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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나이듦이 아름답고 섹시하다는 증명

우리 자체가 자연이고 피부가 자연이고, 세상이 곧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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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숙. 고 이만희 감독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여전히 자신의 이름으로 갖고 사시는 문숙 선생님을 지난달 22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뵀습니다. 최근 『문숙의 자연 치유』라는 두 번째 책을 내고 한국을 잠시 방문하신 틈이었죠.

제 소원 중의 하나는,
세월에 따라 주름을 새기는 겁니다. 그리하여, 나이테처럼 멋진 주름을 가진 노송(노장)이 되는 것. 예를 들자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주름이 그렇다고 생각하죠. 그의 영화를 보면 나이를 개념 있게 먹어가는구나, 혹은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 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나이듦에 대해,
비정상이라고 생각해요. 명절 특집프로그램 등으로 TV에서 ‘동안대회’를 방영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동안을 가지느냐며, 별 호들갑을 떨어댑니다. 신문?잡지 등에선 ‘동안 되는 법’ 기사를 내놓습니다. 각종 화학제품이 들어간 화장품을 들이댑니다. 덕지덕지 처발라서 ‘당신도 동안이 될 수 있다’고 주술(?)을 외워줍니다.

참, 예의가 없다,
는 생각을 합니다. 타고난,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린 얼굴이야 차치합시다. 그런 걸 갖고 어떻게든 자연을 거슬러보라며 부추기는 태도. 동안이 이 시대의 우성인 양 조장하는 행태. ‘어리게 보임 혹은 젊게 보임’에 대한 과도한 경배 혹은 찬사는, 불편합니다. 늙음 혹은 나이듦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것도 같아서요. 늙음을 유효기간이 지난 폐물로 취급하거나 세상에 없는 것처럼 대하는 태도, 그들은 늙지도 않을 건가 봅니다.

젊음이 자연이듯,
나이듦도 자연이 아니었던가요. 주름을 거부하는 몸짓, 보톡스라는 이름의 매직(?). 기실 자연과는 먼 태도입니다.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노년을 맞이하는 것, 우리는 왜 두려워할까요. 얼굴에 주름을 지우려는 태도가 마음에 삐뚜름한 주름을 새길까, 오지랖 넓은 우려가 됩니다. 동안이라는 이름의 분별없는 열정이 ‘나이를 먹는 기술’까지 잊게 만들까, 살짝 걱정도 되지요. 참고로, 나이를 먹는 기술은 “뒤를 잇는 세대의 눈에 장애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존재로 비치게 하는 기술, 경쟁상대가 아니라 상담상대라고 생각하게 하는 기술”입니다. 프랑스의 문필가인, 앙드레 모루아가 한 말이죠.

최근에 이런 말을,
봤습니다. “나이보다 젊다, 는 가장 기분 좋은 한마디지만, 나잇값을 한다, 는 가장 믿음직한 한마디일 것이다.”(정철, 『불법사전』 중에서) 나잇값을 한다는 것이, 스스로가 아닌 타자의 가치에 휘둘리거나 세상에 질문을 던지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면, 이 말에 완전 한 표 던지지요.

따라서 이런 것들이,
저는 부럽습니다. 어디선가 본 문구들인데요.
세월과 생을 머금고 자리 잡은 주름들,
손으로 자연스레 빗어 넘긴 백발이나 빠져나간 기력만큼이나 듬성듬성한 머리카락들,
맑은 톤을 잃은 대신 무게와 깊이를 얻은 눈빛,
시간을 들인 성숙의 과정이 드러나는 몸짓.

이런 것들을 자세히 보면,
아, 이래서 섹시하다는 말이 나오는구나~ 싶습니다. 육체가 주는 매혹보다 고유의 아우라에서 뿜어 나오는 자연적인 섹시함. <어웨이 프롬 허>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칠십 줄에 가까웠던 줄리 크리스티의 바로 그것. 그런 자연의, 어쩌면 날것 그대로의 자연인을 만났습니다. 한때 전도유망한 영화배우였으며, 고 이만희 감독님의 연인이었고, 미술가로 뉴욕에서 명망을 아티스트였던, 지금은 자연요리와 요가?명상 등으로 의식 있는 개인과 사회를 엮어가는 내추럴 코디네이터. 뭣보다, 품격 있는 은발로 저의 로망을 한껏 부풀린 여인. 지난해 만나 뵀던 『평화가 깃든 밥상』의 저자이자 자연요리 전문가 문성희 선생님(☞ 보러 가기)과 비슷한 은발과 자연의 이미지를 공유한 분.


