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이 초원을 뛰어갑니다. 표범에게서 도망쳐 살기 위해서요. 표범이 쫓아 달려갑니다. 사슴을 사냥해 배를 채워 살기 위해서요. 표범의 날카로운 이빨이 사슴 꼬리에 닿은 듯한 그 순간, 탕! 표범이 초원을 뛰어갑니다. 총을 든 사람들에게서 살기 위해서요. 『초원의 법칙』은 끊임없이 뒤집히는 쫓고 쫓기는 관계, 그 속에 숨은 공존의 법칙을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yes24 펀딩을 통해 처음 소개된 『초원의 법칙』이 무사히 출간되었습니다. 출간 소감 부탁드립니다.
박종진 : 펀딩에 참여해준다는 것은 그만큼의 기대라고 봅니다. 많이 기대해 주셔서 감사하고,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오승민 : 저는 펀딩이 처음이에요. 100퍼센트를 달성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지요. 펀딩이 시작하는 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매일 아침 오늘은 몇 퍼센트가 되었는지를 체크하며 하루를 시작했어요.
『초원의 법칙』은 동물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사람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 같습니다. 원고를 구상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박종진 : 제가 사는 동네에는 고양이가 많습니다. 어느 날 퇴근길에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죽어 있었어요. 동네 할머니가 비닐에 새끼 고양이 사체를 담으면서 중얼거렸지요. 누군가가 새끼 고양이가 귀엽다고 억지로 붙잡아 품에 안았다고 합니다. 그 뒤로 엄마 고양이한테 공격을 받아 죽은 거라고 했어요. 검은 비닐 포장에 담기는 축 늘어진 새끼 고양이를 보면서 고양이 세계의 법칙, 야생의 법칙을 떠올렸습니다. 사람이 무지하여, 혹은 알면서도 욕구를 채우고자 그러한 법칙을 가벼이 여긴 것이, 한 생명의 마감으로 끝이 난 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에게 손을 대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고민했다가, 보다 넓은 의미에서 풀어보고자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습니다.
『초원의 법칙』 원고를 처음 받아보시고 어떤 느낌이나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오승민 : 단순히 독자로서 읽은 첫 느낌은 '재미있다'였어요. 두 번째는 그림 작가로서 읽었어요. 읽을수록 주제가 심상치 않았어요. 블랙 코미디 같기도 했으니까요. 즉, 『초원의 법칙』 안에 인간도 포함되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에요. '초원의 법칙'이라는 의미를 확장한다면 표범이 사슴을 쫓듯, 무기를 가진 사냥꾼들이 표범을 쫓는 것마저, 야생의 법칙 안에 들어가는 것인가 하고 이 책은 묻는 것 같기도 했으니까요.
『초원의 법칙』을 쓰고 그리면서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쓰셨나요?
박종진 : 첫 장면에서 사슴을 쫓는 동물을 어떤 동물로 할지를 한참 고민했습니다. 왜냐하면 사슴을 쫓는 추격자인 동시에, 더 강한 상대로부터 쫓기는 도망자여야 했기 때문입니다. 잡지 못하고, 잡히지도 않아야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거리를 빠르게 달리는 대명사인 치타를 떠올렸습니다. 빠르게 질주하는 모습 등 추격자로서는 안성맞춤이다 싶었는데, 도망자로서는 조금 걸렸습니다. 사슴을 쫓아 빠르게 달려놓고, 다시금 쉼 없이 도망친다는 게 제가 생각하기에는 좀 어색하게 여겨졌거든요. 그래서 결국 표범을 선택했지요.
오승민 : 사냥꾼들을 어떻게 그릴까 생각해 보았어요. 두 가지였어요. 사냥꾼들을 또렷하게 드러나게 해서 이들 하나하나의 얼굴에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내야 할지, 아니면 얼굴이 구분되지 않는 힘 덩어리인 무리로 표현해야 할지를 고민했어요. 그런 구분이 이 텍스트를 좀 다른 방식으로 읽게 하는 갈림길이 될테니까요. 나는 두 번째 방식을 택했어요. 그렇게 함으로써 초원의 법칙을 어긴 인간을 그리려고 했어요. 진짜 배가 고파서 표범 고기를 먹으려고 한 것은 아닐 테니까요.
표범의 눈만 보이는 장면, 까마귀가 날아가는 장면, 밤하늘 장면 등 다양한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초원의 법칙』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어떤 장면이었나요?
박종진 :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보이는, 쏘아보는 듯한 표범의 두 눈이 강렬했습니다. 글은 '사슴이 뜁니다'라고 짧게 썼는데, 오승민 작가님께서 표범의 두 눈을 화면 가득 채워 주셨지요. 그림 덕분에 밋밋한 글도 함께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오승민 :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장면이 따로 있지는 않아요. 밤과 낮이 주는 대비에 집중해 보았어요. 차가 뒤집히고 사냥꾼들이 초원을 걸어요. 밤이죠. 동물들 눈이 번뜩이는 광대한 초원이 떠올랐어요. 거기에는 힘을 잃은 나약한 인간이 있어요. 초원의 주인이 누구냐 하고 묻는 것 같았어요. 그와 같은 연출을 담을 수 있었던 몇 장면을 저는 좋아해요.
'초원의 법칙'이 무엇인가에 대해 출판사 직원들끼리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작가님들이 생각하는 '초원의 법칙'은 무엇이었나요?
박종진 : 제가 생각하는 초원의 법칙이란 살아가는 법칙입니다. 초원에서는 위험이 느껴지면 달려야 합니다. 피해야 합니다. 빠르게 판단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렇다고 봅니다. 기후 변화, 전쟁 등 다양한 위험 앞에서, 우리는 느긋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빠르게 행동해야 합니다.
오승민 : 이 책에서 표범이 사슴을 쫓는 것은 분명 '초원의 법칙'이겠지요. 살아남으려 했을 테니까요. 그럼 인간이 표범을 쫓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책에서는 사냥꾼들이 표범을 먹으려고 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보았어요.
*박종진 (글) 대학에서 동화를 배우고, '동화 세상'에서 동화 창작 과정을 마쳤다. 지금은 사랑하는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짓고 있다. 2017년 국립생태원 생태동화 공모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오승민 (그림) 세종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고,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 그림책 과정을 수료했다. 『꼭꼭 숨어라』로 2004년 한국안데르센그림자상 가작과 국제 노마콩쿠르 가작을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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