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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흡혼 작가들이 펼치는 상상 연금술 - 『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 강영호

왜 드라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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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홍익대학교 부근 드라큘라 성의 드라큘라 사진관(상상사진관, http://www.sangsang.co.kr)을 찾았다. 물론 몸과 마음을 깨끗이 닦고, 내 피를, 내 혼을 빨아 먹힐 각오를 하고. 커피 한잔이 안겨다 주는 안식에 그만 마음을 놓아버린 채, 두 명의 흡혼 작가가 펼치는 연금술에 사정없이 빨려들었다.

더치 커피(Dutch Coffee).

커피를 잘 모른다면, 무슨 소리인가 할 테다. 이건 찬물로 오랜 시간 천천히 우려내는 커피다. 대개 10시간 안팎의 추출 과정을 거쳐야 마실 수 있다. 찬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80℃ 이상일 때 생기는 카페인 함량이 적다. 유래는? 이런 말이 떠돈다. 한때 해상무역을 장악했던 네덜란드 상인들이 동인도에서 커피를 운반하면서 고민했다. 커피를 마시고는 싶은데, 만들기도 번거롭고 추출한 커피가 쉽게 변질되는 것 아닌가. 어떻게 하면 추출한 커피를 오래 보관하지?

이런저런 실험을 하다가,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로 한 방울씩 똑똑 떨어뜨렸다. 장시간에 걸쳐 추출했는데. 와, 맛도 괜찮고, 뜨거운 물로 추출한 커피보다 보관도 오랫동안 가능한 것이 아닌가. 일명, 더치 커피의 탄생이다. 워터 드립 커피라고도 불린다. 다른 유래도 있다.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서 질이 떨어지는 커피 종인 로브스타를 일반적인 드립 방식으로 추출하면 맛이 너무 강렬했다. 그리하여 좀 더 좋은 맛으로 만들기 위해 물을 끓이지 않고 찬물로 뽑는 방법을 고안했단다.

오랜 시간 좋은 성분만 슬며시 우러나도록 한 덕분에 이 커피만 찾는 사람도 있다. 커피 마실 때 카페인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도 더치 커피를 권하기도 한다. 물론 카페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 것.

느닷없이 웬 더치 커피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해야겠다. 드라큘라 성에 들어가기 위한 일종의 제의. 드라큘라 성이라. 사람들의 혼과 의식을 지배계급의 것으로 빨아먹는 시대를 은유한 것이냐? 아니면 흡혈귀가 하나의 문화 트렌드가 된 시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냐? 글쎄, 둘 다 아니다. 드라큘라 성은 사진작가 강영호의 작업실(상상사진관)이 둥지를 튼 공간이다. 왜 드라큘라 성이냐고 묻지 마라. 읽다 보면 알 것이다.

강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가 더치 커피다. 드라큘라와 더치 커피, 왠지 어울리는 조합이다. 똑똑 한 방울씩 떨어지는 더치 커피, 드라큘라가 목을 젖히곤 흡혈한 뒤 떨어지는 핏방울 같다. 강 작가에게 더치 커피는 동력이다. 죽지 않기 위한 안간힘 같은 것. 또한 소설가 김탁환에게도 커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소설가 김탁환의 몸을 떠나 상상력의 지평을 달리던 영혼을 제자리로 불러오기 위해서는 그 역시도 검은 석유, ‘커피’를 필요로 한다. 카페라테든, 러시안 커피든.”(p.264)


그런 두 사람이 만났다. 춤추는 사진작가와 소설 노동자, 혹은 이미지 텔러와 스토리 디자이너의 조우. 불꽃이 튄다. 피가 흐른다. 드라큘라처럼 밤의 기운을 빌려 둘은 오래 우려낸 더치 커피 같은 결과물을 내놨다. 그것이, 장편연작소설 『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기괴하고 신비로운 상상 세계가 흡혈귀처럼 다가온다. 하얀 목을 내놓고 책을 읽다가 피를 빨아 먹혀도 좋아. 물론 그것이 <렛미인>의 이엘리나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가 아닌 것이 아쉽긴 해도.