문숙.
고 이만희 감독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여전히 자신의 이름으로 갖고 사시는 문숙 선생님을 지난달 22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뵀습니다. 최근 『문숙의 자연 치유』(문숙 지음|이미지박스 펴냄)라는 두 번째 책을 내고 한국을 잠시 방문하신 틈이었죠. 말갛다는 표현, 어른에게 할 말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제 느낌은 그랬습니다. 나이듦이 저럴 수 있다면, 나도 저러고 싶다는 생각. 자연과 자연치유식, 요가와 명상 등에 대해 여쭸습니다. 말하건대, 문숙 선생님(의 책)을 통해, 지혜를 얻지 못한다면 그건 아마 당신의 손해가 될 것 같습니다.

배우로서, 아티스트로서의 문숙 선생님도 궁금하다면, 아래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 날것 그대로의 매력으로 돌아온 그녀(<씨네21> 인터뷰)


눈 뜨니 행복하여라

두 번째 책을 낸 소회가 어떠세요.

“아주 좋아요. 책 내는 것에 자신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거든요. 외국에 나가 오래 살다보니, 글 쓰는 것도, 한국말도 많이 잊어버렸어요. 옛날에 썼던 말 쓴다고 해서, 사전 갖다 놓고 꽤 노력했어요. 그래도, 제가 글재주는 조금 있는 것 같아요.(웃음) 말하는 것보다 글이 정리가 잘 되더라고요. 그리고 원고는 손으로 직접 썼어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앞으로 나올 책 2~3권이 보였어요.”

『마지막 한해』라는 나의 첫 책이 내가 한국을 떠나기 이전 영글지 않았던 어린 나의 삶을 이야기한 것이라면, 이 책은 그 후로부터 자연으로 돌아와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며 소박한 삶을 살게 되기까지의 영글어가는 과정을 담은 글입니다.(p.4)

자연을 섭취하고 자연과 하나가 되며,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것까지, 책은 귀연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담았습니다. 독자들과 자연을 만나게 하는 징검다리라고 할까요. 책을 내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첫 책은 과거를 썼습니다. 이번 책은 내가 한 일 중심으로 지금 살고 있는 얘기, 살고 있는 모습을 썼어요. 현재 가르치고 있는 것이 머리에 있는데,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책은 그래서 전체적인 것을 소개하고, 그 다음에 책을 내면 디테일하게 정리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책 한 권에 다 쓰는 것도 무리고, 우선 큰 그림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이런 질문 수도 없이 받으셨을 텐데요, 한때 트렌디하고 화려한 배우 생활도 하시고, 이른바 명품으로 치장하고 유명 리조트에서 휴양을 취하는 삶도 사셨습니다. 화가로서도 명망을 이루기도 하시고. 그런 세속적 삶을 떠나게 한 깨달음은 무엇이었나요.

“그냥 그럴 수도 있어요.(웃음) 처음부터 이렇게 자연스럽게 산 것도 아니고. 산다는 것이 누구나 목적이 다르겠지만, 다른 경험이 지금 나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지 않았나 싶어요. 한 가지만 했으면 한 가지밖에 모르잖아요. 자연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명품만 사는 데 쏟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지금의 삶을 살 수 있는 거죠.

어떤 형태의 삶이든 그때 그때마다 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잘나가다가도 뭔가 일이 생겨서 바뀌기도 하고, 물이 흘러가다가 바위를 만나듯, 수렁이 있다가도 빠져 나가는 그런 식으로요.”


한국을 떠나 이국을 고향 삼아 살아온 것이 30년이 넘었습니다. 외로움이 오히려 편안하고 텅 빈 가슴이 훨씬 다감하게 느껴지신다고 한 지금,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행복은 어떤 건가요.

