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 < Past Life of 김민기>
『김민기』 <지하철 1호선>
내가 김민기(金敏基, 1951- )의 노래를 듣기 시작한 것은 아무리 빨라도 1993년 이후다. 그해 출반된 <김민기 전집>(4LP, 서울음반)을 막내처남에게 선물했고, 결혼 전에는 귀동냥을 꽤 했다.
내가 김민기(金敏基, 1951- )의 노래를 듣기 시작한 것은 아무리 빨라도 1993년 이후다. 그해 출반된 <김민기 전집>(4LP, 서울음반)을 막내처남에게 선물했고, 결혼 전에는 귀동냥을 꽤 했다. 처남이 녹음을 해줬는지 아니면 내가 따로 구입을 했는지 김민기 노래의 선율은 퍽 친숙하다. 귀동냥한 것이라 하기에는. <김민기 4> 카세트테이프는 지금껏 듣고 있다.
얼마 전, <Past Life of 김민기>(6CD, 로엔엔터테인먼트, 2004)를 구입했다. 데뷔앨범 <김민기>(1971)를 필두로 1993년 출시한 <김민기 전집>에다 노래일기 <연아의 일기>로 구성된 <Past Life of 김민기>는 실질적인 전집이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9만3천 원. 하지만 여기에 네덜란드 저가 레이블인 브릴리언트의 <바흐 전집(155CD)>까지 덥석 사버렸다. <바흐 전집>은 10만9천 원이다.
음반 구입에 20만 원 남짓 지출한 것은 역시 브릴리언트의 <모차르트 전집(170CD)>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에, 어떻게 5만 원짜리 쿠폰이 굴러들어왔기에 망정이지 한방에 20만2천 원을 결제하는 것은 나로선 몹시 버거운 일이다. 또 나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지만, 미국의 어느 투자은행회사의 파산이 하루 이틀만 빨랐어도 그런 용단을 내리기 어려웠으리라.
배달된 <Past Life of 김민기> 일부 음반의 음질이 썩 좋지 않았다. 그냥 들을까 하다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었다. CD 한두 장의 음질이 떨어져도 세트 전체를 교환해준다. 통과의례를 제법 그럴듯하게 치르며 <Past Life of 김민기>가 수중에 들어온 셈이다. <김민기 전집>과 <Past Life of 김민기>는 김민기가 ‘명가수’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확인시켜준다.
“「아침 이슬」을 처음 접하자마자 반했고 꼭 부르고 싶었다. 노래를 못 부른다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타박도 많이 받았”다는 양희은의 푸념이 엄살만은 아닌 듯싶다. 물론 지난 6월 10일 서울시청 앞 광장과 그 주변 도로를 쩔렁쩔렁 울린 양희은의 「아침 이슬」 절창에 우리는 전율한 바 있다. 주최 측의 확성기 상태가 매우 나빴는데도 말이다.
누구 말마따나 유신의 군홧발에 걷어차이기 직전, 통기타 가수 중심의 이 나라 대중가요가 가히 세계 수준이었다면, 여기에 김민기는 지대한 기여를 했다. 성공회대 김창남 교수는 그가 엮은 『김민기』(한울, 2004)에 실린 「김민기, 그리고 새로운 청년문화의 구상」이라는 글에서 그를 이렇게 평가한다.
“70년대의 통기타 음악에서 김민기의 비중은, 그래서 그 대중적 명망이나 인기와 무관하게 절대적이다. 김민기의 음악이 있음으로 하여 70년대 통기타 음악은 비로소 청년문화의 이름에 값할 수 있었다. 그의 음악이 없었다면? 우리는 70년대의 청년문화를 단지 한때의 유행으로, 문화 정치의 맥락과 별 관계없는 그저 하나의 흘러간 사조쯤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역시 김창남 교수가 엮은 또 하나의 『김민기』(한울, 1986)는 2004년판에 견줘 예고편의 성격이 짙다. 1986년판 『김민기』는 2004년판보다 작은 판형인 데다 두께는 훨씬 얇다. 2004년판 『김민기』는 앞표지 날개를 통해 책의 구성요소를 다음과 같이 알려준다.
“이 책은 이제까지 김민기가 세상에 내놓은 작품을 총망라하였다. 음악인으로 세상에 첫선을 보인 데뷰 앨범으로부터 소리굿 <아구>, 노래일기 <연이의 일기>, 노래굿 <공장의 불빛>,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 작품의 대본과 악보를 싣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국내외의 비평과 분석의 글들을 수록하였고, 김민기의 육성을 느낄 수 있는 인터뷰를 담았다.”
2004년 현재 (지금도 그렇지만) 김민기는 작곡가 겸 가수에서 뮤지컬 작곡가?연출가?기획자로 번신(?身)한 상태다. 그가 번안?편곡한 <지하철 1호선>(폴커 루드비히 원작, 비르거 하이만 작곡)은 1994년 5월 14일 첫 무대에 올려진 이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2000년 2월 6일 1,000회 공연을, 2003년 11월 9일 2,000회 공연의 위업을 달성하기에 이른다.
