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베리상은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아동 문학상으로, 1922년부터 미국도서관협회가 매해 가장 뛰어난 작품에 수여해 왔다. 올해 100주년을 맞이한 뉴베리상은 SF 상상력을 통해 이야기의 힘을 보여 준 신예 작가 도나 바르바 이게라의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에게 수여되었다. 이 책에서는 2061년 지구와 핼리 혜성의 충돌 뒤 세이건이라는 행성에 도착한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페트라'의 여정을 통해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지를 탐구한다. '페트라'는 '콜렉티브'가 차이가 없는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명목 아래 과거의 모든 기억을 지운 세상에서 여전히 지구를 기억하며 눈을 뜬다. 자신이 누군인지조차 잊어버린 채 임무를 위해서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페트라는 사랑과 연민을 느끼는 진짜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는다.
독자들은 낯선 행성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페트라의 여정을 응원하며 세상을 구하는 놀라운 이야기의 힘에 매료될 것이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로 2022년 뉴베리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올해 초 대상 수상자로 호명되었을 때 수상에 대해 예상은 하셨는지 기분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제 책이 뉴베리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지 전혀 몰랐어요.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는 2021년 말에 아주 조용히 세상에 나왔어요. 뉴베리상 시즌을 알고 있었지만, 제 책이 많은 독자들을 만날 만큼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온라인 회의에 참석했는데, 그 회의가 뉴베리상위원회라는 걸 알았을 때 전혀 현실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지난 100년 동안 일 년에 단 한 명의 작가만이 뉴베리상위원회 의장에게 듣는 말을 제가 듣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제 삶이 영원히 바뀔 것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의 헌사를 보면 어릴 적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가 작가님에 큰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또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글을 쓰다 보면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들이 항상 머릿속을 맴돌아요. 그 이야기는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할머니에게서 온 것이기도 해요.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와 제 삶에서 생겨난 이야기들은 제 책 속에서 길을 찾아 달라고 애원하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자연을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면 맑은 밤이면 어김없이 '엘 콘조', 달에 사는 토끼 이야기가 떠올라요. 자연스럽게 달에서 토끼를 찾아보고 별이 빛나는 사막 하늘 아래에서 이 전설을 처음 들었던 때를 떠올리지요.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페트라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듣는 제타 대원들 그리고 복시의 놀라운 변화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야기에는 어떤 힘이 있는 걸까요? 이야기를 통해 작가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책이 혹은 이야기가 자신을 구원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저도 제 삶을 되돌아보면 절실하게 책이 필요했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저는 아주 작은 사막 마을에서 자랐는데, 책은 제가 더 큰 세계로 나아가게 도와주었어요. 이야기는 다른 장소에 사는 사람들과 연결시켜 주었고, 제가 작은 마을보다 훨씬 더 넓은 세상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어요. 또한, 언젠가는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있다는 걸 알게 해 주었지요.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는 미국이나 한국처럼 전 세계 수천 명의 사람들과 저를 연결해 주었어요. 그것이 '이야기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 이 책을 읽는 당신과 저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친구입니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의 주인공 페트라는 낯선 우주선에서 가족을 잃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할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에서 힘을 얻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페트라라는 강력한 주인공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페트라는 여러 면에서 저랑 닮았어요. 물론 저보다 훨씬 더 용감하지만. 페트라도 나도 이야기를 사랑하고 할머니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어요. 또한, 페트라는 제가 두려워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제가 사랑하는 것을 사랑합니다. 많은 독자들이 페트라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우리 모두와 닮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페트라의 열정에 페트라의 행동에 공감하는 거겠죠.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에서 콜렉티브가 기억을 제거하고 감정을 통제한 2442년의 모습은, 효율적이고 평화롭지만 진짜 감정을 잃어버린 『기억 전달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두 작품 모두 획일적인 사회에서 인간성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에서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페트라가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에서 보여 주는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기억 전달자』와 마찬가지로 콜렉티브가 지배한 사회는 감정이 메마른 사회로, 서로를 돌보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요.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가족을 찾아 다시 연결하려는 간절함이 페트라를 인간답게 만듭니다. 모든 게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페트라는 다른 아이들이 가족에 대한 기억과 사랑을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페트라는 사랑을 선물하기 위해 기억을 지키려고 하지요. 사랑은 인간에게 강력한 추진력이 되어 줍니다. 저는 생존 그 자체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더 심오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는 할머니처럼 이야기 전달자가 되고 싶은 페트라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게 되는 과정으로도 읽힙니다. 페트라처럼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페트라의 이야기는 페트라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들에 영향을 받아요. 특히 엄마, 아빠, 할머니, 동생과의 관계가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요. 사실 제가 가지고 있는 관계를 기반으로 페트라의 관계를 만들었기에 페트라의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때때로 쉽게 알 수 있었어요. 저는 우리가 이야기를 쓰는 것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믿어요. 우리 모두는 각자의 역사가 있기에 매우 독특하고 달라요. 가족과 친구들과 독특한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고요. 이 모든 것이 내가 쓰는 이야기에 엮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고의 이야기는 작가의 경험을 반영할 때 나온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그게 두렵고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가장 풍부하고 강력한 이야기는 내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를 읽는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남겨 주세요.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를 쓰고 독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선조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하고 강력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부모님, 조부모님, 증조부님 등 그들의 이야기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우리 가족의 이야기 중 일부는 듣기 힘들 수도 있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어요. 그러나 우리의 역사와 문화는 아름답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통해서 존재합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 보세요. 조상들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도나 바르바 이게라(Donna Barba Higuera) 미국 센트럴 캘리포니아에서 자랐고 지금은 태평양 북서부 지역에 살고 있다. 자신의 경험에 민속학을 섞어 상상력 가득한 이야기를 지어 그림책과 소설로 풀고 있다. 첫 작품 『루페 웡은 춤추지 않아(Lupe Wong Won’t Dance)』는 태평양북서부서점협회상과 푸라 벨프레 명예상을 받았으며, 두 번째 작품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는 2022년 뉴베리 대상과 푸라 벨프레 대상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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