지난 22일 홍익대학교 부근 드라큘라 성의 드라큘라 사진관(상상사진관, //www.sangsang.co.kr)을 찾았다. 물론 몸과 마음을 깨끗이 닦고, 내 피를, 내 혼을 빨아 먹힐 각오를 하고. 커피 한잔이 안겨다 주는 안식에 그만 마음을 놓아버린 채, 두 명의 흡혼 작가가 펼치는 연금술에 사정없이 빨려들었다. 드라큘라 인간들이 펼친 흡혈 의식에 참여한 기록. 간혹 그렇게, 목을 내주어도 좋다.

예전에 <문화산책>에서 봤다. 불문학을 전공했던데, 프랑스 문화에 매혹당한 적이나 프랑스 배우 중에 영향을 받았던 사람이 있었나.

강영호: 홍익대학교 불문과를 나왔다. 『99』의 주제 혹은 키워드는 변신인데, 아마 사진학과를 나왔으면 변신하지 못했을 거다. 사진작가가 된 이유도 불문과를 나왔기 때문이 아닐까. 불문학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아니고 인문학적인 베이스가 있었기 때문에 기술을 은유나 상징적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사실 불문과에 들어갔더니 미래가 암담한 거다.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그렇게 암담하다 보면 상상력이 생긴다.(웃음) 대학 때도 방황을 많이 했고, 그런 경험들이 지금에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

프랑스 사람 중에 영향을 받은 사람은 없다. 좋아하는 배우, 가수, 싱어송 라이터는 있다. 세르쥬 갱스부르. 부인이 가수이자 영화배우인 제인 버킨이고. 두 사람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 <귀여운 반항아>의 샤를로뜨 갱스부르다.


두 사람,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있었을지 궁금하다. 어떻게 만나서 작업했나.

김탁환: 일종의 교통사고지.(웃음) 각자의 삶을 가다가, 안 만났을 수도 있는데, 어쨌든 만났다. 지난봄에 『천년습작』을 냈는데, 표지 모델로 내가 나왔다. 표지로 한 번 나가고 싶었고 출판사에서 (강영호 작가를) 소개시켜줬다. 그렇게 찾아온 그날, 강 작가도 피곤한 상태였다. 나도 그날 피곤했고. 둘이 피곤에 지쳐 사진을 찍는데, 찍기 전에 놀라지 말라고 하더라. ‘이 사람 왜 이러나, 사진 찍을 때 놀랄게 뭐 있나?’ 싶었는데, 음악을 크게 틀더니 춤을 추면서……. 나는 어떡해야 하나 싶었다.(웃음) 내 머리를 막 헝클어트리기도 하고. 어떤 시츄에이션인지 잘 모르겠더라. 사진에 찍히면 벽에 내 모습이 떴다. 딱 보니까, 사진이 잘 나온 거야. 내가 그렇게 찍힌다는 걸 인식하니까, 표정도 막 바꿔가면서. 그날 그렇게 찍어서 표지로 냈다.

작업을 한 뒤, 강 작가가 자신의 작업 중 하나라고 「반딧불이 인간」을 보여 줬다. 그걸 딱 보는 순간, 스토리가 막 지나가. 두 가지 반응이었다. 하나는 억제. 당시 다른 장편을 쓰고 있어서 여기에 홀리면 안 된다. 겉으로 “대단합니다.” 하면서.(웃음) 집에 갔는데 며칠 계속 생각이 나서, 지금 쓰고 있는 걸 접고, 이걸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반딧불이 인간」을 써서 강 작가에게 추석 전날 보여 주고, “합시다.”라고 한 뒤 두 달 안에 책이 나왔으니. 나는 미친 듯이 썼는데, 자긴 늘 그래왔다고 하더라.(웃음)


작업하면서 싸우거나 그러진 않았나.

