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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흘리는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 <데어 윌 비 블러드>
<데어 윌 비 블러드>는 금년도 아카데미상을 석권했던 코언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함께 미국 영화의 새로운 변화를 대변하는 영화다.
피 흘리는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데어 윌 비 블러드>
다니엘 플레인뷰(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몇 년간의 각고의 노력 끝에 유정 개발에 성공한다. 본격적인 석유업자로 나설 기반을 마련한 다니엘은 자신의 마을에 석유가 있다는, 폴(폴 다노)이라는 청년의 정보를 얻게 된다. 열광적인 기독교 신앙이 지배하는 척박한 마을에서 자신의 유정 개발 사업을 전개하는 다니엘. 마침내 고대하던 유정 개발에 성공하지만, 아들은 청력을 잃게 된다. 한편 마을의 종교적 지도자인 청년 일라이(폴 다노 1인 2역)는 유정 개발 기공식에서 자신을 소외한 것 때문에 다니엘에게 앙심을 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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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 윌 비 블러드>는 금년도 아카데미상을 석권했던 코언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함께 미국 영화의 새로운 변화를 대변하는 영화다. 늘 ‘휴머니즘’을 내세우는 할리우드의 일반적인 성향과 달리, 이 두 편의 영화들은 9/11 이후, 세계를 바라보는 미국 영화의 변화된 세계관을 담고 있다. 물론 <데어 윌 비 블러드>를 만든 폴 토마스 앤더슨이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만든 코언 형제는 이른바 ‘작가’라는 범주에 포함되는 영화들을 만들어 온 감독들이기는 하지만 이 두 편의 영화들은 그들의 전작들이 지녔던 냉소주의를 넘어서는 지점이 있다.
<데어 윌 비 블러드>의 전반부 10여 분 동안 대사가 없이 진행된다. 이 10여 분 동안 관객이 만나게 된 것은 먼지가 풀풀 날리는 황량한 작업 현장에서 유정을 찾기 위해 작업하는 다니엘 플레인뷰와 그의 말 없는 동료들의 모습이다. 이 먹먹함을 채우는 것은 간간히 들려오는 작업 도구의 음향들과 록 그룹 ‘라디오 헤드’의 리드 기타리스트인 조니 그린우드가 맡은 미니멀한 배경 스코어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사용된 그것과 같은 신경질적인 음향은 이 영화가 ‘인류의 역사’를 축약하려고 했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처럼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를 축약하려 한다는 것을 예고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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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적 시각을 견지했던 매우 이례적인 미국 작가 업튼 싱클레어의 『Oil!』을 원안으로 삼고 있는 <데어 윌 비 블러드>는 그 자체가 미국 캘리포니아 석유 산업에 대한 보고서인 동시에 미국 자본주의의 성립에 관한 성찰을 다루고 있다. 침묵으로 일관된 10여 분의 시간이 지나고 침묵을 깨는 것은 사업가로 성장한 다니엘 플레인뷰가 한 마을의 사람들을 모아 놓고 유정을 개발하기 위한 연설이다. 이 연설에서 그는 자신의 우월성을 ‘가족주의’라는 도덕성의 우월성으로 자신을 홍보한다. 하지만 영화 내내 그의 이런 주장은 모순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근본적으로 그의 아들은 실제로 자신의 혈육이 아니라 죽은 동료의 아들이기도 하지만 영화의 전반부에서 오히려 다니엘은 그런 아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인다. 하지만 그의 이런 애정은 아들이 청력을 잃고 이복동생이 등장하게 되자 돌변한다. 그의 편협한 애정은 아들 대신 동생에게 향하고 아들은 버려진다. 다니엘에게 있어 ‘가족의 사랑’이란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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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단지 ‘다니엘 플레인뷰’라는 탐욕스러운 인간에 대한 탐구로 멈추지 않는다. 이 영화의 ‘괴물’인 다니엘에게 맞서는 존재는 광신적인 기독교 지도자인 청년 일라이다. 신의 전능을 빌려 마을의 권위를 점하는 이 청년으로 대변되는 것은 현재까지도 미국이라는 나라의 중심을 차지하는 ‘복음주의’의 풍토다. 그는 이 영화에서 ‘자본’을 상징하는 다니엘 플레인뷰와 ‘종교’를 통해 대립하는데, 냉혹한 자본가인 다니엘은 자신의 기준 밖에 있는 일라이에 대한 적대감을 폭력으로 드러내기까지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니엘은 자신이 추구하는 이익을 위해서 결국 일라이라 대변되는 ‘교회’와의 타협의 순간을 만난다. 하지만 그들의 상징적인 결합은 단지 일시적인 것일 뿐 잠재된 적대감까지 상쇄된 것은 아니다. 결국 일라이는 자신에게 가해진 다니엘의 물리적인 폭력을 ‘종교’를 통해 다시 물리적으로 보복하며 이 즈음이면 일라이 역시 '괴물'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영화는 두 인물의 갈등과 일시적인 타협 등을 통해 ‘미국 자본주의’의 모럴을 묘사해낸다. 이들의 관계는 ‘자본’과 ‘교회’라는 요소로 구성된 미국 자본주의 역사의 축약이다. 하지만 이들의 결합은 단지 '탐욕어린 자본'과 '샤머니즘적인 종교'일 뿐이다. 결국 둘의 결합은 '평화'가 아닌 '파멸'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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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 윌 비 블러드>의 문제적 인간 ‘다니엘 플레인뷰’는 따지고 보면 아주 사악하기만 인물은 아니다. 그는 그 자신의 범위, 즉 초기 자본가로서의 ‘아량’을 지닌인물이다. 그는 사고로 숨진 직원들을 성의껏 돌보도록 지시하고 마을 공동체를 존중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들이 땅을 판매한 가족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를 묻었을 때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할 만큼 냉정한 자본가다.
