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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주몽> <올인>의 작가 최완규를 만나다

대한민국엔 진정한 의미의 대중소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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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업실답지 않게 오피스텔은 살풍경했다. 마루 한구석에 데스크톱 컴퓨터가 놓인 책상이 있고, 그 밑에 프린터가 있었다. 작업실에 있는 책도 적은 편. 책꽂이 하나가 고작이었다.

<허준> <올인> <주몽> 등 굵직굵직한 인기 드라마를 집필한 최완규 씨가 소설 『히든』을 냈다. 한일합병 때 일본으로 이주한 조선인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오사카의 니시나리를 배경으로 재일교포 2세 ‘성만’이 가족과 친구,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거친 야쿠자의 세계에 뛰어들어 도박으로 한판 대결을 벌이는 선 굵은 이야기다.


<올인>과 <주몽>의 작가 최완규를 만나다

최완규 씨와의 약속 시간은 오후 1시 반. 작업실로 쓰는 오피스텔 벨을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다시 한 번 벨을 누르자 안에 있는 사람이 잠에 취한 목소리로 “누구세요?”라고 물었다. 문을 열어준 최완규 씨는 지금 막 잠에서 깬 모습이었다. 눈은 퉁퉁 부어 있었고, 머리는 뻗쳐있었다. 잠이 덜 깨 비틀거리면서 거실로 안내했다. 인터뷰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아, 사진 찍으면 안 되는데… 사진 찍으실 거예요?”

“찍긴 찍어야 하는데… 밤에 작업 하세요?”

“밤낮 없습니다. 필름 끊길 때까지 작업하다가 쓰러지면 자고 깨면 또 일하고.”

“여기서 작업도 하시고 생활도 하시는 건가요?”

“네.”

작가의 작업실답지 않게 오피스텔은 살풍경했다. 마루 한구석에 데스크톱 컴퓨터가 놓인 책상이 있고, 그 밑에 프린터가 있었다. 작업실에 있는 책도 적은 편. 책꽂이 하나가 고작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써온 작품을 떠올릴 때, 작업실은 책과 자료로 발 디딜 틈 없지 않을까 상상했지만 예상외로 작업실은 단출했다. 책꽂이에 꽂힌 책 중 열린책들에서 나온 빨간색 표지의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저, 잠깐 잠 깰 때까지만 기다려 주세요.”

그러곤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나서 담배에 불을 붙었다. 의자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퉁퉁 부은 눈을 뜨려고 애를 썼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긴 시놉시스를 쓰는 기분으로 완성한 『히든』

“여기서 혼자 작업하시나요?”

“몇 년 전까진 아파트에서 여러 명이 함께 작업을 했는데요. 복닥복닥한 게 싫어져서요.”

“소설 『히든』은 공동 작업이라고 들었는데요.”

“말은 공동 작업인데 내세울 만한 건 아니에요. 처음에 의도했던 것에 못 미치는 공동 작업이었습니다. 취재 정도로 도움을 받았습니다.”

『히든』은 소설로 읽히기보다 영상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 나온 소설이다. “원래는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어요. 4년 전부터 취재를 하고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너무 바빠서 시나리오를 쓸 짬이 안 났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취재한 내용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썼습니다. 완성도 있는 소설을 쓰겠다는 욕심보다 영화를 위한 긴 시놉시스를 쓴다는 느낌으로 작품을 썼습니다.”

최완규는 『히든』을 ‘꿈’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끌려가 일본에서 살 수밖에 없는 재일한국인들이 꿈꾸었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교포들이 일본에 살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교육이었어요. 일본에 사는 사람들 중에 조총련이 많았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그들에게 학교를 지어줬거든요. 조총련 사람들의 고향은 대부분 경상도나 전라도예요. 고향으로 보면 남쪽 사람이죠. 그 사람들은 일본에서 힘겹게 생존하기 위해 교육을 제일 중요하게 여겼어요. 어렵게 생존하면서 조선어 강습소를 만들고, 사재를 털어 학교를 짓고, 핍박 속에서 그 학교를 지켜내고… 그 싸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요.”

지금은 그래도 나아졌지만 50년대에서 70년대를 살았던 재일교포들은 그 험한 투쟁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들은 교육의 기회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고, 설사 어렵게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야쿠자나 운동선수, 연예인 외에는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없었다.