김탁환: 성격이 강한 두 예술가가 만나면 나중에 싸우잖나. 고갱과 고흐가 그랬고, 랭보와 베를렌도 나중에 그렇게 됐듯이. 그런 걸 긴장하면서 교보문고에서 두 번째 연작소설(<잔혹하고 애틋한 사랑의 여왕>)을 연재하고 있다. 재미있게 잘하고 있다.

강영호:살림출판사 사장님과 내가 존경하는 진영준 교수님(홍대 불문과)이 친구다. 나는 교수님이 부탁한 건, 무조건 한다.(웃음) 50만 원. 그런 적이 없었다. 기본이 500만 원인데, 50만 원으로 하라니.(웃음) 그래서 온 분이 김 작가다. 시간도 없으니까 밤에 자투리 시간을 내서 서로 피곤한 모습으로 만났지만 나는 일하면서 피곤을 잊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만남이 시작됐다. 김 작가가 내 작품을 보고 제안을 했고.

나는 이미지로 텔링을, 김 작가는 스토리로 디자인하겠다고 했다. OK. 사적인 것도 얘기했는데, 얘기하는 족족 나오는 거다. 소설이 아니라 내가 쓰는 것 같았다. 만약 퍼포먼스를 한다면, 영상과 글자가 올라가는 퍼포먼스를 하면 좋겠다.


책은 그들의 만남과 작업 과정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흡혼의 사진술사와 영혼을 빌려주는 이야기꾼이 어느 날 ‘상상사진관’에서 조우했다. 마치 드라큘라의 성 같은 상상사진관 안의 사무실, 그림자가 많이 생기는 조명 불빛 아래서,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그 둘이 만났을 때, 흡혼의 사진 술사가 원자폭탄에 버금가는 이미지의 충격적인 사진들을 들이대며 말했다.

내 속에서 끄집어내 프레임에 가둔 99마리쟀 괴물이 있어요. 아마 더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영혼을 빌려주는 이야기꾼이 화답했다.

그 괴물을 살려내어 서울 곳곳에, 홍대 주변에, 목동 근처에, 풀어놓으리다.

그날 그 둘은 핏빛 와인을 들이켜며 기괴하게 웃었고, 헤어졌다. 그 이후로 그 둘은 밤늦도록 이메일을 주고받고, 그것도 모자라 상상사진관 한편에 공동 집필실까지 마련하고서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공동 작업을 펼쳤다.(pp.264~265)



왜 드라큘라인가, 드라큘라에 애착이 있는지.

강영호: 내가 인물 사진을 많이 찍는다. 배우 몇백 명이 증명사진이 아닌 한참 감정에 몰입해 있는 사진들이 걸려 있는데, 아는 분이 그걸 보고는 순간을 박제해서 걸어놓은 것 같다고 했다. 꼭 영혼을 빨아먹는 드라큘라 같다고 얘기했는데, 그게 마음에 들었다.

드라큘라 이미지를 좋아했고, 돈을 벌고 집을 짓기 위해 건축가를 만나 드라큘라 영화를 보고 오라고 주문했다. 영화를 보고, 단절과 고립의 콘셉트로 설계해달라고 했다. 소통이 아닌. 홍대라는 공간에서 단절되고 싶었다. 그런 식으로 디자인 콘셉트를 짰고, (김 작가에게) 그런 내 얘기를 하자마자 소설로 나온 거다. 건축가가 처음에는 열정적이었는데 나중에는 좀 부실했다.(웃음) 그런데, 건축가가 이 건물로 건축대상도 받았다. 확실히 떴지. 재수 없더라. 김 작가에게 전화를 했다. 죽여주시오. 그래서 죽였다.

김탁환: 그래서 나도 문자로 보냈다. 죽였소.


김탁환 작가의 말투나 겉모습을 보면, 바르게 보이는데 둘이서 어떻게 통했나.

