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성공해야 하고, 더 노력해야 하며, 더 보여줘야 한다고 믿는 동기부여 강박의 시대, ‘성장’과 ‘번아웃’이라는 키워드가 동시에 커져만 가는 아이러니한 시대, 여러분은 마음의 중심을 잘 잡고 있나요? 자신의 속도대로 살아가고 있나요? 서울대, 대기업 출신의 비영리단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의 대표 상담가로, MZ 세대들의 내밀한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 청년 멘토로, 칼럼니스트 겸 베스트셀러 작가로, 방송인으로 꾸준히 활동해온 장재열 저자.
그가 지난 10년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자신이 시기별로 오롯이 몸소 겪어내야 했던 번아웃의 경험과 주변 사람들이 상담해오면서 함께 극복하고 이겨냈던 많은 심리적인 문제들을 돌아보며, 그 치유의 과정들을 모아 ‘오늘 나 자신을 회복하고 살아갈 수 있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책을 펴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작가 겸 상담가 장재열입니다. 2013년에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이라는 NGO단체를 설립했어요. 그리고 2024년까지 만 10년 5개월 간, 20대 이상 시민들의 고민을 무료로 상담하는 일을 해 왔어요. 지금까지 단체를 통해서 약 4만 4천여 분의 고민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만 단위 이상이 되는 시점부터, 단순히 상담을 넘어서 이 데이터들이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흐름을 통계로 정리하고, 글로 써서 많은 분들께 마음건강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디자인학을 전공하셨는데, 어떻게 상담가로 활동하시게 된 걸까요?
원래는 미술을 전공하고, 패션계 기업에 입사했어요. 쭉 그 길로 갈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저도 모르게 찾아온 번아웃과 공황, 우울증 등의 증상으로 병원치료를 받게 됐어요. 저는 어린시절 집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11년간 따돌림과 학폭을 당하면서, 항상 전세역전을 꿈꿨어요. 1등 대학, 1등 기업을 들어가서 당당하게 가해자들보다 더 잘 살아야겠다고 이를 악물었지요. 항상 지칠 때마다 ‘이 고비만 넘으면, 이 고비만 넘으면 보상받을 거야’라며 혹사를 정당화했어요.
10대 20대 내내 그렇게 살아오다 보니, 어느 날 고름 터지듯 터져버린 거지요. 그때 저의 회복을 위해서 담당 선생님이 권해주신 자문자답 글쓰기 치료가 전환점이 됐어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매일 꾸준히 제 문제를 자문자답하면서 제 안에 있는 답을 찾아내려 했죠. 그 과정에서 6개월 만에 여 명이 구독자가 생겼어요. 다들 저처럼 ‘왜 나만 이렇게 나약해서 이런 정신질환이 온 걸까?’ 스스로를 할퀴고 있더군요.
그래서 세상엔 의외로 나같은 사람이 참 많고, 그들이 마음을 털어놓을 안전한 공간이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뜻이 맞는 7명의 청년들이 함께 마음의 안전지대를 만들게 됐어요. 그게 좀놀아본언니들이라는 팀이었죠. 이름의 유래는, 대부분의 팔로워들이 회사, 미대를 나온 저를 여성으로 오해한 헤프닝에서 착안했어요. 정신과 의사는 아니지만, 때로는 동네 언니가 더 좋은 지지자일 때가 있잖아요.
‘번아웃’은 대단히 바쁘고 열정적인 사람들에게만 찾아온다는 생각이 드는데, 평범한 사람들에게 느닷없이 찾아오기도 하나요?
그럼요. 번아웃에 대한 가장 큰 오해가 과로랑 혼용된다는 겁니다. 과로와는 달라요. 번아웃은 의미와 리워드의 상실이 더 큰 변인으로 작용합니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번아웃을 가장 많이 겪는 집단 중 하나가 전업주부예요. 과로가 번아웃의 가장 큰 원인이라면, 하루에 평균 4~5시간도 못 자는 초대형 로펌 변호사들이나, 외국계 글로벌 컨설팅 종사자들이 더 자주 겪어야겠지요. 하지만 전업주부를 살펴보면 ‘매일 노동은 끝없이 이어지는데, 물질적 보상도 정신적 보상도 거의 없는’ 집단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일수록 번아웃이 오면 자책하는데, 그럴 이유가 없어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적합한 보상을 주지 못하거나, 의미를 상실했을 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누구나 겪을 수 있기에, 누구나 그 대처 방법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8년만에 다시 펜을 들기 시작한 겁니다.
책 제목이 인상깊어요. 『마이크로 리추얼』 이라는 단어가 익숙하기도 하지만 다소 생소하기도 해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마이크로한 리추얼이죠. 아주 작은 리추얼요. 리추얼은 일상 속에서 스스로의 마음과 몸을 돌보는 습관적 행위를 말해요. 루틴과 차이가 있다면 루틴은 성장과 개선에 포커스가 맞춰지는 반면, 리추얼은 회복과 돌봄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지요.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자꾸만 사람들이 자기 돌봄을 위한 습관도 강박을 가지는 거예요. 책을 읽는다면 하루에 30분씩 매일, 이런 식이죠. 강박이 생겨버리는 겁니다. 마치 루틴처럼 달력에 표시도 하고요. 그런데, 막상 정말 회복과 변화를 겪는 분들을 보면요. 훨씬 더 ‘사소한’ 것을 꾸준히 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책에서도 소개하는데요, 제 내담자 중에는 매일 노트에 딱 한 줄의 선 만 그은 분도 있어요. 그걸 100일간 꾸준히 하면서, 생각지 못한 변화를 겪었지요. 이렇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작은 일상의 ‘최소 단위’를 설정하자는 거죠. 마치 ‘어라? 이 정도는 너무 쉬워서 1년 내내 무조건 하지. 껌이지~’라고 생각할 정도의 수준이요. 그런 아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21가지의 마이크로 리추얼을 대상별, 목적별로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보자마자 ‘어? 이건 하고도 남지’라는 생각이 들 만한 것들이요.
