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알못도 한 번에 파악하는 과학 발달사
『위대한 과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은 지성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과학 고전 30권을 한 권 당 7~8페이지 정도로 압축해 소개한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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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교수

지적 탐험을 즐기는 독자들이라면 '언젠가는 읽어봐야지'하고 책장에 꽂아둔 고전이 한 권쯤은 있을 것이다. 마음먹고 책을 펼쳤다가도 이내 배경 지식과 이해의 높은 장벽에 부딪혀 끝내 완독하지 못한 채 다시 책장에 꽂아두길 반복한다. 이런 책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먼저 읽고 잘 소화해 이야기하듯 들려준다면 어떨까? 출간 이후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위대한 과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은 지성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과학 고전 30권을 한 권 당 7~8페이지 정도로 압축해 소개한다. 과학은 어렵지만 교양은 쌓고 싶었던 많은 독자들은 이제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과학의 재미에 푹 빠져들 것이다.



어쩌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과학 고전을 교수님 덕분에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위대한 과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 집필 당시 100권을 리스트업하셨다고 들었는데, 그중 30권을 선정하신 기준이 궁금합니다. 

대학에서 오랫동안 과학사를 강의하면서 많은 동서양 과학 고전들과 만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과학사의 즐거움을 제대로 소개하는 방법은 결국 독자들이 직접 과학 고전과 만나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약 10년 전부터 과학 고전 리스트를 틈틈이 작성해왔고, 어느새 대략 100권을 넘었어요. 하지만 정작 집필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빅피시 출판사의 제안으로 중요한 결단을 하게 된 셈입니다. 100권 중에서 추리고 추려 과학사의 흐름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고전 30권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과학 지식은 필수이지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과 대중을 연결해준 이 책에 더욱 감사한데요. 아직 이 책을 만나지 못한 독자들에게 간단히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많은 고전들 중에서도 '과학 고전'은 특히 읽기 어렵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대중과 '과학 고전' 사이에는 쉽게 건너기 힘든 깊은 강이 흐르고 있는 셈이지요. 그 고전들을 쉽게 설명하는 책도 턱없이 부족한 편이고요. 저는 그곳에 누구나 건널 수 있는 튼튼한 다리를 놓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을 어느 정도 아는 분들은 물론,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는 있지만 도전하기 힘들 것 같아 망설이는 분들에게 매우 좋은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알못도 이 책을 읽으면 2000년이 훌쩍 넘는 과학사의 흐름을 단 한 권으로 파악해볼 수 있지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에서 과학이 시작된 것이 참 흥미롭습니다. 과학은 자연과 어떻게 연결되고, 인간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호기심은 인간을 만든 가장 강력한 유전 인자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간만큼 호기심이 강하고, 그 호기심을 찾아 탐험하는 동물은 없으니까요. 인류 지성사의 한 부분인 과학도 그렇게 시작했을 것입니다. 인간이 자연을 알고 이용하고, 그것을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어가려고 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그 자체가 인간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이겠지요. 인간 종의 진화 과정에서 이 호기심이 폐기되어 버리지 않는 한, 자연을 더 깊이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교수님만의 통찰력이 엿보이는 문장들에서 큰 감동과 울림을 느끼게 됩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과학을 사랑하셨고, 또 어떻게 과학 사학자가 되셨나요? 