“누구든지 행복을 말하죠. 어쨌든 행복은 안에서 나와요. 저도 행복을 찾아서 헤맸어요. 젊어서는요. 심하게 헤맸죠.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웃음) 결국 돌아와서 지금 서 있는 자리에 행복이 있더라고요. 나는 살아 있는 게 행복해요. 눈 뜨니 행복하고. 모든 것에 고마워해요. 그렇잖아요. 아침에 안 일어날 수도 있어요. 숨 쉬고 있는 상태가 얼마나 고귀한 일이에요. 사실 (행복은) 간단하고 기본적인 거예요.”

외로움만 해도 그렇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끼어 산다고 해서 외로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갈 때 그 가운데서 더욱 엄청난 외로움을 느낀다.(p.17)

외로운 것이 두려우면 혼자 있기가 불안해지고 혼자 있는 것이 불안하면 자기 자신을 만날 수가 없다. 자기 자신을 만나지 못하면 자신을 비울 수도 없고 세상을 바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기지 않아 짙은 안개 속에서 어두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유도 모르는 채 고통 속에서 죽어가게 된다.(p.19)

제 느낌입니다만, 많은 사진에서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잔뜩 묻어 있습니다. 사진은 어떻게 찍으셨어요.

“아, 그래요? 제가 없는 사진은 제가 찍었고, 제가 있는 사진은 아들이 찍었어요. 겉으로는 그런 애정 표현 안 하는데…….(웃음)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면, 만날 안 찍는다고 했는데…… 점심 사주고 용돈 주고 해야…….”


자연은 멀리 있지 않고, 내가 곧 자연


음식과 요가, 명상 등을 통한 몸과 마음의 치유의 과정이 인상 깊어요. 지금의 우리에게 자연치유가 필요한 이유가 뭘까요.

“제목의 ‘자연치유’가 행복과 관련돼 있어요. 아픈 것에 대한 치유가 아니라, 평안하게 살기 위해서, 높은 의식을 갖기 위해서 하는 거죠. 병을 고치는 좁은 의미의 치유를 넘어 사람이 사랑을 하는 상태가 치유가 아닌가 싶어요. 마음이 열려 있는 상태에선 무엇이든 가능하고, 사랑도 그때 할 수 있는 거죠. 인간은 사랑받고 하기를 원하고, 사랑할 때 행복해요.

지금 동물들과 함께 사는데, 동물들은 내가 잘못해도 원수같이 취급하거나 보복하지 않아요. 사랑하는 방법을 동물은 알고 있어요. 우리에게도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이 곧 치유가 아닐까 싶어요. 동물은 스승입니다, 제겐.”


한번 병에 걸리면 먹는 것을 삼가고 조용한 곳을 찾아 말없이 기다리는 동물들의 지혜를 빌어 몸과 마음을 온전히 비우고 조용히 기다리는 비움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도 더 필요한 때이다.(p.37)

책에 쓰신, 치유란 새로운 소생을 위해 공간을 마련하고 비우는 과정, 이라는 말씀이 와 닿았습니다. 그것을 비움의 지혜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것이 현대인들에겐 쉽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내고,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을 현실이라고 붙잡고 있어요. 그런데 진짜 현실은, 우리가 믿는 현실과 다를 수 있어요. 가능성을 열어둔 건데, 그것이 공간을 마련하기도 해요. 모든 것은 변하고 우리가 만들어놓은 공간과 물체는 허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가 믿기 때문에 실상이 됩니다. 허상과 실상을, 공간을, 열어놨으면 좋겠어요. 그건 곧 비움의 자세이기도 하죠.”

자신이 가장 즐겨서 자주 먹었던 음식들을 중단하고 해가 되는 버릇과 행동을 절제하는 것은 물론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놓을 수 있어야 한다.(p.23)

자연, 누구나 동경하면서도 각자 자연에 대한 정의는 조금씩 다를 듯합니다. 책에서도 언급은 하셨지만,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자연’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신다면.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있고, 실상이 있고, 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 있습니다. 에너지 세계가 있고 그 에너지가 합쳐져서 실상이 되기도 하죠. 무와 유가 공존하는 상태에서 에너지 자체가 현실이 됐을 때 생겨나는 것이 자연이에요. 곧,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이 자연입니다. 우리 자체가 자연이고 피부가 자연이고, 세상이 곧 자연이죠. 자연은 멀리 있지 않아요.”

