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와 백신, 산업 혁명에서 양자 생물학, 블록체인, 가상 현실까지 지난 300년간 이루어진 엄청난 수준의 진보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인간의 삶을 변화시켰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40~50년 동안 우주 정복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암을 완전히 치료하지 못했으며, 우리는 여전히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에 의존해 살아간다. 세상을 바꾸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왜 더 이상 나오지 않는가? 인류의 혁신은 정체된 것인가, 그렇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불가능한가?
『휴먼 프런티어』는 과학, 기술, 산업, 경제,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과거와 같은 거대한 혁신이나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가 점점 고갈되는 이유를 심도있게 파헤친다. 그리고 아직 우리에게 거대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어떤 것이 될지, 그러한 아이디어를 더욱 촉진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의 본성이 어떻게 인류의 다음 단계를 결정 지을지 지적인 통찰력을 제공해준다.
(*아래는 『휴먼 프런티어』 저자 마이클 바스카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다. 한국의 독자들이 이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요청한 서면 인터뷰에 저자는 흔쾌히 그리고 성실히 임해주었다)
작가이자 출판인으로 폭넓은 분야의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는데, '빅 아이디어'를 주제로 삼은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저는 수많은 것들에 관심이 있습니다. 저는 세상이 원천적으로 흥미로우며 탐구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고 제한된 분야에만 국한되어 무엇을 읽거나 연구하거나 생각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저는 작은 분야에 깊이 파고들어야 하는 점이 전통적 학문이나 연구의 역할이 가진 커다란 한계하고 생각합니다. 저는 좀 더 넓게 보면서 서로 다른 분야들 사이를 연결하는 걸 더 좋아합니다. 그게 더욱 신이 납니다.
'빅 아이디어'에 대해 말하자면, 제가 여기에 흥미를 갖게 된 이유는, 그런 것들이 세상을 진정으로 만들고 있는 아이디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은 커다란 아이디어들의 유산입니다. 그것이 증기 기관이든 민주 정부이든 미술에서 원근법의 발명이든 말입니다.
저는 요즘의 인공지능(AI)과 같은 급진적으로 새로운 빅 아이디어를 사람들과 조직들이 어떻게 산출해내는지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 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관련된 조사를 하면서 저는 판도를 바꾸는 빅 아이디어의 산출이 과거에 비해서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수많은 증거를 마주했습니다. 처음에 저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설마 그럴 리가?'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 재차 생각하고 조사를 더 할수록, 그 점은 더욱 명확해 보였습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놓여 있었지만, 거의 아무도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써야 할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많은 지식과 도구를 갖고 있으며, 더욱 많은 사람이 연구와 창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데도 세상을 바꾸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점점 더 나오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간단히 말하자면 낮은 곳에 매달린 과일들을 이미 따버렸기 때문입니다. 손쉬운 성과들은 우리가 이미 모두 해냈습니다. 심지어 약간 어려운 것들에 대해서도 모두 생각과 논의를 마쳤습니다. 이는 현재 우리가 뒤쫓고 있는 아이디어들이 그것을 해결하기가 객관적으로 더욱 어렵거나, 더욱 모호하거나, 더욱 협소한 분야라는 의미입니다.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고 입증하기 위하여 더욱 많은 사람과 더욱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것이 성공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인류가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외로운 과학자나 철학자 한 명이 세상을 바꾸는 논문을 쓸 수 있었던 시절이 지나갔음을 의미합니다. 요즘에는 차고에서 일하면서 한 분야 전체를 완전히 뒤바꿔놓는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기능공을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그 대신에 지금은 더욱 작고 작은 아이디어를 뒤쫓는 일이 더욱 거대하고 거대한 분투가 되고 있을 뿐입니다.
