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엄마, 보호자로 지낸 1000일의 기록 (G. 개그맨 성현주)
책장을 덮은 누군가가 일말의 살아갈 힘을 내기를 바라며 쓴 책, 첫 책 『너의 안부』를 출간하신 성현주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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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후가 떠난 지 딱 1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오른쪽, 왼쪽을 구분하지 못한 신발을 신고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 나와 "오늘도 사담들 재밌게 해주고 와"하고 말해 주는 내 작은 인간은 이제 세상에 없지만, 마스크 안으로 격하게 웃으며 응원해 주는 큰 인간들이 있어 넓은 어깨 더 넓게 펴고 신나게 놀았다. 국어사전에서 개그맨을 검색하면 '익살이나 우스갯소리를 하여 일반 대중을 즐겁게 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 정의되어 있다. 얼굴에 닥작닥작 끼어 있는 슬픔을 자그마한 익살로 거둬낼 수 있다는 것을, 당장에 오늘을 살아내기가 버거운 사람의 우환을 시답잖은 우스갯소리로 당장은 살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배웠다. 그들은 나의 친구이자, 관객이자, 시청자였다. 사람을 즐겁게 하는 일은 언제나 뜻깊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개그맨이자 서후 엄마, 성현주 작가님의 첫 책 『너의 안부』에서 한 대목을 읽었습니다. 『너의 안부』에는 아이와 함께 웃고 대화하던 '당연하지 않은 날들'과 병원에 누워있는 아이와 함께 '살아지는 날들', 그리고 아이를 떠나 보내고 아이와의 기억을 추억하는 날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 안에서 엄마이자 작가인 '성현주'라는 사람은 자신의 버팀목이 되어준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내게 주어진 지금의 소중함을 되새기면서 슬픔 속에서 웃음을 찾는데요.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개그맨으로, 엄마로, 그리고 작가로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성현주 작가님을 모시고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인터뷰 - 성현주 편>

오은 : 오늘은 책의 저자로 나오셨으니까 작가님이라고 부를게요. 요즘은 '작가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으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 

성현주 : 온라인상에서는 '작가'라는 호칭을 많이 접하는데요. 책으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건 아니어서 직접 들을 일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직 어색하고요. '작가'라는 호칭을 들으면 개그맨 때보다 정적이어야 할 것 같고, 언행이 차분해야 될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들어서 지금도 조금 조심스럽네요.(웃음) 

오은 : 작가님께서 <책읽아웃> 출연을 고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든 일정을 맞추시겠다고도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평소에 저희 <책읽아웃>을 즐겨 들으셨나요? 

성현주 : 우선 어떻게든 맞출 일정이 별로 없어요.(웃음) 이건 자랑일 수도 있는데요. 제가 예스24에서 '플래티넘' 등급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요. 그 계기가 된 게 바로 <책읽아웃>인데요. 병원에서 아이를 보살피는 시간에 <책읽아웃>을 알게 됐어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보니까 제가 보살핌을 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 시간에 이어폰을 꼽고 들은 거죠. 거의 모든 회차를 다 들었던 것 같아요. 방송이 유익했고, 들으면서 그 와중에도 웃게 되더라고요. 환기도 되었고요. 저한테는 아이를 위한 게 아닌 온전히 저를 위해서 하는, 길티플레저 같은 것 중 하나가 <책읽아웃>을 듣는 거였어요. 그때 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고민했었고요. 그러다가 예스24에서 책을 구매해야겠다 생각하고 지금까지 예스24에서 책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스튜디오에 있는 게 좀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오은 : 성현주 작가님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개그맨. 그리고 서후엄마.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겪고도 여전히 사람들을 웃기는 직업을 가진 사람. 2007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고, <개그콘서트>, <드립걸즈>, <잇츠 홈쇼핑주식회사> 등의 무대에서 활동했다. 책과 영화를 끼고 살고,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자주 눈물을 흘린다. 시도 때도 없이 읽다 보니 어느덧 쓰는 사람이 되었다. 일희일비하며, 그리움을 껴안고 산다."

사실 『너의 안부』의 주인공이죠, 서후의 생일이 1월에 있잖아요. 왠지 작가님께는 1월의 질감이 다르게 느껴질 것 같아요. 1월을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도 듣고 싶습니다.

성현주 : 아이의 기일이 연말에 있었고요. 또 연초에 생일이 있어서 유독 친구들이 이 시기에 저를 많이 염려해줘요. 사실 아이는 항상 그리워요. 그보다 지금은 제가 아이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기 때문에 아이 이름이 많이 회자되잖아요. 그래서 더 많이 그리워지는 것 같아요. 마음이 어렵지만요. 그리워할 때는 그리워하고, 울고 싶을 때는 또 울기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오은 : 작가님께서 직접 『너의 안부』가 어떤 책인지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책이죠? 