자연은 온갖 생명체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공존하는 세상을 말한다. 우리말에 이 세상과 저세상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세상이 바로 그 자연의 세계이다. 자연 안에 내가 속해 있으며 내 안에 자연이 있다.(p.46)


먹는 것이 곧 사람이다


먹는 것이 곧 사람이다, 먹는 것이 왜 중요한지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음식은 우리가 먹어서 포만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체가 에너지이듯 다른 생명체의 에너지를 흡수해서 동화시키는 것입니다. 즉, 다른 자연 에너지를 섭취해서 몸 에너지로 동화시키는 것이 먹는 거죠. 어떤 것을 먹느냐에 따라 그 사람 형태도 변하고 감정도 변하고 생각도 변하고 능력이 변해요. 모든 에너지는 그런 역할을 합니다. 어떤 것을 몸에 넣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지는 거죠.”

영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이 먹는 그것이 바로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생긴 모습이 변하며 성격과 마음까지도 달라진다. (…) 음식은 각 개인의 체질과 모습까지 결정지어준다. 오늘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내일의 건강이 결정되고 지금 이 순간 얼마만큼 깨어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내일의 운명이 결정된다.(pp.50~51)

도시는 온갖 경로를 통해 사람들의 식탐을 부추기고 유혹합니다. 의지만으로 벗어나기 힘든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 사람들에게 자연치유식으로 갈 수 있는 첫 단계로 권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우선 의식적이어야 한다고 봐요. 무조건 끊으려면 역효과가 나요. 도시에 사는 분들은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이 아니에요. 음식 자체가 사회적인 도구이며 오락이기도 하잖아요.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민족은 융합이 되기도 하죠. 섭식이 까다로우면 친구 사귀기도 힘들어요.(웃음) 그렇지만 의식적으로 깨어 있는 상태에서 음식을 보면 작은 선택들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어요. 그런 것이 우리 몸을 변하게 합니다. 작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의식이 필요하죠. 의지는 의지일 뿐, 의식이 있어야 의지가 따라갑니다. 깨어 있는 사회, 깨어 있는 개인, 그것이 중요해요.”

음식에 대한 탐심은 일시에 지성과 감성을 한꺼번에 노예로 부리면서 자신을 합리화시키고 만족의 대가로 순간적인 행복감을 약속한다.(p.94)

치유식이 선생님이 어릴 적 먹었던 촌스러운 음식이라는 것에 놀라셨다고 하셨습니다. 우리의 본디 음식과 성정이 자연치유식에 가까웠다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은데요.

“자연식과 치유식의 근본은 전통적인 음식을 갖고 연구를 한다는 거예요. 요즘 많은 설이 있는데, 나왔다 사라지는 것도 많고 굳건히 믿을 것은 못됩니다. 살아남은 것이 전통이 되는 거죠. 공부하다가 알게 된 건데, 봄이 되면 보릿고개 오잖아요. 그때가 절식과 금식을 하는 때라는 거예요. 물론 꼭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아니지만, 그때 간 성능이 강해지면서 섭식을 좀 더 잘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배워야 압니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알았지만. 여름이 되면 푸성귀를 자연스럽게 먹고, 수박 같은 성질이 찬 음식을 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게 되잖아요. 가을에는 호박을 많이 먹고, 겨울엔 보관했던 음식이나 검정콩을 먹는데, 예전에는 그게 자연적으로 계절에 따라 먹는 음식이었어요. 요즘은 따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 그게 달라진 거죠. 옛날에 할머니가 먹던 음식을 기억해야 해요.”


내가 벌써 30년 이상 생활을 해온 그들의 땅에서 그들의 연구와 지식으로 만들어진 요리사 과정을 거치면서 그들이 믿고 있는 가장 귀하고 건강한 치유식이 바로 내가 어린 시절에 먹고 자라났던 그런 식의 촌스런 음식이라는 것에 놀라서 주춤하지 않을 수 없었다.(p.70)

예전부터 요리하는 것 좋아하셨나요.