본문에 다양한 분들의 ‘번아웃’ 극복 사례와 그 방법이 안내되어 있어 위안도 되고, 도움도 되더라구요. 작가님께서 상담한 분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을까요?
참 많은 분들이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그런 분들을 모아 모아 책에서 에피소드로 소개하고 있지요. 어떤 한 분을 꼽기에는 모두 소중한데요, 앞서 말씀드렸던 매일 선 하나만 그었던 은둔 청년도 기억에 남고요. 제 눈으로도 믿을 수 없었거든요. ‘아 이 정도로 사소한 것도 쌓이면 강력한 변화가 되는 구나’를 목격한 가장 최초의 경험이었기 때문이에요. 아직도 그 청년이 처음 집 밖으로 나와서 사진을 찍어 보낸 순간을 생각하면 전율이 흐릅니다. 그 외에도 기억나는 건 매일 자기 전에 딱 3분씩만 자기를 돌보았던 워킹맘 사례자의 이야기예요. 전 그렇더라고요. 너무 특별하고 감동적인 사례보다는, 정말 우리 주변에 10만 명쯤 있을법한 상황들. ‘저거 딱 난데?’하는 사례자들이 더 오래 남아요. 아마 여러분도 자신과 꼭 닮은 사례를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세 번째 번아웃이 찾아올 때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작가님께서는 어떠한 마이크로 리추얼을 실천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인생에서 세 번이나 번아웃이 찾아왔을 때, ‘난 왜 이럴까’ 라는 생각을 안할 순 없었어요. 저는 유리몸이자 유리멘탈이거든요. 아주 뛰어난 화술을 가지고 있어서 누구를 만나든 금세 친해지는데, 검사를 하면 내향형 95%가 나오는 사람이에요. 얼마나 사는 게 힘들겠습니까? 주변에 사람은 많은데 체력과 정신력은 바닥인 사람이거든요. 거절 못하고, 스스로 돌보지 못하면 아차 하는 순간 일상이 무너지고 말아요. 그래서 저는 하루의 중심, 일주일의 중심을 잡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가장 먼저 아침에는 이불 정리와 물 한 잔 마시기를 꼭 하고요, 매일 휴대폰 메모장에 하루에 딱 한 줄씩 생각나는 대로 나의 특성에 대해 적어요 나는 ____한 사람이다. 라고요. 벌써 200개가 넘는 ‘나 사용 설명서’가 쌓인 셈이죠. 피로하거나, 지칠 때, 화날 때 그 메모장을 보면 나는 언제 즐거운지, 언제 회복되는지 나의 수많은 힌트들이 있어요. 그걸 그때그때 꺼내어 스스로에게 적용하지요.
도서 내용 중 ‘런닝머신 시대’라는 말이 정말 와닿았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쉼 없이 계속 달리고 있는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상담하면서 느낀 한국 사회는 정말 ‘러닝머신 시대’였어요. 2019년부터 이 단어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요. 가끔 정부기관에 가서 시민들의 마음건강 실태에 대해 발표할 때가 있는데요. 그때 정말 많이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열심히 뛰어야 겨우 제자리를 보전하고, 조금만 멈추면 뒤처지는 것 같은 시대니까요.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실 사회의 부조리 때문에 겪는 많은 문제들을 내 탓으로 착각하는 것 같아요. 내가 열심히 안 살아서, 내가 게을러서 라면서요. 우리는 사회 구조적 모순, 경쟁의 심화, 부의 재분배 실패 같은 상황을 우리의 노력만으로 메꾸려고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동기부여가 넘쳐나는 시대. 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문제 중 상당수는 우리의 게으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자책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해요. 자책하며 더 더 더 열심히 달리다가는 언젠가는 탈이 나거든요. 왜, 가끔 보면 너무 의욕 넘치는 신입사원이 제일 먼저 탈나서 퇴사하잖아요. 우리가 인생을 그렇게 조급하게 살아가도록 부추기는 메시지들을 무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성공학, 동기부여 강사들은 그 탈난 순간조차도 ‘네가 나약해서’라며 사람을 쥐어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답이 아니예요. 우리의 변화에는 더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마음 속 작은 주춧돌 하나를 쥐고, 자기 속도로, 마음의 중심을 잡고 꾸준히 걸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 삶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요? 그 주춧돌 하나를 쥐어 드리기 위해, 마이크로 리추얼을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장재열 공감과 위로를 넘어, 삶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실천형 상담가 오랫동안 상담가이자 칼럼니스트, 방송 진행자로 활동해왔다. 2013년 기업 인사담당자로 근무하던 당시 본인의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돌보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 치유 블로그에 5만 명 이상의 청년들이 공감하며 수많은 메일을 보내왔다. 그 편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하나씩 답장을 보내다 비영리단체인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을 설립, 상담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후 10년 간 4만 4,000여 명을 만나 상담하며 스스로 걸어갈 수 있는 자생력을 만들어주고자 테라피, 워크숍, 리추얼 등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해왔다. 마음의 회복을 위해서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믿음으로 방송, 저술, 기업 CSR, 사회 참여 등을 통해 ‘누구나 고민을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 마음건강 박람회 총감독, 보건복지부 청년특위 민간위원, 지드래곤 JUSPEACE재단 자문위원 등을 거쳐 현재는 오프먼트(offment)의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오늘도 울지 않고 살아낸 너에게》, 《사직서에는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등이 있다.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