성현주 : 2018년에 하루아침에 의식을 잃게 된,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형태로 살았던 저희 아이를 1000일가량 지켜낸 시간들의 기록이고요. 제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던 새로운 세상에 스며들면서 그 세상 안에서 봤던 것, 느낀 것을 담았어요. 또, 제가 제 아이를 지켰듯이 저를 지켜낸 사람들을 꾸밈없이 써내려 간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독자 분들이 읽는 데 너무 힘이 드실까 봐 웃을 수 있는 구멍도 많이 만들어 놨어요. 그러니까 제 손을 잡고 이야기 속으로 잘 따라와 주신다면 독자 분들도 작은 위로를 얻어 가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오은 : 책이 출간된 과정도 궁금했어요. 

성현주 : 우선 이 글은 아이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 보호자 대기실에서 끄적이기 시작한 글이고요. 그때는 글이 누군가에게 읽힐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어요. 2018년, 아이가 그렇게 갑자기 병원에 가게 된 날 제가 하염없이 똑같은 말만 내뱉었는데요. 그게 "말도 안 돼"였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 생각해도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전혀 자각되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노트북에 글을 끄적이면서 지금 상황을 써내려 갔어요. 내가 어떤 상황에 처했고, 아이는 어떤 상태고, 지금 상황에서 해야 할 최선은 무엇이며, 내 마음은 어떤지 등을 다 기록했어요. 그러면서 상황을 직시하게 되는 게 있더라고요. 

후에 읽히기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에는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던 중에 한 선생님께서 "현주 씨, 책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쓰는 것도 맞지만, 그보다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쓰는 거예요"라고 해주셨어요. 그 말이 쓰는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나에겐 이야기가 있고, 내가 겪은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쓸 수 있는 힘을 내게 해준 것 같아요. 

오은 : 슬픔 속에서도 작가님은 유머를 잃지 않으시더라고요. 다름 아닌 나의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고, 아이가 차도가 별로 보이지 않아, 매일 답답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동력이랄까, 웃음을 일으켰던 상황들을 기록하는 힘은 어떤 것이었는지 듣고 싶어요.

성현주 : 정말 웃음과 유머라는 게 있어서 그 시간을 보낸 게 맞는 것 같아요. 제가 또 어르신들이랑 잘 어울려요. 보호자로 계시는 분들 중에 어르신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어르신들은 매체랑 친하지 않다 보니까 핸드폰으로 뭘 보는 것도 아니고, 그 긴 시간을 정말 하염없이 앉아만 계세요. 그래서 어느 순간 든 생각이 '내가 사람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여기 앉아서 그냥 있지 말고 뭐라도 해볼까'였어요. 그때부터 그냥 앉아 있는 어르신이 포착되면 간단한 간식거리를 가지고 가서 말을 걸었죠. 처음에는 경계를 하셔도 곧이어 대화를 나눠주세요. 

그런데 모든 분들이 그 가족, 나의 남편, 나의 자녀에 대한 얘기를 하신다는 거예요. 무탈했던 시간들의 얘기를 하시면, 순식간에 몸의 긴장이 딱 풀어지는 게 느껴져요. 그 무사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너무 좋으신 거죠. 그러면서 친구들을 정말 많이 사귀었어요. 

오은 : 이제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책읽아웃> 청취자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 주세요. 

성현주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는 정말 제가 가까이 항상 두고 있는 책이에요. 작가가 10년 후에 『다시, 올리브』라는 책을 또 냈는데요. 그걸 읽으면서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여자가 계속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굉장히 위안이 됐어요. 그러니까 『올리브 키터리지』는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여자의 인생을 다룬 책인데요.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사람의 슬픔과 아픔에는 총량이 없다는 걸 느끼게 하면서 이 세상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없구나,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하는 책이에요. 그런데요, 그러함에도 뚜벅뚜벅 걸어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도 같이 느끼게 해주더라고요. 올리브 키터리지가 내 주위 어딘가, 이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힘이 되어서요. 청취자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성현주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겪고도 여전히 사람들을 웃기는 직업을 가진 사람. 2007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 <개그콘서트>, <드립걸즈> 등 무대에서 활동했다. 책과 영화를 끼고 살고, 일면식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자주 눈물을 흘린다. 시도 때도 없이 읽다 보니 어느덧 쓰는 사람이 되었다. 일희일비하며 그리움을 껴안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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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안부
너의 안부
성현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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