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의 선택
케이틀린 오코넬 저 / 이선주 역 | 현대지성
원제는 'Wild Rituals'입니다. 이 책은 인간과 동물의 의례, 인간과 동물 사이에 굉장히 닮아 있는 의례들을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인사, 집단, 구애, 선물, 소리, 무언, 놀이, 애도, 회복, 여행의 10가지의 의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자연 상태에서 동물들에게 발견되는 의례와 인간이 하고 있는 의례가 굉장히 많이 닮아 있다고 해요. 의례가 왜 닮아있고 왜 중요한가 하면, 우리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죠. 다른 존재와 같이 살아가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는 어떻게 표현을 한다, 소통을 한다'라는 게 정해져 있는 거예요. 그것이 표현하는 당사자에게도 상대에게도 공동체에게도 이득을 가져다주는 측면이 굉장히 많고, 그래서 우리는 의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책입니다.
저자 케이틀린 오코넬은 코끼리 연구자예요. 30년 이상 여러 지역에서 코끼리를 연구하면서 그 결과를 논문과 책으로 발표했고요. 젊었을 때부터 남편과 같이 연구하면서 사진을 찍고 책을 쓰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이 책에도 두 사람이 찍은 사진이 실려 있는데,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요. 표지 사진을 보면 코끼리가 서로의 코를 비비고 있는데요. 인사 과정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이 책에 따르면 코끼리들이 만나면 서로의 코를 쓰다듬으면서 상대의 입에 코를 살짝 넣는다고 하는데요. 그 인사가 엄청 긴 시간 동안 다양한 동작을 거치면서 이뤄져요. 아마 그 중의 한 순간을 포착한 게 표지의 사진인 것 같아요.
이 책을 또 선택한 이유 중에 하나는, 너무나 믿음직스러운 분들의 추천사예요. 『긴긴밤』의 루리 작가님, 우리에게 펭귄 박사님으로 친숙한 이원영 작가님, 그리고 MBC 다큐멘터리 <남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을 만드신 김진만 PD님이 추천사를 쓰셨어요. 세 분이 이야기하는 것은 이 책은 정말 자연의 다큐멘터리이고, 그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동물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저자도 강조하는 바인데요. 지금, 갈등과 반목과 단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인간들이 의례의 의미와 기능을 되살려보면 다시 소통하고 통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도 이 책의 중요한 주제입니다.
한자(황정은)의 선택
로버트 젠슨 저 / 김성훈 역 | 한빛비즈
부제가 '재난 수습 전문가가 목격한 삶의 마지막 기록'입니다. 저자는 '재난 수습 전문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요. 이전의 직업은 군인이었다고 합니다. 전역한 다음에 1998년에 재난 수습 기업인 케니언 국제 긴급 서비스(케니언 인터내셔널)라는 회사에 입사를 해서 일을 해왔고, 현재는 이 회사의 회장이자 공동 소유주라고 합니다. 책에 소개된 일들을 보면, 근래의 큰 재난이나 사건 현장에는 항상 저자가 있었더라고요. 9·11 테러가 일어난 뉴욕 트윈타워 현장이라든지, 워싱턴 국방부 현장에도 있었고, 2005년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뉴올리언스 지역과 2010년 아이티 대지진 현장, 가장 최근의 현장으로는 뉴욕에서의 코로나 사망자 수습을 저자가 했다고 해요. 일단 큰 재난 사건이 벌어지면 나라라든지 대기업들이 이 회사(케니언 인터내셔널)에 연락을 하는 거죠.
