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연재종료 > 우리, 로마인 이야기를 말하다
② 왜 로마인 이야기인가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1992년 일본에서 제1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를 출간했을 때 2006년까지 해마다 한 권씩 발표하여 전 15권으로 완결 짓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작가의 집필혼을 불사른 15년에 걸쳐 써낸 대작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1992년 일본에서 제1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를 출간했을 때 2006년까지 해마다 한 권씩 발표하여 전 15권으로 완결 짓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로마 천 년사의 운명을 추적하기 위한 대장정을 15년에 걸쳐 전개하겠다고 공언함으로써 스스로 퇴로를 차단한 셈인데, 이런 모험을 감행한 작가가 일찍이 있었던가. 결과적으로 어떤 저작을 완성할 때까지 10년이나 20년, 또는 평생이 걸린 경우는 있다. 하지만 공개도전장을 천하에 제출하여 자신을 약속의 감옥에 가둬버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를 결국 이루어낸 시오노 나나미의 집필혼이 무엇보다도 큰 울림을 준다.
탄생, 성장, 멸망을 모두 다룬 총체적 역사
결과를 아는 것이 목적이라면, ‘하룻밤에 읽는 역사’와 같은 부류의 요약서 한 권이면 충분하다. 또한 교과서에도 로마사 관련 부분은 10페이지도 채 안 된다. 하지만 일단 경과를 추적하기 시작하면 분량은 그 수천 배를 훨씬 넘게 된다. 이처럼 분량이 많아지는 까닭은 장황하게 쓰고 싶어서가 아니라, 과정을 추적해 가야만 비로소 역사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로마인 이야기』는 기원전 753년 전설의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한 때부터 서기 476년 서로마 제국 멸망에 이르는 역사시기를, 제1권~제5권까지의 ‘융성기’, 제6권~제10권까지의 ‘안정기’, 그리고 제11권~제15권까지의 ‘쇠퇴에서 멸망’ 세 단계로 나누고, 역사의 흥망성쇠 속에 촘촘히 스며있는 로마인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실증적 자료와 상상력이 결합한 장쾌한 대하역사평설
이 작품은 리비우스의 『로마사』, 폴리비우스의 『역사』, 플루타르크의 『영웅전』 등 고대 사료에 바탕을 두었지만 단순한 연대기적 역사서술로부터 벗어나 있다. 사료가 채워주지 못한 부분에서는 상상력을 발휘했으되 픽션에 빠지지도 않았다. 로마사의 대가인 몸젠이나 기번의 저작처럼 학술적인 역사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역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사실자료가 무척이나 풍부하다. 책 말미에 붙은 수많은 참고서적이 이를 증명해준다. 사와키 고타로는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의 문고판 해설에서, 시오노 나나미가 하는 일은 “역사도 아니고 전기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모든 것이다”라고 했다. 학자나 연구자라면 자료가 없으면 절대로 단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상상을 할 수는 있는’ 특권을 갖고 이 책을 썼다.
딱딱한 ‘로마사’가 아닌 살아 있는 ‘로마인’의 이야기
『로마인 이야기』는 로마가 아닌 로마인의 이야기이다. 제목의 라틴어역에는 역사나 이야기를 뜻하는 ‘히스토리아’나 ‘메모리아’ 대신 결국 같은 뜻이겠지만 ‘게스타이’라는 낱말을 썼다. ‘RES GESTAE POPULI ROMAN 1’, 즉 ‘로마인의 여러 소행’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집필의 방향을 이렇게 잡은 데에는, 어떠한 사상도, 어떠한 윤리도덕도 심판하지 않고, 인생무상을 숙명으로 짊어진 인간의 행적을 추적해 가고 싶은 시오노 나나미의 뜻이 담겨 있다.
역사를 통해 배운다. 풍부한 교훈과 지혜의 보고
『로마인 이야기』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궁무진하다. 모략과 지략이 아니라 탄탄한 제도와 합리적 정신에 바탕을 두고 위기를 극복했던 로마인의 지혜와 전략, 한 개인의 역량보다는 시스템으로 움직였던 로마, 정치·교육제도, 통화·조세제도, 교육·군대제도 등의 인프라, 혜택받고 가진 자들이 사회를 위해 투자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은 단연 돋보인다. 주변국을 무력을 써서 강제로 지배한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로마의 이름 아래 통합하도록 한 것이 바로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로마의 능력이었다. 천 년 제국을 경영한 로마인의 지혜가 담긴 『로마인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의 삶에도 큰 지침이 된다.
<시오노 나나미> 저/<김석희> 역13,950원(10% + 5%)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구축한 세계제국 로마! 시공을 관통한 고대 1천년의 흥망성쇠를 통해 20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근원적 좌표를 낱낱이 주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