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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다 재미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주방 이야기 -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박찬일

다양함과 깊이가 이탈리아 요리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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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는 그가 1년 동안 일한 시칠리아의 레스토랑 ‘피또리아 델레 또리’에서의 경험을 주로 다루었는데, 그의 오랜 지인인 김중혁의 추천사대로 ‘재미있는 글로 가슴을 짠하게’ 만든다.

이력이 독특한 사람이 워낙 많은 요즘이지만 이탈리아 요리사 박찬일 씨의 이력도 꽤 유별나다. 대학에서는 문예창작을 전공했고(졸업은 하지 못했단다) 잡지사 기자로 일하다가 1999년 훌쩍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났다. 요리학교(ICIF) 시칠리아에서 1년간 요리사로 일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뚜노베네’, ‘논나’를 거쳐 지금은 논현동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누이누이’의 셰프로 일하고 있다.

머리를 쓰는 일에서 몸을 쓰는 일로 전직을 한 셈인데 그 결과는 그 자신에게나 독자들에게나 꽤 성공적이다. 그는 서른이 넘어서 천직을 발견했고, 독자들에겐 주방이라는 미지의 공간을 생생하게 전달해 줄 필자가 한 명 탄생했으니 말이다. 외국에서는 제이미 올리버나 고든 램지 같은 스타 셰프들이 책을 내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게 흔한 일이지만 우리에게는 전쟁터와 비교할 만한 주방의 모습을 글로 요리해 접시에 담아줄 셰프가 드물었다.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는 그가 1년 동안 일한 시칠리아의 레스토랑 ‘피또리아 델레 또리’에서의 경험을 주로 다루었는데, 그의 오랜 지인인 김중혁의 추천사대로 ‘재미있는 글로 가슴을 짠하게’ 만든다.

요리 공부를 하러 간다면 선택지가 굉장히 풍부하잖아요. 그중에서 이탈리아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한데요.

정서적으로 이탈리아에 끌렸어요. 이탈리아 영화도 많이 좋아했고요. 영화 내용도 좋았지만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이탈리아의 풍경에도 마음이 끌렸던 것 같아요. 저에게 이탈리아의 이미지는 『돈 까밀로와 뻬뽀네』, 영화 <일 포스티노> <자전거 도둑> <시네마 천국> 같은 것에서 비롯되었어요. 음식도 먹다 보니까 나쁘지 않았고요. 그래서 이탈리아 요리를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다소 늦게 요리에 입문하신 셈인데,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으셨나요?

직업적인 요리사는 체력이 많이 요구되니까 힘들긴 했지만 하다 보니까 적응이 되더군요. 남자들이 군대 가서 다 적응하는 것과 비슷하게요. 처음에는 ‘야, 이걸 어떻게 해.’ 그런데 나중에는 다 해요. 재미있는 건 여성들도 주방에서 일하다 보면 남성화가 돼요. 욕도 잘하고, 힘도 잘 쓰고. 그렇지 않으면 주방에서 버티지 못하니까.

ⓒ 백다흠

이탈리아에서 있다가 보면 한국 음식에 대한 그리움도 각별해지지 않나요?

김치 한 쪽에 대한 그리움을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죠. 대체품도 없으니까 더 힘들었어요. 독일 사람이 프랑스 음식을 먹으면 음식에 대한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처럼 한국 사람도 일식이나 중식을 먹으면 어느 정도 해소가 되는데, 제가 있었던 시칠리아에는 세계 어디에 가도 있다는 중국 식당도 없었어요. 그만큼 외진 곳이라 재료를 구해서 직접 만들 수도 없었고요. 향수병이 도지거나 몸이 아플 때 더욱 고향 음식 생각났어요.

백지상태로 이탈리아로 가신 건가요?

예. 요리도 이탈리아어도 백지상태였어요. 지금 후배들은 착착 준비해서 잘 가요. 여기서 2~3년 동안 언어도 배우고 돈도 모으고 아무튼 야무지게 준비하는 것 같아요. 거기에 비해 저는 막무가내였어요. 그때는 인터넷도 없었고 책도 접하기 힘들었고, 요리 유학이라는 것 자체가 거의 없었어요. 제 스스로 개척하는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그런 식으로 가는 것도 좋았던 것 같아요. 생면부지의 즐거움이 있었어요. 여행도 그렇잖아요. 너무 준비하고 가면 여행지 가서 오히려 맥이 빠지잖아요. 그냥 발 닿는 데로 가는 즐거움이 더 크니까. 선입견이 없으니까 아무 거나 잘 받아들이는 것 같고. 저는 이탈리아를 제멋대로 돌아보고 체계도 없이 막무가내로 공부했다고 생각해요. 많이 먹고 많이 돌아다니면서 제 식으로 이탈리아 요리를 공부했어요.