왜 이런 일을 담당하는 사기업이 있는가, 사람들이 저자에게 자주 묻기도 하는 질문이라고 하는데요. 저자가 이야기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지리적 경계. 사건 현장이 국경에 걸쳐져 있을 때나 사망자들의 국적이 다양할 때 관할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민간 업체가 고용되어서 투입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는 경험 때문입니다. 대체로 정부 관계 기관은 이런 재난 대응 업무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 정부가 4~5년 정도 지속이 되는데, 큰 재난은 매년 일어나는 일이 아니잖아요. 대규모 사망이 발생하는 재난이나 재해에 대한 대응은 일상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사건들에 대한 대응하고는 다르게 대단히 복잡하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관리를 해야 되고, 그렇게 관리를 하려면 경험이 필요하고 또 중요한데, 이런 경험은 사건에 노출되었을 때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재난 수습 전문가들은 현장에 커뮤니케이션 거점을 마련하고 기관들이 재난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조언합니다. 유가족들을 지원하고, 시신과 유류품을 수습하고, 시신이나 유류품을 복구해서 가족에게 돌려보내는 일을 합니다. 정부나 군대는 사건 중심으로 재난을 대하기 때문에 남은 사람들, 유가족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대단히 빈번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끔찍하게 고통을 받는 사람이 유가족들이기 때문에 경험 많은 전문가가 꼭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을 합니다.
로버트 젠슨은 대규모 재난이나 사건 자체를 우리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사건 이후는 대응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요. 저자에게 이 대응의 목적은 남은 사람들의 삶입니다. '유족들이 상실이 아니라 상실에 대응하는 방식에 화가 나고 그들에게는 이렇게 화를 낼 권리가 있다. 대응 시스템에서 더 잘 했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씁니다.
『유류품 이야기』는 한국 사회에서 사는 우리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어떤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단호박의 선택
정희원 저 | 더퀘스트
제목처럼 노화와 노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저자가 노년내과 진료를 하고 있어요. 노년에 장기가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가에 대해서 주로 연구를 하고 그 방식으로 처방을 내리고 있는 분입니다. 저자가 봤을 때 사람들이 급격하게 노쇠해지고 노화가 되는데, 문제는 이미 사람들이 너무 오래까지 살고 있어요. 요즘 100세 시대 120세 시대를 이야기하는데, 사람들이 30~40대부터 노쇠의 기능을 가지고 병원을 찾아온다는 거죠. 문제는 그렇게 50년을 살아야 되는 거예요. 모든 기능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로요. 저자가 '어떻게 하면 이것을 고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생각해낸 것과 이제까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한 게 이 책입니다.
노쇠에 관한 문제는 모든 것이 다 복합적으로 돼 있기 때문에, 한 과정만 바꾼다고 해서 노쇠가 늦춰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저자는 4M이라는 걸 제안하는데요. 내재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게 주요 주장의 골자이고, 내재 역량 중에 핵심을 네 가지로 나눠서 4M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는 이동성인데요. 사람들이 자신이 필요한 이동량을 모두 다른 소비로 치환한다는 거죠. 결국에는 인간이 편리함을 찾으려는 습성 때문인데, 결론은 운동과 이동을 분리하지 말고 이동을 할 때는 내 근육을 사용한다는 느낌으로 이동하게 되면 부족한 운동성을 어느 정도는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고요.
두 번째 내재 역량은 마음인데요. 노화를 가속화하게 하는 악순환에 빠진 사람들은 대개는 '나'한테 강하게 이입되어 있어요. 내가 제일 중요해요. 그리고 내 상태를 계속 생각하다 보면 ‘나는 왜 이러지?’라고 자책도 하게 되고 정작 나를 생각하면서도 내 마음은 잘 안 챙기는 상태가 된다는 거죠. 그래서 마음 챙김을 해야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요.
세 번째는 건강과 질병이라는 것인데, 식습관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설탕 피해라, 정제 곡물 피해라, 가공이 너무 많이 되는 음식 피해라, 단백질 섭취에 있어서 꼭 고기를 먹을 필요 없다, 채소 많이 먹어라, 견과류 많이 먹고 올리브 오일이나 통곡물이나 콩이나 생선을 먹어라, 라는 내용이 나오고요.
마지막은 '나에게 중요한 것'이라는 챕터입니다. 건강을 이야기해도 자신한테 목표 설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건 계속 똑같이 된다는 거죠. 그래서 어느 정도 자기 삶의 목표를 정하고,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가를 잘 정립을 해야 내재 역량 네 가지가 잘 돌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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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