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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미식』 이의철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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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의사인 이의철 저자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기후미식'을 제안한다. (2022.09.05)

이의철 저자 (ⓒ 한겨레 이정용 선임 기자)

폭우와 홍수, 해수면 상승, 지구 온난화, 대형 산불...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은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기후위기 관련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극심한 사회적 갈등이 촉발되고, 결국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다. 절박한 위기에 놓인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현직 의사인 이의철 저자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기후미식'을 제안한다. 최근 『기후미식』을 출간한 이의철 저자에게 지구와 나의 건강을 함께 구하는 풍성하고 이로운 식습관, '기후미식'에 대해 들어보자.



'기후미식'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또 기후미식에는 어떤 음식이 포함되나요?

201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갔을 때 '기후미식(Klimagourmet)'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기후'와 '미식'의 연결이라니요. 이 멋진 조합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미식'은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여기에 '기후'가 붙어 '기후미식'이 되면,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기술이 됩니다. 

기후미식은 최소한의 자원과 농지를 사용하면서 인류에게 충분한 칼로리와 영양소를 공급해주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즐기는 것입니다. 동물을 거치지 않고, 식물을 통해 직접 섭취할 수 있는 모든 음식이 기후미식 음식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찜닭에서 다른 모든 양념은 그대로 쓰면서 닭 대신 물기를 뺀 두부나 버섯을 넣어 조리하면 훌륭한 기후미식 음식이 됩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모든 음식에서 동물성 식품만 빼면 다 기후미식 음식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운송 수단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보다 식단을 전환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게 판단하시는 이유는요? 

2019년 8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발표한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 보고서에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순식물성 식단, 즉 '비건 식단'을 실천하면 매년 80억 톤 정도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8년 배출된 온실가스의 양이 459억 톤인 것을 감안하면, 대략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17.4%가량이 동물성 식품을 먹는 과정에서 배출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도로, 비행, 선박, 철도 등 모든 운송 수단에서 화석 연료 연소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전체의 16.2% 수준입니다.

우리가 동물성 식품을 먹는 행위를 통해 증가하는 대기 중 온실가스의 양이 상당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화석 연료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만큼, 식단을 순식물성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정부도 전기차 보조금만큼 순식물성 식단이 일반화되도록 보조금을 지원해야 하는 겁니다.

지금껏 기후위기를 다룬 책들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셨습니다. 대기 중 탄소를 '줄이는' 방법이 아닌, 탄소를 '흡수하는' 방법에 대해 다뤄주셨는데요. 왜 탄소 흡수에 더 집중해야 하는 걸까요? 또 어떻게 하면 탄소 흡수를 증가할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을 보고 있으면 여유가 없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겁니다. 조금이라도 대기 중 온실가스를 줄일 방법이 있다면 당장 실천에 옮겨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을 중단해도 그 효과는 70~80년이 지나서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 번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평균적으로 대기 중에 150년간 머물기 때문입니다. 70~80년이 지나야 절반 정도가 줄어들어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흡수를 늘리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해, 실시간으로 기후위기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흡수라고 하니 뭔가 최첨단 신기술일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식물의 광합성입니다. 이미 식물들은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정말 자연 식물식만으로도 충분한 단백질 공급이 가능한가요?

자연 식물식 식단은 고기, 생선, 달걀, 우유 등 모든 동물성 식품과 식용유와 설탕과 같은 고도로 가공된 식물성 식품을 배제한, 자연 상태에 가까운, 가공이 덜된 식물성 식품 중심의 식단을 뜻합니다. 많은 분이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으면,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을지 걱정합니다. 하지만, 동물에 있는 단백질은 모두 식물에서 온 단백질입니다. 식물에 단백질이 없으면 동물에도 단백질이 있을 수 없습니다. 식물성 식품에도 충분한 단백질이 있습니다. 

콩 100g은 단백질이 36g으로 소고기 100g의 26.33g보다 단백질이 더 많습니다. 보통 섭취하는 칼로리의 5~10%를 단백질로 섭취할 것이 권장되는데요. 현미나 보리는 칼로리의 8~9%, 감자나 옥수수는 11%, 통밀이나 귀리는 14~15%가 단백질입니다. 건강한 녹말 음식을 배불리 먹기만 하면 고기를 먹지 않더라도 절대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한 달에 1~2번 고기를 먹던 1970년대부터 이미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습니다.