“그 사람들의 꿈은 북송선을 타고 북으로 가 다른 삶의 기회를 얻거나 이 땅에서 가족과 친구를 지킬 수 있는 직업을 얻는 거였어요. 조선인이라는 자존심을 지키면서 살고 싶었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삶은 제한적이었죠. 그들은 일본인들과 어울려 살기 힘들었어요. 일본 안에서 또 다른 섬을 이루고 살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그 시대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처음 소재에 대해 들었을 때 이야기적인 재미도 좋았지만 재미 말고도 이야기할 만한 의의도 있어서 더 끌렸어요.”

『히든』에서 가장 짙게 느껴지는 감정은 외로움이다. “취재하기 위해 오사카에 있는 통국사에 갔습니다. 그곳엔 조선인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일본에 사는 조선인들은 땅에 묻히지 않았어요. 그들에게 일본은 고향으로 돌아갈 때까지 임시로 머무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 유골함을 싼 하얀 보자기가 얼마나 세월이 흘렀는지 누렇게 변해 있었습니다. 그들이 가깝고도 먼 나라에서 겪은 고초를 한눈에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최완규의 드라마는 남자들의 이야기다. 남자는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는 것이 최완규의 드라마다. <허준> <올인> <주몽>, 남자들은 그의 드라마 속에서 펼쳐지는 진한 우정과 의리, 배신과 복수의 드라마에 넋을 빼앗겼다.

“제 드라마의 멜로는 여자 입장에선 재미가 없을 겁니다. 내 드라마에서 표현되는 멜로는 남성 판타지예요. 끝없이 남자를 신뢰해주고 헌신하고 기다려주고… 여자들이 보면 재수 없죠. 신데렐라도 없고, 백마 탄 왕자도 없으니까. 또 마초적인 부분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진 않아요. 내게 있어선 시청자를 흡인하는 적절한 테크닉이에요.”

『히든』은 그 말에 충실한 소설이다. 재일조선인의 삶이 이야기의 날실이라면 ‘야쿠자’와 ‘도박’은 씨실이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세계, 돈과 폭력으로 지배되는 세계에서 사내들은 끈끈한 우정을 나눈다. 때로 자기 목숨과 가족을 희생하면서까지.


한국에 대중이 진짜 즐길 소설은 없다

최완규는 한국에 ‘진정한 의미의 대중소설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드라마와 영화의 아이템을 찾기 위해 많은 소설을 찾아 읽었지만 대중이 열광할 만한 완성도 높은 재미가 있는 소설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몇몇 작가와 함께 괜찮은 아이템이 있으면 분업을 해서 대중성 있는 드라마와 소설,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A-Story다. A-Story를 만들면서 그가 염두에 둔 것은 미국의 대중소설과 할리우드 영화와의 관계였다.

“우리나라에는 대중 독자들이 스토리의 강렬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 너무 없습니다. 제대로 쓴 소설도 드물죠. 작가의 감상에만 의지해 쓴,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를 소설들이 이른바 한국의 순수문학이잖아요. 저는 한국 소설에서 ‘재미’를 느껴본 지가 오래된 것 같아요. 미국의 대중소설을 보면 치밀한 전문성과 탄탄한 스토리가 기반이 되어 있습니다. 한국 문학을 하시는 분들은 문학의 엄숙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럼 순수소설과 대중소설의 기준이 뭘까요? 소설 쓰시는 분은 이미 장르의 기준은 무너진 지 오래라는 말을 많이 하시는데요.”

“순수문학과 대중소설을 가르는 기준이 재미죠. 이러면 재미의 기준은 뭐냐고 나오겠지만, 일반 대중이 통상적으로 느끼는 재미에 대해 얼마나 고민을 하고 작업을 하는가를 작가 스스로 물어보라고 하고 싶어요. 그리고 순수문학과 대중소설의 경계가 없다는 분들에게 단적으로 묻고 싶어요. ‘자기 소설이 재미있느냐?’라고. 찾아도 원작으로 쓸 작품이 없어요.”

“스티븐 킹 같은 작가 좋아하세요?”