김탁환: 건전하고 그렇지 않고의 경계는 없는 것 같다. 10년 이상 프로로 작업하다 보니, 제정신과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혼재된다. 작업실에서는 나도 제정신이 아니지.(웃음) 그 공간을 나오면 제정신이고. 강 작가도 제정신이 아닌 듯 보이지만, 광고사진은 시간이 중요하고 약속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작업을 하면 제정신이 아니었다가 밖에 나오면 제정신이고 비슷한 과정인 거지. 둘이 만나서 얘기할 때는 진지하다. “자, 미칩시다.” 하면 둘 다 미쳤다가, 또 빠져나와서 커뮤니케이션했다가. 둘 중 하나라도 균형 감각이 없었으면 많이 싸웠을 거다. 우리, 미쳤다가 안 미쳤다가 굉장히 잘하는구나.(웃음)

건전하지 않다는 데 반론이라도?

강영호: 없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가진 이미지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멀리 있더라. 처음 제목에 대한 이미지 콘셉트를 잡는데, 내가 가진 나에 대한 이미지와 남들이 보는 나의 ‘99’는 상관이 없다. 진짜보다 가짜가 훨씬 많다. 즉, 99는 가짜, 거의 대부분이다. 그런 이미지에 연예인 사진을 많이 찍어서 그런지, 사진작가보다 연예 사진 전문 이미지가 강하다. 그 외에도 파티 많이 할 것 같다. 성질 더러울 것 같다. 꼬장꼬장할 것 같다. 까다로울 것 같다……. 진짜로는 반대다. 나름대로 진지한 사람인데, 그런 나랑 상관없는 이미지들이 현실적으로 통용된다. 책 저자 이름을 쓸 때도, 처음에 강영환(강영호 김탁환)이라는 이름을 갖고 왔는데, 어차피 내 이미지는 나랑 상관없고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는 상관없으니까 실명을 까자고 했다. 살다 보면 진짜와 가짜가 무의미해지는 것도 있다.

사진 작업, 살풀이라는 표현이 있더라.

강영호: 무당이 굿하는 것 같다는 소리지. 누군가 블로그에 썼는데, 신들렸다고. 사진 작업은 글 쓰는 것과 달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하니까. 안에 있는 것에 대해 질러대는 거다. 거르지 않고 표현하는 것, 그래야 내가 살더라. 힘이 되고.


상상력이 부럽더라. 바닥나지 않는 보물단지라도 갖고 있는 것 아닐까. 마르지 않는 샘을 만들기 위한 비법이 있다면.

김탁환: 상상력에 대해서라면, 최근 잡지(문화 계간지)를 창간했다. 『1/n』. 시중에서 만 원에 팔고 있다.(웃음) 확실한 건, 소설을 처음부터 잘 쓴 건 아니다. 소설을 처음 쓴 건, 스물여섯이었고, 그전엔 한 번도 안 써봤다. 2년쯤 습작 기간에 많이 썼다. 여러 가지 조건이 돼서 고시 공부 하듯이 썼다. 2년이 지나고 나니 1,000매짜리 장편을 쓰고 있더라. 소설을 쓰려면, 2년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10년 넘게 작가를 하니까, 두 가지가 좋아진다. 우선 이야기가 되는지 안 되는지 보인다. 신문이나 역사책, 사진을 보면 직관 같은 게 생긴다. 『노서아 가비』도 그렇게 썼다. 호주머니에 넣어둔 얘기가 아직 많다. 두 번째는 자료를 정리하고 이야기로 옮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강 작가와 작업하면서 극점에 도달했다. 문장은 별로 고칠 게 없다. 처음부터 그렇게 한 건 아니고 10년 정도 단련되다 보니까. 호주머니에 보관한 것을 다 쓰고 죽어야 하는데…….(웃음)

강영호: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드라큘라가 관에 누워 있잖나.(웃음) 여행도 싫어한다. 사람을 많이 만날 것 같은 이미지지만 그런 거, 싫어한다. 홍대에 살지만 싫어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특별히 다른 뭘 하는 건 아니다. 혼자서 춤을 추건 뭘 하건 혼자 있는 시간이 돼야 충전이 된다. 그게 나한테는 비결 같다.