사정이 이러하니 2004년판 『김민기』에서 <지하철 1호선>을 맨 먼저 다루는 게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은 그의 삶과 노래에 더 주목하고 싶다. 따라서 나는 「아침 이슬」부터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왜 당시의 청년 지식인은 물론이고 그로부터 16년 뒤 1987년 유월의 거리를 메운 수십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애국가 다음으로 이 노래를 몇 번이고 부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의 일체감을 단련시켰을까? 유월의 군중 속에 그저 한 명의 시민으로 서 있었던 김민기는 아직도 그 까닭을 모르겠다고 한다.” (305쪽)
김민기 데뷔 앨범(1971)은 신중현과 엽전들의 1집(1974), 조용필의 4집(1982)과 더불어 한국 대중음악의 기념비를 구성하는 역사적인 앨범이라고 한다. 데뷔 앨범에 수록된 김민기의 「친구」는 한때 나의 애창곡이었다. 「상록수(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도 좋았다. 애창곡에서 「늙은 군인의 노래」를 어찌 빼놓을 수 있으랴. 「작은 연못」은 띄엄띄엄 따라 부른다. 「내 나라 내 겨레」(김민기 작사, 송창식 작곡)도 맘에 든다. 「가을 편지」는 물론. 요즘은 「그 사이」「백구」「봉우리」「천리길」「철망 앞에서」를 즐겨 듣는다.
1987년 6월 항쟁 무렵까지 김민기가 만들거나 부른 노래의 다수는 금지곡이었다. 아무 이유 없이 금지된 「아침 이슬」부터 말이다. 음반에 수록하려면 저들의 입맛에 맞게 노랫말을 바꿔야 했다. 대표적인 예가 제목마저 온전할 수 없었던 「주여, 이제는 여기에」(김지하 작사)다.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가 “오! 주여, 이제는 그곳에 그들과 함께 하소서”로 둔갑했다.
1972년 여름, 그로서는 평생 잊을 수 없는 한 가지 체험을 하게 된다. 마산 수출공단의 노동자들과 해변으로 야유회를 갔을 때였다. 막 석양이 지는 바닷가로 하나씩 둘씩 돌아오는 고깃배들을 바라보다 그가 무심코 “야, 참 멋있는데” 하고 중얼거렸다. 그때 옆에 같이 있던 여공 한 사람이 쏘아붙였다.
“그 사람들은 모두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에요. 뭐가 멋있다는 거지요?”
그때 그는 뒤통수를 철퇴로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난 아직 멀었구나’ 싶었다. 이 조그만 체험이 그 자신의 감성적 기반에 대해 근본적인 반성을 겪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는 지금까지 그가 가져온 소위 ‘지식인적인’ 사고방식과 감수성에 대해 뼈저린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연보, 565쪽)
굳이 나하고 김민기의 공통점을 찾자면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우선, 막내아들이다. 길든 짧든 인천 부평 인근에서 산 적이 있다. 무엇보다 그와 나는 결혼기념일이 같다. 김민기는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다. 특이한 그의 이력을 한둘 꼽자면, 김민기는 제5공화국 관제문화행사 ‘국풍 81’ 출연 회유를 거절했는데, 농사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댔다.
1989년 창립된 한살림 모임의 초대 사무국장을 맡은 건 잘 알려지지 않은 이력이다. ‘한살림선언’이 수록된 『한살림1』(한살림, 1990)에 그 자취가 있다. 판권면에 편집인으로 그의 이름이 올라있으며, 클라우디우스의 그림우화를 우리말로 옮겼다. 앞서 내가 <지하철 1호선>을 건너뛴 것은 이 뮤지컬을 아직 못 본 탓도 크다. 하여 연극평론가의 감상평 일부를 인용하는 차선책을 택한다.
“이 모든 것은 20대 나이에 세상을 단숨에 정리해 버린, 세상 속살을 이미 알아버린 김민기라는 한 ‘청년’의 힘이다. 이제 그의 나이는 마흔을 훌쩍 넘었다. 그러나 1996년인 지금도 70년대 삶의 방식으로 살고 있고 그때처럼 일을 한다. 젊은이로서 겪은 삶으로 사고하고 그 삶의 방식으로 지금도 버티고 있다고 해야 더 옳을 것이다. 그에게는 90년대 후반인 지금이 70년대의 억압상황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세상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안치운, 『연극과 기억』, 을유문화사, 2007, 373쪽)
김민기는 한국의 밥 딜런이 아니다. 김민기는 김민기다. 나는 비틀즈의 노래를 새겨들은 경험이 거의 없다. 그래서일까. 나는 김민기가 폴 매카트니나 존 레논에 꿀릴 게 없다고 본다. 아니, 그들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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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한 시대정신의 상징이었던 음악인 김민기는 최근에도 으로 우리 사회의 모순과 맞닥뜨리고 있다. 이 책은 김민기가 음악인으로 세상에 첫선을 보인 데뷰 앨범으로부터 소리굿 , 노래일기 , 노래굿 , 록 뮤지컬 에 이르기까지 그의 모든 작품을 총망라하여 자료와 함께 비평한 김민기 음악인생의 중간 총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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