요즘 근육을 키우거나 체중 감량을 위해 탄수화물을 줄이고 닭가슴살이나 달걀 등 동물성 단백질을 챙겨 먹는 분들이 많은데, 혈액 검사를 해보면 체중이 감량되더라도 콜레스테롤이나, 혈압, 혈당, 간수치 등이 상승한 경우를 많이 봅니다.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할 것이 아니라, 고기를 먹지 않고 자연 식물식을 실천해야 건강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의철 저자 (ⓒ 한겨레 이정용 선임 기자)

이미 '기후미식'을 국가적 과제로 실천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기후미식을 실천하고 있나요?

UN FAO(유엔식량농업기구)는 전 세계 국가들의 식이 지침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있는지,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위해 동물성 식품 섭취를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영양학계, 의학계, 정부 등 전 사회적으로 기후미식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네덜란드입니다. 2016년 네덜란드 영양학회는 기후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식이 지침을 발표했는데, 가장 구체적이고 포괄적으로 동물성 식품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적극적인 곳은 캐나다입니다. 2019년 발표된 캐나다 식이 지침은 네덜란드만큼 분명하지는 않지만, 단백질은 식물성 식품을 우선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식이 지침 작성 시 음식 선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포르투갈은 2017년 국회에서 교육 기관과 공공 기관의 식단과 매점에서 순식물성 식단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2018년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포르투갈에서 통과된 법안이 통과됐고, 올해 1월에는 캘리포니아의 모든 학교 급식에서 순식물성 식단과 음료 제공을 장려하는 '2022 아동 영양법'이 주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우리가 ‘기후미식가’가 되면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가장 먼저 국내에서 밀집 사육되는 가축의 수가 줄면서 항생제 사용, 가축 분뇨 배출이 줄어들 겁니다. 그러면 농지의 '질소'와 '인' 과잉 투입이 줄어들고, 축사 단지 주변 지하수의 분뇨 오염도 줄고, 주요 하천의 녹조 현상도 완화되고, 하천, 지하수, 식수의 마이크로시스틴 오염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게 될 겁니다. 그리고 다제내성균, 즉 슈퍼박테리아 발생 위험이 줄어들고, 식수와 동물성 식품을 통해 섭취하게 되는 비의도적인 항생제와 동물 의약품 노출이 줄어들게 됩겁니다. 

또, 국내 축산 농가가 수입하던 GMO 콩과 GMO 옥수수 재배용 농지를 얻기 위해 파괴되는 남미의 아마존 밀림이 줄어들고, 남미 지역 축산업이 식물성 식품 산업 중심으로 전환이 촉진될 것입니다. 어업 행위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했던 고래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 생물들의 개체수도 늘어나,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이 활발해지고 그만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하고, 해저에 더 많은 탄소가 저장될 겁니다. 한마디로 기후위기가 완화되고, 환경 오염, 슈퍼 박테리아 감염 위험이 줄어들어, 보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작가님께서는 기후미식을 어떻게 실천하고 계신가요? 즐겨 드시는 레시피 하나만 공유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식단은 일반적인 한식 식단입니다. 현미밥에 나물과 채소 무침, 김치나 장아찌류 등의 반찬을 먹고, 된장국이나 미역국을 좋아합니다. 밥뿐만 아니라 국수도 무척 좋아합니다. 통밀국수, 현미국수, 메밀국수, 보리국수 등을 삶아서 고추장 양념장을 뿌린 후 쌈 채소를 잘라 넣고, 오이나 당근 등을 채썰어서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합니다. 집에서 특별히 먹는 것으로는 된장떡볶이를 꼽을 수 있겠네요. 된장에 설탕을 살짝 넣고 각종 채소와 떡을 넣어 볶으면 맛있는 된장떡볶이가 됩니다. 짜장떡볶이와 거의 비슷한 맛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의 전통 식단은 육류와 유제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40여년 전 한국인의 식단을 순식물성으로 재해석하면 훌륭한 기후미식 식단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식 메뉴에서 고기, 생선, 달걀 등을 빼고 대신 두부나 버섯, 감자, 콜리플라워 등을 첨가하면 순식물성 버전의 메뉴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이의철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이자 생활습관의학 전문의. 약을 먹어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생기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스스로 채식을 시작하게 되었고 10년 넘게 자연 식물식을 실천해오고 있다. 201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후미식 주간(Klimagourmet Woche)'이라는 흥미로운 행사를 발견하고, 날씨와 운송 수단을 넘어 이제는 '미식'의 영역까지도 '기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이후 '기후미식'의 개념을 국내에 소개하며, 기후위기 시대엔 에너지 전환만큼 식단 전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널리 목소리 높여 알리고 있다.




기후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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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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