처음부터 프로 요리사를 목적으로 유학을 가신 건가요?

저는 처음에 파스타 몇 가지를 제대로 몇 가지 배워 와서 식당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떠났어요. 잡지사 기자로 일하면서 스스로가 고갈되고 피폐해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잡지사 기자를 하지 않으면 뭐 해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사람들은 가장 쉽게 음식 장사를 생각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음식 기술이 있으면 조그만 가게 하나 열어서 먹고는 살겠지, 그런 소박한 생각으로 요리 유학을 갔는데, 막상 이탈리아에 가니까 요리가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의외로 제가 요리에 소질이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공부 욕심이 별로 없었는데 나중엔 이탈리아 음식 전반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요리와 와인은 끝이 없어요. 그 깊고 넓은 세계에 감동을 했던 것 같아요.

이탈리아는 음식도 맛있지만 사람들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재미있지요. 막상 같이 지내면 속 터지는 일도 많지만. (웃음) 활기차고 열정도 넘치고 솔직하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멀리서 제스처만 봐도 뭘 이야기하고 있는지, 기분은 어떤지를 금방 알 수 있어요. 나쁘게 말하면 버릇없고 성질 급하고 남에게 배려도 없고, 너무 시끄럽고 다혈질이지요. 이탈리아에서 오래 산 외국인들 중에는 이탈리아인들에게 너무 시달려서 차라리 아무 말 없고 개인 생활을 터치하지 않는 독일인이 더 좋다고 하는 사람도 많아요. 독일인들은 조용하고, 남에게 절대 폐를 끼치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탈리아 사람은 거짓말도 잘하고 약속 안 지키고 제멋대로 행동하니까요.

그런 이탈리아 사람들이 어떻게 로마 제국을 세워 지중해 세계를 제패했는지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어요. (웃음)

약속을 안 지키고 거짓말을 잘해서 제패한 게 아닐까요? (웃음) 로마는 법률과 도로로 대제국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법률은 규칙이고, 규칙은 약속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탈리아 사람들은 왜 약속을 안 지키는지 정말 잘 모르겠어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공증 받아서 문서에 사인한 것 외에는 믿을 수가 없어요. 구두 약속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심하게 이야기하면 안 지키려고 하는 약속을 하는 사람 같아요. 이탈리아 친구에게 직접 물어봐도 잘 모르겠대요. 자기들이 왜 약속을 안 지키는지. 그런데, 그러는 걔도 약속을 안 지켜요. (웃음) 좋게 해석하면 상대방을 기쁘게 해 주고 싶은 거예요. 엔터테이너로 태어난 거죠. 그래서 약속을 남발하고 수습이 안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악의는 없다는 걸 아니까 그렇게 밉지는 않아 보여요.

한국인하고 기질이 비슷한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데 막상 살아보면 우리와 기질이 비슷하다고 해도 이탈리아는 역시 서양 사람에 가까워요. 서양 특유의 깐깐함이 있어요. 동양인의 입장에서 보면 융통성이 없다고 느낄 만큼. 그런데 다혈질이라는 건 정말 비슷한 것 같아요. 얘들은 말을 몰라도 얼굴만 봐도 다 알아요. 아마, 한국 사람과 이탈리아 사람은 서로 말 한마디를 몰라도 싸울 수 있을걸요. 정말, 이 두 나라에 총기가 허용되지 않는 게 다행이라니까요. 성질나면 바로 쏴 버릴 거예요. 미국의 총기 문제가 심각해도 범죄에 사용되는 총기 문제가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한국이나 이탈리아에서는 아마 주차 문제나 차 끼어들기 같은 걸로 열 받으면 총을 쏠걸요.

ⓒ 백다흠

이탈리아 요리의 매력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다양함과 깊이가 매력인 것 같아요. 밀가루와 계란으로 만드는 파스타만 봐도 종류나 요리가 끝도 없이 분화하고 있어요. 지금도 새로운 파스타가 만들어지고 있지요. 재료가 다양하고, 그 재료를 지역별로 자기 풍토에 맞는 조리법으로 요리해 먹어요. 이탈리아 사람들도 자기네 나라 요리를 다 모를 정도로 이탈리아 요리는 방대해요. 그리고 어딜 가도 다 자기만의 비법으로 독특한 자기 맛을 내요. 이탈리아는 명품과 패션으로 유명하잖아요. 명품과 패션은 이른바 다품종 소량 생산이에요. 대량 생산의 개념이 배제되어 있죠. 그런 게 음식에도 반영되어 있어요. 다채롭고 다양하죠.