김탁환: 둘 다 고립에 익숙해 있다. 지구인의 시간과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운용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강영호: 나는 새벽 5~6시가 돼야 잔다. 더치 커피를 자기 직전까지 마신다. 나에게는 그게 쓴 피다. 더치 커피 전문점에서 새벽 1시에 배달해 준다. 3일에 한 번씩. 그걸 마셔야 힘이 나고. 김 작가야 가정이 있는 분이니, 그 시간에 자야지.(웃음)


예술가들에겐 더욱 빛나게 되는, 그것은 아마도 고독. “영화든 현실이든, 예술가는 고독이 일용할 양식이자 보호막이다.” (p.57)

김 작가에겐 커피가 글 쓰는 데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강 작가에게 거울은 어떤 존재인가.

김탁환: 커피를 좋아하는데, 글 쓰는 것을 더 좋아한다. 다른 것들은 당구로 치면 150 수준? 글은 500~600을 치고 싶은 거고. 커피로 소설(『노서아 가비』)을 쓴 것은, 커피가 개화기 때 근대 문물의 상징인데, 한국의 근대를 말하고 싶었다. 『리심』이라는 슬픈 이야기를 쓰고 나서 아팠다. 우울증이 오더라. 사랑하는 주인공을 자살시키니까. 너무 우울해서 같은 시기의 발랄한 이야기를 써서 마음의 균형을 잡고 싶었다. 커피로 『노서아 가비』를 쓰고 좋았던 건, 커피 선물을 많이 받았다는 거다. 최근 커피 루왁도 받았고.

강영호: 거울을 보고 춤추면서 사진을 찍는데, 실체와 이미지, 즉 실체와 가짜가 마주 보면서 작업하는 것이 재미있다. 이질적인 것을 연관시키는 걸 좋아한다. 불면증이 심해서 수면제를 먹는데, 수면제를 커피와 함께 먹는다. 커피, 즉 각성제와 수면제, 서로 이질적이지 않나? 잘못하면 어떤 상태가 되느냐면, 의식은 꺼지는데 몸은 깨어나고, 사회적인 의식은 꺼지는데 본능은 남는다. 그러니까 사고를 치는 거지.(웃음) 그런 얘기들이 이 소설에도 나오잖아. 스틸녹스, 치명적이고 위험한 약이다. 수면제 먹을 때 물과 먹으면 확 갈 것 같으니까, 덜 죽으라고 커피를 함께 마시는 거다. 한 60~70알까지 먹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봤다. 그렇게 이질적인 것을 연결하는 건 예술 혼이 아니고 지랄하는 거다.(웃음) 그런 것이 나르시시즘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 작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질적인 것들을 연결시키는 것이니까.

김탁환: 강 작가의 작업은 그 자체가 주체고 분열이다.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분장을 하고 나라고 생각하면서 그걸 찍는 거다. 강 작가가 자신을 찍은 사진 1,000장을 보내주면 10장 정도를 골라냈다. 찍는 사람이면서 찍히는 사람, 소설 주인공을 강영호로 하니까 스토리를 의논하면서 내 의사를 관철하는 작업이 됐다. 공동 저자이면서 주인공인.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보고. (소설 속에서) 나쁜 짓은 다 강영호가 하는 거야.(웃음) 상황 자체가 재미있었다. 이 공간에도 독자들이 『99』라는 책을 읽고 왔는데, 이런 상황을 그대로 쓸 수 있을 것도 같다. 거울을 보면서 하는 행위와 비슷하게.


이 소설에서 가장 애착이 간 사진이 있다면. 또 그동안 상업적인 사진을 했는데 앞으로 순수예술을 찍을 것인지.

