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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 人터뷰] 『도가니』 저자 공지영

그래도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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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의 장편소설 『도가니』를 다 읽고 나니, 공지영 작가가 그들의 비명 소리를 듣고 가슴이 아팠던 것처럼 내 귓가에도 그들의 강렬한 울부짖음이 맴돌았고,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끓어올랐다. 2005년에 벌어진 광주 인화학교의 성폭력 사건을 소재로 작년 11월부터 포털 사이트 ‘다음(Daum)’에 연재한 소설이었으나 나는 책으로 나온 뒤에 접하게 되었다.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어떤 신문 기사 한 줄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지막 선고 공판이 있던 날의 법정 풍경을 그린 젊은 인턴 기자의 스케치 기사였다. 그 마지막 구절은 아마도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 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였던 것 같다. 그 순간 나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그들의 비명 소리를 들은 듯했고 가시에 찔린 듯 아파 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준비해 오던 다른 소설을 더 써나갈 수가 없었다. 그 한 줄의 글이 내 생의 1년, 혹은 그 이상을 그때 이미 점령했던 것이다.(p.292)


 

공지영 작가의 장편소설 『도가니』를 다 읽고 나니, 공지영 작가가 그들의 비명 소리를 듣고 가슴이 아팠던 것처럼 내 귓가에도 그들의 강렬한 울부짖음이 맴돌았고,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끓어올랐다. 2005년에 벌어진 광주 인화학교의 성폭력 사건을 소재로 작년 11월부터 포털 사이트 ‘다음(Daum)’에 연재한 소설이었으나 나는 책으로 나온 뒤에 접하게 되었다.

지난 24일, 롯데시네마와 예스24가 함께하는 공지영 작가와의 만남에 다녀왔다. 장애인들에게 비명을 불러일으키는 절망, 그리고 희망에 대한 이야기 『도가니』를 다 읽은 후의 발걸음이었기에 더욱더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마이크를 들고 독자들을 향해 가볍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공지영입니다. 1년 동안 책이 몇 권이나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곳에서 강연회만 두 번째네요.” 강연의 주제는 ‘우리 시대의 진실과 희망’이었지만 “사실 너무 거창한 주제라 강연을 하기 쑥스럽네요.”라며 그녀는 『도가니』를 쓰게 된 배경과 그녀가 생각하는 소설의 의미와 기능에 대해 말하겠다고 했다.

포르노와 혁명


1988년, 공지영은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창작과 비평』을 통하여 등단했다. 당시 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대부분 남자였고, 책이 10만 부 팔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책이 4천 원 정도였고 신인 작가에게 떨어지는 인세는 얼마 되지 않았으며, 그녀는 약 30만 원 정도를 받았다. “그 당시 저는 무모했고 발랄했기에 가난 따위는 하나도 두렵지 않고 오직 좋은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들떠 있었어요. 정확히 말하면, 그때 저는 피라미 작가였죠.” 1993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발표하고, 바이런의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다’는 말을 실감했다. “1994년 7월 대형서점 종합 순위 10위 안에 서른셋 여 작가의 책 『고등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인간에 대한 예의』, 이렇게 세 개나 오르게 됐죠. 그건 저에게 매우 놀라운 일이었고, 많은 돈과 명성과 고통을 한꺼번에 안겨줬어요.” 그해 일어난 일을 감당하기 위해 그녀는 10년이라는 시간을 대가로 치렀다. 기존의 문단에서 책이 갑자기 이렇게 많이 팔리는 것은 순문학이 아니라며 매도를 당하기 시작했다.

‘얼굴로 소설을 판다.’ ‘대중의 입맛에 맞는 책을 쓴다.’ ‘학생운동과 페미니즘을 판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얼굴이 예쁜 거야 하늘이 주신 것이니 어쩔 수 없죠. (웃음) 학생운동과 페미니즘을 팔아 돈을 번다는 것은 일리가 있는 말이었어요. 저는 책을 출판사에 의뢰해서 가격을 매기고 책을 씁니다. 어쨌든 상품 유통 과정에 스스로 참여하는 것이죠. 무료로 글을 쓰고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에 ‘판다’는 말을 겸허하게 받아들였어요. 단, 제가 쓴 글의 질에 대해서는 책임져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중의 입맛에 맞게 글을 쓴다는 논란 때문에 저는 10년 정도 씨름을 하게 됩니다.”

그녀는 ‘대중’의 정의도 몰랐고 대중의 실체가 잡히지도 않았기에 ‘대중의 입맛에 맞는 것을 만든다’는 것이 무슨 소리인지 고민했다고. 대중이 무엇인지 확실히 말할 수 없지만 대중문화의 현상에 대해 생각해 보고, 거기에 자신의 소설을 대입해 보고, 이 비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전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것이 포르노더라고요. 문화적 현상이고, 수요와 공급이 있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고요. 하지만 저급이죠. 그렇다면 문화적 행위 중 가장 고상하며 포르노와 반대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혁명’이더라고요. 그것은 몇 명의 엘리트들이 할 수 없는, 대중들이 지지하는 것이죠.” 포르노는 감각과 본능에 호소하며 이성적인 사고를 요구하지 않는 저급한 것인 반면, 혁명은 강력하게 이성적 사고를 요하는 고급이라고 생각한다.