“그림을 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그림을 하는 사람이 대체로 요리를 좋아하더라고요. 만들기 좋아하고 색깔 잘 맞추고. 둘 다 창조적인 일이잖아요.”

책에 나온 요리 중에 선생님이 가장 즐겨하시거나, 좋아하는 레시피가 있다면.

“레시피 중에는 당근 크림수프를 좋아해요. 서양 음식으로는 고급이고, 치유식으로도 써요. 순수 알칼리성으로 몸을 보호하고, 특히 몸이 아플 때 최상의 음식이에요. 만들기 쉽고 맛이 기가 막힙니다. 대개의 레스토랑에선 크림을 만들 때, 우유를 쓰는데, 전 우유 대신 오트밀 감자를 써서 크림을 만들어요. 레몬과 소화작용을 돕는 생강을 조금 넣고요. 저는 아주 좋아해요.”


모든 것은 몸에서 시작한다


요가와 명상은 떼어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과라고 하셨습니다. 하루에 어느 정도 하세요.

“밥 먹듯 조금씩 해요. 하루 중에선 해뜨기 전이나 해지고 난 직후의 시간이 요가나 명상을 하기에 가장 좋아요.”

마음의 요동, 쉬지 않고 요란스럽게 아우성을 치는 만 마리의 원숭이떼로 표현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마음의 요동을 다스릴 수 있는 요가 예찬을 해 주신다면.

“요즘은 운동의 일부로 많이 알려졌지만, 요가는 본래 수행이에요. 요가는 에너지와 큰 우주의 기와 하나가 되는 수행의 방법이죠. 운동처럼 몸을 움직이면서 몸에 있는 기를 열어주고 기를 강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우리 몸에는 최소 7만2,000개의 기가 흐르고 있어요.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흐를 때 몸이 가벼워지고 명상할 수 있는 기본이 됩니다. 그걸 연습하는 것이 요가고요, 그렇다고 종교적인 것은 아니에요.”

“요가는 전쟁이 아닙니다. 몸을 정복하려 들지 마세요. 몸은 당신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이며 심복입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려고 하지요. 온유한 마음으로 당신의 몸과 진정한 사랑을 나누어야 합니다.”(p.167)

요가는 자신의 ‘몸’에 대한 자각을 이끌어내는 미덕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내 몸을 안다는 것, 그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나의 모든 것은 내 몸에서 시작합니다. 병이 났다고 멀리서 끌어와서 고칠 것 없이, 모든 것이 몸에서 시작함을 우선 알아야 해요. 몸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것이 또 요가예요. 몸속으로 내가 들어가는 거죠. 이건 내 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주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랄까요.

아프게 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깨닫게 됩니다. 그 아픔이 밖으로 나가 떠돌던 마음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거죠. 그런 면에서 아픈 것은 불행일 수도 있지만, 운일 수도 있어요. 아픈 것을 밀어내려 하지 말고, 아픈 동안 공간을 마련해주고 그것을 통해 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알게 되는 과정으로 생각해도 좋아요.”


우리의 몸은 영혼이 깃들어 살고 있는 작고 성스러운 보금자리다. 우리가 열심히 벌어 장만한 집은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가꾸며 정기적으로 수리를 하기도 하지만, 영혼이 머무는 우리의 몸은 대수롭지 않게 마구 섭취하는 온갖 음식물들과 아직 배설되지 않은 오물들로 가득 차서 쓰레기통과 같이 방치되어 있다.(p.143)

누드모델을 그리면서 인간의 몸이 가진 아름다움이 전혀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명품 의상과 신발도 죄다 정리하시고. 스스로 보석이라는 사실에 눈을 떴을 때의 그 느낌, 어떠셨나요.

