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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서 날 기다리는 『빨강머리 앤』

작가 이름과 제목 그리고 디자인만 봐도 ‘이건 재밌는 책이 분명해!!’라며 확신에 가득 차 구입한 책이 늘어나는 만큼, 읽지 못하고 점점 쌓여가는 책도 늘어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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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과 제목 그리고 디자인만 봐도 ‘이건 재밌는 책이 분명해!!’라며 확신에 가득 차 구입한 책이 늘어나는 만큼, 읽지 못하고 점점 쌓여가는 책도 늘어가는 듯합니다.

전에도 한 번 쓴 것 같지만, 책장에 있는 책 중 읽지 못한 책이 1/3쯤 되는 걸 보면서 “아, 이건 분명히 집착이자 낭비야. 다음부턴 제발 충동구매 좀 자제하자!!”라며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만, 하루키의 에세이집을 읽으며 하루키도 똑같은 고민을 하지만 늘어나는 책은 자신의 의지로는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글을 보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맘에 드는 신간 서적을 열심히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듯 사놓고 못 읽는 책은 서머셋 몸의 ‘면도칼에도 철학이 있다’라는 말처럼 한 권 한 권 나름대로 이유와 사정을 지니고 있습니다만, 정말 읽고 싶어 샀지만 방대한 양에 손을 대지 못하는 책이 있으니 바로 로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머리 앤』입니다.

사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100번쯤 졸고 200번쯤 하품하고 400번쯤 기지개를 켜며 불굴의 의지로 완독했고,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은 두 달 가까이 방에만 틀어박혀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넘겨가며 경탄에 경탄을 거듭했던 적도 있습니다만, 역시 생활 사이클의 여유가 넘칠 때나 가능했던 일이고 지금의 생활 사이클에서 10권이 넘는 책에 손을 댄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네요.

어렸을 때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하고 다카하타 이사오가 감독한 <빨강머리 앤>을 보면서 즐거워했던 기억에 선뜻 구입한 완역판이지만 먼지만 쌓여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대리독서기계라도 생겨서 대신 독서를 해주고 메모리 칩 같은 걸 이용해 제 머릿속에 넣어준다면 정신없이 바쁠 때도 보고 싶었던 책을 맘껏 머릿속에 넣을 수 있겠지만 역시나 한 장 한 장 읽어가며 상상하고 감동하는 시간적인 행복만큼은 전달해 줄 수 없겠죠.

어서 바쁜 일을 마무리하고 『빨강머리 앤』을 읽고 싶습니다.

빨강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저/김유경 역 | 동서문화사(고정일)

저자 몽고메리가 30살 때부터 쓴 『빨간 머리 앤』은 아름다운 섬의 자연을 배경으로 모두 10권의 앤 시리즈가 있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11살 때 고아원에서 그린게이블즈의 매슈와 머릴러 남매에게 맡겨진 앤. 작은 일에도 기쁨을 느끼는 천재이자 뛰어난 상상력과 명랑한 수다로 주위를 매료시키는 빨강머리 앤이 소녀에서 아가씨로, 부인이 되기 까지의 이야기는 어른들에게도 어렸을 때에 읽은 동화에 대한 향수를 강하게 불러 일으키는 생동감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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