일하셨던 시칠리아 레스토랑(파또리아 델레 또리)에서는 직접 재료를 구하러 가는 일이 많은데, 원래 요리사들이 직접 장을 보러 가나요?

그렇진 않아요. 현대의 식당, 특히 대도시의 식당은 분업화되어 있기 때문에 요리사가 장을 보는 일은 없어요. 원래 요리는 재료를 사면서부터 시작되잖아요. 그런데 대부분 식당에선 쓰고 있는 재료를 누가 재배했는지, 누가 유통시켰는지 모릅니다. 요리가 공산품처럼 되어 버리죠. 요리는 재료를 구입해서 그것이 먹는 사람의 입에 들어가 소화되는 것까지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예전엔 당연하게 생각되는 부분이었지만 이젠 요리가 산업의 일부분이 되면서 그런 것이 다 사라졌지요. ‘유통업자의 양심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죠. 잊을 만하면 터지는 식품 파동만 봐도 그렇고요.

재배한 사람과 파는 사람을 알고 있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그건, 그 재료를 믿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예를 들어, 시칠리아 레스토랑에서 쓰는 돼지고기는 어디서 자라 누가 잡았는지도 다 알아요. 살라미도 어느 정육점의 누가 만든 건지 다 알고요. 야채도, 해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있었던 시칠리아의 식당의 케이스가 특별한 거였어요. 이탈리아의 대부분의 레스토랑들도 한국의 레스토랑처럼 업자들이 가져다주는 재료를 쓰니까요. 그곳이 비교적 시골에 가까운 곳에 있는 레스토랑이어서 가능한 것이었어요. 또, 주세뻬(시칠리아의 레스토랑 ‘파똘? 델레 또리’의 주방장)의 요리 철학이 그러했고요. 여기선 업자 관리가 중요하지만 거기선 그런 걱정이 없어서 좋았어요. 직접 가서 보고 사 오면 되니까. 굉장히 즐거웠어요. 유통이라는 건 그 과정을 알 수 없으니까 좋은 재료인지 나쁜 재료인지 잘 알아보기 힘들죠. 우리는 먼 데서 식재료가 오지만 그곳에선 그 동네에서 나는 것들로 음식을 만들어요. 그 지방에서 나는 토마토, 그 지방에서 자란 돼지, 근처 바다에서 잡은 생선들. 그러니까 생산자들을 다 안단 말이에요. 한 다리 건너면 친척이고 친구니까. 어려서부터 같이 자랐고, 서로 집에 숟가락 몇 개 있는지도 다 아는 작은 공동체입니다. 여기선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관계지만 거기선, 그것 말고 플러스 알파가 있어요. 그런데 거기도 점점 삭막해지고 있어요. 안타까운 일이지요.

서울은 어떤가요?

서울에서 저는 어떤 생산업자도 얼굴을 몰라요. 돈만 주면 좋은 재료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서울에 와서 내 마음에 드는 재료를 구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 게 굉장히 가슴 아파요. 부끄러운 일이지만 제가 사용하는 재료들을 ‘신뢰할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없을 때가 많아요.

요리를 하시면서 어떤 점이 변하셨어요?

성격이 주세뻬처럼 변했어요. (웃음) 다혈질에 욕도 잘하고. 음, 건강해진 것 같아요. 잡지 기자로 일할 때는 일이 끝이 없다는 느낌이었는데 요리사는 오늘 일이 끝났다는 기분이 명확해요. 육체노동자다운 깔끔함이 있어요. 일반 회사원들은 일이 끝나도 상쾌한 느낌이 없잖아요. 그런데 요리사는 몸과 정신을 요리에만 몰두하다가 일이 끝나면 찬물에 비누로 샤워하고 나면 홀가분하고 개운하죠.

최근에 맛있게 먹은 음식은 어떤 건가요?

음식이라고 하면 좀 이상하려나. 얼마 전에 뉴칼레도니아 커피를 마셨는데, 너무 맛있었어요. 뉴칼레도니아 커피는 대단위 플랜테이션이 아니라 수출도 안 하고 현지에서 대부분 소비가 돼요. 그래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는데, 맛이 대단히 훌륭합니다. 마셔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마, 국내에선 구하기 힘들 겁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맛있는 음식은 현지에서 대부분 소비될 것 같아요.

