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동화의 거장을 물어보면 주저 없이 에릭 칼(Eric Carle)을 말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분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호에서 필자가 에릭 칼을 다루는 이유는 그 분의 개개 작품에 대한 접근으로 나무는 보았으되 에릭 칼이 아동 동화를 접하는 철학이나 삶의 원동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작업, 즉 숲을 보는 작업이 되어있지 않다는 나름대로의 판단 때문입니다.
에릭 칼은 비단 우리 나라에서만 수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의 많은 어린이들, 학교선생님들, 부모들이 그의 책을 읽었거나, 읽고 있으며, 또한 읽도록 권장받고 있습니다.그만큼 전세계인의 스타라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입니다. 한 예로, 그의 잘 알려진 책
『배고픈 애벌레』(The Very Hungry Caterpillar))는 1969년 최초로 발간된 이래, 30여개 국어로 번역되었고 200만부 이상이 판매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지금까지 에릭 칼은 47편의 책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왜 세계가 에릭 칼에 열광하고 끊임없는 찬사를 보내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합시다.
제 2의 고향 독일에서 저는 화가로 성장하였습니다
1929년 미국 뉴욕주의 시라큐즈에서 태어난 에릭 칼은 부모님과
함께 독일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때 그의 나이 6살이었습니다.
그 후로 에릭 칼은 독일에서 교육을 받았고 유명한 미술대학인
스투트가르트의 Akademie der Bildenden Kunster(미술예술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였습니다. 잠깐 여기에서 스투트가르트란 어떤 곳인지
에 대한 도움 말씀을 드리자면, 우리나라의 자랑, 강수진씨가
발레리나로 있는 스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고향이며,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본 인형극과 같은 puppet 인형극이 항상 상연되는
인형극의 고장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곳에는 악기박물관,
인형박물관 중세박물관 등이 언제나 전 세계의 방문객을 맞이한답니다. 바로 이 곳에서 에릭 칼은 그의 예술적 소양을 키웠습니다. 한편 그의 아버지도 화가가 되고자 하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에릭 칼의 할아버지께서는 아들이 “배고픈 예술가’가 되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셨기 때문에 에릭 칼의 아버지는 화가의 꿈을 일찍이 접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어린 에릭 칼을 데리고 숲과 들로 소풍을 자주 다니면서 사슴과 여우, 토끼와 올빼미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가끔은 그것들을 그림으로 그려주곤 하셨습니다. 그런 아버지를 둔 덕분에 일찍부터 작은 동물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에릭 칼은 한 때는 산림관리원이 되는 것을 소망하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에릭 칼은 초등학교 시절의 클라우스 선생님과 예술학교 시절의 쉬나이들러 교수님을 잊지 못한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그 분들이 어쩌면 산림관리원이 될 수도 있었던 그를 미술의 세계로 이끈 장본인들이기 때문이지요. 클라우스 선생님은 에릭 칼의 초등학교 시절 교사로서, 나치에 의해 전시가 금지된 둑일 표현주의 작가들과 추상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해주었고, 그 덕분으로 에릭 칼은 그림이 무엇인지 눈 뜨게 되었습니다. 그 후 그가 예술학교 시절의 은사이신 쉴라이들러 교수는 그의 예술가적 창작혼과 문화적 지평을 확장시켜 에릭 칼이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두 차례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독일을 떠나 자신의 어린 시절의 향수가 살아있는 미국으로 돌아갈 것을 갈망해오던 에릭 칼은 1952년 마침내 미국 행을 결심합니다. 불과 40달러의 돈과 포트폴리오만을 갖고 도착한 뉴욕에서 그는 『뉴욕 타임즈』지의 의 홍보부에서 그랙픽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합니다. 그 후 몇 년 간은 광고회사의 아트디렉터로서 활동하게도 됩니다.
생애 최초의 책 – 『갈색 곰아 갈색 곰아 무엇을 보고 있니?』
하루는, 에릭 칼이 존경하는 교육자이자 저술가인 Bill Martin Jr.가 그를 방문하였습니다. 그는 에릭 칼이 제작 중이던 광고 작품인 강렬한 빨간 ?의 바다가재에 매료되어 자신이 쓴 작품의 삽화 작업을 꼭 에릭 칼이 맡아줄 것을 간절히 원했답니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의 협동작업으로 태어난 작품이
『갈색 곰아 갈색 곰아 무엇을 보고 있니?』(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입니다. 이것은 최초로 에릭 칼이 아동문학과 그림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된 계기가 되었고, 그 후 에릭 칼은 자신이 직접 이야기를 쓰고 삽화도 그리면서
『1,2,3 the Zoo』를 발표하게 되었죠.
그는 작품의 소재가 어디에서 나오느냐는 어린이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 바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너의 외부에서 오기도 하지만 너의 내부에서도 나오는 것이란다.” 이 이야기는
『1,2,3 the Zoo』부터 시작된 에릭 칼의 그림책 속에 나오는 글과 그림의 소재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구성하고 그림을 창작하는데 있어서 외부의 것과 내부의 것은 모두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전자의 예로는, 작은 씨앗 하나가 커다란 해바라기로 성장하는 과정을 관찰하고 쉬운 스토리로 그것을 설명한
『The Tiny Seed』 와
『갈색 곰아 갈색 곰아 무엇을 보고 있니?』의 후속 편이기이기도 한
『판다야, 판다야, 무엇을 보고 있니?』를 꼽을 수 있습니다.
『판다야, 판다야, 무엇을 보고 있니?』에서는 팬더곰, 대머리 독수리, 물소, 거미원숭이, 초록바다 거북이, 마카로니 펭귄, 바다사자, 붉은여우, 두루미, 검은 퓨마 등의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동물들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들의 추억, 꿈, 직접적으로는 혹은 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경험들이 소재가 된 경우로는,
『Draw Me a Star』 혹은
『Papa, Please Get the Moon for Me』라 할 수 있겠습니다.
