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한울의 그림으로 읽는 책
사람들은 자신이 지치고 힘들 때 믿고 신뢰하는 사람에게 기대면서 위로 받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남이 해결해 줄 거라는 믿음보다는, 혼자서 짊어지기 힘든 무게의 감정들을 잠시 내려놓고 따뜻한 휴식을 취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 상처들이 너무 비대해지고 자신의 어깨 그리고 두 다리로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주저앉아 절망함과 동시에 마음은 얼어붙고 자신 안에 자신을 가두는 지경에 이르는 것 같습니다. 너무 큰 상처로 인한 감정의 소용돌이는 타인의 위로와 관심으로 극복될 수 없는 문제인지라 자신을 홀로 방치하게 되는 것이지요. 시간이 지나도 자기 자신이 가둬놓은 감정의 미로에서 현명하게 탈출하지 못한다면 자신과 자신의 그림자는 분리되고 심장은 풀로 붙일 수 없을 만큼 산산조각 나, 결국 어느 한쪽을 잃어버리고야 마는 것이겠죠.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땐 상뻬의 예쁜 그림에 마음을 빼앗겨 소박한 이야기로 치부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서, 받아들이는 시선 자체가 바뀌어 지독히 고독하고 외로우며 슬픈 이야기의 소설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좀머 씨는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으며, 무엇으로부터 그렇게 큰 상처를 받고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고야 만 것일까요. 마지막 페이지 소년의 독백은 단어 하나하나가 몹시 슬프고 공허하며 애절하기까지 합니다. 좀머 씨는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말합니다. 쥐스킨트가 자신의 목소리를 좀머씨에게 부여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죠. (쥐스킨트에 대해 알려진 가십거리들만 봐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잃어버린 반 고흐도, 짐 모리슨도, 커트 코베인도, 히스 레저도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세상에 외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물론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세상에 이야기하고 싶지만 누가 봐도 히키코모리 성향이 강한 일러스트레이터의 때늦은 투정으로밖에는 안 들릴 것 같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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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 저/<장 자끄 상뻬> 그림/<유혜자> 역9,720원(10% + 5%)
텅 빈 배낭을 짊어지고, 길다랗고 이상하게 생긴 지팡이를 손에 쥐고 뭔가 시간에 쫒기는 사람처럼 잰 걸음으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묵묵히 걸어다니기만 하던 좀머 씨는 어린 소년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며 꿈속에까지 나타나 궁금증을 잔뜩 불어넣어 주는데..... 그 어린 소년이 더 이상 나무를 탈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