“그건 정말 아름다운 기억이에요. 옷에 주렁주렁 뭔가를 걸치고 다니던 제가 아름다움이 전혀 다른 곳에 있다고 느꼈던 순간, 그 모든 장신구나 옷이 나를 더 이상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빛나는 별은 바로 나구나. 주렁주렁 매달려 나를 가렸던 것을 없앰으로써, 나의 별이 더 빛나게 발산될 수 있다는 알게 됐어요. 더 꾸며야 될 일이 없게 된 거죠.

꽃이 더 아름다워지려고 치장한다고 되는 건 아니잖아요? 꽃은 피기 전에도 아름답고 죽어가는 모습도 아름답잖아요. 우리도 똑같은 성질을 갖고 있어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만들어져 있어요. 풀잎도 아름다운데, 우리는 풀잎도 비교도 안 될 만큼 아름다워요.”


그것이 남의 눈을 위해서였든 아니면 나 자신을 위해서였든 그렇게 내 몸에 고통을 가해가며 얻어야 했던 엉뚱한 아름다움의 관념으로부터 마침내 자유로워졌으며 나의 발 또한 화려함을 선전하는 그 구두들로부터 해방이 된 것이었다.(p.179)

지구 안에서 인위적으로 캐내어진 땅의 보석이 나를 아름답게 빛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바로 그 보석이라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되었고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살아서 숨 쉬고 빛을 발하는 나라는 별을 더 아름답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p.180)

저는 나이듦이 곧 ‘자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약간 과장하자면, 늙는 것을 범죄처럼 취급하고 동안에 대한 과도한 열망을 드러내는 이 사회가 비정상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죠. 나이듦, 선생님에겐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그걸 상당히 긍정적으로 봐요. 그게 어려운 분들도 있을 거예요. 늙는 것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이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가를 알게 되면 조금씩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겁니다. 소나무를 예로 들자면, 소나무는 줄기가 아름다워요. 험한 데서 자란 소나무일수록 더 아름다워요. 나이가 든 노송일수록, 그 선이 더 아름답고 껍데기도 아름다워요. 그 껍데기가 곧, 우리의 주름 같은 거죠. 저는 아주 늙었을 때, 노송 껍질처럼 되는 걸 기대하고 있어요. 미국의 한 유명한 예술가가 98세에 <보그>지에 찍은 사진을 봤어요. 백발을 풀어서 주름이 자글자글한 상태인데, 그러게 자신 있고 아름다운 모습을 할 수 있다는 데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저도 90세가 됐을 때,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고, 기대가 돼요.”

날이 갈수록 조금씩 더 늘어나는 흰머리나 피부의 주름살도 볼 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노송을 닮을 테니 마음을 놓아도 될 듯하다.(p.188)

“자연과 함께 숨 쉬고 자연을 섭취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며 자연으로 돌아가야만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과 같은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은데, 도시인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자연에 가까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자연이라는 것이 멀리 있지 않아요. 우리 자체가 자연입니다. 우리 안으로 들어가도 자연과 만날 수 있는 거예요. 숨 쉬는 것으로도, 내 살을 만지면서도 자연을 만나죠. 자연은 바람이 불어 내 코끝을 스칠 때도 만납니다. 우리는 자연과 갈라질 수 없는 존재예요. 꼭 히말라야에 가야만 자연이 아니에요. 꽃이 예쁘고자 노력하면 얼마나 이상하겠어요. 꽃은 꽃이기만 하면 되고 멋은 부리는 게 아니고 그냥 나오는 것이죠. 향기도 마찬가지예요. 뭔가를 발라서 향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오는 거잖아요. 뭘 먹느냐,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의식이 높은 깨어 있는 사회를 이룩하는 일에 전념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깨어 있는 의식의 삶’은 무엇이며, 이를 위한 실천적인 방안을 권해주신다면.

“깨어 있는 사회를 이루고 있는 것도 결국 사람이잖아요. 의식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적인 의식도 변합니다. 한 사람이 깨어나 맑은 생활을 할 때 맑은 사회가 됩니다. 그것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음식을 먹는 것, 숨 쉬는 것, 앉아 있는 것, 생각하는 것입니다. 큰 것으로 시작해서 좋은 사회 만드는 것도 좋지만, 오늘 내가 젓가락으로 뜬 음식, 매장에서 산 물건, 내가 가진 생각 등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지구는, 사실 인간들 때문에 자칫하면 깨어질 상태예요. 그 때문에 수많은 생물이 죽어가고 있고요. 그것뿐 아니라 인류의 지속여부가 위험한 상태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알고는 있지만, 결국 의식의 문제예요. 어디서부터 그것을 하느냐 하는.

