈으로 갖고 있는 줄 알았어요. 부모님도 (농부가 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신다고 말하는 그 친구 모습이 제일 예뻤어요. 대안학교 아이들 취재하고 못쓴 게 좀 아쉬워요.”

책을 다 읽고 나니까, 무엇이 행복한 삶인가 묻게 되었어요. 행복한 삶에 대해 새롭게 배우거나 생각이 달라진 점은 없었나요?

“저는 이미 서른 한 살 때 수 많은 부와 인기를 누려보고, 어느 날 그것들이 허망하게 떠나가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돈이나 인기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직접적인 행복을 주지 않는다는 건 확실히 알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무엇이 행복일까. 인간이란 결국 외롭게 사는 것인가, 생각하던 차에 그들의 삶을 보게 된 거예요. 지리산 사람들은, 행복하냐고 물으면 ‘너 뭐하냐?’ 이렇게 되묻는 사람들이에요.(웃음)

그들의 삶이 저에게도 희망으로 다가왔어요. 독자 분들이 보기에는 제가 엄청난 베스트 셀러 작가로 명성을 도도하게 누리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 도시적 삶이라는 건 언젠가 내가 여기서 탈락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늘 크거든요. 모두가 그럴 거예요. 그런 나에게 대안적 삶이 저기 있고, 혹은 내가 원하면 저런 행복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 든든했어요. 독자들이 책으로 그 사람들이 좋고 행복해 보였다고 얘기 할 때, ‘내가 생각한 게 틀리지 않았구나’ ‘내가 그들과 친해서 그렇게 봐준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기뻤어요.”



지리산 사람들 모습 속에서 인상 깊었던 게 사람들 사이에 관계였어요. 작가님과 시인들의 격의 없는 관계를 엿보며 좋은 사람 되기, 좋은 관계 맺기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됐어요.

“제가 전화해서, ‘나 갈게’ 하면 ‘응, 어서 와.’라고 해요. 제가 당일이 다 돼서, ‘나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가’ 하면 ‘그래 알았어’라고 끊어요. 아무 연락도 않고 지내다가 ‘이번에 갈 것 같아’ 하면 ‘그래. 와’ 그리고 다음날 ‘나 못 가게 됐어’ 하면 ‘그래, 그럼 일해’라고 말해요. 거기서 재미있게 놀다가 ‘나 하루 더 있다 갈래’ 하면 ‘그래’, 다시 제가 ‘아냐, 나 하루 일찍 가야 돼.’ 하면 ‘그래, 그렇게 해’라고 말한답니다.

단 한번도 제 자신의 동선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한적이 없어요. 거기 오는 모든 사람에 대해서 그래요. 사람이 헤어질 때 서운하고 더 있었으면 싶기도 할 텐데, 그런 걸 절대로 티 내지 않아요. 도가 깨쳐야 이룰 수 있는 지경이에요. 한편으로는 저기까지 가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사람이 그립기도 하고, 혹은 빨리 가줬으면 싶을 때도 있을 텐데(웃음) 그런 것. 그냥 내버려 두는 것. 정말 ‘내비도(道)’(웃음) 저도 아직 못하거든요. 그때 참 좋은 사람들이라고 느꼈어요.”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출간 근처에 작가님이 참여한 한겨레 강연집『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도 출간됐습니다. 두 책 모두 다른 삶을 꿈꿔보라는 얘긴데요. 작가님, 21세기를 건강하게 살아가는 비법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나를 나이지 못하게 하는 모든 것에 저항하는 거예요. 우리 모두 정말 다르거든요. 그런데 이런 모든 사람을 획일적 기준으로 줄 세워서, 합격/불합격, 성공/실패로 판단하는 가치들은 마땅히 거부해야 돼요. 성공이라는 범주에 들어선 사람들조차도 절대 행복하지 못하거든요. 밤잠은 없지만 아침에 못 일어나는 사람이라면, 밤에 무언가를 하고, 아침에 잘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 이런 게 행복이 아닐까 싶어요.”


“빨간 투피스 입고 스포츠카 탄 은발의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섬진강 풍경
폭설 뒤 맑게 갠 지리산의 모습 (사진: 이원규 시인)


공지영 작가님은 트위터로 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계시는데요. 트위터를 통한 직접 소통의 재미는 어떤가요?

“사실은 출판사에서 아이폰을 사준다는 바람에 덥석 시작했는데, 요즘은 출판사에서 저더러 그만하라고 해요.(웃음) 밤에 혼자 깨어있어도, 채팅은 부담스럽잖아요. 채팅은 아닌 방법으로, 그때까지 깨어있는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죠. 제가 지난 여름 혼자서 강원도에 가 있었어요. ‘제가 이제 한잔 마시려고 해요.’라고 트윗을 날렸더니 어떤 분이 같이 먹고 싶다고 하는 거예요.