그렇죠. 또, 현지에서 먹는 게 제일 맛있고요. 시칠리아 음식은 시칠리아에서 먹어야 제일 맛있지요. 음식은 어떤 재료로 누가 만들어서 어디서 먹는가가 중요한 문제니까요. 이탈리아에서 살았던 사람이 이탈리아 음식을 한국에서 먹는다는 건 일종의 대체행위 같은 거죠. 마찬가지로 한국 음식도 한국에서 먹어야 제일 맛있죠. 또 만드는 입장에서도 제일 맛있게 만들 수 있고요. 재료만의 문제는 아니죠. 한국에서 이탈리아 음식을 먹는 건, 녹음한 음악을 듣는 것과 비슷해요.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녹음한 음악이 생음악이 될 순 없는 거죠.

앞으로 직접 식당을 경영하신다면 어떤 레스토랑으로 만들고 싶으세요?

지금은 월급을 받고 큰 식당에서 일하고 있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제가 다 통제할 수 있는 작은 레스토랑을 열고 싶어요. 한 20석에서 30석 규모로, 메뉴에 얽매이지 않는. 메뉴가 딱 고정되어 있으면 마음에 드는 재료가 없더라도 기계적으로 그 요리를 만들어 내야 하잖아요. 그런 것 말고 그날그날 장 본 좋은 재료로 메뉴를 짜고, 단골손님들의 식성을 파악해 음식을 내고, 가끔은 즉흥성도 발휘하고, 그런 작은 레스토랑을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

저는 은퇴한 노인들이 여행 다니는 것이 안타까워 보여요. 이십 대, 삼십 대, 한창 활동하고 기운 있을 때 여행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많은 것을 봐야 감동도 크죠. 예를 들어 제가 지금 『십오소년 표류기』『소공자』를 읽는다고 해서 감동이 있겠습니까? 인생의 어느 시점에 필요한 것이 있는데, 그런 것 싹 무시하고 일만 하는 건 어리석다 못해 인생을 낭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해외에 여행하다 보면 나이 든 일본인 부부를 많이 보는데 저는 그들이 하나도 안 부러워요. 자기 나이를 즐기고 사는 게 중요해요. 돈이 없더라도 시간만 마련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잖아요. 그렇게 살기 위해서라도 제가 통제할 수 있는 레스토랑을 열고 싶어요. 고용되어 있으면 마음대로 충전기도 가지지 못하고 일만 해야 하니까요. 제가 쉬고 싶다고 식당 문을 한 달 동안 닫으라고는 못하잖아요. (웃음)


ⓒ 김중혁

손님과 따뜻하고 내밀한 교감을 한다는 점도 작은 레스토랑의 장점이라고 보는데요.

저는 요리사를 어머니라고 생각해요. 기계적으로 주문서대로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라 손님의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식성을 알고, 엄마처럼 챙겨주고 싶어요. 식구들끼리 먹는 음식을 팔고 싶어요. 그런 관계가 좋지 않나요? 요리를 만드는 저도 행복하고, 먹는 손님도 행복한 그런 관계요. 그런데 메뉴판이 있는 큰 식당에선 그런 게 불가능하지요. 제가 주방에서 손님 얼굴들을 다 볼 수 있는 그런 정도 크기여야 가능하지요.

얼핏 만화 『심야식당』이 떠오르는 레스토랑이네요.

아직 읽진 않았는데 내용은 알고 있어요. 특별한 메뉴 없이 가지고 있는 재료 선에서 손님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는 식당 이야기죠? 아마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슷한 식당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국내 레스토랑에서 일한 내용을 소재로 새 책을 쓰실 생각은 없으세요?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재미가 없어요. 대한민국은 식당업자들이 열심히 일해서 건물주를 먹여 살리는 이상한 나라예요. 임대료가 너무 비싸요. 솔직히 비싼 임대료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가게를 하겠다는 사람은 많고, 건물은 제한되어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또, 미식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서 제대로 된 음식을 제대로 평가해 줄 사람도 없어요. 후배들 보면, 정말 음식 잘하는 후밴데 손님이 없고 어디 이상한 것을 만들어 파는 가게가 인기가 있고. 그런 걸 보면 힘이 빠지죠. 아직까진 한국에서 요리사로 사는 게 쉽진 않아요.

앞으로 요리 말고 또 다른 일에 도전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없어요. 요리는 제 생계가 달린 일이니까요. 글 써서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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