제가 ‘가이아 의식’운동을 하고 있어요. 가이아는 그리스 시대로부터 내려오는 살아 있는 지구의 이름이에요. 예를 들어, 나무가 없었으면 인간이 창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99%예요. 나무가 먼저 나왔고, 그것으로부터 인간이 숨 쉴 수 있게 된 거죠. 중요한 관계죠. 나무도, 우리도 지구 표면에 붙은 작은 생물체예요. 우리는 의식을 가지고 있고, 우리 의식은 지구의 의식입니다. 내가 아프면 지구에 영향을 줘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지구가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나의 의식을 좀 더 크게 생각하는 것이 가이아 의식이에요.”




많이 비우고 많이 내려놓으셨지만, 선생님도 사람이신데, 어떤 미망이나 애착이 아직 남은 것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그런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남아 있는 정도가 아니라 늘 떠올라요. 그게 인간이 가진 조건이죠. 지금 비우면 또 솟아나고. 연습을 하는 거죠. 연습을 하면서 그때그때 비우는 거예요. 그냥 그렇게 가는 것 같아요. 모든 것은 흐르는데, 한 가지를 갖고 욕망이라고 하면서 진짜처럼 붙잡고 안 놓으려고 하는 데서 모든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알고 보면, 영원한 것은 없는데. 앞으로 어떤 물이 흐를지 모르겠는데, 폭포도 물이요, 강물도 물이잖아요. 마구 흐를 때도 있고, 서서히 흐를 때도 있고. 그냥 가는 거예요. 다만 놓는 것이 중요하죠.”

어디에 계시든 선생님은 선생님 그 자체로 존재하시리라 생각은 됩니다만, 혹시 한국에 돌아올 생각, 있으세요?

“한번씩 와서 일하는데, 반응도 좋고. 지난 3년 동안 계속 왔었어요. 앞으로는 물론 모르지만, 한국에 오는 것이 기대가 되고 아주 기뻐요. 딱 돌아오겠다는 그런 생각보다 그냥 물 흐르는 대로 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자연인 문숙’이 앞으로 생각하는 삶은 어떤 것이며,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으세요.

“자연스럽게 살다가 자연스럽게 죽고 싶어요.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얼마 전에 아는 분이 아프셔서 병원에 갔었는데,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어요. 어차피 자연스럽게 갈 건데,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구나 싶어서. 제가 사는 마우이에는 자연스럽게 죽고 싶다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초청 받아서 강의를 했는데, 4년마다 윤달이 되면 수의를 준비하는 우리 조상들의 대범함을 얘기했어요. 수의를 만들어서 보이는 곳에 놓고, 자식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키고, 자신도 준비하는. 그걸 듣고, 그렇게 아름다운 전통이 있느냐면서 놀라더라고요.

그만큼 죽는 순간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모든 것을 놓는. 비운다는 것은 사실은 죽는 연습이에요. 조그만 것을 비우면서 마지막에 모든 것을 놓을 수 있는 거죠. 죽는 순간에 놓지 못하면 이도 저도 아니고요. 비우는 것이, 작게는 욕망을 비우고 행복하게 살자는 것도 있지만 마지막에 평안하게 놓을 수 있는 준비를 하자는 거죠.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답다는 거고. 앞으로 나올 책에는 그런 것도 담을 것 같아요. 마음속으로 준비돼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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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문숙의 자연 치유

<문숙> 저12,600원(10% + 5%)

〈삼포 가는 길(1975)〉의 여주인공 문숙이 하와이의 마우이 섬에서 수도자와 같은 생활을 하며 자연으로 돌아와 소박한 삶을 살게 되기까지 치유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 문숙은 연인 이만희 감독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충격과 슬픔으로 한국을 떠나 30여 년동안 이국의 오지를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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