‘그럼 10분 후에 다시 들어올 테니, 건배할래요?’ 제의를 했어요. 정말 놀라운 게 그때 한 50명 정도가 동시에 건배하는 트윗이 올라왔어요. ‘선생님, 저 여기 캐나다에요.’ ‘선생님, 저 여기 필리핀이에요.’ ‘부산이에요.’ 순간 전율이 느껴지더라고요. 가장 재미있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웃음)”


작가님 실제로 보니 굉장히 동안이시네요. 작가님에게 나이 드는 일이 어떻게 다가오나요?

“육체적으로 나이 드는 일은 저도 두려워요. 예전과 다르게 요즘엔 조금만 잠을 못 자도, 다음날 힘들다거나 술도 예전만큼 못 마신다던가 하는 일은 두렵지만, 마음은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가장 큰 변화는 어느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정말로 알게 됐어요.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예전에는 거기에 푹 빠져서 그 일이 영원할 거라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한 사흘 동안 힘들겠구나. 한 달은 걸리겠다. 헤아려보면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아요. 이게 나이 듦이 나에게 준 선물 같아요.”

작가님은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웃음)

“제가 70살이 넘으면 빨간 투피스, 안에는 레이스 달린 블라우스를 입고, 은발의 단발머리를 하고 뚜껑 있는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있을 거예요. 거기서 돋보기를 끼고 책을 보는 할머니를 상상했어요. 언제나 그 순간의 최선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 온 노력을 다할 거예요.(웃음)

제가 예전에 얼굴이 망가졌던 때가 있어요. 광대뼈가 튀어 나오고 눈꼬리가 올라간 때가 있었는데 그때 제가 신경정신과에 다닐 때였어요. 정신분석을 받고, 그때 처음으로 내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인가 생각했던 것 같아요. 종교를 갖기 시작하면서 한가지 비밀을 알게 됐는데, 사랑을 하는 사람은 아름다워요. 가끔 사인 받으러 온 독자들 중에 우시는 분이 있거든요. 그때도 안아주고 싶고 같이 울고 싶어질 때가 있어요. 이런 사랑부터 멋진 남자친구와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는 그런 사랑까지 가리지 않고 해볼 생각이에요.”



말씀하신 대로 작가님은 어느 샌가 많은 독자들의 멘토가 되셨어요. 작가님에 대한 팬들의 감정은 호오를 떠나 뜨겁다고 느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처음에는 놀랐어요. 나에게 왜 그러나. 난 되게 못산 사람인데.(웃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제가 여자로서 겪을 법한 나쁜 일을 많이 겪었는데도 약간은 성공을 거두었고, 심지어 약간 밝기까지 하니 행복을 말하는 사람에 대한 어떤 지지 같은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저렇게 내 어려움을 극복하고 저렇게 나가고 싶다’는 희망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남을 위로해주는 능력이 원래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고 스스로 주장하고 있어요.(웃음) 상담해주고 이런 걸 잘했어요.

한번은 심각한 우울증에 걸렸다는 젊은 여성분이 독자와의 만남에서 많이 우시더라고요. 행사가 끝나고 나서 ‘내가 당신 위해서 꼭 기도해주겠다. 꼭 나을 거니까 걱정 말라’고 다독여줬는데, 그분이 어제 밝은 얼굴로 찾아온 거예요. 자기가 다 치유됐다고. 선물을 갖고 왔어요. 정말 기뻤어요. 누군가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걸 알면, 그게 어떤 신이든 치유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정말 힘들고 막막할 때 한 마디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거 제가 알기 때문에, 앞으로 그런 기회가 오면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말입니다. 개인적으로 2010년 어떻게 보내셨나요? 가장 아쉬운 일,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자면?

“지리산을 2010년 내내 오간 일이죠. 거기서 친구들과 더 친해지고, 가끔 싸우기도 하면서 피붙이 같은 관계가 된 게 정말 좋고요. 지리산 가느라 우리 애들에게 못해줘서 아쉬워요. 내년에는 집에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하려고요. 애들이 많이 자라서, 직접 챙겨줄 건 없는데,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작품 계획을 들려주세요.

“쓰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홍보 기간이 끝나면, 울컥하고 먼저 올라오는 이야기가 있을 거예요. 그걸 먼저 쓰게 될 것 같아요. 여름쯤에 소설을 만나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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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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