인류의 최전선을 확장시켜온 획기적인 혁신들은 우리 삶을 빠른 속도로 변화시켰습니다. 그런데 '거대한 침체 논쟁'이나 '아이디어의 기근 현상', '성장의 둔화'가 논의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주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것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데이터가 이것이 모두 실제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 외에도, 저는 또 다른 하나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빅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적대시하는 사회를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기업들과 정부들은 혼란을 일으키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우리가 여러 책이나 홍보 자료에서 읽는 것보다도 훨씬 더 신중하며 점진적인 단계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중요한 새로운 아이디어들도 일반적으로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환영받지 않습니다. 그런 분야에서는 오래된 질서가 전복되면 사람들이 많은 것을 잃어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에서도 그렇지만, 화학이든 문학이든 어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인류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긍정적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하여 합성 생물학과 양자 컴퓨팅 등의 차세대 기술이 어마어마한 수의 새로운 통찰력들을 열어주고 새로운 지식과 새로운 형태의 창의성을 창출한다는 것입니다. 흥미진진한 일입니다. 이런 것들은 정말로 전례없던 도구들입니다. 둘째로, 저는 우리가 역사의 특별한 순간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가 성장하고 인터넷과 같은 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80억 명에 달하는 우리 인류의 거의 모든 사람이 이론적으로는 모두 인류의 최전선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심지어 이런 비슷한 상황도 없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흥미진진한 일이며, 저는 이런 여건에서 뭔가 거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나올 거라고 기대합니다.
겉보기에 이질적인 것을 조합할 때 거대한 아이디어가 탄생한다고 말했는데,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 이야기해주세요.
모든 아이디어는 다른 아이디어를 조합해서 나오는 것입니다. 진화를 생각해보세요. 진화론은 생물학의 아이디어를 시간 및 역사에 대한 심오한 인식과 결합했고, 그 다음에는 지질학을 초기 형태의 인구 경제학과 결합했습니다. 이 모든 걸 하나로 모아서 다윈은 자연 선택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마르크스 주의도 비슷하게 진행됐습니다. 마르크스 주의는 초기의 경제학을 헤겔의 역사서 및 혁명의 정치학과 결합한 것입니다. 로큰롤은 가스펠과 블루스가 섞인 것입니다. 현대의 시각예술은 실험적 요소와 소위 원시 형태의 예술을 결합한 것입니다. 어떤 아이디어를 선택하든, 어떤 커다란 아이디어를 선택하든, 이런 식으로 그 요소들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산업 혁명이나 세계 대전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인류의 삶을 바꾸었습니다. 코로나19가 인류의 최전선이 확장되는 것과 관련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저는 코로나19가 산업 혁명이나 양차 세계대전(특히 제2차 세계대전)만큼 인류의 삶을 바꿨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산업 혁명이 지난 수천 년 동안의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저도 팬데믹의 영향에 대해서는 정확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 그것은 일부 영역에서의 변화를 가속시켰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그것이 엄청나게 급진적인 사고를 정말로 활성화시켰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백신은 예외인데, 솔직히 백신은 상당히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렇게 말하는 게 좋겠습니다. 기후 변화에서부터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사회적 도전과제들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영속적인 위기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차세대의 거대한 아이디어를 자극하면서 우리를 더욱 강하고 현명하게 만들거나, 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를 끝낼 것입니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 인류의 엄중한 현실입니다.
당신은 물리학에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무엇이 당신을 물리학의 세계로 이끌었고, 그 연구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물리학은 아마도 인류 전체의 노력들 가운데에서 가장 심오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분야일 것이며, 어쩌면 우리 인류의 결정적인 성취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완전히 형편없는 물리학자이며, 그냥 아마추어적인 관심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학교에서도 물리학에는 별다른 재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분야에 계속 흥미를 가지려 하는 이유는 그것이 그냥 너무나도 흥미진진하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라도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대 물리학이 성취한 놀라움과 경이로움에 휩싸이고 말 것입니다. 그것은 매우 거대하고, 매우 서사시적이며, 매우 작기도 하고, 너무나도 정신을 차릴 수 없기에, 이것보다 더욱 지적으로 신나는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우연한 행성에 살고 있는 이렇게 조그만 생명체인 우리가 과연 우주의 충격적인 방대함과 복잡성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제가 물리학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마이클 바스카(Michael Bhaskar) 작가이자 연구자, 디지털 출판인, 카넬로(Canelo) 출판사의 공동 창업자다. 세계 최고의 AI 연구소인 구글 딥마인드(DeepMind)에서 전속 작가로 일하면서 컨설팅을 했으며, 미디어의 미래와 창의적인 산업, 그리고 신문, 매거진, 블로그를 위한 기술의 경제학에 대하여 폭넓은 저술 활동과 강연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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