『Draw Me a Star』 는 화가가 되고 싶어하던 아버지에게 에릭 칼이 헌사한 책입니다. 꼬마는 아버지에게 별을 그려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예술가인 아버지가 별을 그리자, 그 별이 해님을 그려달라고 주문합니다. 해님은 나무를, 나무는 사람을... 그렇게 주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슬프게도 머리가 히끗해진 예술가가 자신을 붙잡아달라는 별의 주문을 받고 하늘 나라로 올라갑니다. 이는 에릭 칼에게 그림을 그려주곤 하셨다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서정적인 책입니다.
아이들이 감각을 통해 느끼면서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에릭 칼의 작품은 누구나 즉시 명쾌하게 인식할 수 있답니다. 그의 예술 작품은 손으로 칠한 종이를 자르고 겹겹이 층을 내어 밝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꼴라주 기법에 의해 창조되었습니다. 또한 그의 책들 중 일부는 별도로 추가된 면을 가지고 있는데,
『The Very Lonely Firefly』 에서처럼, 별도의 면에 빤짝이 작은 전구들이 달려있기도 하고,
『The Quiet Cricket』에서처럼 귀뚜라미가 '귀뚤귀뚤' 우는 소리 장치가 내장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 모두가 어린이들이 책을 놀이로서 접근하기 쉽도록 배려한 그의 섬세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책이란 단순히 읽을 수 있는 것을 뛰어넘어 손으로 직접 만져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며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이여야 한다는 그의 철학을 실천하려 노력했답니다. 오늘날 세상의 많은 어린이들이 그의 꼴라주에서 영감을 얻어 그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을 에릭 칼에게 보냅니다. 어린이들이 보내준 작품을 에릭 칼은 소중히 간직하며 그들의 감성과 생활에서 많은 소재를 발견하고 또 그의 작품에 어린이들이 보내온 작품을 반영합니다. 또한 그는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읽는 시간 동안 언어(영어)를 습독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반복되는 문장의 패턴을 통해 지루하지 않게 그림에 따른 반복적인 패턴의 문장을 익히면서도 어느새 영어가 갖고 있는 음율적인 리듬을 즐기게 되고, 새로운 어휘와 문장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지요. 예컨대
『Today Is Monday』에서는, 월요일에는 고슴도치가 초록색 콩을 맛있게 먹고, 화요일에는 뱀이 스파게티를 먹고, 수요일에는 코끼리가 긴 코로 수프를 먹는 등 아이들에게 친숙한 동물들이 일상적으로 쉽게 접하는 다양한 음식을 먹는 모습을 통해 요일의 이름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적인 배려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Eric Carle 그림 책의 비밀은?
에릭 칼의 책 속에 숨어있는 비밀은 어린이들에 대한 존경과 직관적인 이해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어린이들이야말로 자신의 작품 속에서
소중한 철학과 감정 그리고 예술혼을 공유할 수 있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라고 칭송합니다.
또한 그의 이야기들의 주제는 주로 자연에 대한 사랑과 함께 합니다. 이는 그가
어린이들에게 자연의 순수하고 신비한 세상을 보여주어, 그들과 함께 자연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하기 때문이죠. 에릭 칼은 우리를 둘러싼 대자연이 성장하듯이 어린이들도 창의적이고 순수하게 자라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이렇듯 그는 깨끗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그의 책들이 세상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것이고 이것이 그의 책에 감춰있던 비밀이라 생각됩니다.
그림책 박물관으로 모든 어린이를 초대하고 싶습니다
에릭 칼은 이미 성인이 된 아들과 딸이 있지만, 동시에 세상의 모든 순수한 영혼의 할아버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은 그의 부인 Babara와 메사츄세츠 주의 노스햄스턴에 살고있는데, 2002년 11월에 웨스턴 메사츄세츠의 암허스트에 그와 동료 그림책 작가, 삽화가들의 뜻을 모아
를 설립하였습니다. 개관된 첫해 한달 동안에만 100,000명 이상의 방문객이 다녀간 이곳은 에릭 칼의 예술과 어린이들에 대한 사랑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곳의 방문객들은 에릭 칼의 꼴라쥬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스튜디오를 이용할 수 있고, 유명한 스토리텔러가 읽어주는 그림책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곳에서는 유명 작가와 삽화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하는데, 2004년도에는 Leo Lionni, Dr. Seuss, William Steig, Margaret Wise Brown 등 우리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동화 작가들의 작품들이 기획 전시되었다고 합니다. 의 설립 목적은 그림책 예술에 기여한 작가들을 발굴하여 소개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Visual Literacy(시각적 언어)와 Verbal Literacy(문자 언어)의 고리의 기능과 역할을 안내하고 중요성을 소개하여,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연령의 사람들이 그림책과 아동 문학에 대한 올바른 감상 방법을 얻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메사츄세츠 주를 방문할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꼭 시간을 내어서 방문해 보세요. 아이들과 함께면 더욱 좋겠지요. 그러나, 지금 당장 가실 수 없는 분들은 인터넷으로 미리 가보실 수 있으니 위안을 삼기로 하죠.
개인적으로 필자는 에릭 칼의 작품에서 색체의 조화에 감탄한답니다. 여러분도 나름대로 좋아하시는 이유가 있을거예요. 한 번 정도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지금까지 에릭 칼이 어린이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그의 작품 세계에 투영된 철학을 살펴보았습니다.
★ 관련홈페이지
에릭칼 공식 홈페이지
The Eric Carle Museum of Picture Book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