강영호: 어느 하나를 꼽을 수 없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모든 것이 다 연결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질문을 많이 하는데, 어렵다.

두 번째도 많이 질문을 받는데, 상업사진을 포기한 게 아니고 폭을 넓힌 거다. 명예를 얻기 위해서. 상??진은 한계가 있더라. 순수 사진으로 영역을 확대한 건 상업성을 배제한 게 아니고 더 상업적으로 간 거다. 순수예술이나 『99』는 아주 세속적인 마음으로 작업하다 보니 몽상처럼 작업했다. 작업을 하고 나서 합리화하는 속에서 예술화가 되더라. 합리화 작업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서 예술도 되는 거다.(웃음) 세속적인 이유에서 이 작업을 했고, 소설 주인공이 됨으로써 나 자신을 브랜드화 했다. 그것이 단지 돈과 명예를 위해서라고 딱히 믿는 사람은 없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도, 멋져요, 이런다.(웃음) 나는 그런 상황이다.



사진 기술만 갖고 뛰어들어도 되나.

강영호: 안 된다.(웃음) 상업사진을 한 사람이 성곡미술관에 입성한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난 ‘빽’을 썼다. 아는 분이 그 라인에 있어서. 물론 빽만으로 된 것만은 아니지만. 처음에 뭔가 할 때는 그냥 됐다는 건 거짓말이다. 난 어렸을 때 어머니가 사준 사진기가 있었고, 애인을 찍다 보니 사진작가가 된 특별한 케이스인데. 아니 땐 굴뚝이 연기 안 난다. 뭐라도 있어야 한다.

김탁환: 절박함. 절박함이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절박함의 깊이가 있어야 한다. 절박함이 간절하면 좋은 작품이 나온다. 절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돈을 좋아하면 돈을 뺏고, 여자를 좋아하면 여자를 뺏어야 하고. 그러면 미친 듯이 예술을 하지 않을까. 절박해지면 특별한 것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두려운 게 있나?

강영호: 아직은 없다. 두려운 건 수익이 없을 때지.(웃음) 이슈를 만들어서라도 나를 봐 주는 사람이 있는 게 낫지, 무플. 그건 굉장히 두렵다. 욕이라도 들어야지. 내 작품을 깎아낼지라도 반응이 있어야지. 반응이 없으면 어떡할 거냐는 질문을 받은 적 있는데, 다른 걸 해야지. 안 되면 그만두지 뭐. 사진만이 나의 살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한테는 무관심, 무반응, 이게 가장 두렵다.

김탁환: 두려움과 자유로움이 공존한다. 가령, 영화를 만들 때는 감독도 있고 스태프도 많은데, 소설가는 혼자 작업 다 하니까. 40대 때는 퀄리티 있는, 해 보기 어려운 그런 일을 해 보고 싶다. 제일 싫어하는 말이 리바이벌이다.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새로운 영역으로 가고 싶다. 나도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 절망하고 다시 쓰고, 이게 반복된다.

강영호: 사실 책이 기대한 만큼 반응이 썩 좋진 않다. 너무 신나서 몰아쳤는데……. 지금은 쇼킹 정도밖에. <스타워즈>를 보면 프리퀄이 있지 않나. 그것처럼 만날 때부터 돌아가서 할까도 생각 중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지만, 오늘 온 독자들은 특이한 분들이다.(웃음) 문화 상품을 만들 때는 세 가지가 맞아야 한다. 이미지, 스토리텔링, 마케팅.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은 있고 마케팅이 문제?) 강영호:타이밍은 마케팅에 포함되는 것 같은데. 타이밍을 늦출 수는 없지만 내년쯤 진화된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 나는 예술가라는 생각은 별로 안 한다. 비즈니스맨이라고 생각한다. 사진사에 대한 자부심도 없다. 나는 머리를 써서 작전을 짜고 마케팅 마인드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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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김탁환>,<강영호> 공저11,52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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