우리는 한평생 엄청난 양의 지식을 배웁니다. 유치원에서 시작해서 초등, 중등, 고등학교 교육을 받고, 대학 그리고 어떤 사람은 대학원에서까지 무려 30여 년 가까이 이른바 지식의 홍수에 파묻혀 삽니다. 그런데 대학 시절 저는 이런 의문을 가졌던 것 같아요. 이렇게 많은 공부를 하면서도, 과연 우리가 확실한 지식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저는 과학은 그나마 엄밀한 검증과 증거에 입각한 지적 활동이라고 보았고, 그래서 과학의 역사야말로 우리 인간이 과연 얼마만큼 알게 되었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얼마만큼 확실한가? 이런 본질적 의문을 풀어줄 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는 여전히 그 답을 알았다기보다는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의 강의 '과학사의 이해'가 문과생들에게도 큰 인기인데요. 문과생들조차 과학에 반하게 만든 교수님만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대학 시절 좋은 학생이 아니어서, 강의에 집중을 잘 못했어요. 그래서 저는 강의실에서 대학 시절의 저 같은 학생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한답니다. 길지 않은 인생에서 재미없는 강의를 들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곤혹스러운 일일 테고, 또 아까운 시간 낭비가 될 테니까요. 제 강의에 학생들이 좋은 평가를 해준 것은 특별한 방법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내가 저기 앉아 있을 때 이 수업에 재미를 느끼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습관적으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과학사의 스토리텔링과 각종 과학 도구들을 사용하는 것도 강의실에서 졸음을 쫓아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위대한 과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은 청소년 베스트셀러에도 올라 있습니다. 그만큼 과학에 대한 어린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인데요, 예비 과학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청소년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희망적인 일입니다. 어렵다, 난해하다는 이유로 과학을 피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요. 가볍고 쉬운 책에만 도전하는 것은 자신을 지적으로 성장시키지 못합니다. 이 책에서도 소개했지만, 고대 알렉산드리아의 통치자였던 프톨레마이오스 1세가 수학자 유클리드에게 어려운 『기하학 원론』 말고, 기하학을 더 쉽게 배울 길이 없겠냐고 물으니까,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다"고 잘라 말했잖아요. 더 높은 산에 오를수록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간단한 이치가 지성사에도 정확하게 적용된다고 믿습니다. 곧바로 '과학 고전'에 도전하기 어렵다면, 이 책을 포함한 다양한 해설서들을 읽고 도전해보세요. 지적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교수님의 책을 읽으면 마치 에세이스트의 글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교수님께 책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또 앞으로 어떤 책들로 독자들을 만날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글을 쓰는 것은 항상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 과학과 관련된 문장은 명확해질수록 문장이 한없이 따분해지고, 감상적일수록 과학의 문장이라고는 보기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어려운 것을 쉽게 전달한다는 말은 일견 모순적인 말처럼 들리지만, 제가 지향하는 글쓰기입니다. 앞으로는 근대 과학자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과학사가 과학자들의 천재적인 면만 부각시키다 보니, 대중들과 괴리가 생기는 것 같은데, 사실 알고 보면 그들도 당대의 제한된 조건에서 취직 걱정, 먹고 살 걱정, 자식 걱정 등 온갖 걱정거리를 안고 살았고, 또 오늘날 주목받는 그들의 천재적 이론도 사실 황당한 이론들 사이에서 등장한 것들이 많거든요. 그 전체상을 복원하는 것이야말로, 과학이 인간의 활동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방법론이 될 테니까요.



*김성근

어릴 적부터 별 보기와 만들기를 좋아했다. 스무 살 무렵, 신과 과학적 진리의 문제를 고민하다가 과학이 다른 학문과 무관한 지식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결국 과학사 연구자의 길로 들어섰다. 흥미로운 과학 도구를 직접 만들고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동서양 과학 사상의 만남, 국제 병기 무역 등에 관심을 가져왔고, 최근에는 우리 과학 용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연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위대한 과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
위대한 과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
김성근 저
빅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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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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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어릴 적부터 별 보기와 만들기를 좋아했다. 스무 살 무렵, 신과 과학적 진리의 문제를 고민하다가 과학이 다른 학문과 무관한 지식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결국 과학사 연구자의 길로 들어섰다. 흥미로운 과학도구들을 직접 만들고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동서양 과학 사상의 만남, 국제 병기 무역 등에 관심을 가져왔고, 최근에는 우리 과학 용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연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남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후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과학기술사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쿄대학교 센탄과학기술연구센터와 일본 학술진흥회에서 연구원을 지냈고, 도쿄 오오츠마여자대학교에서 강의했다. 이후 영국 니덤연구소와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과학기술사연구실에서 동서양 과학을 비교 연구했다. 현재 전남대학교 자율전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공은 과학사다. 『사회 속의 과학』, 『보이지 않는 것의 발견』 등을 번역했고, 근대화 시기 동서양 과학의 교류에 관한 수십 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했다. 첫 책 『교양으로 읽는 서양과학사』를 시작으로 『문학과 과학Ⅰ: 자연·문명·전쟁』(공저), 『조선 근대 과학기술사 연구』(일본 출간, 공저) 등을 내놓으면서 과학에 따뜻한 생명을 불어넣는 데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