“많이 읽진 않았지만 일단 그 사람은 스토리가 명료해요. 마이클 클라이튼이나 톰 클랜시 같은 사람들의 소설이 영상화되는 이유가 스토리 구조 때문이에요. 또 소설 자체가 영상 작업으로 녹여낼 만한 전문성을 담보하고 있습니다. 근데 한국 소설가들은 아무 대책 없이 감성만으로 글을 써요.”


제대로 된 이야기 재료를 만들기 위해 만든 A-Story

영상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료가 될 컨텐츠가 풍부해야 한다. 그런데 탄탄한 시나리오 찾기가 하늘에서 별을 따기보다 어렵다. 그래서 탄탄한 시나리오와 드라마 대본을 체계적으로 생산하고 싶었다.

톰 클랜시나 스티븐 킹, 존 그리샴 같은 미국의 인기 있는 대중소설가는 기획부터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진행한다. 그것을 모델 삼아 그는 처음 작품을 기획할 때부터 영화와 드라마 같은 영상 작업을 전제에 둔 작가 창작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었다. 그 결과물이 A-Story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A-Story는 기대한 수준에 못 미쳤어요. 그 원인은 바로 접니다. 제가 시간이 안 돼서 아이템을 확인하고 작업 진행을 제대로 체크할 수 없었어요. 처음 의도했던 대로 원활하게 잘 돌아가지 않았어요. 『히든』의 아이템은 개인적으로 꼭 하고 싶었고, 또 어떤 분과 약속도 있어서 진행을 했습니다.”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요즘 스타 드라마 작가들의 몸값이 신문에 기사화된다. 회당 몇천만 원을 받는 스타 작가들 이야기다. 그렇다면 실제 현실은 어떨까? 최완규 씨는 재능 있는 사람이 드라마 작가를 지망하고 있지만 그다지 현실은 장밋빛이 아니라고 말했다.

“드라마 작가는 일단 안정적인 수요가 있어요. 밥 먹고 살 수 있죠. 그런데 시나리오 작가는 그렇지 못하죠. 악순환이에요. 시나리오 작가는 계속 줄고, 안정적으로 좋은 시나리오가 시장에 공급되지 못하니까요. 문제가 심각하죠.”

“드라마 작가의 작업 환경은 어떤가요?”

“작업 환경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진 않았어요. 그저 영화판보다는 낫다는 정도. 드라마 작가가 돈 번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은 정말 소수예요.”

“드라마 작가 쪽에 지망생이 많이 몰리는데, 직접 만나 보면 어떠신가요?”

“글쓰기가 참 더러운 것이 포기가 잘 안 돼요. 글 쓰는 일은 자기 능력의 모자람을 인정하기가 힘들어서 포기가 안 되나 봐요. 보면 아무리 해도 안 될 것 같은 분들이 계시거든요.”

“드라마 작가가 꼭 갖춰야 할 재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드라마 교육기관에서 배출한 작가들을 보면 대사도 안정적으로 쓰고, 구성도 잘하고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이게 아무 문제가 없는 게 아니죠. 재미없는 글을 다들 참 잘 쓰는 것 같아요. 내 기준에서 드라마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재미예요. 그런데 드라마적 재미가 없는 글을 쓰는 분이 있어요. 그런 사람은 포기하는 게 더 나아요. 냉정한 소리지만 무엇이 시청자가 재미있게 여기는가를 아는 건 노력한다고 되는 부분이 아니에요. 타고난 감각이죠. 그 감각이 없으면 이 바닥에서 밥 먹고 살기가 어려워요. 시청자와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이 필요한 직업이에요.”


내년에 드라마로 만날 『히든』

『히든』은 현재 드라마 제작 중으로, 내년 초까지 드라마 대본 작업을 끝내고, 늦어도 내년 말에는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원래 영화화를 먼저 추진했지만 시나리오 문제로 드라마가 먼저 시청자를 만나게 되었다.

“일단 호흡의 문제가 있어요. 영화는 두 시간 만에 담아야 하는데 나는 지금까지 24시간짜리 스토리를 풀어가는 데 익숙하니까…. 그렇다고 해서 크게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가장 큰 문제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지금 드라마를 써야 할 빚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집중을 해야 합니다.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시간을 낼 수가 없어요. 아직도 계약이 몇 개 더 남아 있어 언제 시나리오에 집중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꼭 완성해서 멋진 영화로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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