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의 그림엔 언제나 사랑이 있다
만 명의 사람에게는 만 개의 사랑, 만 개의 그림에는 만 개의 얼굴이 있는 법이다. 수많은 사랑의 얼굴 가운데 나와 꼭 맞는 얼굴을 알아보는 일, 이것이 바로 진정한 나와 귀한 사랑을 깨닫는 길이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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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저자

사랑의 스펙트럼은 너무 넓어서, 그 모든 것을 뭉뚱그려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각자의 사랑이 너무나 다른 색이다. 누구라도 자신의 사랑을 시작하여 빚고 완성해야 하는 숙명이 있는 것이다. 내게 꼭 맞는 사랑을 찾는 일, 이것은 나를 마주하는 일과 같다. 문득, 사랑을 바라보면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만 명의 사람에게는 만 개의 사랑, 만 개의 그림에는 만 개의 얼굴이 있는 법이다. 수많은 사랑의 얼굴 가운데 나와 꼭 맞는 얼굴을 알아보는 일, 이것이 바로 진정한 나와 귀한 사랑을 깨닫는 길이다. 사랑에 목적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있어야 한다면 잘사는 것. 아름답고 진실하게 사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는 사랑의 표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번 신간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는 제목만 봐도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는 것 같은데요. 명화 중에서도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제 인생의 절반 가량을 살았고, 생의 절정을 지나 개인의 삶이 완성의 결말로 가는 과정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마흔 이후부터는 그동안 만들고 경험했던 것을 통합하며 산다고 이야기하잖아요. 그 통합의 과정에 애정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마지막에 남는 건 뭘까요? 뭘 기억하게 될까요? 그게 너무 두려웠습니다. 그 생각에서 떠올린 게 결국 '사랑'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다른 이유로, 사랑의 그림처럼 사람이 아름다워 보이는 작품이 없었습니다. 작가가 의도한 대로 의도하지 않은 대로 사랑의 그림은 인간의 절정을 표현하는 것 같아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그림 이야기를 한 권으로 모아 보자'는 생각으로 이 책을 엮었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연애를 '에너지 낭비' 또는 '사치'라고 말하기도 해요. '사랑'을 소비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어요. 사랑마저 사치처럼 느껴질 때, 어떻게 하면 혼자서도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사실 사랑은 어느 정도 사치가 맞다고 생각해요. 사랑까지 하고 살기에 우리는 바쁘고 가난해요. 게다가 소중한 감정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어요. 우리는 끊임없이 분홍의 공기를 투입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사람은 사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치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어요. 사랑은 환상이지만 환상이라도 주워 먹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니까요. 체력이 떨어진 복날 삼계탕을 찾듯, 특별한 날 오마카세를 먹으러 가듯 누구에게나요.

때때로 사랑은 이별까지 포함하는데요. 책 속에서 설명해주신 조제프 부누아 쉬베의 그림 <회화의 기원>에서 사랑의 이별이 회화의 기원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놀라웠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복제하기 시작한 것이 그림의 시작이었다는 점에서 미술사에서 '사랑'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 같습니다.

예술의 가장 전통적인 주제 중 하나가 사랑입니다. 예술이 인간의 삶에 뿌리박고 꽃피우는 결과물이라면 인간의 보편적 감정인 '사랑'이 어디에서나 드러나는 건 당연한 거거든요. 인간의 소소한 삶 가운데 사랑을 그린 그림은 마음이 살아 넘쳐서 그려진 느낌이 들어요. 특히, 화가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쓴 그림은 더욱 그렇습니다.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을 기점으로 예술이 종교와 왕권의 시녀 역할을 버리고, 화가 개인이 자유롭게 작품을 표현하고 구매자에게 어필하는 시절이 오자 더 격렬하게 사랑의 그림이 생산됩니다. 우리의 인생이 어떠한 사랑의 흔적을 세상에 남긴다면 그것도 넓은 의미로는 예술에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를 통해 우리가 사랑을 통해 얻는 것, 그리고 포기하지 말고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

사실 우리는 사랑의 찬란함만 기대하잖아요. 우리 사랑의 얄팍함이 그것이고, 우리 사랑의 실망이 그것 때문인 것 같아요. 찬란하지 않은 사랑의 영역이 사랑의 성숙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실제 그 사랑에 다가가기는 싫고 그 사랑의 현실은 공포스럽죠. 그 사랑의 모습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워요. 그러나 순리라고나 할까요? 결국 사랑이 이동하는 길은 그런 자리 같아요. 자의로건 억지로건 그 자리를 통과하여야 순전한 사랑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미술 작품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시는 것이 있으실까요? 