다니엘은 산업주의 자본가로서의 모럴을 본능적으로 체득한 인물이다. 그에게 자본가로서의 의무를 넘어선 ‘도의적 책임’이라는 개념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들은 다니엘이 자신의 존재 또는 권위가 훼손되었다고 생각할 때에 벌어진다. 사실 그에게 ‘가족주의’란 그저 구호일 뿐이기는 하지만 그 자신의 내부를 지탱하는 명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끝내 다니엘은 내부적 붕괴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것은 그 자신의 자본가로서의 모럴이 가장으로서의 모럴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아들이 ‘독립’을 선언하자 ‘경쟁자’로 치부한 후 관계를 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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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파멸을 향해 나아가는 영화다. ‘새로운 모럴’을 지니고 있는 다니엘은 결국 자신의 모럴 때문에 파멸로 나아간다. 그는 자본주의적 이윤 때문에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놓쳐버리지 않기 위해 결국 고립무원의 섬처럼 존재하게 된다. 결국 그는 진실한 인연의 끈이 모두 끊어져버리는 순간 파멸을 향해 나아가고 결국 분노를 폭발한다. 그리고 ‘나는 끝났다(I'm Finished)’라고 선언하는 순간에 도달하게 된다.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이 영화로 두 번째 오스카를 가지고 간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무시무시한 연기를 따로 떨어뜨려 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광란과 정상성의 중간쯤에 위치한 이 인간의 분노를 탁월하게 연기해냈다. 또 읇조리는 듯한 모습이지만 결코 이 메소드 배우의 살벌한 기에 전혀 짓눌리지 않는 폴 다노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마치 사실주의 회화를 보는 듯한 촬영의 탁월함 역시 오스카 트로피로 증명된 바 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이미 마틴 스콜세지의 <갱스 오브 뉴욕>에서 ’폭력‘으로 점철된 미국의 역사를 상징하는 인물로 출연한 바 있다. 폴 토마스 앤더슨은 이 영화를 통해 또 다른 차원의 미국의 정체성을 같은 배우를 통해 표현해낸다. 유사한 듯 다른 두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광기 어린 연기를 비교해 보는 것도 영화의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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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시절의 캘리포니아를 과거의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인 만큼 영화의 질감은 고색창연한 느낌이다. 황량한 영화의 톤은 일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최신작으로서 해상도나 표현력은 우수한 편이다.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여서 부분적으로 지글거리는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묵직한 느낌의 영상은 전체적으로 안정된 편이다. 최신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영상 퀄리티는 평범한 편이기는 하지만 별다른 흠을 발견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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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영화 평론가는 이 영화가 시각적으로 육체적인 고통이 전해지는 영화라고 평하기도 했는데, 관객들에게 그런 고통이 느껴지는 데는 시각 요소 뿐 아니라 음향의 표현력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주인공 다니엘 플레인뷰의 삶을 관통하는 고통의 순간들을 탁월하게 묘사해낸다. 후반부에는 물리적인 공간감이 잘 표현되어 있으며 음악과 음향의 표현이 적절하게 구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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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DVD의 스페셜 피쳐는 ‘15 Minutes'(15분 35초)’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피쳐릿이 유일하다. 20세기 초반의 캘리포니아에서는 ’검은 황금‘이라고 불리며 석유 탐사가 진행되었는데, 이 자료는 당시의 모습을 담고 있는 실제 자료들과 이를 재연한 영화 속 자료들을 음악과 함께 보여준다. 이 서플먼트만으로 구성된 것이 조금 아쉬운데, 2장짜리 디스크로 출시된 북미판에는 더 많은 서플먼트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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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야망과 탐욕을 그려낸 2008년 최고작 아카데미 8개 부분 노미네이트, 남우주연상 수상 "데어 윌 비 블러드"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 등의 걸작을 감독했던 폴 토마스 앤더슨이 연출과 각색을 담당해, 업톤 싱클레어의 1927년산 소설 '석유(Oil)'를 기반으로, 한 석유재벌의 파란만장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