18세기 말,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구가 밀집함에 따라 저급 문화가 양산되기 시작했다. 귀족들의 각운과 두운을 무시하고 반 귀족적이며 반항적인 성향의 소설이 탄생했다. 소설은 저급한 노동자인 대중을 겨냥하며 태어난 것이다. “너무 사회적인 것에 연연하는 제 자신이 싫었고, 조금은 가볍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10년 만에 전경들이 시민을 방패로 찍고 있었습니다.” 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이것이 시대와 맞아떨어짐에 전율을 느꼈고, 이 작품을 꼭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중국 신장 위구르에서 낙타 족발을 먹은 적이 있었기에, 얼마 전 무고한 위구르인들이 죽은 것을 보며 그녀는 가슴이 많이 아팠다. “예전에 낙타 족발을 먹던 그 식당에서 춤을 추던 위구르인들이 생각났기 때문에 가슴이 아팠어요.” 우리에게는 그들이 당한 사건보다 친구가 다치거나 엄마가 암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 더 가슴 아플 것이다. 우리가 이기적이라기보다 아는 만큼 아파하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성폭행 사건을 볼 때, 잠깐 분노하겠지만 금방 잊게 돼요. 그들이 누군지 잘 모르기 때문에 오래 기억할 수 없어요. 소설을 쓰며 이름을 부여하고, 성장 환경을 놓고, 풍경을 놓고, 이 사건을 던지면 여러분의 가슴은 많이 아프게 됩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그 사람들을 알기 때문이에요. 이것이 바로 이 시대의 소통의 부재, 삭막해져 가는 시대에 소설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고, 우리가 절대로 ‘소설 나부랭이’라고 해서는 안 되는 이유죠.”

“책의 내용은 실제이고, 인물은 허구로 만들었어요. 실제로는 35명의 교사 중 10여 명의 교사가 성추행에 가담했고, 7명이 법정에 섰어요. 성폭행 피해자인 학생들은 졸업생까지 포함하면 숫자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매우 야만적인 사건이었죠.” 장애인 성폭행 사건을 보면서 이제 올 것이 왔고, 이것을 고발하는 것은 깬 언론과 소설가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딱 두 글자로 대답한다. 그것은 바로 ‘재미’. “재미없는 소설은 정말 싫어요. 『도가니』의 리뷰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였어요. 매우 기분 좋은 리뷰였어요. 저도 배우 강동원 씨를 실제로 봤을 때 30분 동안 눈을 뗄 수 없었거든요. 정말 눈을 못 떼겠더라고요. (웃음) 소설이 주는 재미를 만끽한다는 것은 두뇌의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것이죠. 개그나 가요 프로그램, 막장 드라마 같은 것은 우리의 두뇌를 자극하지 않아요. 소설은 우리의 양식을 깨우고 두뇌를 자극하죠. 소설이 갖는 오락적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지만, 무엇이든 의미 없는 재미는 허무합니다.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중노동이기 때문에, 제 경우는 재미에 의미가 없다면 그것이 매우 호되다 생각하거든요.”

그녀를 향해 쏟아진 질문


강인호가 떠나버린 것은 『무진기행』의 그 암울한 결과를 답습한 것이 아닌가요?

“강인호가 편지를 쓰고 떠나는 것은 『무진기행』에 대한 오마주이고, 그것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정의롭고 싶고 올바른 일을 하고 싶지만 몸은 이기심을 쫓아가는 것을 강인호를 통해 말하고 싶었어요. 서유진의 마지막 편지는 『무진기행』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 거예요. 부끄러움을 느끼고 도망가는 강인호를 기다려 주고, ‘다음’이라는 기회를 주는 것이죠.”

왜 글을 쓰세요?

“요새 이런 질문을 받으면 ‘운명’이라고 대답해요. 예전에는 여러 가지 대답을 했는데, 다 부질없고 정말 운명 같아요. 모두가 개인적으로 가진 씨앗이 다르고, 발현되고 나서야 알게 되죠. 저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글을 쓸 때 행복해요.”

글을 쓰며 작다고 느껴질 때는 언제고, 어떻게 극복하세요?

“한 책에서 세 번 정도만 잘 쓴다고 느끼고, 나머지 순간들은 ‘이렇게 재능이 없을 수가!’ 하며 매 순간 절망을 느껴요. 극복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제일 좋은 방법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책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리고 푹 자고 일어나면 좀 나아져요.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좋아하는 책이나 예전에 밑줄 그은 것을 읽어요. 갑자기 가슴이 설레면서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희망이 생겨요. 만약 마감이 코앞에 닥쳤다면 진땀을 빼면서 할 수 없이 글을 씁니다.

여고생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글쎄요. 책에는 연령 제한이 없는 것 같아요. 책 읽기 싫어하는 고등학생이라면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를 추천해 드릴게요. 이 책에는 그림도 많고 내용도 술술 넘어가거든요.”

일반인이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옷을 잘 입으려면 많은 옷을 버려 봐야 하고, 소설을 잘 쓰려면 남의 소설을 많이 읽어 봐야 해요. 블로그에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다른 블로그의 글을 많이 보세요. 글의 특징은 우리의 삶을 바꿔요. 일상의 어떤 것을 글로 쓰게 되면 모든 것이 깨어 있다고 느껴져요. 사람들의 느낌, 날씨, 사물을 깬 상태로 접하고, 그것은 좋은 언어를 만들어요. 처음부터 잘 쓰려고 하지 말고 꾸준히 매일 쓰세요. 그리고 짧더라고 꼭 끝을 내야 해요.


『도가니』를 인터넷에 연재를 하는 것은 많은 학생들에게 힘을 주는 일이었다. 함께 눈물을 흘리며 분노했고, 댓글 하나하나가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했다. 작가는 물대포를 맞지 않고 떠난 강인호에게 ‘그래도’ 작은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것이야말로 오늘 강연의 주제가 아니었을까. 『도가니』를 통해 이 시대의 차가운 절망과 따뜻한 희망을 모두 느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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