무엇보다 저 자신을 먼저 주의깊게 살피고 이해하려고 합니다. '저'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는 거고, 그림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까요. 내 렌즈가 어떻게 생겼고,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떻게 온전하게 혹은 왜곡되어 표현되는지, 부실한 부분이 있다면 빈 자리에는 무엇이 꼭 맞을지 채워서 존재를 이해하는 거죠. 그리고 이제 저는 제 렌즈가 꽤나 맘에 듭니다. 나는 어떻게 생겼는지가 아니라, 내 실체는 무엇인지. 내 앞에 선 그림이 그런 자신을 통과하도록 하세요. 그건 단 하나뿐인 자기 그림이 됩니다.

그림을 볼 때 어떤 점을 눈 여겨 보면 좋을 지 혹은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지, 그리고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는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 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특별히 점, 선, 면, 색, 형태, 명암 같은 조형요소와 변화, 통일, 균형, 동세, 강조 등의 조형원리를 세심하게 살펴봅니다. 그림에 담긴 기운까지도요. 이런 조형의 변화를 잘 살피면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의 상태와 감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형자로서의 화가와 감상자로서의 자신이 맞닿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  에피소드 형식이라 순서 없이 어디에서부터 읽으셔도 좋습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 주세요. 가슴에 달라붙는 그림이 있으면 그 그림의 주인공이 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가슴을 떨리게 하는 아름다운 그림을 고르느라 행복했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의 얼굴을 전시한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에 독자들을 초대하고 싶어요. 제가 도슨트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김수정

선화예술고등학교 서양화과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 전문대학원(IDAS)에서 디지털미디어디자인을 공부했으며, 한동안 고양예술고등학교 시각미술과에서 강의했다.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 석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서울특별시교육지원청 산하 여러 영재교육원에 출강하고 있다.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
우리는 사랑의 얼굴을 가졌고
김수정 저
포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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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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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퇴근 후에 그림 읽고 책 그리는 사람. 좋아하는 것을 늘 곁에 두고 자주 보려고 한다.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페르메이르의 눈빛이 영롱한 소녀가, 마우스패드에는 에곤 실레의 영민한 소년이 있으며, 웹브라우저의 홈 화면은 매일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는 ‘위키아트’다. 존 싱어 사전트의 「카네이션, 릴리, 릴리, 로즈」가 담긴 휴대폰케이스를 늘 손에 쥐고, 조선 민화 「책가도」를 섬세히 수놓은 비단 가방을 고이 들고 다닌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 르네상스 인간형 미술교육에 힘쓰면서, 다수의 영재교육 기관에 출강하며 페인팅 이외에도 영재성과 창의성, 미술사 및 미술 감상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그림 같은 일상을 이야기한 미술 산문집 『그림은 마음에 남아』 『그림의 눈빛』 및 예술교육 교양서를 펴냈다. 경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문학창작집 및 수필 분야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흔하디 흔한 ‘아름다움’과의 만남에 번번이 압도되곤 한다. 아름다움은 내게 에너지를 북돋는 최선의 통로다. 우연처럼 그림을 만나 숙명처럼 미술인이 되었다. 배워서 가르치는 일에 푹 빠져 내내 공부하고 일 해왔다. 매일 그림 곁에서 존재의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는다. 더뎌도 한결같다. 이미지 읽기와 글 바라보기를 좋아해 그림과 책 주변을 맴돌며 이것저것 주워듣고 가르친다. 선화예고 서양화과와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고양예고 시각미술과에 오래 출강했다. 페르메이르의 우아함과 시다네르의 색채, 콜비츠의 강인함과 조희룡의 성심을 흠모하며, 예민하고 쓸쓸한 뭉크를 가슴으로 존경한다. 언젠가는 성북동에 둥지를 틀고 길상사와 간송미술관 곁을 노닐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