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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한편이 봄날의 햇살처럼 조금씩 따스해지는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자체도 릴리 프랭키의 자전적 소설이기 때문에 픽션을 읽는다는 기분보단 한 사람의 성장과 가족 간의 이야기를 공들여 편집한 필름을 훑어보는 것처럼 천천히, 그리고 진지하게 읽게 되었습니다.
가끔 일 때문에 출판사에 가면 제가 원하는 책이나 담당하셨던 책을 선물로 주시곤 합니다. (‘FAX로 하면 안 되는 걸까’라고 기운 없어 하다가도, 책을 건네주시면 ‘아아, 오길 잘했다~라며 신나서 돌아가는 거죠.) 올 초 랜덤하우스코리아에 갔다 담당자분께서 “이거 반응 괜찮은데 지혁 씨도 한 번 읽어보세요.”라며 선물로 주신 책이 있었는데 바로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였습니다. 그때는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를 읽은 지 얼마 안 되었던지라, ‘앗, 에쿠니 가오리 책도 나온 지 얼마 안 됐는데 같은 제목의 책이네.’라며 별 생각 없이 받아들었지만, 작가의 약력을 보고는 굉장한 흥미가 생겨 뒤편에 있는 양윤옥 님의 릴리 프랭키 소개글을 먼저 읽게 되었는데, “아이쿠 맙소사! 이 사람은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전부 하고 있구나!”라며 감탄했습니다. 글쓰기와 미술계를 넘어 칼럼, 음악, 사진, 연출, 이벤트 기획 등등 각기 색깔이 뚜렷한 일을 거침없이 넘나들며 활동하는 그를 동경하게 되었던 거죠. 『도쿄타워-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자체도 릴리 프랭키의 자전적 소설이기 때문에 픽션을 읽는다는 기분보단 한 사람의 성장과 가족 간의 이야기를 공들여 편집한 필름을 훑어보는 것처럼 천천히, 그리고 진지하게 읽게 되었습니다. “우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전철 안에서 읽는 건 위험하다.”라는 광고와는 다르게 한 방울의 눈물도 나오진 않았지만, 릴리 프랭키의 수상소감에도 나온 말처럼, 쑥스럽지만 오랜만에 부모님께 식사하자는 말을 건낼 수 있었습니다. 며칠 전, 영화로도 개봉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했고,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졌지만,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가 아닌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가 되어버린 듯해서 아주 조금은 섭섭했습니다. 오다기리 죠의 괜찮은 연기는 좋았지만 “일러스트레이터가 저렇게 잘생겨도 되는 걸까?” 또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저렇게 멋있어 보일 수 있는 건가?”라며 투덜대기도 했고 말이죠. 스산한 가을, 가슴 한편이 봄날의 햇살처럼 조금씩 따스해지는 느낌을 원하신다면,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는 꽤 괜찮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 사족입니다만, 연말이 다가와서 그런지 재료가 너무 많이 들어간 샌드위치처럼 겹겹이 의뢰가 쌓여 원고가 조금 늦어지고 있습니다. 대단한 작가라면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자넨가? 이번엔 일이 잘 안 돼서 쉬겠네!” 하곤 마른 담배가 타들어는 듯한 건조한 소리로 ‘탈칵’ 하고 끊어버리겠지만, 변변찮은 저로서는 “아아, 요즘 일이 조금 많아서 늦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라며 우는 소리를 하고 있는지라. 원고가 조금 늦게 올라와도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곧 정상적인 페이스로 돌아오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